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254화 (254/1,307)

# 254

한국과 지나산 의류를 수입하는 척하면서 금괴와 마약을 몰래 들여온 화원공사는 분명 삼합회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평범한 일반인은 마약 밀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지사장의 의견이 타당하다.

‘그랬단 말이지?’

현수는 남의 나라까지 진출해서 못된 짓을 하려는 지나놈들을 어찌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어차피 지나와는 척은 진 상황이다.

잉가댐 공사를 천지건설에서 수주했다는 이유만으로 저격수를 보낸 놈들이다. 따라서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다.

그렇다 하여 마약을 내놓고 가에탄 카구지에게 철퇴를 내려달라는 요청을 할 생각은 없다.

그 마약이 전부 소각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견물생심이라는 말로 설명된다.

현수는 아공간에 담아둔 필로폰과 엑스터시, 그리고 모르핀의 가치를 정확히 모른다.

필로폰 1㎏은 3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아공간에는 필로폰만 약 100㎏이 있다. 한국에서라면 2,00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이걸 내놓았을 경우 가에탄 카구지가 소각하라는 명령을 내려도 일부 빼돌려질 수 있다.

그렇기에 내놓을 수 없는 것이다.

“악은 악으로 갚는 게 가장 확실한 보복이지?”

현수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뭐라고? 방금 뭐라고 했어?”

“네? 아, 아닙니다. 그냥 딴 생각 좀 했어요.”

“하여간 고맙네. 자네 덕분에 위기를 넘겼어.”

“가드팀 팀장 주렙을 아직도 고용하고 있죠?”

“그래.”

“그럼, 오늘부턴 주렙을 포함한 보디가드들도 이곳에 머물도록 하세요.”

“그래, 그래야겠어.”

우지 기관총을 가진 네 명의 보디가드만 있으면 삼합회라 할지라도 접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지사장의 표정에 두려움이 비치지 않는 것이다.

놈들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순 있어도 죽이진 않을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늦잠에서 깬 마투바가 수선을 떨며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소란 끝에 등장한 것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전통음식인 모암베(Moambe)였다.

닭 가슴살이 주원료인 이것의 맛은 상당히 괜찮았다.

식사를 마치니 벌써 더워지기 시작한다. 에어컨을 틀고야 조금 나아졌다. 이춘만 지사장은 들여오고 사흘 만에 다 나간 약품을 채워 넣기 위해 추가주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지사장님, 에티오피아엔 콜레라와 홍역이 유행하고 있다는데 여긴 어때요? 백신이 필요하지 않아요?”

“필요하지. 그래서 이번 주문엔 백신이 상당히 많아.”

“그래요? 얼마나 필요한데요?”

“콜레라와 뇌막염은 2,000만, 홍역과 말라리아는 1,000만 명분을 납품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한 거예요?”

“그래, 근데 국내에 그만큼 백신이 있을까?”

“그건 제가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래, 그건 자네 소관이지. 하하, 이럴 땐 참 편해. 나는 주문만 하면 되니까. 안 그래?”

“이실리프 무역상사도 일은 해야지요.”

“하하! 그래, 그래!”

둘은 마주보고 웃었다. 나쁜 일도 아니고, 돈도 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참, 사모님은 어떠세요?”

“우리 마누라? 이젠 날 왕 대접하지. 전엔 핀잔도 주고 그랬는데 송금 액수가 늘어나서 그런지 요즘은 매일 전화해.”

“네에.”

무슨 뜻인지 어찌 모르겠는가!

아이들 교육을 핑계로 남편을 기러기 아빠로 만든 여자들이 상당히 많은 세상이다.

이런 여자 가운데 일부는 남편이 피땀 흘려 번 돈을 펑펑 써가면서 피트니스 클럽이나 백화점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사내놈과 눈이 맞으면 바람을 피운다. 남편이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니 아이들 눈만 속이면 된다.

같은 한국인이랑 그러면 국내까지 소식이 전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비밀이 보장되는 백인 또는 흑인들과 어울린다.

겉보기엔 조신한 척하지만 점차 걸레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러다 남편의 경제적 능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이혼장을 보낸다. 단물만 쪽 빨아먹고 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기러기 엄마들이 다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극히 일부가 전체의 물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이 지사장의 부인이 어떤지는 모른다. 하지만 좋아졌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고개를 끄덕여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어주었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네, 천지약품입니다. 네, 네! 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마투바가 다가온다.

“미스터 킴! 지금 즉시 내무장관님께 오라는 전화예요.”

“알았어.”

현수는 후다닥 샤워를 하곤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오늘 대통령을 만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 어서 오게. 잠은 잘 잤는가?”

“네, 염려 덕분에…….”

“가세, 대통령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네.”

“네.”

역시 예감이 무섭다. 현수는 자신의 차를 두고 장관과 함께 대통령궁으로 갔다.

면담 절차를 밟고 들어서니 감색 정장을 걸친 죠셉 카빌라 대통령이 서류에 사인하고 있다.

카빌라는 71년생이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43살이다. 그런데 재선되어 임기 중에 있다.

“하하! 어서 오시오.”

“네, 대통령님! 천지약품의 김현수입니다.”

악수를 하며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직책으로나 나이로나 그렇게 해야 할 사람이다.

“오늘 아침 내무장관과 관계자들로부터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내용이 있어 오시도록 했는데 혹시 불편한 것은 아닙니까?”

“물론, 아닙니다. 불러주셔서 영광입니다.”

전에도 본 적이 있지만 현수는 최대한 예의를 갖췄다.

“그럼 자리에 앉아 이야기해 봅시다.”

“네.”

현수와 가에탄 카구지 장관이 자리에 앉자 비서가 홍차를 내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선다.

그중 셋은 어제 보았던 인물들이다.

“이쪽은 국회의장인 에바리스트 보샵이네.”

“반갑습니다. 천지약품의 김현수입니다.”

“이쪽은 농업부의 허버트 람마자니(Hubert Ali Ramazani) 장관이고, 이쪽은 조림 및 벌목 담당인 데이빗 루감바(David Rugamba) 국장일세.”

“반갑습니다. 천지약품의 김현수라 합니다.”

악수와 인사, 그리고 명함 교환이 이루어졌다.

잠시 후, 서열대로 자리가 정해졌다. 그리곤 여러 가지 질문이 쏟아졌다.

현수는 또 한 번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설명이 마쳐질 즈음 가급적 빠른 결정을 당부했다.

결정이 늦어지면 농지 개간이 늦어진다. 이는 식량 생산에도 문제가 된다는 뜻이다.

현수를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대통령은 현수에게 잠시 대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여 홀로 밖으로 나와 대통령궁을 산책하듯 돌아다녔다.

그런데 좀처럼 부르질 않는다. 하여 전망 좋은 테라스의 테이블에 앉아 음료수를 홀짝였다. 대통령의 비서 가운데 하나가 따라다녔기에 어디든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분주한 발걸음으로 움직였다. 모두 자신 때문에 오는 것일 것이다.

현수는 자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것임을 직감했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이 느긋해졌기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

머릿속엔 분해된 엔진부품들이 있다. 어찌하면 엔진 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보면 졸려서 조는 듯한 모습니다.

점심시간이 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하여 비서의 안내를 받아 홀로 먹게 되었다. 오후 3시가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만 몰려들 뿐 아무런 소식이 없자 무료해졌다.

하여 개설될 현장에 가봐야 하는 생각을 했다.

컨테이너가 도착했으니 천지건설은 세 개의 팀으로 나뉘게 된다. 첫째는 현장까지 도로 개설을 위한 팀이다.

이들은 벌목과 맹수 퇴치 작업까지 해야 한다.

둘째는 선두팀이 지정한 곳을 따라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 셋째는 건설팀이다.

현수는 현장 기술자가 아니므로 시공식을 할 때, 그리고 준공식을 할 때 딱 두 번만 참가하면 된다.

하지만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시공식이 열리기 전에 얼굴이라도 한 번 비춰야 한다. 그렇기에 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현장에 가볼 생각을 품었다.

이때 전화가 울린다.

부르르르릉! 부르르르릉―!

이 전화는 오늘 아침 이춘만 지사장이 준 위성전화이다. 언제 어느 곳에 있든 연락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흐음, 뭔 일 있나? 여보세요.”

“아! 김 과장?”

“네, 지사장님! 무슨 일 있습니까?”

“그래. 러시아의 드모비치 상사라는 곳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이 번호를 알려줘도 되나 싶어서 전화했네.”

“드모비치요? 알려주셔도 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랍니까?”

“그거야 나는 모르지. 근데 지금 어디에 있나?”

“여긴 대통령궁이에요.”

“아직도……? 알았네.”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진동을 한다.

부우우웅! 부우우우웅!

“여보세요.”

“아! 김 사장님.”

“네, 미스터 지르코프?”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저요? 전 지금 대통령궁에 와 있습니다.”

“대통령궁이요?”

지르코프의 음성이 놀람이 확연하게 묻어 있다. 일개 외국인이 대통령궁에 들어가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네. 대통령님의 호출이 있어 들어와 있습니다.”

“아! 그럼 이따가 나오는 대로 연락 주시겠습니까?”

“그러지요.”

전화를 끊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던 것이다. 이때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비서가 이어폰을 누르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곤 천천히 다가왔다.

“미스터 킴! 대통령님께서 부르십니다.”

“알겠습니다.”

비서를 따라 간 곳은 대통령의 집무실이 아니다. 브리핑 룸처럼 보이는 제법 규모가 큰 방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 있다. 30여 명은 되어 보인다.

현수의 모습이 보이자 대통령이 환한 웃음을 짓는다.

“아! 어서 오시게.”

“네, 대통령님!”

현수가 대통령의 우측에 앉자 가에탄 카구지 내무장관이 지시봉을 들었다.

탁자에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지형도가 펼쳐져 있었다.

“우리 정부에서는 자네에게 이곳의 땅 1,500㎢를 200년간 불하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네.”

“네에……?”

현수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이야기한 것은 330㎢이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약 1억 평이다.

그런데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거의 다섯 배인 1,500㎢를 불하해 준다고 한다. 약 4억 5,370만 평이나 된다.

2012년 현재 서울시 전체 면적은 약 1억 8,300만 평이다.

그것의 2.5배가 넘는 면적을 불하해 준다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게다가 애초의 요구는 100년 불하였는데 그 기간이 200년으로 늘어났다.

그렇기에 깜짝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가에탄 카구지는 이를 곤란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초기 투자비용이 어마어마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미스터 킴! 기왕에 하는 것이니 처음부터 규모 있게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장관은 현수의 눈치를 살피는 듯했다. 일개 외국인에게 어마어마한 넓이의 국토를 개발해 달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편 현수는 갑자기 규모가 엄청나게 뻥튀기가 되어 얼떨떨한 상황이다. 이때 장관의 발언이 이어졌다.

“대신 자네가 요구한 대로 그곳까지의 도로를 개설해 주겠네. 아울러 안전을 위한 군대도 인근에 주둔시키기로 하겠네.”

“장관님……!”

현수가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장관이 먼저 입을 연다.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못하겠다거나, 안 하겠다는 발언이 나와선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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