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255화 (255/1,307)

# 255

3장 갈수록 태산

2011년에 재선된 죠셉 카빌라 대통령의 공약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병원 및 보건소를 확충할 것이며, 광업 의존도를 축소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농촌 개발 및 농업 생산력의 증대와 잉가댐 개발을 통한 전력 및 식수 공급 확대 등이었다.

이중 현수가 시행하려는 사업은 일자리 창출, 병원 및 보건소 확충, 그리고 농촌 개발 밀 농업 생산력 증가와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댐을 제외하곤 대통령의 모든 공약 사항들이 집약되어 있는 사업이다.

게다가 정부의 지출은 얼마 되지 않는다. 현지까지의 도로 개설엔 분명 엄청난 돈이 든다.

하지만 도로 개설은 이미 계획되어 있고 예산도 편성되어 있다. 다른 곳으로 향하려던 것을 노선만 바꾸면 된다.

콩고민주공화국 정부 입장에선 손 안 대고 코푸는 셈이다.

그렇기에 현수에게 더 많은 짐을 떠넘기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현수에게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계좌로 입금되어 있는 돈과 황금, 그리고 천지약품에서 발생되는 수익만으론 부족하다. 하지만 현수의 배후라 할 수 있는 천지건설에서 달려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잉가댐 건설에서 발생되는 수익과 한국 금융권에서 막대한 대출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불가능을 모르는 민족이다.

1950년에 일어난 전쟁의 결과 한국은 처참한 폐허가 되었다. 하지만 불과 60년 만에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선진국이다.

그렇기에 현수에게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큰 농토 제공을 제안한 것이다.

현수는 천지건설에 손을 내밀 생각이 전혀 없지만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뇌부는 거기까지 생각한 것이다.

대신 200년 불하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현수에게는 1,500㎢가 엄청난 넓이이다. 서울 전체 넓이의 2.5배이니 왜 안 그렇겠는가!

대한민국 전체 넓이가 99,646㎢이니 그 중 1.5%나 되는 넓이이다.

하지만 콩고민주공화국의 면적에 비교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된다. 2,345,410㎢ 중에서 1,500㎢는 0.06%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면적이다.

게다가 그 지역은 개발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에 밀려 있던 곳이다. 다시 말해 콩고민주공화국이 살 만한 나라가 되더라도 아주 나중에야 그 혜택을 볼 만한 지역이다.

아무튼 콩고민주공화국의 면적은 대한민국의 23.5배가 넘는다. 그렇기에 큰 부담 없이 1,500㎢를 제안한 것이다.

“미스터 킴! 그곳을 불하 기간 200년에 치외법권 지역으로 지정해 줄 수도 있네.”

“네……?”

치외법권이라 함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사법권이 전혀 발휘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현수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작은 나라의 왕쯤 되는 것이다. 물론 콩고민주공화국이 다른 나라에 병합되지 않는 한이다.

“자네가 말한 지역을 면밀히 살펴보았네. 농토 개발이 마쳐지면 많은 중장비가 유휴하게 될 것이네. 그것의 활용을 위해 추가로 1,500㎢를 더 불하해 줄 수도 있네.”

“끄으응!”

현수는 감도 오지 않는 어마어마한 넓이에 침음을 삼켰다.

3,000㎢는 9억 평이 넘는 넓이이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중 절반은 원가에 20%의 마진을 붙여 정부에 납품해 주게.”

“……!”

현수가 아무런 대답도 없자 장관의 말이 이어졌다.

“치외법권으로 지정되면 우리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네. 아울러 이실리프 농산 및 이실리프 축산에서 내야 할 법인세 역시 대폭 감면해 주겠네.”

“……!”

“그리고 이실리프 농장과 이실리프 축산에게 제공될 토지 역시 각각 750㎢로 늘려줄 것이네.”

“네에?”

현수가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자 이번엔 대통령이 나

선다.

“아! 그 땅은 당장 개발하라는 것이 아니네. 그만한 토지를 불하할 것이니 여력이 생기는 대로 개발하면 될 것이네.”

“아! 네에.”

현수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쉰다는 느낌이다.

현재의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반감을 가진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이들을 다독일 유화책이 필요하며,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런 시점에서 현수가 제안한 이실리프 농산과 농장, 그리고 이실리프 축산 및 임가공은 아주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규모가 작으면 반대 세력의 비웃음을 받아야 한다.

만일 현수가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1,500㎢짜리 이실리프 농산과, 각각 750㎢짜리 이실리프 농장과 이실리프 축산을 개발한다고 하면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엄청난 일자리 창출과 농업 생산량의 대폭적인 증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 크면 클수록 좋은 상황인 것이다.

아무튼 사람들은 모두 현수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 순간, 현수는 엄청나게 넓어진 넓이를 생각하며 생산량 등을 계산해 보고 있었다.

1,500㎢ 중 3분의 1인 500㎢에서 생산될 쌀의 양은 약 75만 톤 정도 된다. 한국의 1인당 소비량으로 계산해 보면 1,100만 명 가량이 1년간 먹고살 분량이다.

500㎢에 옥수수를 재배하면 약 85만 톤이 생산된다.

나머지 500㎢에는 고구마와 감자, 콩, 깨 등을 심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재배 환경이 적합해야 한다.

그럴 경우 엄청난 양의 수확이 기대된다.

‘흐음! 땅을 많이 줘서 좋기는 한데 내가 그걸 다 개발해 낼 수 있을까?’

현수는 계산이 되지 않아 막막한 심정이었다. 이때 가에탄 카구지가 또 하나의 제안을 한다.

현수가 망설이다 거절할까 싶어 마지막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물론 이 내용은 사전에 전부 논의된 것이다.

“이실리프 농장과 이실리프 축산 지역 역시 치외법권으로 지정해 주겠네. 당연히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네.”

“네에?”

“다만 그곳에서 생산되는 양의 절반 이상을 적절한 가격에 우리 정부에게 납품해야 한다는 조건이네.”

“……?”

현수는 이들이 대체 왜 이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가에탄 카구지와 몇몇 인사들에겐 어펜시브 참이라는 마법이 걸려서 그렇다고 친다.

그런데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머지 인사들까지 어서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현수 입장에선 너무 후한 대접이라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콩고민주공화국 정부가 처한 현재의 입장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정리해 주겠네. 오자이르 지역에 만들어질 이실리프 농산은 1차로 1,500㎢를 200년간 치외법권 지역으로 제공하겠네. 2차로 1,500㎢를 더 줄 수도 있네. 반둔두 지역에 만들어질 이실리프 농장과 이실리프 축산단지는 각기 750㎢가 제공되며 이곳 역시 치외법권 지역으로 선포하겠네.”

“……!”

“대신 그곳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절반은 우리 정부에 납품하게. 물론 적절한 마진을 보장하겠네.”

“끄으응……!”

갑자기 어마어마해진 규모에 현수가 침음을 삼켰다. 이를 곤란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장관이 또 한 번 입을 연다.

“향후 이실리프 그룹은 우리 정부의 최우선적인 혜택을 받을 것이네. 무엇을 들여오던 관세를 없애주지. 원한다면 천지약품 역시 이실리프 그룹에 넣어줄 수도 있네.”

이제 더 이상의 제안은 없다는 듯 모두의 입이 닫혔다. 그리곤 현수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현수는 그 침묵을 이 자리에서 결정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잠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이 된 것이다.

“좋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이실리프 농산의 경우는 여력이 되는 대로 개간한다는 조건으로 3,000㎢를 주십시오. 나중에 주시면 추가로 개발 계획을 입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좋네. 그렇게 하지. 또 있나?”

“네, 이실리프 농산까지 개설되는 도로공사도 제게 일임해 주십시오.”

이번엔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인다.

“천지건설에서 공사를 해준다면 기꺼이 그리하겠네. 다만 공사비 지불 여력이 부족하니 부족한 부분은 전과 같이 광물을 채광하여 가는 조건이면 좋겠네.”

“네, 그렇게 이야기하겠습니다.”

“또 다른 조건이 있나?”

“없습니다.”

“고맙네, 제안을 받아들여줘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특별법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겠네.”

“네, 저도 감사드립니다. 외국인인 제게 너무 파격적인 제안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니지, 듣자하니 시민권과 영주권을 받았다면서? 그렇다면 우리 국민이네. 하하하!”

죠셉 카빌라 대통령이 환한 웃음을 짓는다. 그와 동시에 거의 모든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졌다.

현수는 대통령을 비롯한 장내의 모든 인원들과 악수를 했다. 이들은 현 정부의 실세들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현수는 계속해서 ‘마나여, 이들이 내게 지극한 호감을 갖게 하라. 어펜시브 참!’이라는 마법을 구현시켰다.

이제 나머지 사소한 일들은 이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을 것이다.

남의 나라에 와서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막대한 돈이 들 것이다. 그건 아공간에 담긴 보물들만으로도 충당될 것이다.

현수는 졸지에 두 지역의 왕이 되었다. 하나는 넓이가 3,000㎢이고, 다른 하나는 1,500㎢이다.

인구 53만여 명이 사는 제주도의 넓이가 977.77㎢라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넓이이다.

“원래… 이 사람들 이렇게 통이 컸나?”

대통령궁을 나서는 차 안에서 현수가 중얼거린 말이다. 그런데 현수가 타고 왔던 산타페가 아니다.

현재 현수가 타고 있는 차는 벤츠 방탄차이다. 오늘부터 주요인사로 분류되어 특급 경호를 받게 된 것이다.

현수에게 배당된 경호원의 수는 24명이다. 이들은 8인 1조가 되어 24시간을 3교대한다.

잠자는 시간에도 경호를 받게 된 것이다.

이들에겐 권총과 기관총, 그리고 막강한 권력이 부여되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군대까지 동원할 수 있다.

불편하다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대통령과 내무장관은 경호가 꼭 필요하다면서 강권했다.

“끄으응! 그나저나 이제 어쩌나?”

“보스! 어디 불편하십니까?”

현수가 나직한 침음을 내자 앞좌석에 앉은 피터스 가가바가 묻는다. 경호팀 1팀장이다.

“아니에요.”

“불편하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보스!”

“알겠습니다.”

현수는 입을 다문 채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머릿속의 수많은 상념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차는 지르코프가 선물한 저택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쿵! 쿠쿵! 쿠쿠쿵!

두툼한 자동차 문이 닫히는 소리에 이어 피터스 가가바의 음성이 들린다.

“보스, 저택에 도착하였습니다.”

“아! 수고했어요.”

상념 속에 있던 현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에서 내리니 혹시 있을지 모를 저격에 대한 대비를 하는 듯 경호원들이 다가선다. 소위 말하는 밀착 경호이다.

불편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배치된 경호원들이다. 현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현관으로 들어섰다.

“오셨어요? 주인님!”

바닥 청소를 하고 있던 하녀가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현수는 갑작스레 변한 환경에 적응되지 않았다.

‘그래, 여길 아르센 대륙이라고 생각하자. 난 코리아 제국의 백작이고……!’

마음을 굳힌 현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아가씨의 이름은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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