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
“뭐라고? 그래서? 그래서? 근데? 뭐어……? 아, 알았어. 그래, 내가 연락해서 지원군을 보내도록 해줄게. 그래. 버텨봐. 응, 응! 알았네. 그래.”
전화를 내려놓는 지사장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세요?”
“큰일이 났네. 지금 우리 직원들이 공격받고 있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공격을 받다니요?”
“잉가댐 건설 현장에 나가 있는 실측팀이 반군들로부터 총격을 받고 있다고.”
“네에……? 거긴 군인들이 호위해 주고 있잖아요?”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반군 또는 혹시 있을지 모를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천지건설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 바 있다.
잉가댐 건설 공사에 파견된 것은 일개 중대이다. 총인원 100명이 3교대하며 24시간 보호하고 있다.
일전에 가에탄 카구지로부터 들어 아는 내용이다.
“그래, 근데 그들 전부 죽었대.”
“네에?”
“현재 우리 직원들이 군인들이 쓰던 총을 회수하여 대응사격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군. 가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네.”
이 지사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정부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했다. 군인들이 모두 죽었다면 모르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대경실색한다. 그리곤 즉각 사태 파악을 위해 현장으로 가겠다고 한다. 아울러 구원 병력들이 출동하도록 연락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곳으로부터 그곳까지의 거리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 상황이 끝난 후에나 당도한다.
“이보게, 김 과장……! 어라, 이 친구 어딜 갔지?”
전화를 끊은 이 지사장은 서둘러 현수를 찾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어라, 이 친구 어딜 간 거지? 화장실엘 갔나?”
사라진 현수를 찾아 이 지사장이 두리번거릴 때 현수는 킨샤사 공항으로 텔레포트 하는 중이었다.
“아! 찾았네. 이봐요. 빌마오 씨.”
“어라! 미스터 킴! 또 보네요.”
“네, 근데 지금 비행기 전세 낼 수 있죠?”
“그럼 당연히 있지. 왜 어딜 또 가게?”
일전에 현수를 태우고 비행을 했던 60대 비행사는 요즘 일이 없어 노는 중이다. 그러니 반색하며 되물은 것이다.
“네, 잉가댐 건설 현장까지 태워다 주세요.”
“거길 갔다 오게?”
“아뇨, 거기서 내려야 해요.”
“그 근처엔 활주로가 없는데?”
“낙하산 있잖아요.”
“뭐어……?”
“하여간 지금 즉시 출발해야 해요. 이야긴 나중에 하고 얼른 관제탑에 알려요. 이륙하겠다고.”
“아, 알았네.”
비행사 빌마오와 현수는 낡은 세스나에 탑승했다. 그리곤 곧장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솟았다.
가는 내내 무슨 일이냐는 물음을 받았기에 공격받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왜 가냐는 말에 가서 도와야 한다고 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동료들을 구해야 한다는 말에 비행사는 입을 딱 벌렸다.
콩고민주공화국에는 공수특전사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낡은 세스나는 쉬지 않고 비행했다. 가는 동안 중간에 내려 급유를 해야 했다.
세스나의 항속거리는 1,000㎞ 남짓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잉가댐 인근 상공에 당도하자 현수는 낙하산을 등에 맨 채 뛰어내릴 기회를 엿보았다.
인근 상공을 두어 번 선회하는 동안 반군들의 위치와 수효는 대강 파악이 되었다.
“조심하게.”
“네, 태워다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 또 보세.”
“네에. 이잇!”
말을 마친 현수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렸다. 아찔한 정도로 빠른 속력으로 땅이 가까워진다.
현수는 낙하산을 펼칠 생각이 없다. 반군들의 시선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펼치지 않을 수도 없다.
나중에 뭐라 할 것인가!
하여 낙하산이 펼쳐지도록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활짝 펼쳐짐과 동시에 강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예상대로 총탄이 날아든다.
이에 현수는 얼른 낙하산을 벗어 던졌다. 그러자 쏜살처럼 떨어지기 시작한다.
“플라이!”
일정 고도에 이르러 마법을 구현시키니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잠시 비행을 했다.
그러는 동안 요란한 총격음이 들린다.
일부는 천지건설 직원들에게 쏘는 것이고, 일부는 떨어지고 있는 낙하산을 향한 것이다.
탕, 탕! 타타탕! 타타타타타탕! 탕, 탕! 타타탕!
천지건설 직원들은 은신하고 있기에 정확한 인원 파악이 어렵다. 반면 반군들의 수효는 쉽게 파악된다.
그들의 뒤쪽에 내린 때문이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정확한 인원 파악을 했다.
텔레스코프 마법으로 현장을 확인해 보니 벌써 몇몇 직원들이 부상을 당한 듯하다.
반군은 약 300여 명이다. 아예 작정을 하고 온 모양이다.
천지건설 직원들은 엄폐와 은폐를 한 채 간간히 반격했다. 그렇기에 반군들이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다. 천지건설 직원들의 배후 쪽으로 접근하는 일단의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현수는 아공간에 담긴 총을 꺼냈다. 저격수들의 로망인 체이탁이다. 능숙한 솜씨로 조준하고 사격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육군에서도 그 탁월함을 인정한 특등사수 중의 특등사수가 저격전용 총을 들었다.
그 결과가 어떠하겠는가!
탕, 탕, 탕, 탕, 탕!
한 발 한 발 총탄이 발사될 때마다 천지건설 직원들의 뒤쪽으로 다가가던 놈들의 머리가 터져 나간다.
놈들을 죽이지 않으면 동료가 부상당하거나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One Shot, One Kill을 한 것이다.
체이탁을 떠난 총알의 수효는 36개이다. 그리고 그 숫자만큼 시체가 만들어졌다.
엄연한 살인이지만 이것은 생존을 위한 반격이다.
가장 큰 위험을 제거한 현수는 기관총을 쏘는 놈들 먼저 골라 저격을 시도했다.
타타타타탕! 두두두두! 두두두두!
탕, 탕, 탕, 탕!
기관총 소리에 현수가 총 쏘는 소리가 묻힌다. 하지만 모든 총알은 제 할 일을 했다. 단 한 발도 헛되지 않았던 것이다.
기관총 사수들을 모두 제거한 현수는 나머지 병력들에 대한 사격을 실시했다. 어느 순간, 반군들은 누군가 뒤쪽에서 공격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일제히 시선을 돌린다.
“퍼펙트 트렌스페어런시!”
현수의 신형이 공간 속에서 사라졌다. 물론 체이탁도 보이지 않는다.
현수는 차근차근 반군들의 숫자를 줄여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 스코프에 비친 인물이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계속 흑인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동양인이 등장한 것이다.
방아쇠를 당기려던 현수는 흠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칫 천지건설 직원을 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내 방아쇠를 당겼다. 표적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읽은 직후였다.
텔레스코프 마법으로 보았을 때 표적은 ‘샬러타’라고 말하는 듯했다. 지나어를 잘 모르지만 이게 ‘살료타(殺了他)’를 뜻하는 정도는 안다.
‘놈을 죽여라!’라는 지나어이다.
곧이어 놈이 쓰러진다. 다음 순간 또 다른 지나인이 보인다. 현수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쏘았다.
보나마나 지나 건축공정총공사에서 보낸 암살범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나의 국가안전부 제3국 소속 요원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지나에서 침투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허접한 특수부대 SAXZC 소속일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최종적으로 삼합회에 몸담은 깡패새끼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단 하나도 살려둬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총알을 발사시킨 것이다.
현수의 체이탁은 24발의 총탄을 지나인들의 이마에 박
았다.
다음엔 보이지도 않는 현수를 향해 맹렬히 사격하는 반군들을 쏘았다. 그러면서 몸을 움직여 천지건설 직원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물론 자신을 향한 공격이 직원들에게 미치지 않은 곳까지이다.
“해외영업부 김현수 과장입니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 부상자가 몇 있지만 괜찮습니다. 지원병력과 함께 오신 겁니까?”
누군가의 대답이다.
“아닙니다. 선발대로 먼저 왔습니다. 지원병력은 오는 중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하지만 희망을 주기 위해 그렇다는 답변을 한 것이다.
“몇 분이 오셨습니까?”
“저 혼자 왔습니다.”
“……!”
현수에게 물었던 사람이 입을 다물었는지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실망스러워서 그랬을 것이다.
“지금부터 제가 놈들을 공격하겠습니다. 가급적이면 현재의 장소에서 움직이지 마십시오.”
“……!”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군에 있을 때 특등사수였습니다. 제가 놈들을 제압할 테니 주변 경계만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누군가의 대답이다.
현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반군들을 향한 사격을 시작하였다. 투명 은신 마법으로 신형이 보이지도 않지만 워낙 교묘한 장소에 은신해 있는지라 이쪽은 얼마든지 사격해도 되나 놈들은 반격할 수 없는 곳이다.
현수의 체이탁에서 총알이 나갈 때마다 하나씩 쓰러진다. 부상자는 전혀 없다. 오로지 사망뿐이다.
하긴 이마 한가운데에 총알이 박히는데 어찌 부상자가 발생하겠는가!
반군들은 조금씩 줄어드는 수효를 느꼈는지 슬슬 물러서려는 듯하다. 하지만 어찌 그냥 놔두겠는가!
놈들은 콩고민주공화국 정부군 1개 중대를 몰살시켰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자 민간인인 천지건설 직원들에게도 총격을 가했다. 몰살시킬 의도인 것이다.
현수는 단 하나도 살려두지 않을 생각이다. 그렇기에 후퇴하는 놈들의 뒤를 따라가면서 하나하나 확실하게 제거했다.
탕! 털썩! 탕! 털썩! 탕! 털썩! 탕! 털썩! 탕! 털썩!
총탄이 뒤통수의 가운데를 뚫었기에 비명도 없다.
그러면서 자리를 바꾸다보니 천지건설 직원들이 있는 인근까지 가게 되었다.
“김 과장입니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아! 김 과장님.”
“네, 해외영업부 김현수 과장입니다. 다들 무사하신 거죠?”
“현재 허벅지 등에 총상을 입은 직원만 열하나입니다.”
“사망자는요?”
“다행히도 사망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상자는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 기술진들은 모두 병역을 필한 사람들이다.
직원을 선택할 때 가급적이면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만 골라서 뽑은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두 총기 사용법을 알고 있다. 또한 은폐와 엄폐가 뭔지,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절대 다수의 적과 교전했음에도 부상자만 있는 것이다.
반면 반군 및 자나인들은 천지건설 직원들에게 쉽사리 접근할 수 없었다. 날카로운 반격 때문이다.
그러던 중 현수에 의한 저격이 시작되었고, 그것은 놈들이 지리멸렬하는 것의 시작이었다.
“좋습니다. 이제부턴 저만 조준 사격을 합니다. 여러분들은 필요에 의한 사격만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모두 제 목숨 중한지 잘 안다.
그렇기에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톡 튀어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아닙니다. 저도 반격하겠습니다.”
힐끔 바라보니 제대한 지 10년도 안 되어 보인다.
말려서 될 일이 아니다. 또한 반격하는 인원이 많을수록 빨리 소탕할 수 있다.
“좋습니다. 하지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여기서 부상을 당하면 병원이 있는 곳까지 못갈 수도 있습니다. 아시겠죠?”
“알겠습니다.”
탕! 타, 탕! 탕! 탕! 타, 탕! 탕!
현수가 네 발쯤 쏠 때 한 발씩 쏜다. 위협적이긴 하다. 하지만 맞는 총탄은 드물다.
하긴 본인이 영점 조종을 한 총이 아니다. 따라서 탄착군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모른다. 그렇기에 조준은 제대로 했지만 엉뚱한 곳으로 총알이 나가는 것이다.
현수는 표적의 위치가 확인되면 곧바로 텔레스코프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면 마치 5m쯤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