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284화 (284/1,307)

# 284

“저어, 그게 아니고…….”

윤 소령의 음성이 확연하게 커진 상태이다. 민 사장은 현수를 면전에 두고 통화하는 게 저어되었는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다.

“잠깐만요!”

황급히 밖으로 나갔던 민 사장이 되돌아온 건 3분쯤 지나서였다.

“김 사장님. 형님이 오늘 시간이 어떠시냐고 묻습니다.”

“오늘이요? 오늘 오후엔 회사로 들어가 봐야 해요. 내일은 괜찮을 것 같으니 내일로 약속 시간을 정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민 사장은 또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에 현수의 뇌는 섬전 같은 연산을 하고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이 보유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는 300㎞에 불과하다. 게다가 탄두 중량은 500㎏까지이다.

이 정도면 평양은 사정거리 안에 둘 수 있지만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참고로 서울에서 도쿄까지의 거리는 1,170㎞이다.

이는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미사일 협정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는 현무―3C라는 순항미사일을 개발해 냈다. 이것의 사거리는 1,500㎞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현무 시리즈엔 3C뿐만 아니라 3B와 3A도 있다.

이것들의 사정거리는 각각 1,000㎞와 500㎞이다.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의 차이점 중 하나는 목표물 타격 직전의 종말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탄도미사일이 훨씬 빨라 요격에 어려움이 있다.

일반적으로 순항미사일은 개개의 위력이 탄도탄에 비해 떨어진다.

즉, 순항미사일은 파괴력을 희생하는 대신 매우 정밀한 공격 능력이 부여된 것이다.

반면, 탄도미사일은 정밀 공격을 희생하면서 파괴력을 극대화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만일 현무 시리즈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게 하고 사거리를 늘리려면 어떤 마법이 필요할까? 보이지 않게 하려면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마법이 필요하지. 근데 난 이걸 인챈트할 능력이 아직 못되잖아. 그럼 어떻게 하지……?’

현수의 상념은 끊이지 않았다. 국방전력에 도움이 될 마법진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미사일을 잡아내는 것은 레이더이다.

이것의 근본 원리는 전파가 목표물에 부딪쳐서 반사하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반사파가 포착되면 존재가 드러나는 것이다.

만일 미사일이 전파를 모두 흡수해 버리거나 통과시키면 레이더로는 잡아낼 수 없다.

‘흐음, 전파를 흡수한다. 흡수, 흡수……. 뭔가를 받아들이는 것인데, 받아들이는 종류의 마법이 뭐가 있지?’

상념에 잠겼으나 언뜻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마법의 종류는 마나의 성질을 이용하여 주로 발산하는 것이 많다. 그렇기에 입맛에 맞는 것을 찾기 힘들었던 것이다.

‘없나? 그럼, 흡수하는 거 말고 다른 건 뭐가 있을까? 실드……? 아냐. 이건 막아내거나 퉁겨내는 거야. 으음, 이실리프 마법서를 한번 펼쳐 봐야겠구나. 가만……! 블링크는 어떨까?’

순간적으로 떠오른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전파가 쏘아져 옴을 감지함과 동시에 미사일이 공간 이동을 한다는 생각이다. 현수는 즉시 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해 보았다. 결국 안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 때문이다.

“확, 업솝션(Absorption) 마법을 만들어봐?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한 2써클쯤 될까?”

중얼중얼거리며 마나의 배열을 구상해 보았다. 그러던 중 문득 떠오르는 상념이 있었다.

“가만! 받아들이는 거라면 전능의 팔찌에 적용된 게 있잖아. 마나석에 마나를 충진하는 마법으로 뭘 쓴 거지?”

생각 같아선 이실리프 마법서를 당장 꺼내서 보고 싶다. 전능의 팔찌에 그려진 마법진 도해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때 이전에 사용했던 마법진이 떠올랐다. 마나 충진 마법진이다.

‘흐음, 마나는 모을 수 있는데 전파도 가능할까?’

레이더에 쓰이는 전파는 파장이 매우 짧은 마이크로웨이브(Microwave)이다. 마나는 이와는 성질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흐음, 고심 좀 해봐야겠네. 그리고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폭발력이 작지? 이걸 크게 키우는 방법은……? 흐음, 이건 널렸군,”

현수는 자신이 인챈트할 수 있는 5써클 마법 중 파이어 캐논(Fire Cannon)을 떠올렸다.

거대한 화염 폭발을 일으키도록 하는 것이다.

“이걸 탄두에 둘러가며 새겨 넣으면……?”

포탄의 폭심 반경을 크게 늘리는 방법은 마법진에 들어갈 마나석의 효율이 좋은 걸 끼우면 된다.

최하급보다는 하급, 하급보다는 중급, 중급보다는 상급, 상급보다는 최상급의 위력이 커진다.

그냥 커지는 정도가 아니다. 함유하고 있는 마나의 차이가 워낙 크기에 하급은 최하급의 8배, 중급은 64배, 상급은 512배, 최상급은 4,096배나 강한 폭발력을 보일 것이다.

참고로 파이어 캐논 마법진에 최하급 마나석을 끼울 경우 폭발 반경은 10∼20m이며, 수류탄 다섯 개가 동시에 터지는 정도의 위력이다.

최하급이라 할지라도 마나가 포화 상태에 이를 정도로 채워졌을 때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최상급 마나석을 끼운다면 수류탄 20,480개가 동시에 터지는 위력을 보일 것이다.

이 정도면 미국이 자랑하는 집속탄의 위력을 훌쩍 뛰어넘는다.

대한민국 육군이 보유한 다련장포 구룡의 경우 순식간에 축구장 네 배 면적을 초토화시키는 위력이 있다.

그런데 파이어 캐논 마법진 하나에 최상급 마나석을 끼우면 축구장 40배 면적을 박살 낸다.

“흐음, 이걸 탄두에 새기되 고도 반응 마법진을 새기면…….”

마법 가운데 알람 마법이 있다. 이게 구현되면 무엇이든 접근하면 경보음이 울린다. 현수는 탄두가 목표물에 가까워지면 마법진이 먼저 발동하게 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예를 들어 지상의 목표물을 타격할 경우 탄두가 설정된 목표물과 50∼100m 정도 가까워졌을 때 사방으로 파이어 캐논 마법이 발산되도록 한다. 이 경우 탄두 본래의 폭발력에 파이어 캐논 마법의 위력이 플러스 되는 효과가 있다.

마법진을 많이 새길수록 더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수효만 많다면 핵폭탄 부럽지 않은 타격을 만들어낸다.

“그러려면 무기체계에 접근하는 수밖에 없지.”

현수가 윤 소령의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무튼 현수가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을 때 민 사장이 들어선다.

“김 사장님! 내일 오전에 김포공항 입구까지 와주셨으면 좋겠다는데 가능하겠습니까?”

“목적지가 거긴가요?”

“아닙니다. 거기서 차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한답니다.”

“그래요?”

“김포시 월곶면 군하리라고 합니다.”

“군하리라면… 강화도로 건너가기 직전쯤 되는 곳이군요.”

“네, 그쪽에 있는 전원주택이 목적지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네, 내일 오전 9시에 김포공항역 2번 출구로 나오시랍니다.”

“네.”

민 사장은 다시 통화하러 밖으로 나갔다.

‘흐음,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내일 만나게 될 사람은 국방과학연구소의 팀장이다.

아마도 대령급일 것이다. 이 정도 계급이면 항공 유도 무기체계 팀장을 소개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단 어펜시프 참 마법으로 구워삶고 시작해야 하겠지.’

일반인이 국방부의 무기체계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론사 기자들이라 할지라도 국방부에서 제공하는 자료 이상은 보기 힘들 것이다.

설사 비선을 통해 비밀자료를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공개하진 못한다. 국가비밀누설죄 같은 것으로 다스려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만나게 해달라고 졸라야지.’

민 사장과 점심 식사를 같이 한 현수는 시화공단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극동 솔라파워를 방문하기 위함이다.

“안녕하세요?”

“어, 어머! 어, 어서 오세요. 어떻게 여길……? 전화도 없이…….”

서류 작성 중이던 미스 김은 현수를 보자 화들짝 놀란다.

“하하, 지나다 그냥 들렸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안 계세요?”

“아뇨. 지금 작업장에 계세요. 잠깐만요.”

극동 솔라파워의 미스 김은 양반집 딸이라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뛰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신고 있던 슬리퍼가 벗겨졌음에도 작업장으로 뛰어가고 있다.

극동 솔라파워에게 있어 김현수는 은인 중의 은인이다.

기술력은 있지만 영업력과 자금력이 부족하여 망해가던 회사를 단박에 정상화시켜 줬다. 그때 현수가 보내준 20억은 밀린 급여와 미지급 자재대금을 전부 지불하게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 돈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금으로 쓰이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극동 솔라파워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기에 극동 솔라파워에게 있어 현수는 은인 중에서도 상 은인이다. 하여 신발이 벗겨지도록 미스 김이 달리는 것이다.

“아이고, 김 사장님! 헉, 헉……! 어, 어떻게 여기까지……. 헉, 헉!”

“에구, 안 뛰어오셔도 되는데요.”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온 듯 헐떡이는 주윤우 사장을 보고 현수는 빙그레 웃음 지었다.

“어, 어떻게… 김 사장님이 오셨는데……. 헉, 헉!”

“일단 숨 좀 돌리세요.”

“헉, 헉! 차 뭘로 드릴까요? 헉, 헉!”

주윤우 사장보다 늦게 당도한 미스 김 역시 헐떡이고 있었다.

“네에, 전 그냥 커피 주세요.”

“헉, 헉! 나도.”

“네, 알았습니다. 헉, 헉!”

현수는 무슨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기분이 되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실례이기 때문이다.

“이제 진정 좀 되셨어요?”

“하하, 네에. 너무 반가워서 뛰어오다 보니……. 운동 좀 해야겠네요.”

“네에, 평상시 운동이 중요하죠. 일도 일이지만 건강도 챙기세요.”

“네에, 염려 고맙습니다. 참, 바쁘실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주 사장님 뵌 지 오래되었잖아요. 한번 뵙기도 할 겸 일 얘기도 할 겸 해서 왔습니다. 제가 방해된 건 아니죠?”

“아이고, 그럼요.”

주윤우 사장은 그런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듯 얼른 손을 내젓는다.

“예전에 말씀드렸던 내용이 많이 수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주 사장의 표정은 일시에 어두워진다. 일감이 대폭 감소하는 것으로 직감한 듯하다. 하여 잠시 말이 없었다.

“아! 공사 규모가 줄어드나 보죠?”

처음 현수가 말했던 규모는 주 사장이 한 번도 상상치 못했던 거대한 공사였다. 당연히 엄청난 초기자본이 필요한 일이다.

현수가 20억 정도는 쉽게 쏴줄 수 있는 자금력이 있다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이 큰 공사였다.

따라서 규모가 축소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순간 주 사장은 동종업계 사장들에게 큰소리쳤던 것을 후회했다. 말만 잘하면 일감을 나누어주겠다고 했던 것이다.

처음 현수에게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주 사장은 본인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공사라는 것은 인식했다.

그걸 소화해 내려면 국내의 태양광발전 관련 인력 대부분을 고용해야 한다. 문제는 그 많은 인력을 두고두고 고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사가 모두 끝나면 대부분 해고해야 한다.

주 사장은 많은 고심 끝에 혼자서 잘 먹고 잘사는 것보다는 동반성장을 택했다. 다시 말해 동종업계에 하청을 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하청이 아니다.

건설 관련 업계에서의 하청은 일감을 맡은 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공사의 일부분을 떼어 넘기면서 이득을 취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라는 건설사가 수주한 어떤 공사 가운데 전기 관련 공사 금액만 100억이라 하자.

도급자는 이걸 90억 원에 1차 하도급자에게 넘긴다.

하도급자는 이 공사를 세분화하여 2차 하도급을 한다.

이때 금액은 약 80억 원이 된다. 이것을 맡은 2차 하도급자는 3차 하도급을 한다. 그 결과 공사액은 70억 원 미만이 된다.

여기에서 끝이면 좋은데 이걸 또 하도급한다.

그리고 또 하도급이 이루어진다. 그 결과 최종 공사비는 50억 원 또는 그 이하 규모가 되기도 한다.

이걸 맡은 사람들도 이득을 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규정 이하의 자재를 사용하거나 부실공사를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주 사장은 동종업계 사장들과의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공사를 하도급하되 전체적인 조율은 자신이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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