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301화 (301/1,307)

# 301

1장 각성하다!

“파이어 랜스!”

쐐에에에엑―!

현수가 입술을 달싹이자 불꽃으로 만들어진 창이 레뮈에게 쏘아져 간다. 현수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들던 레뮈는 재빠르게 검을 휘둘러 불꽃 창을 떨쳐냈다.

같은 순간 현수는 다음 마법을 구현시켰다.

“메스 그라운드 스피어!”

피잉! 피핑! 피피핑!

재공격 자세를 잡던 레뮈는 땅속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창들을 피해 뒤로 물러섰다. 동시다발적으로 솟았기 때문이다.

“호오! 제법 하는군. 점점 흥미진진해지는걸.”

레뮈는 입술에 침을 바르며 괴소를 짓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희열 때문이다.

“크흐흐흐! 이걸 받아봐라.”

쐐에에에에엑―!

레뮈의 검끝에서 또 다른 검강이 솟구친다.

팔의 길이 1m에 검의 길이 1.2m, 여기에 검강의 길이 1.2m에 새로운 검강 0.8m, 모두 합하면 4.2m 이내의 적을 공격할 수 있다.

현수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연신 마법을 구현시켰다.

상대가 검강을 쓰고 있기에 검기만으로 대응하기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스테츄! 라이트닝 쇼크!”

바닥이 미끄러워지자 레뮈는 미끄러지듯 이동한다. 스테츄 마법의 영향으로 아주 잠시 멈칫했을 뿐 금방 극복해 낸다.

그 순간 벼락이 쇄도했으나 검강으로 떨쳐낸다. 그런데 금속이 아니기에 마나로 생성된 벼락은 이내 사라졌다.

다시 말해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한 것이다.

“파이어 월! 룬 프레이어! 룬 프레이어! 룬 프레이어!”

화르르르르―!

현수와 레뮈 사이에 화염으로 이루어진 벽이 생성된다. 그 순간 그 벽을 뚫고 세 개의 화염 창이 레뮈에게 쏘아져 갔다.

피이잉! 슈아아앙! 쐐에에엑―!

축구 경기에서 골키퍼가 골을 먹는 경우는 수비수에 의해 공이 순간적으로 보이지 않을 때이다.

느닷없이 공이 다가오는 것과 예상된 경로로 오는 것은 분명 다르다. 전자는 골을 내주기 십상이지만, 후자는 거의 대부분 막아낸다.

설사 야신 존으로 쏘아져 온다 하더라도 대비만 되어 있으면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금 현수의 마법 공격이 그러했다. 순간적으로 생성된 화염의 벽을 뚫고 쏘아져 간 화염 창 셋은 레뮈를 당황케 하였다.

똑같은 색깔이고 배경 때문에 순간적으로 보이지 않은 때문이다.

검을 휘둘러 화염의 벽을 제치고 나아가 현수를 공격하려던 움직임은 이 때문에 저지되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

펑! 팍! 픽―!

화염 창 세 개는 위협만 되었을 뿐 허망하게 사라졌다.

그 순간 레뮈의 입가에 괴소가 지어진다.

마음껏 검을 휘두를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좋아했는데,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본격적으로 공격해도 된다고 느낀 때문이다.

물론 그 공격의 결과 현수가 죽든 살든 그건 관심 밖이다.

한편, 마법 공격이 먹히지 않자 현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위력이 더 큰 마법을 사용하게 되면 나중이 문제이다.

현재 주변엔 레뮈를 포함한 30명의 소드 마스터가 있고, 다섯 명이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이 있다.

뿐만 아니라 6써클 마법사가 일곱, 7써클은 여섯이나 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7써클 마스터는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강력한 적들로 완전히 에워싸여 있는 형국이다.

이번 대결에서 이기면 무사히 지나치도록 해준다고 약속은 했지만 100% 신뢰할 수는 없다.

상대가 레드 드래곤 라이세뮤리안이었다면 자존심 때문이라도 약속을 지킬 것이나 드래고니안은 성향을 파악할 수 없다.

하여 후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이기에 현수는 마나 소모량이 많은 마법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흐으음!”

결코 쉽게 빠져나갈 상황이 아니란 것을 직감한 현수는 독한 마음을 품었다. 슬슬 하려다간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어 월! 룬 프레이어! 룬 프레이어! 룬 프레이어!”

재차 화염 벽을 세우고 세 개의 화염창을 날렸다. 레뮈는 잠깐 흠칫거리는 이외엔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빌어먹을!”

검강으로 화염 벽을 흐트러뜨린 레뮈가 다가온다.

“그리스! 헤이스트! 스틸 스킨! 야아압!”

놈의 발밑을 미끄러지게 하여 휘청거리는 순간 스스로에게 버프를 건 현수는 검으로 놈을 베었다.

챙! 채챙! 채채채챙―!

삽시간에 십여 번이나 검을 마주쳤다. 창졸간인지라 놈이 검강을 뿜지 않은 것이 다행한 일이다.

“크흐흐! 다 놀았어? 그럼 이번엔! 죽어랏!”

쐐에에에엑―!

놈의 사정거리 밖이라 여기고 있던 현수는 급작스럽게 늘어나는 검강의 길이를 보곤 경악했다.

아까보다 최소 1m 이상 길어진 때문이다. 그럼에도 굵기가 가늘어지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블링크!”

현수의 몸이 대략 20m 정도 떨어진 곳에 나타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검강이 쏘아져 온다. 조금 전의 허초에 이런 반응이 나타나길 기다린 것이다.

“블링크!”

현수의 블링크 마법은 서른두 번이나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레뮈의 수법을 간파했다. 레뮈 역시 현수의 마법이 어찌 구현되는지를 파악했다.

몸이 드러나는 순간 또다시 검강이 허리를 벨 듯 쏘아져 온다. 현수는 팔뚝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그리곤 파란색 마나석에 손가락을 댔다.

“타임 딜레이!”

1 대 180짜리 마법이 구현되자 레뮈의 검은 현저히 느리게 움직인다. 방금 전까지 시속 200㎞로 휘둘러졌다면 지금은 시속 1.1㎞이다. 이는 분당 18.52m의 속도이고, 초속일 경우는 30.86㎝이다.

여유를 되찾은 현수는 쾌속하게 놈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레뮈가 휘두르는 검의 중심을 강하게 찍었다.

채애앵―!

소리도 느려지는 모양이다. 레뮈의 검이 마치 헤엄치는 물고기의 동체처럼 좌우로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부러진다.

투우욱―!

잘린 검끝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그와 동시에 레뮈의 눈이 점점 커진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다음 순간 현수의 검이 놈의 목젖에 닿았고, 마법의 구현 또한 끝났다.

일련의 시간이 진행되는 동안, 그러니까 레뮈가 현수에게 당한 그 순간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이다. 물론 현수를 제외한 모든 이에게만 해당된다.

전능의 팔찌 덕분에 현수는 타임 딜레이 마법이 구현되는 동안에도 정상적으로 움직인다. 그렇기에 현수에게만 리얼 타임이고 나머지에겐 그야말로 눈 깜짝할 순간이다.

관중석에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구경하던 드래고니안 전체가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소드 마스터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두 경지는 겨우 한 등급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검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안다.

소드 마스터와 익스퍼트 최상급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에게 있어 소드 마스터는 넘사벽 건너편의 존재이다. 결코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눈앞에서 일족의 하극상이 벌어졌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이 소드 마스터의 검을 부수고 목을 베기 일보 직전이 된 것이다.

“헐!”

“세상에! 맙소사!”

“뭐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여?”

“이거 믿어야 하는 거야? 레뮈가 지다니… 말도 안 돼!”

“끄으응! 드래고니안 체면이 말이 아니군. 멍청한 레뮈!”

“아냐. 레뮈 잘못이 아냐. 방금 전 저 녀석의 몸놀림을 봤어? 섬전보다도 더 빨랐어.”

“맞아. 솔직히 난 저 녀석의 움직임을 다 보지도 못했다고.”

관중석은 왁자지껄하지만 대련장의 레뮈와 현수는 말이 없다.

레뮈는 넋이 나간 상황이기 때문이고, 현수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기에도 바빴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란하던 장내가 잠시 후 조용해진다.

“아까 나하고 약속했습니다. 내가 이기면 라수스 협곡을 지나칠 수 있게 해준다고.”

“끄응! 좋아, 그렇게 하지.”

다행히도 레뮈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자신의 곁을 지나쳐 가라는 몸짓을 한다.

현수는 감사의 뜻으로 정중히 고개를 숙여주었다. 그리곤 막 한 발을 떼려던 순간이다.

“가긴 어딜 가?”

“……?”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레뮈와 닮은 녀석 하나가 대련장으로 뛰어내린다.

“레뮈는 너의 통과를 허락했는지 몰라도 난 아니야. 이곳 라수스 협곡을 지나치고 싶으면 나를 꺾어라.”

“……!”

현수가 대답 대신 레뮈를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손을 내민다.

“이젠 내 소관 밖의 일이야.”

“흐음, 그렇단 말이죠?”

슬쩍 장내를 둘러보니 모두들 새로 내려선 녀석과 현수를 번갈아 보고만 있다. 현수는 오기가 솟는다.

“설마 여기 계신 분 전체를 상대로 승리를 해야 지나치게 해준다는 겁니까?”

모두의 고개가 끄덕인다. 소드 마스터를 꺾은 상대와의 대련 기회를 놓치기 싫은 것이다.

“끄으응!”

현수는 나직한 침음을 냈다.

방금 전 레뮈를 상대하는 동안 여러 번 죽을 위기에 처했다. 레뮈보다 더 강한 녀석이 있다면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행한 점은 상당한 전투 경험을 얻었다는 것이다. 또한 결정적인 순간을 넘길 비장의 한 수도 있다.

현수는 슬쩍 팔찌를 바라보았다.

아홉 개의 마나석 모두 색깔이 정상이다. 최악의 경우 초록색 마나석에 손을 대면 차원이동이 될 것이다.

‘좋아, 한번 해보자.’

믿을 구석이 생겼기에 현수는 한결 생기 있었다.

“좋습니다. 여러분 모두를 상대해 드리지요. 대신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말해라. 들어줄 만하면 들어줄 테니.”

누군가의 응대에 시선을 돌려 바라보았다. 드래고니안 중에서도 제법 나이가 먹은 얼굴이다.

“저는 혼자이고 여러분의 숫자는 많습니다. 따라서 한 번에 한 분씩만 임해 드립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한다. 또 다른 조건은?”

“제게 패하신 분은 제가 라수스 협곡에서 무엇을 하든 절대 간섭하지 말아주십시오. 또한 저와 저의 동료들에게 어떠한 위해를 가해도 안 됩니다.”

현수는 혹시 있을지 모를 뒷일을 고려하여 이 말을 한 것이다.

“좋다. 받아들인다. 형제들, 내 의견에 동의하나?”

“나는 동의한다.”

“나도!”

“나 역시 그렇게 하지.”

“드래고니안의 체면이 있지. 나도 동의!”

현수는 모든 드래고니안과 시선을 마주쳤다. 끝까지 공격하면 살아남을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진 것을 확인한 현수는 관중석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제 뜻에 동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리를 펴자 조금 전 대련장으로 내려선 드래고니안이 괴소를 짓는다.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좋습니다. 제가 하수이니 먼저 공격하지요. 야아압!”

현수의 검이 뻗어나가자 피식 웃고는 슬쩍 피해 버린다. 그리곤 빙글 몸을 돌리는가 싶더니 그 탄력을 이용하여 검기를 뿜어낸다.

상대가 소드 마스터를 꺾은 강자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검강으로 금방 끝내고 싶은 마음은 없기 때문이다.

“챠아압―!”

쐐에에에엑―!

서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푸른 검기가 현수의 정수리를 쪼갤 듯 쇄도한다.

채애앵―!

현수는 묵직한 상대의 검에 휘청거렸다. 예상 밖이었다.

이때부터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현수는 가급적 마법을 자제했다. 상대가 직접적으로 목숨을 노리지 않는 이때를 이용하여 최대한의 경험을 얻기 위함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바디 리프레쉬 마법을 쓰면 되기에 여유가 있었다. 만일 체력 보충을 위한 마법을 쓸 수 없으면 마나 포션을 마시면 된다. 그 즉시 맥시멈까지 마나가 채워질 것이니 당분간은 마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마나 포션이 이제 겨우 한 병 남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없는 대결은 불가능하다.

아무튼 치열한 공방전은 대략 10여 분 후에 끝났다. 이번에도 타임 딜레이 마법 덕분이다.

다행인 점은 마법사들이 많음에도 5써클 타임 딜레이 마법을 어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수가 마법을 구현시키기는 하지만 체내의 마나를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마법사들이 있지만 전능의 팔찌 안에서 일어나는 마나의 유동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