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257화 (257/1,307)

# 257

“그럼 제가 세계 최초예요?”

눈빛을 반짝인다. 은정과 수진, 그리고 지혜에게도 주었지만 그건 벌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것은 캡슐 속에 넣었으니 제품으로서의 모양새는 갖춘 셈이다. 그렇기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 이리냐가 세계 최초의 사용자야. 아마 조만간 러시아에서도 판매가 될 거야.”

“정말요?”

깜짝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뜬다.

‘그러고 보니 이 제품의 모델은 이리냐가 하면 되겠군.’

특급 모델 뺨칠 정도의 몸매에 여신이 하강한 듯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으니 광고에 적격임이 분명하다.

마음을 굳힌 현수가 입을 열었다.

“그래, 그리고 조만간 시간 내서 광고 촬영을 해. 내가 촬영팀을 노보로시스크로 보낼 테니까. 알았지?”

“네에?”

“대한약품은 내가 잘 아는 제약사야. 그러니 이리냐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힘써준다는 뜻이야.”

“어머, 정말요? 정말, 내가 모델을 해요? 꺄악……! 미스트르 킴, 너무 좋아요. 아아! 사랑해요.”

쪼옥―!

팔짝 뛰면서 현수의 목을 끌어안은 이리냐가 입술을 맞췄다. 그리곤 기쁘다는 듯 환한 웃음을 짓는다.

‘휴우! 이제 한숨 돌렸군.’

현수는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었다. 물론 통화 상대는 대한약품 민윤서 사장이다.

4장 도로 공사를 수주하다!

현재 김지우 박사의 임상실험이 진행되는 중이다. 그런데 그 효과가 놀라울 정도로 탁월하여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인체에 해가 될 부작용은 없다고 한다. 하여 조만간 이 제품을 출시하고 싶으니 원료 공급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했다.

합성보다는 천연이 소비자들에게 먹힌다는 것이다.

현수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답변하였다.

이곳 콩고민주공화국의 정글 속에 자생하고 있으니 채집하여 분말 형태로 보내겠다고 하였다.

상품명은 쉐리엔으로 결정되었다.

핸드폰으로 이리냐의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민윤서 사장은 어디서 이런 특급 모델을 알게 되었느냐면서 만족해한다.

모델 문제는 확정된 것이다. 광고 콘티를 짜서 조만간 노보로시스크로 촬영팀을 파견하라고 하였다. 이리냐가 학업 중인지라 한국으로의 여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개런티를 지급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현수는 그게 자신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될 것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리냐가 모델료로 받는 돈은 전부 항공비로 쓰인다. 다시 말해 노보로시스크에서 이곳 킨샤사까지 오는 비행기 삯이 된다. 언제든 오라고 했으니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아무튼 민윤서 사장과 현수는 그밖의 내용으로도 통화를 했다.

에티오피아 및 콩고민주공화국에 수출할 각종 백신 제조에 관한 것이 첫 번째였다.

이미 오더가 떨어진 콜레라와 뇌막염 2,000만, 그리고 홍역과 말라리아 백신은 각각 1,000만 명분을 주문했다.

당연히 놀라 자빠진다. 대한약품을 풀가동해도 납기를 마칠 수 없다고 엄살 부렸다.

결국 이웃에 매물로 나온 공장 두 개를 더 사들여 확장하는 것으로 이야기되었다.

둘째는 축산을 위한 동물의약품 생산과 개발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의 대단위 축산단지가 조성될 것이라는 말을 했더니 깜짝 놀란다.

하긴 이 세상 어디에 750㎢나 되는 단일 축산단지가 있겠는가! 2억 2천만 평이 넘는 어마어마한 넓이이다.

애초의 계획은 한우 20만, 젖소 5만, 돼지 70만, 육계 1천만, 산란계 600만 마리를 사육할 예정이었다.

이 모든 수치는 국내 사육두수의 약 10% 정도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대폭 상향되어야 한다.

한우 300만, 젖소 60만, 돼지 800만, 육계 1억, 산란계 6,500만, 오리 1,500만 마리를 사육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에서 사육되는 가축보다도 많다.

그리고 이 정도면 콩고민주공화국 내수 시장을 100% 충족시키고도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들에게 사용할 가축약품이 얼마나 다양하고 양도 많겠는가! 바야흐로 대한동물의약품은 돈 방석 위에 앉을 상황이다.

물론 그 수익은 민윤서 사장과 현수가 반분하게 될 것이다.

현수는 민 사장에게 실력 있는 수의사들을 수배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또한 종우, 종돈 등을 최대한 많이 구해달라는 뜻도 전했다.

셋째는 회복 포션의 합성에 관한 것이다.

딱 두 가지를 제외한 다른 물질들은 자연으로부터 얻어내거나 합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 두 가지 물질만 해결되면 상품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물었더니 일종의 효소 같은데 그 기능과 효과를 알 수 없다고 한다.

두 가지 물질을 뺀 나머지 물질로만 회복 포션을 제조했는데 효과가 너무 미미하다고 한다.

이를 굳이 수치로 비교하자면 2 대 100이다. 다시 말해 두 가지 물질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효소(Enzyme)는 각종 화학반응에서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나 반응속도를 빠르게 하는 단백질이다.

다시 말해, 단백질로 만들어진 일종의 촉매라고 할 수 있다.

현수는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유사구조 단백질을 만들어보라는 말을 했다.

통화를 마치곤 주방으로 향했다. 현수는 그간 갈고닦은 실력으로 이리냐만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줬다.

이리냐는 시간 끌기라는 것을 모른 채 마냥 행복해했다.

식사 후, 둘은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공항으로 향했다. 떨어지기 아쉽다는 듯 처연한 눈빛을 냈지만 어쩌겠는가!

비행기의 이륙 시간은 정해져 있고, 이젠 그 사이에 무언가를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결국 공항으로 가는 내내 손을 꼭 잡은 채 현수의 품에 안겨 있었던 것이 전부이다.

앞좌석에 경호원이 있기에 아무것도 못한 것이다.

“휴우! 다행이야.”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을 본 현수는 나직한 한숨을 쉬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이리냐를 안았어야 했기 때문이다.

현수는 천지약품으로 향했다.

“어서 오게.”

“네, 지사장님!”

“그래, 대통령궁에서의 일은 잘 되었나?”

“예상 외로 규모가 더 커져야 하는 걸 빼면 잘 된 겁니다.”

“규모가 더 커져?”

반둔두 지역에 조성될 거대 농장이 더 커진다는 말에 놀라는 듯하다.

“네, 반둔두에는 1,500㎢, 오자이르 지역엔 3,000㎢ 규모의 농장을 만들어 보라네요.”

“허억……!”

이춘만 지사장의 입이 딱 벌어진다. 그리곤 말이 없었다. 상상 이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큰일이에요. 그만한 것들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데……. 쩌업!”

현수가 짐짓 고심해야 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셨다. 이에 이 지사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결심했다는 듯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뗀다.

“내 돈이라도 필요하면 언제든 말만 하게. 필요한 돈에 비하면 조족지혈이겠지만 그래도 내놓겠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현수가 이런 말을 한 것은 굳이 돈을 빌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공간에 담겨 있는 히로부미의 황금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남는다.

다만 황금을 어찌 처분할 것인지만 문제되는 상황이다.

“아니네. 언제든 필요하면 말만 하게. 돈 쌓아놓고 있어봐야 뭐하겠는가? 좋은 일 하는 데 써야지.”

“네에, 고맙습니다. 참, 깜박하고 말씀 안 드린 게 있어요.”

“뭐지?”

“오자이르 지역에 조성될 농토까지 도로 개설을 해야 해요.”

“거기까지라면 엄청나게 먼 곳인데?”

“네, 이곳 킨샤사로부터 직선거리만 1,600㎞예요. 그래서 총연장은 2,000㎞가 넘을지도 몰라요.”

“휘유∼! 경부고속도로가 428㎞인데 그럼 그거의 다섯 배 정도 되는 길이이군.”

이춘만 지사장은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수는 또 한 번 장난기가 돋았다.

“지사장님! 우리 저번처럼 해외영업부 최 부장님 놀라게 할까요?”

“최 부장님을 놀려? 뭐로?”

이 지사장은 대체 무슨 뜻이냐는 표정이었다.

“네, 그 공사 제가 땄거든요.”

“뭐어……? 그, 그 공사를 진짜……?”

이춘만 지사장은 눈이 튀어나오려고 한다. 못 믿겠다는 표정이다. 하여 현수는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 총연장 2,000㎞짜리 4차선 도로를 만들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당 200억 원은 든다.

부지 비용을 뺀 공사비만이다.

이곳은 그보다는 훨씬 적게 든다. 인건비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런 산업 기반도 없는 울창한 정글을 개간하면서 공사를 하려면 한국만큼, 또는 그 이상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 공사 이외의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악어 같은 맹수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든지, 인부들을 위한 견고한 숙소를 지어야 한다든지 하는 비용이다.

따라서 현수가 수주한 4차선 도로 공사의 비용은 40조 원짜리가 될 수도 있다.

현수가 수주한 잉가댐 및 발전소 건설 공사비 총액은 57억 달러였다. 한국 돈으로 따지면 약 6조원이다.

그 결과 현수는 두 계급 승차와 3개월 유급 휴가, 그리고 2,000%의 보너스를 받았다.

그런데 오늘 그것의 약 6.7배나 되는 공사를 땄다고 한다.

이춘만 지사장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런 대규모 공사는 사전에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진다.

그러는 과정에서 정보가 샌다. 곧이어 소문이 번지고, 그 결과 파리 떼처럼 건설회사의 로비스트들이 꼬인다.

뇌물이 오가는 로비가 진행되는 과정만 최소 수년이다.

그런데 아무런 조짐도 없던 엄청난 공사를 떡하니 땄다고 하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저, 정말인가?”

“하하, 네에. 제가 언제 지사장님 속이던가요?”

“그, 그야 그렇지만……. 세상에, 세상에 어떻게……!”

이춘만 지사장은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약 380억 달러짜리 공사라니 입이 딱 벌어진 것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은 건설 비용의 15%는 현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는 원유와 광물을 채취해 가는 것으로 해달라고 하였다.

원유는 천지그룹의 자회사인 천지정유에서 가져가면 되고, 주석과 금, 그리고 구리와 콜탄 등을 가져가면 된다.

같은 시각, 콩고민주공화국 건설부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킨샤사로부터 국토의 북동부에 위치한 오자이르 지역까지의 도로 건설 노선을 검토하려는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의 특명인지라 모든 공무원들이 총동원되어 최상의 노선을 결정짓고 있다.

정부에선 이번 공사를 ‘국토의 대동맥 건설사업’이라 명칭을 붙였다. 이 도로가 메인이 되어 북동부 지역 곳곳으로 길이 닦여질 것이다.

일련의 작업 끝에 만들어진 도로의 총연장은 2,300여㎞가 된다. 공사비 46조 원짜리 엄청난 대역사가 되는 것이다.

달러화로 환산하면 약 437억 달러이다.

현수로부터 설명을 들은 이춘만 지사장은 그래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공사였던 것이다.

“어때요? 또 한 번 장난치실 거죠?”

“오케이! 하하, 심심한데 잘 되었네. 후후후!”

이 지사장 역시 신난다는 표정이다. 시차를 확인해 보니 한국은 현재 아침 7시이다. 회사엔 출근하기 전이므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링! 띠리링! 띠리리리링!

꽤 오랫동안 신호음이 가는데도 받질 않는다. 그래서 끊으려는데 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아! 최 부장님, 여기 킨샤삽니다.”

“킨샤사……? 아, 이춘만 지사장입니까?”

“네, 부장님! 별고 없으시죠?”

“으음, 그럼요.”

음성을 들어보니 아침 식사 중인 모양이다.

“아! 식사 중이시군요. 그럼 조금 이따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9시쯤 회사로 전화 드리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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