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263화 (263/1,307)

# 263

그런데 이때 현수가 낙하를 했다. 낙하산이 펼쳐지자 반군들의 시선은 모두 하늘로 향했다.

사격을 했지만 그건 빈 낙하산이었다.

아무튼 현수가 착륙했고, 곧이어 조준사가 시작된 것이다.

김 대리는 현수를 전투의 신 정도로 이야기했다.

하여 통역하는 내내 이를 순화시켰다. 그럼에도 린들리 나오섬 대령은 놀라워했다.

혼자서 3개 중대 병력과 교전했으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김 과장님! 혹시 특수군 출신입니까?”

“아닙니다. 그냥 육군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린들리 나오섬 대령은 현수에게 마법과 체이탁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렇기에 콩고민주공화국의 제식소총인 벨기에제 FN FNC로 반군 200명 가량을 사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군에 복무할 때 총을 잘 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대령은 반군의 사체들이 200구가 넘는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다. 김민준 대리의 설명에 의하면 그중 정부군에 의해 사살된 자는 거의 없다.

천지건설 직원들도 조준은 했지만 사살했다는 확신은 들지 않는다 하였다. 그렇다면 거의 대부분 현수 혼자서 죽인 것이다. 하여 몹시 놀라는 표정이다.

잠시 후, 급파된 군인들에 의해 정부군 사망자 시신은 모두 수거되었다. 반군 및 지나인들의 시신에선 소지품만 챙겼다.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다음엔 이들의 시신은 한군데에 모아놓고 사진 몇 장을 찍은 후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시신을 방치하거나 얕게 매장할 경우 짐승들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중엔 강도식 일당과 싸가지없던 양아치의 시신도 섞여 있다. 지나인으로 분류된 것이다.

대령은 모아놓은 총기들을 보고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런 빌어먹을 지나놈들이……!’

슬금슬금 들어와 공무원들에게 뇌물과 향응을 제공하고 각종 이권과 공사를 따내는 지나인들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조직적으로 반군을 도와 정부군을 습격하였다.

어찌 그냥 지나치겠는가!

위성전화를 꺼내 든 대령은 즉각 중앙에 보고하기 시작했다. 현수는 이맛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람보 뺨치는 특수부대원으로 포장되었기 때문이다.

반군의 수효는 250명, 그리고 지나인들의 수효가 60명이다. 총원 310명이 1차로 습격하여 200여 명이 사살되었다.

2차로 온 놈들은 반군 1,000명에 지나인 8명이다.

이들 가운데 지나인 8명과 반군 23명이 추가로 죽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나머지는 원인 미상의 사유로 일단 후퇴하였으며 언제 다시 도발할지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부는 최단시간 내에 추가병력을 보내줄 테니 천지건설 직원들을 잘 다독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통화를 마친 대령은 부하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리곤 현수에게 다가왔다.

“김 과장님!”

“네, 대령님!”

“천지건설 직원들이 철수를 원하면 일단 그렇게 하라고 합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령에게 양해를 구한 현수는 김민준 대리 등에게 의향을 물었다. 예상대로 이곳에 남아 계속 측량 등을 하겠다고 한다.

군인들이 있으니 되돌아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언제 반군의 습격이 있을지 모르니 무기를 제공해 달라고 했다.

대령은 즉각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지 구축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공사에 지장없을 곳을 알려달라고 하였다.

직원들과 상의하여 공사 범위 밖을 알려주자 부하들로 하여금 진지를 만들도록 지시하였다.

일련의 상황이 진행되는 동안 어둠이 다가왔다.

직원들은 컨테이너 박스 안으로 들어가니 별 문제 없지만 군인들은 맹수들의 습격을 대비해야 했다.

아직 제대로 개설된 현장이 아닌지라 발전기는 한 대뿐이고 전등도 몇 개 없다.

그러다 보니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부상자로부터 모켈레 무벰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길 들은 때문이다.

저녁 식사 후 현수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야행성 동물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오올 아이!”

올빼미의 눈이라는 마법이 구현되자 대낮 같지는 않지만 사물을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졌다.

현수는 적당한 나무를 찾아 그곳에서 마나 심법으로 마나를 채우면서 밤새 경계근무를 자처했다.

더 이상의 희생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짹, 짹, 짹!

새로운 해가 떴다. 캠프는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급파된 군인들이 먹을 음식이 부족한 것이다. 여러 가지를 챙길 시간적 여유 없이 출동한 때문이다.

현수는 군인 넷을 불러 사냥에 나섰다. 그리고 불과 30분 만에 커다란 멧돼지 두 마리를 잡았다.

동행했던 군인들은 현수의 환상적인 사격 솜씨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둘 다 안구를 맞혀 사냥했던 것이다.

두두두두! 두두두두두!

식사를 마칠 즈음 헬기 두 대가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대령의 경례를 받은 장성의 모자엔 별이 세 개나 붙어 있다. 장성은 한국인들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 분이 김현수 씨입니까?”

“네, 접니다.”

“반갑습니다. 알루타 모투부라 합니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먼저 천지건설 직원들의 피해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합니다. 현재 집중 치료를 받고 있으며 모두 생명엔 지장이 없을 것이라 합니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알려주셔서.”

“대통령님께서 이 현장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하여 이곳에 영구적인 주둔지를 건설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네에.”

현수는 크게 놀랄 일이 아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댐과 발전소가 완공되면 어차피 있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잠시 둘러보고 돌아갈 겁니다.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네, 그러지요.”

알루타 중장은 린들리 나오섬 대령의 안내를 받아 어제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러는 동안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부분부터는 현수가 설명을 해야 했다. 나오섬 대령은 현장에 없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현수는 쑥스러웠으나 자신이 했던 일을 가감없이 설명해 주었다. 알루타 중장 역시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상상조차 못하던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세스나기를 전세 내어 이곳까지 온 다음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는 말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반군들이 득실대는 현장에 달랑 총 한 자루만 들고 낙하를 했다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아무튼 알루타 중장과 현수는 헬기를 타고 킨샤사로 되돌아왔다. 중장은 대통령궁으로 향했고, 현수는 천지약품 사무실로 향했다.

7장 꼭 가셔야 해요? 여기서 살아요

“아이구, 이 사람아! 그래, 어디 다친 곳은 없나?”

현수를 본 이 지사장의 첫마디였다.

“네에. 다행히도.”

“왜 그랬나?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 해도 그렇지 어찌 자네 혼자 거길 가나?”

“저라도 가서 도와야 하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리고 제가 안 갔으면 우리 직원들 다 죽었을 거예요.”

“정말……? 어찌 된 건데?”

“제가 현장에 당도했을 때엔…….”

현수의 무용담이 시작되자 이 지사장과 마투바는 숨소리마저 죽인 채 듣기만 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현수가 펼친 활약은 영화 이상이다. 유명한 전쟁영화의 주인공 람보는 현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현수는 열심히 들어주는 둘을 위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진행했다. 둘은 탄식과 탄성, 그리고 함성까지 지르며 들었다.

깊은 밤, 현수는 숙소에서 나왔다. 숙소 주변엔 대통령 경호실 소속 경호원들이 경계근무 중이었다.

“흐음, 삼합회 놈들이 접근하긴 어렵겠군.”

신형을 감추고 숙소를 떠난 현수는 적당한 곳을 찾아 결계를 쳤다. 그리곤 마나 집적진 위에 앉아 마나를 모았다.

화약 냄새 자욱했던 전장을 떠났으니 이제 휴가를 갈 생각인 것이다.

새벽 무렵, 전능의 팔찌에 박혀 있던 마나석의 색깔이 완전한 검은색이 되자 결계를 걷었다.

“흐음, 일단 결과는 보고 가야지?”

현수는 텔레포트 마법을 구현시켜 서울로 되돌아갔다.

“안녕하세요?”

“아! 어서 오십시오.”

서울에 도착한 이후 현수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율리안 영지 사람들의 머리카락 성분 분석을 의뢰한 곳이다.

“결과는 나왔나요? 어떤가요?”

“네, 확인해 보니 모두 납중독이었습니다. 다행인 건 혈중 납 농도가 모두 40㎍/㎗ 정도라는 겁니다.”

“그게 다행인 건가요?”

납은 중금속이다. 따라서 중금속이 체내에 축적되어 있다는데 다행이라는 표현을 썼기에 물은 것이다.

“그야 농도가 더 높으면 전신 경련이나 뇌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그럼 치료 방법은 뭐죠?”

“내원하셔서 약물 치료를 하면 체내 납 농도가 정상치로 떨어지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때 어떤 약제를 씁니까?”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병원은 칼슘 디소듐 에데테이트 또는, 디―페니실라민 등을 사용합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검사 결과지를 받아든 현수는 곧장 PC방으로 갔다. 자욱한 담배냄새 때문에 머리가 지끈했으나 꾹 참고 납중독에 관한 자료들을 섭렵했다.

그리곤 거래하는 제약사를 찾아 치료제들을 구입했다.

다음엔 각종 콩의 씨앗들을 사들였다. 아울러 파종 방법과 재배 방법 등도 알아두었다.

철분은 납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것은 육류와 계란, 그리고 콩 등에 함유되어 있다.

율리안 영지는 중세 유럽 정도의 생활상을 보이는 곳이다.

따라서 영지민 전체에게 육류과 계란을 풍부하게 공급할 수 없는 곳이다.

하여 단백질도 풍부한 콩을 생각해 낸 것이다.

모든 준비가 마쳐지자 현수는 그대로 차원 이동을 실시했다.

“트랜스퍼 디멘션!”

샤르르르르릉―!

현수의 신형이 안개처럼 스러졌다.

* * *

“흐으으음! 역시……!”

신선한 공기를 한껏 흡입한 현수는 만족에 찬 미소를 지었다. 환경오염이라는 말과는 동떨어진 콩고민주공화국의 공기도 이만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시각을 확인해 보니 새벽이다. 그렇다면 오늘은 6월 18일일 것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점점 더워지겠군. 아르센의 여름은 어떨까? 아마 숲이 많아서 한국보다는 덜 덥겠지.”

홀로 나직이 중얼거리며 걷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얍! 야압! 얍! 얍!”

웬 소린가 싶어 담장 너머를 살펴보았다.

라임하르트 남작이 하의만 걸친 채 검술을 수련하던 중인 듯하다. 상당히 발달된 상체였다.

“야아압!”

돌아서면서 검을 휘두른 라임하르트는 쏘아져 가던 검을 뒤집어 반대쪽을 베었다.

퍼억―!

세워두었던 밀집이 둔탁한 소리를 낸다. 검이 지푸라기들을 통과하면서 상당히 많은 저항을 받았다는 뜻이다.

“제기랄! 아직 멀었군.”

라임하르트는 나직이 투덜거렸다. 둔탁한 소리가 아니라 예리한 소리가 나야 하기 때문이다.

현수가 보기에 라임하르트의 문제는 하체의 부실이다.

아주 잘 발달된 상체를 든든하게 받쳐 주지 못하기에 검을 휘두르는 순간 상하 진동이 발생된다.

이로 인해 저항이 커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검을 장악하는 능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그냥 지나치려던 현수는 마음을 바꿨다.

이곳 율리안 영지로 국한해서 생각하면 라임하르트는 무력의 정점에 올라 있다. 그의 능력이 부족하면 몬스터들의 도발을 못 막아낼 수도 있다.

이는 곧장 영지민들의 희생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이번 침공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 라임하르트 남작이 막아내기엔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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