# 234
김 박사의 설명은 이어졌다.
피부가 창상, 화상, 욕창, 궤양 등으로 깊은 손상을 입었을 때 제일 먼저 발생하여 치유의 기초가 되는 것은 육아조직(새살)이다.
그렇기에 이 새살의 발생 상태가 상처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
센텔라 아시아티카라는 식물의 추출물 가운데에는 아시아티코사이드(Asiaticoside), 아시아틱 애시드(Asiatic acid) 및 마데카식 애시드(Madecassic acid)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것은 흉터 없이 새살이 돋게 하는 유효성분이다.
현수가 준 푸른 빛깔의 액체엔 이런 성분들이 상당히 많이 함유되어 있었다.
또한 씨놀(Seanal) 성분도 다량 들어 있다. 이 성분은 피부 세포 복원 성분이다.
게다가 달팽이 점액 속에 포함된 뮤신(Mucin) 성분도 많이 있다.
상처를 빠르게 재생시켜 주고 보호해 주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분 손실을 줄여 세포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이밖에도 EGF 성분도 있다.
‘Epidermal Growth Factor’의 약자인 EGF는 상피세포 성장인자이다. 찢어지고 다친 상처 등에 바르면 새살이 생기는 성분이다.
마지막으로 PRP 줄기세포 성분도 있었다.
PRP라고 하는 것은 피를 뽑아서 분리했을 때 혈장 하단부의 혈소판이 풍부하게 함유된 부분이다.
성장인자가 풍부해서 세포 증식이라던가 상처 치유 촉진 효과가 있다. 그렇기에 이것을 추출하여 얼굴에 주입하면 노화에 의해 손상된 피부를 젊게 해주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성분 대부분이 상처 치유랄지, 세포 복원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제가 알아내지 못한 성분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게 무엇인지는 아무리 기록을 뒤져 봐도 없습니다. 다만 인체에 유익할 것이란 추론만 가능합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신 거죠?”
뻔히 알면서도 물은 것이다.
“사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싶어 동물실험을 해보았습니다.”
“모르모트 같은 실험용 동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실험 결과 놀라울 정도로 빠른 상처 치유 현상을 보였습니다. 너무 효과가 좋아 상처가 아무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흐음!”
“김 사장님! 이거 대체 어디에서 난 겁니까? 다른 제약사에서 만든 신약인 겁니까?”
김지우 박사는 다소 흥분한 듯하다. 이걸 만들어서 팔면 떼돈을 버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나만 말씀해 주십시오. 이걸 어디에서 얻은 겁니까?”
“우연한 기회에 얻은 겁니다. 그리고 실험실에서의 분석은 끝나신 겁니까?”
“네? 아, 네에. 두 가지 확인 못한 것만 빼면 나머지 성분은 모두 파악되었습니다.”
“그 나머지는 화학적으로 복제가 가능합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일단 제가 드렸던 것을 회수해야겠습니다.”
“네? 아, 네에.”
김지우 박사는 아끼던 보물을 빼앗기는 기분이 되었다. 하나 어쩌겠는가! 원래의 주인이 반환을 요구했다.
하여 플라스크에 담긴 것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가져왔다.
“절반은 실험용으로 남겨 드리겠습니다. 어떤 실험을 하든 상관이 없지만 외부로의 유출은 삼가주십시오.”
“네에.”
“그리고 이것에 대한 이야기로 외부로 나가면 안 됩니다.”
“물론이죠.”
김지우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들이 알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빼앗아갈 것이란 생각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절반으로 그것을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드렸던 것에 대한 분석은 어떻게 되었는지요?”
“아! 그것도 분석이 끝났습니다. 그것 역시 여러 성분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를 말씀드리자면…….”
김지우 박사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쉐리엔 즙과 냉동건조 후 분말화한 것에는 키토라이
트(Chitolite)와 유사한 성분이 들어 있다.
이것에 대한 설명에 앞서 키토산을 먼저 설명하자면 이것은 지방과 중성지방을 흡착하는 성분이다.
또한 지방이 소화되고 흡수되는 것을 막아 인체 내에 지방 섭취량 및 내장 지방의 축적을 막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일반 키토산은 자신 중량의 4∼6배가 되는 지방을 흡착한다.
그런데 키토라이트는 50∼90배나 되는 지방을 처리한다. 따라서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다이어트에 상당히 좋다.
그런데 현수가 준 것에서 키토라이트라 생각되는 성분을 추출하여 조사해 본 결과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김지우 박사가 ‘메가 키토라이트’라 이름 붙인 성분은 일반 키토산보다 거의 2,000배 가까운 지방을 흡착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돼지비계 또는 쇠고기의 지방 부분을 배불리 섭취하였다 하더라도 메가 키토라이트 한 캡슐을 복용하면 지방을 전혀 먹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게다가 철분이 상당히 많았다. 산소를 운반하는 작용이 있어 체지방의 연소를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사포닌과 레시틴 성분도 있다. 지방을 감소시켜 주는 효과가 있는 물질이다.
이밖에도 분석되지 않은 천연 성분이 있다.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이 물질은 체내의 지방을 안정적으로 연소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그럼으로도 체온이 약 1℃ 정도 상승한다고 한다.
체온이 1℃ 올라가면 면역력은 다섯 배가 좋아진다. 반면, 체온이 1℃ 떨어지면 면역력은 30% 정도가 감소한다.
일본의 의학자 이시하라 유미가 저술한 의학서적의 내용이다.
면역력이 높아지면 질병이나 스트레스에 지지 않는 튼튼한 신체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체온이 떨어져 면역력이 약해지면 두통, 소화불량, 피로, 다크서클, 불면, 설사, 변비, 비만, 아토피, 여드름, 생리 불순, 불임 등의 결과가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체온을 1℃ 정도 올리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학설이다.
그런데 쉐리엔의 즙이나 분말을 복용하면 체지방도 줄어들고, 면역력 또한 다섯 배나 증가한다니 일석이조이다.
특히 거친 분말로 만들게 되면 여성들의 적인 변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며 숙변을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숙변이 있으면 일산화탄소, 암모니아가스, 아황산가스 등 유독가스가 발생하고, 이들이 혈액 속으로 유입됨으로써 혈액이 산성화되어 각종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두통과 식욕부진도 숙변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질병 중에서도 위장병과 뇌일혈은 특히 더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또한 숙변은 여성들의 적인 기미를 야기시킨다.
쉐리엔의 성분이 이런 여러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게 해주는 것이다.
온갖 좋은 성분이 다 들었다고 하니 현수의 얼굴이 환히 펴진다.
“그래서 그 물질들은 합성할 수 있는 겁니까?”
“일부는 가능하지만 나머진 합성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흐음, 그래요?”
“그 식물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얻은 거라고 하셨지요?”
“네? 아, 네에.”
“다음에 가시면 대량으로 채취해서 보내주십시오. 그걸로 비만 치료제 또는 다이어트 식품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 알겠습니다. 다음에 가면 그렇게 하지요. 박사님은 합성이 가능한지 더 연구해 주십시오.”
“네에.”
김지우 박사는 흡족한 얼굴이다. 지금껏 없었던 신약을 만들어내는 기분이 든 탓이다.
“아이고, 김 사장님! 아침부터 웬일이십니까?”
민윤서 사장이 반색하며 환히 웃는다.
“사모님은 좀 어떠세요?”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젠 웬만한 집안일은 힘들다 소리 하지 않고 직접 합니다. 김 사장님께 진짜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민윤서가 정중히 고개까지 숙여 인사를 한다.
“에구, 은혜라니요. 동업자끼리…….”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지요. 그런데 어디서 그런 의술을 배운 겁니까? 김 사장님은 무역회사 안 하고 한의원만 차려도 떼돈 벌 겁니다.”
“……!”
현수가 대꾸하지 않자 민 사장이 말을 잇는다.
“국내에 근무력증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그 사람들만 치료해도 금방 빌딩 살 겁니다.”
“……!”
현수는 대꾸하지 않았다. 국내의 환자 전부를 치료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래서도 안 된다.
의사 면허증이 없으니 일체의 의료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더더군다나 돈을 받아서도 안 된다.
무면허 의료 행위로 처벌받기 때문이다.
아무튼 민윤서 사장은 아내가 병에 걸린 후 근무력증 환자의 보호자들이 개설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치료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그곳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고, 여러 가지 정보도 얻었다. 그러다 자신의 아내가 완치된 듯하여 무심코 글 하나를 남겼다.
신묘한 의술을 가진 젊은 의원이 아내를 완치시켰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쪽지가 빗발쳤다.
물론 그 의원이 누구냐는 것이며,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치료비를 얼마나 냈느냐는 것도 있었다.
그제야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윤영지 여사를 치료한 후 현수가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겐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카페에 가입할 때 최소한의 정보만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운영자라 할지라도 이메일 주소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민 사장은 아직 확인하지 않아서 모르지만 그의 이메일 계정에는 이 순간에도 메일이 쏟아지는 중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수십 개에 이르는 쪽지를 받아 열어본 민 사장은 마음이 무거웠다. 자신이 얼마 전까지 느끼고 있던 절망감이 느껴지는 사정들이 많았던 것이다.
집을 팔아서라도 사랑하는 남편을 살리려는 아내도 있었고, 사랑하는 아이가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모습이 눈물겨워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산다는 엄마도 있었다.
병든 친정 엄마가 마음에 걸려 일손이 잡히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는 효녀도 있었고, 죽음을 눈앞에 둔 아내가 세상을 떠나면 자신도 떠나겠다는 남편도 있었다.
그렇기에 현수의 눈치를 살피며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미안합니다.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닙니다. 그분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어 그러셨겠지요. 민 사장님의 그 마음을 압니다.”
“네에.”
“하지만 제가 나서서 치료를 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현행 의료법 때문이기도 하지만 치료에 앞서 복용시켜야 하는 약이 얼마 없기 때문입니다.”
“……!”
“제가 나서서 치료를 한다면 이제 두 명 정도 가능합니다. 그럼 나머지 분들은요?”
“으으음!”
민윤서 사장은 현수의 입장을 이해했다. 제약회사 사장이니 의료법 때문이라도 의료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안다.
게다가 약도 이제 겨우 두 병이 남았다면 그걸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쓰라고 할 수도 없다.
현수의 일가붙이 중에도 환자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
민윤서 사장은 입이 열 개 있어도 할 말이 없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씨 착한 현수가 어찌 모르는 척하겠는가!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들어가면 비방의 원료가 될 것이 더 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구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많이 구해오지요.”
“……!”
“그때 그분들을 치료해 줄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심려를 끼쳐 드려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참, 그때는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왜 그런지는 아시죠?”
“네에.”
의사면허증이 없으므로 문제 발생 소지를 없애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치료해 주겠다는 뜻을 어찌 모르겠는가!
“그나저나 콜레라와 홍역 백신은 얼마나 재고로 있습니까?”
“콜레라와 홍역이라고요? 잠시만요.”
민 사장은 자신의 책상으로 가 컴퓨터로 확인했다.
“흐음, 콜레라는 약 300만 명 정도 가능하구요. 홍역은 200만 명분이 있습니다.”
“유효기간은 많이 남은 겁니까?”
“아닙니다. 보건소 납품용으로 제조한 건데 계약이 틀어져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유효기간은 2년 정도 남은 겁니다.”
“그래요? 그거 각기 10만 명분을 주십시오.”
“네, 이실리프 무역상사로 보내 드리면 되죠?”
“아뇨, 이실리프 빌딩 지하 주차장으로 보내주십시오.”
“그러겠습니다.”
민윤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 동물약품들 제조도 신경 쓰고 계시죠?”
“물론입니다. 이실리프 축산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네에, 전 민 사장님만 믿습니다.”
“하하, 네에. 믿으셔도 됩니다.”
현수는 대한약품을 떠나 일회용 주사기를 제조하는 성심 의료기를 찾았다. 이곳에서 일회용 주사기와 주사바늘을 매입하기 위함이다.
“아이고, 이거 웬일이십니까?”
성심 의료기의 사장 김연철이 반색한다.
일회용 주사기는 이실리프 무역상사가 천지약품과 드모비치 상사로 수출하는 품목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곳은 첫 거래를 트기 위해 현수와 은정이 왔던 곳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바쁘시죠?”
“하하, 네에. 이실리프 무역상사와의 거래 덕분에 요즘 살맛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실제로 성심 의료기는 요즘 아주 바쁘게 돌아간다. 이실리프 무역상사에 납품하는 것 이외에도 상당량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때문이다.
“네에, 다행입니다. 그러셔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