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1
또한 광우병 감염 우려가 의심되는 쇠고기의 반입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인체에 해롭다 여겨지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국내 유입 차단이 목표이다.
현수는 분명 민족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같은 겨레가 우선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이런 뜻을 품은 것이다.
애초보다 훨씬 넓어진 농장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어느 정도는 뜻대로 될 것이다.
기호식품에 속하는 커피는 2011년 현재 11만 톤을 수입했고, 7억 1,700만 달러를 지출했다. ㎏당 6.51달러이다.
미국과 브라질 등 72개국에서 수입한 총량을 총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이것엔 로스팅이 된 물량도 포함되어 있다.
생두의 관세청 수입 기록을 보면 2010년 현재 10만 7,152톤을 수입했고, 평균 단가는 2.9달러이다.
이중 베트남산의 경우는 ㎏당 1.5달러이고, 가장 저렴하다. 가장 비싼 것은 콜롬비아산으로 4.6달러이다. 운송 비용 때문이다. 이밖에 페루, 온두라스, 브라질 순이다.
현수는 가장 저렴한 베트남산과 비슷한 가격에 생두를 수입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로스팅은 국내 기술 인력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다시 말해 이실리프 로스팅이라는 회사가 출범 준비 중이다.
물론 아직은 어느 누구도, 심지어 현수 본인조차 이 회사에 대한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훨씬 훗날에 있을 일이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하세요. 다음은 천지약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천지약품은 제가 상사로 모시던 이춘만 지사장님의 제안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천지약품의 역사가 읊어지기 시작했다. 강 기자는 메모를 하면서도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웬만한 사람은 생각할 수도 없는 기업 경영이기 때문이다.
“이제 끝으로 김현수 전무님은 향후 어떤 행보를 계획 중이신지요?”
“저는 천지건설의 한 부분입니다. 회사의 이익을 위한 일에 앞장설 계획입니다. 저희 회사가 더 큰 회사가 되어 세계 최고의 건설사가 되는 그날까지 앞만 보고 나아갈 생각입니다.”
“오늘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내내 건승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공식적인 인터뷰가 끝났음을 알리는 듯 카메라 기자가 카메라를 거둔다.
6장 인터뷰 해주세요
“김현수 전무님!”
“에구, 그냥 전처럼 불러주세요.”
“그럼 그러죠. 김현수 씨, 전에 제게 문자향(文字香) 서권기(書卷氣)가 느껴진다는 말씀을 하셨죠?”
“아! 그 말이요? 그럼요. 얼마나 열심히 공부해서 기자가 되셨는지 충분히 느껴집니다.”
현수는 농담하듯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게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나 보죠?”
“에구!”
현수는 강민경 기자의 의도를 금방 깨달았다.
“죄송해서 어쩌죠?”
“……!”
“저 여자친구 있어요.”
“헤에, 눈치채셨어요?”
강 기자는 혓바닥을 내밀며 웃음 짓는다. 잘나가는 사내에게 접근하려던 속내를 들킨 부끄러움 때문이다.
“조금 더 일찍 대시를 하셨으면 기회가 있었을 겁니다.”
“그게 언제죠?”
“천지건설에 입사하고 얼마 안 돼서입니다.”
“누군지 복이 많은가 봐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강민경 기자는 두말 않고 야심을 접는 듯하다. 하긴 현수와 안면이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인연이라 하기엔 문제가 있다.
게다가 강 기자는 임자 있는 사내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렇기에 현수를 어찌해 보려는 뜻을 금방 접은 것이다.
인터뷰를 끝낸 현수는 이실리프 어패럴로 향했다.
대한약품의 지분 50%가 현수의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거기에도 기자들이 진을 친 때문이다.
“김 전무님,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대단한 일을 하셨더군요.”
박근홍 사장은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표정이다. 하긴 샐러리맨의 신화를 일군 장본인과 함께 있는 것이다.
“대단하긴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국방부로부터는 연락 없었습니까?”
“네, 아직은……. 제가 오늘 아침에 최 대령에게 건화를 걸었더니 시간을 조금 더 달라네요.”
“쩝, 그 사람들 참, 웬 뜸을 이렇게 들이죠? 그런 물건을 가지고도 잴 게 있나 보죠?”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최 대령이었다면 후딱 보고하고 결재 받아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켰을 겁니다.”
박근홍 사장의 말은 납품업체 사장으로서의 뜻이 아니다.
항온 마법진이 적용된 군복은 군인들에게 쾌적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군복은 전군에서 사용되고 있는 에어컨 가동을 전면 중단시킬 정도로 획기적인 것이다. 그로 인한 절전 효과만으로도 납품은 즉각 성사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어이없다는 표정인 것이다.
한편, 현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훨씬 덜해졌지만 예전엔 민원인에 대한 시간 끌기는 공무원에게 제공되는 뇌물과 직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건축 설계 사무실에서 공장이나 빌딩 건축 허가 신청을 하면 갖가지 사유를 들어 보완을 요구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법규 또는 시행 세칙이 있다. 이걸 빌미 삼는 것이다.
자신들이 요구한 내용을 수정하기 전엔 결코 허가가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런데 봉투를 주면 원안만으로도 허가가 난다.
현수는 최 대령이 구태를 답습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시간을 끌 이유가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설마 뇌물을 달라는 뜻은 아니겠죠?”
“아뇨. 그런 뉘앙스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19전구지원사령부(Expeditionary Sustainment Command)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구지원사령부라니요?”
“대구 ‘Camp Henry’에 있는데 8군에게 실탄과 식량, 장비 등 물자를 제공하는 군수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곳입니다.”
“8군이라면 주한미군을 뜻하는 거죠?”
“맞습니다. 거기 사령관인 폴 헐리(Paul Hurley) 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령관이 직접 전화를 했어요?”
“네, 시간 되면 접촉해 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뭐라 하셨습니까?”
“싫다 할 이유가 없어서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요? 설마 항온 전투복 때문은 아니죠?”
물으면서도 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국방부 이외엔 보인 적도 없는 물건이다.
박근홍 사장에게도 내수 판매는 국방부와의 대화가 끝난 후에나 생각해 보자고 했다.
따라서 항온 전투복에 대한 소문은 번질 수가 없다.
현수와 박근홍 사장, 김주미 여사, 그리고 이은정 실장과 김수진, 이지혜 사원 이외엔 존재조차 아는 사람이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실리프 어패럴의 직원들은 예전에 했던 군복 납품을 재개하려는 것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미군 측이 먼저 접촉해 온 것이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항온 전투복 때문인 것 맞습니다.”
“뭐예요?”
“최 대령 쪽에서 정보를 흘린 모양입니다.”
“으음! 그 사람 못쓰겠군요. 어쩌면 국가 비밀이 될 수도 있는 것을 이토록 쉽게…….”
현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기밀 보호라는 기본 개념조차 최 대령에게 없다는 것이 마뜩치 않은 것이다.
“무심코 그랬을 수도 있고, 미국에 대한 호감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죠. 아무튼 사람이 곧 온다고 합니다.”
“사령관이 직접이요?”
“아뇨. 서울에 부관이 와 있답니다. 로버트 중령이라는데 곧 올 겁니다. 오신 김에 만나보시죠.”
“네? 아, 네에.”
기자들 때문에 행동반경이 좁아졌기에 현수는 이실리프 어패럴에 머물렀다.
“안녕하십니까? 전화 드렸던 로버트 켈리 중령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실리프 어패럴의 대표이사 박근홍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저희 회사 대주주이신 김현수 사장님입니다.”
“반갑습니다. 앉으시죠.”
명함을 주고받고 소파에 앉자 비서가 차를 내온다.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박근홍 사장이 정색을 한다.
“저희 회사를 방문하신 목적은 무엇인지요?”
“이실리프 어패럴에서 신개념 전투복을 제작하신 걸 알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셨는지요?”
별일 아닌 것처럼 물었다.
“군수사령부의 최세창 대령으로부터 들어 알고 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박근홍 사장은 약간 과장된 웃음을 지었다. 현수가 뭐라 한마디 하여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까 싶어서이다.
“방금 전에도 최 대령과 함께 있다 온 겁니다. 신개념 전투복을 우리에게도 납품해 줄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 왔습니다.”
“그건…….”
“뭐 곤란한 점이라도 있습니까?”
로버트 켈리 중령은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물건을 사주겠다고 하는데 난처하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때 현수가 나선다.
“우리 국방부에 납품하는 게 우선이라서요.”
“아! 물론 그렇죠. 하지만 한국 국방부에 납품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텐데요?”
로버트 중령은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선 당연히 먼저 달라는 사람에게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표정이다.
“그렇습니까? 왜죠?”
“내가 알기론 한국에선 군수품을 납품하려면 유관 기관 여럿과 협의를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상당한 돈과 시일이 소모되지 않겠습니까?”
“……!”
“우리 미군은 그런 절차 없이 제가 승인하면 곧바로 납품하실 수 있습니다. 납품 단가는 얼마나 되는지요?”
“우리 국방부에 납품하려는 단가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건 이해합니다.”
로버트 중령은 열린 마음으로 온 것이 분명하다.
“저희 상품이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한국의 여름은 덥고 습합니다. 나는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고요. 그러니 마음에 안 들 수 있겠습니까?”
로버트 중령은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는다.
“항온 전투복은 생산할 수 있는 수량이 한정되어 있습
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 건지요?”
“60만 벌 정도만 가능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군요.”
“네?”
“우리 군속들 것까지 합쳐 10만 벌 정도면 됩니다.”
8군 평택기지에는 미군 14,491명뿐만 아니라 가족 11,075명, 군무원 5,420명, 카츄사 1,600명, 한미연합사 한국군 800명, 기타 1,145명 등 44,531명이 있다.
“아! 그렇습니까?”
“한 벌당 단가는 얼마나 할까요?”
참고로 미군 ACU(Advanced Combat Uniform) 군복 가격은 벌당 150$ 정도 된다.
“네? 그건 아직…….”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입니다. 오랜 동맹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적절한 가격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버트 중령은 환한 웃음을 짓는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여 거래를 유리하게 이끌려는 뜻일 것이다.
이 사람, 군인이라기보다는 영업사원 같다는 느낌이다.
“알겠습니다. 신중히 고려해 보지요.”
“그런데 이건 진짜 궁금한 겁니다. 대체 어떤 기술로 항온 전투복을 만든 건지요? 그리고 누가 만든 겁니까?”
로버트 중령은 눈을 말똥말똥 뜬 채 바라본다.
“그건 기업 비밀이라 밝히기 어렵습니다.”
“그렇겠군요. 근데 특허 출원도 되어 있지 않더군요.”
“그런 것까지 조사하셨습니까?”
“아, 이건 제가 한 게 아니라 최 대령에게서 들은 겁니다.”
“최세창 대령이요?”
“네. 특허 출원 여부를 확인해 보았는데 안 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근데 정말 대단한 기술 같은데 왜 출원하지 않았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입니다.”
“네? 특허 출원을 해놓으면 독점권을 부여 받을 수 있는데…….”
로버트 중령의 말은 타당하다.
새로운 것을 발명하였는데 특허 출원을 게을리 하면 누군가가 그 기술로 먼저 출원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선출원주의’가 적용되어 본래의 개발자가 제대로 된 권리를 받지 못하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저희는 특허 출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든 같은 성능을 내는 기술을 개발하면 공유하자는 뜻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