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262화 (262/1,307)

# 262

하여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든다.

텔레스코프 마법을 시전하였다. 먼 곳으로부터 지프차가 오고 있다. 약 3㎞ 정도 떨어진 언덕이다.

그런데 한 대가 아니다. 언덕 너머로부터 달려오는 지프차는 모두 두 대, 그 뒤로는 트럭들이 따라온다.

“이런 젠장……!”

욕이 저절로 나온다. 트럭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선두 차량엔 오렌지색 깃발이 달려 있다.

정부군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군은 푸른색에 붉은 사선, 그리고 노란색 별이 그려진 국기를 달고 있다.

텔레스코프 마법으로 살펴보니 트럭은 총 48대이다. 대당 20명씩 탔다면 얼추 1,000여 명의 반군이 등장한 셈이다.

천지건설 직원 28명 중 멀쩡한 사람은 17명이다. 그나마 이들 중 셋은 전투 능력이 없다.

군대는 다녀왔지만 생전처럼 전투를 겪어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수를 제외한 14명만이 대응사격을 할 수 있다.

“제기랄! 안 되겠어.”

현수는 얼른 일행에게 되돌아가 상황을 이야기했다.

모두들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는다. 15 대 1,000의 전투를 앞에 두고 겁먹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정부군도 전속력으로 오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봅시다.”

“알겠습니다.”

김민준 대리와 여인식 주임 등이 고개를 끄덕인다. 마지못한 끄덕임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적은 코앞까지 다가와 있고, 구원군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현수는 다가오는 놈들을 공격하기 가장 좋은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그리곤 아공간에서 대전차 로켓 RPG―32를 꺼내 들었다.

하나하나 저격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놈의 유효사거리는 불과 700m밖에 되지 않는다.

“제기랄! 하필이면…….”

가까이 다가가서 쏘면 트럭 두어 대는 박살 낼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1,000정에 가까운 총에서 쏟아지는 총탄 세례를 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현재로선 거의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럴 땐 집속탄이 딱인데.”

집속탄(Cluster bomb unit)이란 모자폭탄이라고도 하는데, 모폭탄(母爆彈)을 목표물 상공에서 폭발시키면 그 속에 들어 있던 자폭탄(子爆彈)들이 쏟아져 나와 공격하는 것이다.

미군이 사용하는 CBU―105라는 놈이 있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 바그다드 전차대대가 보이자 B―52H 폭격기가 날아가서 6발을 뿌렸다.

그 결과 전차 수십 대가 수 초 만에 전멸 당했다.

수류탄 위력을 지닌 자탄이 각 클러스터당 100여 발씩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사용하면 여단급 정도는 몇 초 만에 정리된다. 사단급이라 하더라고 밀집대형이면 전멸을 면키 어렵다.

따라서 현 상황에 딱 맞는 무기가 바로 이런 집속탄이다.

현수는 아공간에 집속탄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불행히도 그런 놈은 없다.

“제기랄……!”

다가오던 반군들이 속력을 늦춘다. 이 순간 현수의 체이탁이 불을 뿜었다.

타앙―!

2㎞ 정도 거리에 있던 선두 차량의 지휘관이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반군들이 산개한다.

그리곤 예리한 눈빛으로 사주경계에 들어갔다.

하지만 2㎞ 밖의 현수를 어찌 발견한다는 말인가!

설사 발견한다 하더라도 일반 소총으론 총을 쏴도 총알이 미치지 못할 거리이다.

그러는 동안 현수는 조준이 되는 대로 총을 쐈다. 그럴 때마다 시체가 한 구씩 늘어났다.

반군들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적을 향해 총을 쏜다. 너무 멀어서 그러는지 콩 볶는 소리 같이 들린다.

그러다 현수가 멈추자 놈들도 멈춘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은신해 있던 반군들이 몸을 일으킨다. 더 이상의 공격은 없다 여긴 듯하다.

“제기랄! 저놈들이 다 오면 큰일인데. 어쩌지?”

불과 몇 분 만에 이십여 명을 저승의 고혼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980여 명이나 남은 것이다.

현수는 비상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반군들이 슬금슬금 다가온다.

그나마 은신해 있는 적을 찾아야 하는 관계로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다행이다. 그들이 약 300여m를 전진했을 때 현수의 감았던 눈이 떠졌다.

“믿어봐야지.”

뭔지 모를 이야길 중얼거린 현수는 아공간에 담겨 있던 모켈레 무벰베의 사체를 꺼냈다. 꽁꽁 얼어붙어 주위까지 서늘하게 한다.

현수는 입술을 달싹였다. 다음 순간 신형이 사라졌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마법이 구현된 것이다.

현수는 곧장 적의 전면 상공까지 날아갔다. 그리곤 아공간에 담겨 있던 것들을 떨어뜨렸다.

휘이익! 퍼억―! 휘익! 퍼억―! 휘이익! 퍼억―!

반군들은 아무것도 없던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지자 그것에 시선을 준다. 그리곤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속옷만 걸친 시체들이 떨어진 때문이다.

자신들과는 다른 황인종이다. 뭐라 뭐라 떠드는 사이에 시체 몇 구가 더 떨어졌다. 아무것도 없던 하늘에서 시체가 솟아나는 모습은 괴기스러웠다.

하여 부르르 떨며 몇 발짝씩 뒤로 물러났다.

삽시간에 말이 전해졌는지 반군 전체가 술렁인다. 현수가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이다.

콩고민주공화국엔 미신이 팽배해 있다. 그렇기에 주술사들이 행세하면서 사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던 하늘에서 시신이 떨어지면 조만간 신의 저주가 퍼부어질 것이란 미신이 있다.

이건 마투바로부터 들은 것이라 확신은 들지 않았다. 술 취해서 해롱거리는 여자애의 말을 어찌 다 믿을 수 있겠는가!

아무튼 현수가 떨어뜨린 것은 나쁜 짓을 일삼던 강도식과 칼새, 그리고 미꾸리와 웨이터이다. 또한 놈들에게 여자들을 팔아먹었던 죄질 나쁜 불량배들이다.

이들을 본 반군들은 자신들에게 무기를 공급하던 지나인 일행인 것으로 오인했다.

하여 뭐라 뭐라 떠드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반군들에게 두려움이 번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건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짐작된다.

이 순간 정글 저쪽으로부터 뭔가가 다가온다. 몹시 육중한 놈이 움직이는지 땅이 쿵쿵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

꿰에에에에엑―! 꿰에에에에에엑―!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꿰에에엑! 꿰에에에에엑―!

“……!”

반군들의 눈이 일제히 커진다. 정글 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공룡이었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의 입에서 다급성이 터져 나왔다.

“허억! 저, 저건 모, 모켈레 무벰베……?”

“마, 맞다. 모켈레 무벰베다. 우아아아아!”

“우아아! 도망가라. 모켈레 무벰베다. 우아아아!”

반군들의 진형은 단번에 흩어졌다.

같은 순간, 현수는 자꾸 쓰러지려는 모켈레 무벰베의 사체를 조종하느라 애를 쓰고 있다.

아무래도 흑마법은 익숙하지 않은 때문이다.

현수가 현재 사용하는 마법은 흑마법에 속하는 다크 마리오네트이다. 다시 말해 모켈레 무벰베의 사체를 꼭두각시 인형 조종하듯 그렇게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 확성 마법을 시전했다. 물론 괴물의 소리는 현수의 입에서 나는 소리이다.

꿰에에엑! 꿰에에에에엑―!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꿰에에에에엑―! 꿰에에에에에엑―!

“우아아아아―!”

반군들은 ‘걸음아, 나 살려라’라는 듯 일제히 도주했다.

트럭들도 즉시 방향을 전환했다. 어떤 녀석은 급한 나머지 후진으로 도주한다.

“휴우∼!”

혼신의 기력을 다해 다크 마리오네트 마법을 구현하던 현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까딱하면 옆으로 쓰러질 뻔한 때문이다.

현수는 모켈레 무벰베의 사체를 다시 아공간에 담았다. 하지만 강도식 일당과 불량배들의 사체는 내버려 두었다.

생전에 한 일이라곤 악행밖에 없는 놈들이다. 짐승의 밥이 되든 썩어서 문드러지든 알 바 없다.

현수는 비행 마법으로 반군들이 도주하던 곳으로 가보았다. 혼비백산한 듯 줄행랑을 놓고 있다.

당분간은 무서워서라도 얼씬거리지 않을 것 같다.

“집속탄보다도 낫군.”

집속탄이 있어 그것을 사용했다면 반군들 대부분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놈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런데 모켈레 무벰베가 있다고 하면 다시는 오고 싶은 마음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충격과 공포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두두두! 두두두두두―!

현장에 헬기가 도착한 것은 서너 시간이 더 흐른 뒤였다.

“여기 책임자가 누구십니까?”

“접니다.”

부상당하지 않은 직원 가운데 가장 직급이 높기에 현수가 나섰다. 그의 전면에는 대령 계급장을 단 사내가 서 있다.

“안녕하십니까? 린들리 나오섬 대령입니다.”

“네, 저는 천지건설의 김현수 과장입니다.”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여길 공격하던 무리들은 모두 물러간 상태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부상자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저쪽에…….”

현수의 말이 끝나지 않았건만 린들리 대령은 서둘러 부상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거기엔 정부군과 천지건설 부상자들이 있는 곳이다.

린들리 대령은 정부군 부상자 가운데 하나와 대화를 한다. 어찌된 영문인지를 묻는 모양이다.

그러는 사이에 헬기들이 계속해서 도착했다. 그들 가운데 하나를 붙잡고 물어보니 2개 중대가 온다고 한다.

이밖에도 4개 중대가 트럭을 타고 오는 중이다.

대통령의 특명으로 향후 잉가댐 건설 현장은 총 6개 중대 600여 명의 호위를 받게 된 것이다.

동승한 의료진들의 긴급조치를 받은 부상자들은 모두 헬기로 후송되었다. 토목팀 강 부장과 실측팀 정 차장 역시 후송되었다.

긴급 상황이 해결되자 린들리 나오섬 대령이 김현수를 다시 찾았다. 이때 현수는 후속조치를 상의하기 위해 김민준 대리와 대화중이었다.

“실례합니다.”

“네, 대령님!”

“오늘의 상황을 설명 듣고 싶습니다.”

“그건 김민준 대리가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령의 시선을 받은 김 대리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더니 현수를 바라본다.

“저어, 과장님! 제가 불어가 많이 서툽니다.”

“그래요? 그건 내가 통역할 테니 걱정 말아요.”

“네, 그럼 이야기하겠습니다. 오늘 우리 현장에…….”

김 대리가 설명하고 현수가 불어로 통역을 했다. 대령은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궁금한 것을 추가로 물었다.

오늘 현장을 급습한 반군들은 그야말로 소리없이 다가왔다. 그리곤 일제히 사격을 개시하여 정부군들을 무력화시켰다.

공격 개시 이후 불과 10여 초 만에 병력의 절반이 죽었다. 나머지 대부분도 부상을 당해 전투력을 잃었다.

졸지에 공격을 받은 정부군은 반격하기는커녕 몸을 숨기기에도 바빴다. 그러면서 하나둘 쓰러졌다.

이 와중에 사태의 긴박함을 깨달은 한국인 근로자들이 정부군이 쓰던 소총과 탄환들을 수거했다.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이었지만 군에서 배운 낮은 포복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다행인 것은 현장 인근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무성한 풀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소총과 탄환을 확보한 천지건설 근로자들은 각자 엄폐물 뒤에 몸을 숨긴 채 반군과 교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정부군 전부가 무력화된 직후의 일이다.

반군들은 예상치 못한 대응에 당황한 듯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그러다 지나인들로 구성된 일단의 무리로 하여금 우회케 하여 섬멸전을 계획했다.

지나인들이 뒤쪽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한국인들이 전멸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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