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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265화 (265/1,307)

# 265

소갈비, 밤, 청주, 간장, 매실청, 다진 마늘, 배, 양파, 생강, 후추, 참기름, 청주 등이다.

가장 먼저 소갈비를 물에 담가 핏물을 뺐다. 그리곤 나머지들을 재빨리 손질했다. 식재료들을 알아보기 힘들게 하기 위함이다.

핏물을 빼는 일은 시간이 걸린다. 하여 타임 패스트 마법을 썼다. 이후엔 갈비의 불순물들을 정리했다.

그리곤 잡내를 없애기 위해 살짝 데쳤다. 청주 한 병을 들이붓고 잠시 끓인 것이다.

그리곤 순서에 따라 조리를 시작했다.

압력밥솥을 꺼낼 순 없어서 뚜껑이 있는 냄비에 넣었다.

이것 역시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에 잠시 타임 패스트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맛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아침 식사론 너무 기름지기에 양상추 샐러드도 준비했다.

다음은 빵 굽기이다. 아르센 대륙의 빵이 아닌 한국에서의 식빵을 만들었다. 밀가루 반죽이 저온 숙성될 수 있도록 또 한 번 타임 패스트 마법을 써야 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빵을 잘라낼 즈음 루갈이 들어선다.

“하인스님! 식재료 창고 정리 모두 마쳤습니다.”

“수고하셨네요. 루시아! 이것들 서빙하세요.”

“네, 총주방장님!”

루갈은 주방장, 현수는 총주방장이라 부르기로 약속한 듯하다. 현수는 호칭이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루시아와 주방 시녀들에 의해 갈비찜 등이 옮겨질 때 현수는 루갈을 불러 식빵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아르센 대륙의 빵과 달리 매우 부드러운 식감에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흘렀다.

“총주방장님! 영주님께서 오시라고 합니다.”

“그래요? 알았습니다.”

현수는 두말 않고 루시아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아! 어서 오시게.”

“좋은 아침이에요. 하인스님!”

나후엘 자작과 엘리시아가 가장 먼저 반겨준다. 그러고 보니 식당엔 여러 사람들이 있다.

나후엘 자작과 그의 세 부인, 그리고 아들 여섯과 딸 다섯이 모두 있다. 평상시엔 모두 자신들의 처소에서 식사를 했기에 하루에 한 번도 얼굴을 마주치지 않던 나후엘 일가이다.

물론 알력 때문이다. 그런데 현수가 오면서 맛있는 음식 때문에 끼니때마다 모여들게 된 것이다.

현수는 나후엘 자작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네. 먼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어 고맙네.”

“감사합니다.”

담담히 인사를 했음에도 어느 누구도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지 않는다. 몬스터들이 침공했을 때 어떤 활약을 보였는지 알기 때문이다.

“우리 영지를 위해 애써준 것도 고맙네.”

“별 말씀을 다……!”

현수의 말을 이어지지 못했다. 나후엘 자작이 먼저 말을 한 때문이다.

“우리 가족과 같이 식사했으면 해서 불렀네.”

“……!”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줬는데 우리끼리만 먹어선 안 될 것 같네. 해서 불렀으니 자리에 앉게.”

“아, 아닙니다. 저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면서…….”

이번에도 현수의 말은 중간에 끊겼다.

“그냥 앉아서 같이 먹어주면 안 되겠는가?”

“그래요! 하인스님, 같이 식사해요.”

모두의 시선이 쏠려 있기에 거절하기 난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엘리시아의 옆자리가 비었네.”

“……!”

어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가! 하지만 빈자리라곤 그것 하나뿐이다. 그렇기에 엘리시아의 곁에 앉았다.

아침부터 향수라도 뿌렸는지 은은한 향내가 난다. 하여 슬쩍 바라보니 두 볼이 발그레하다.

엘리시아의 맞은편엔 그녀의 생모가 앉아 있었다.

“많이 드시게.”

누가 음식을 만들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갈비찜을 먹기 시작했다.

본인이 만든 것이지만 정말 맛이 있었다. 육질은 부드럽고, 씹히는 맛도 일품이다.

양념도 아주 좋았기에 흐뭇한 마음으로 먹었다.

‘한국에 가면 식당을 하나 차려?’

현수는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이때 엘리시아가 냅킨으로 입술에 묻은 기름기를 닦아내며 묻는다.

“하인스님!”

“네?”

“안 가시고 그냥 여기서 사시면 안 돼요?”

“네……?”

“제가 잘 모실게요. 그냥 여기서 같이 살아요.”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방금 전 엘리시아가 공개 구혼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그게…….”

현수는 어색한 분위기 때문에 말을 쉽게 꺼낼 수 없었다.

하여 나후엘 자작을 바라보았다. 분명한 거절을 했는데 어찌 이런 분위기를 만드느냐는 뜻이다. 하지만 자작은 흥미진진하다는 듯 눈빛만 빛내고 있을 뿐이다.

“저, 하인스님과 결혼하고 싶어요. 아빠도 허락하셨어요. 그러니 그냥 여기서 살아요. 네?”

엘리시아가 어색한 분위기에 쐐기를 박는다.

“끄으응……!”

현수는 나직한 침음을 냈다. 거절하기 너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수가 대답을 피하자 엘리시아가 얼른 팔짱을 낀다. 그리곤 조막만 한 얼굴을 턱밑에 들이내고는 칭얼거린다.

“아잉, 가지 말아요. 저 정말 잘할 수 있어요. 아침마다 세수할 물도 떠다드릴게요. 그러니 그냥 여기서 나랑 살아요. 네?”

“……!”

“짜증도 안 내고, 투정도 안 부릴게요. 저 정말 하인스님이 좋단 말이에요.”

모두의 시선이 쏠려 있음을 알기에 현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이때 누군가의 노크 소리가 들린다.

쿵, 쿵!

“……!”

“누구냐?”

나후엘 자작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쏠리는 순간 약간의 소음을 내며 문이 열린다.

“식사 중 죄송합니다. 기사 칼멘, 영주님께 보고드릴 사항이 있어 왔습니다.”

“우리가 식사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왔다?”

나후엘 자작은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 영지의 전력이 단숨에 두 배 정도로 늘어난다. 그렇기에 약간의 짜증이 섞인 음성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기사단장님께서 즉시 보고 드리라 해서……. 죄송합니다. 이따 다시 오겠습니다.”

칼멘은 싸늘한 영주의 표정을 보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 뭔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하여 뒷걸음으로 물러나려 했다.

“아냐! 기왕에 왔으니 보고해.”

나후엘 자작은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칼멘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라임하르트는 다르다.

그가 보고하도록 보냈다면 뭔가 일이 생겼다는 뜻이다.

율리안 영지를 통치하는 영주로서 긴급히 알아야 할 일이라 보낸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뭐해? 어서 보고하지 않고?”

칼멘이 얼른 입을 열지 않자 나후엘 자작이 채근한 것이다. 이에 화들짝 놀란 기사 칼멘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조아렸다.

“그럼 보고 드리겠습니다. 방금 전 라임하르트 단장님께서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에 이른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것을 즉시 영주님께 보고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뭐어?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

나후엘 자작의 입이 딱 벌어졌다. 라임하르트 남작은 지난 10년간 절치부심하며 깨달음을 갈구했다.

하지만 끄나풀조차 없어 날마다 검을 휘두르며 자책 아닌 자책을 해왔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느닷없이 깨달음을 얻었다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이때 칼멘의 말이 이어졌다.

“네, 가장 먼저 영주님께 보고 드려야 하지만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저를 보냈습니다.”

같은 시각, 라임하르트 남작은 현수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깨달음을 얻게 하여 단숨에 최상급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함이다.

영주에게 충성을 맹세했지만 깨달음은 C급 용병 하인스가 준 것이다. 그렇기에 만사를 제쳐 두고 찾아다닌 것이다.

“가자! 남작은 어디에 있는가?”

“네? 아, 네에. 단장님은 조금 전까지 개인 훈련장에 계셨습니다.”

“그래? 알았다.”

나후엘 자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곧장 밖으로 나갔다. 갑작스런 분위기 전환에 자작의 가족들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현수는 곤란한 상황을 모면할 기회를 맞이하였기에 얼른 자작의 뒤를 따라갔다.

“하, 하인스님!”

엘리시아가 불렀지만 못 들은 척하곤 걸음을 빨리했다. 오늘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기 때문이다.

8장 불현듯 찾아온 깨달음

“이보게 남작!”

“아! 영주님.”

나후엘 자작의 부름에 주방 문을 열려던 라임하르트가 멈춘다. 현수가 이곳에 있음을 들어서 찾아온 것이다.

“어떻게 된 건가?”

“영주님! 하인스님의 도움이 있어 제가 최상급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하여 감사를 표하려 하인스님을 찾던 중입

니다.”

“하인스가? 그럼 아침에 그것 때문에……?”

“보셨습니까?”

“흐음, 지나치다 우연히…….”

“네, 아침에 제가 하인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최상급에 발을 걸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하! 그래? 축하하네.”

영주로서 기사단장의 무력이 높아지는 것을 어찌 싫어하겠는가! 나후엘은 파안대소를 하며 즐거워했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아, 저기 하인스님이 오시는군요.”

라임하르트 남작은 저도 모르게 공대하고 있었다.

“라임하르트 남작님! 축하합니다.”

“하인스님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라임하르트가 더 이상 정중할 수 없을 정도로 공손히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현수 역시 맞절을 하였다. 어찌 되었든 귀족이 평민에게 절을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보고 있는 나후엘 자작은 입맛이 썼다.

조금만 더 늦게 칼멘이 당도했다면 율리안 영지는 두 명의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을 보유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그때……. 끄으응!’

칼멘이 미워졌지만 어쩌겠는가! 상황은 이미 끝났다.

라임하르트는 거듭해서 현수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었고, 현수는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때 엘리시아가 다가왔다.

“하인스님!”

“아! 엘리시아 아가씨.”

라임하르트가 먼저 인사를 했기에 현수는 뒤를 돌아보았다. 애틋한 표정을 한 엘리시아가 당도해 있었다.

그런데 라임하르트가 있어서 그런지 입을 열지 못한다는 표정이다.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공개 구혼을 했고,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다시 말을 했다가 거절당하면 평생 시집가지 못한다. 그렇기에 쉽게 말문을 열지 못한 것이다.

어찌 이 같은 상황을 눈치 못 채겠는가!

현수는 얼른 말문을 돌렸다.

“남작님! 남작님의 검을 보고 싶습니다.”

“물론입니다. 영주님, 하인스님과 자리를 떠도 되겠습

니까?”

“아, 물론이지. 참, 나도 같이 가겠네.”

“네, 그럼 같이 가시지요.”

사내 셋이 검술 훈련장으로 가는 모습을 보는 엘리시아의 눈은 습기로 그렁그렁해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입술을 잘근 깨문다. 그리곤 얼른 뒤를 따랐다.

라임하르트는 기사단장의 개인 훈련장이 아닌 기사단 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기엔 이미 소식을 듣고 모여든 기사들이 웅성대고 있었다.

“아! 영주님과 단장님이 오신다. 일동 기립!”

처, 척―!

오합지졸처럼 떠들고 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자세를 잡는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영주님과 단장님께 대하여 경계!”

“추웅―!”

기사들은 일제히 오른 주먹을 왼쪽 가슴에 대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 쉬어라!”

“감사합니다. 영주님!”

나후엘 자작의 명이 떨어지자 주먹은 내리고, 고개는 들었다. 하지만 자세를 흐트러뜨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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