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5
아무튼 이 거리 밖에서 화살을 날려 공격할 마음을 품었다.
화살에 오러를 싣는 요령을 깨우쳤으니 이제 강력한 컴파운드 보우만 있으면 된다.
문제는 전문 지식이 없다는 것이다.
여러 나라, 여러 회사에서 컴파운드 보우를 제작하는데 어느 것이 좋은지 나쁜지를 모른다.
하여 인터넷 보우 동우회들을 섭렵했다.
그러다 다음 카페 중 ‘컴파운드 보우 동우회’라는 곳을 찾게 되었다. 현수는 이곳에 다음과 같은 문의 글을 남겼다.
안녕하세요?
활에 대해 몇 가지 궁금한 내용이 있어 문의 드립니다.
컴파운드 보우로 사정거리 2,000m짜리 활을 만들 수 있는지요? 더 강력한 것도 만들 수 있다면 알려주세요.
아울러 그 활의 시위를 당기는 데 필요한 힘이 얼마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활을 만들 수 있다면 어디에서 제작 가능한지 알고 싶습니다. 정확한 회사 명칭을 알려주세요.
가격은 어느 정도 할지도 알려주시고요.
만일 이런 활을 만들 수 없다면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활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귀찮다 생각 마시고 답변해 주셨으면 합니다.
글을 남기면서도 답변이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누가 있어 이런 귀찮은 질문에 친절한 답글을 남기겠는가!
하지만 금방 상세한 답변 글이 달렸다.
그중 가장 전문적인 대답을 해준 사람이 ‘로빈훗’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람이다.
다음은 그가 남긴 답글이다.
8장 이제 어쩐단 말인가!
안녕하세요?
맨 마지막 질문에 외에는 성립되지 않는 질문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활은 100파운드 ‘삼손’이라는 모델입니다. 보우텍사에서 특별 허가에 의한 사파리 코끼리 사냥용으로 개발되어 2004∼2006년까지 판매하던 모델입니다.
그 이후부터는 오늘까지 생산되는 모델 중에서 85파운드 모델이 최고입니다.
삼손은 국내에서 최초로 사용한 모델이고, 우리 카페 첫 화면 동영상에 100파운드 삼손 쏘는 장면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제원으로는 활 길이 38인치, 무게 3.8파운드, 속도 70파운드일 때 속도가 초당 330피트입니다.
컴파운드 보우는 당길 때의 힘의 두 배 반 정도 증폭된 힘으로 발사됩니다.
최대 사거리는 대체로 400∼500m 정도 되는데, 미국의 한 단체에서 최대 사거리 기록을 위해 가장 센 파운드의 활에 가장 가늘고 깃도 가장 작게 붙이고 활줄에 아무 공기 저항이 걸리지 않도록 해서 쏘아서 1,300m라는 기록을 냈는데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입니다.
답변 글을 읽은 현수는 사람의 힘으로 당길 수 있는 보편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실제로 100파운드 활이면 강궁이다.
100파운드는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약 45㎏이다.
따라서 활을 미는 손과 시위를 당기는 손에 각각 45㎏의 힘이 든다.
시멘트 한 포대의 무게가 40㎏이니 이걸 끈에 묶어 한 손으로 들 때보다도 힘이 더 든다는 뜻이다.
그러니 100파운드가 넘는 활은 일반인에겐 무리다.
그래서 당기는 힘에 제한을 두지 않았을 때에도 불가능하냐는 질문 글을 남겼다. 그랬더니 자연인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분이 아래와 같은 답글을 남겼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도 사정거리 2㎞ 정도 날아가는 활과 화살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겁니다.
200∼300파운드 정도의 힘에 견딜 만한 활의 림과 현, 스트링을 만들고 그 힘을 견딜 만한 스파인3)의 화살을 만들면 당연히 2킬로미터는 날아가는 활을 만들 수 있죠.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그만한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안 만들고 있을 뿐이죠.
현재 기술로도 시위를 당기는 힘에 제한이 없다는 가정이라면 사정거리 2킬로미터 정도는 가뿐할 겁니다.
장담합니다. 컴파운드 활을 시작한 지 거의 1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사람으로서…….
현수는 더 많은 걸 물었고, 아주 친절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최초의 답변자인 로빈훗님을 만나러 왔다.
컴파운드 보우에 대해 아는 바가 적기에 주문 제작 대행을 부탁하기 위함이다.
“아무튼 새벽에 고마웠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뭐, 그냥 알고 있는 걸 알려 드렸을 뿐입니다. 그런데 절 보자고 하신 용건은 뭐죠?”
“네, 컴파운드 보우를 주문 제작하려고요. 그런데 어떻게 구입해야 하는지 몰라서 로빈훗님에게 구매 대행을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그래요? 파운드는 어느 정도로……. 60∼70 정도면 될
까요?”
“아뇨. 사정거리 2,000m짜리가 필요합니다.”
“그 정도가 되려면 당기는 힘이 300파운드가 넘어야 할 겁니다. 그건 사람 힘으론 못 당깁니다.”
“그건 괜찮습니다. 그래도 구매하고 싶습니다. 사례비를 드릴 테니 저 대신 알아봐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로빈훗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현수만 빤히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러다 입을 연다.
“돈 많아요?”
“네?”
“쓰지도 못할 걸 비싼 돈 들여서 만든 다음 걸어놓고 구경만 할 거냐는 뜻이에요.”
“으음.”
현수는 잠시 침음에 잠겼다. 그러는 사이에 힘을 보여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바디 체인지를 한 이후 300파운드를 당기는 정도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된다.
신문에 기사가 나간 후 반쯤 공인이 된 상태이다. 화제의 인물이 되었는지라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 탈이다.
이러단 밥 먹으러 식당 드나드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 될 것이다.
이곳에 오는 동안에도 20회가 넘게 사인 요청을 받았다. 택시기사도 그랬고, 내리자마자 만났던 행인도 사인해 달라고 했다. 목이 말라 커피숍에 들어갔을 땐 사람들이 몰려서 사인만 200번 가까이 했다.
여기에 힘까지 엄청나게 세다는 소문이 번지면 번거롭다. 진위를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잠시 말을 끊었다.
“제가 그런 활을 만들어달라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궁금하죠. 그 정도면 코끼리도 쏴서 죽일 수 있습니다. 어디에 쓰려는 겁니까? 관상용은 아닌 것 같은데.”
“맞습니다. 코끼리와 악어 사냥용입니다. 그리고 그 활은 제가 아니라 콩고민주공화국에 있는 어떤 힘센 사람이 쓸 겁니다. 그 사람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그걸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검은 헤라클레스입니다. 헤라클레스가 누군지는 아시지요?”
“검은 헤라클레스요?”
“네, 어린아이 몸통 굵기의 나무를 힘으로 뽑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300파운드쯤은 거뜬히 잡아당길 겁니다.”
“네에? 나무를 그냥 뽑아요?”
로빈훗의 눈이 커진다. 팔목 굵기의 나무도 뽑으려면 온 힘을 기울여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네.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헐!”
로빈훗은 사람이 나무를 뽑는 장면을 상상하는지 나직한 탄성을 낸다.
“화살촉은 가장 관통력이 좋은 게 필요합니다. 그러니 저 대신 주문 좀 해주십시오.”
“으음!”
이번엔 로빈훗이 침음에 잠긴다. 어떤 주문을 해야 할지 고심하는 것이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주문이 되면 콩고민주공화국에 있는 천지건설 킨샤사 본부로 보내달라고 해주십시오.”
“킨샤사요? 아! 그러고 보니…….”
로빈훗의 눈이 커졌다. 이제야 현수를 알아본 것이다.
“네, 요즘 신문에 오르내리는 그 김현수 맞습니다.”
“아이고, 이거 영광입니다. 악수 한 번 더합시다.”
“네, 그러시죠.”
로빈훗이 환히 웃으며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든다.
이 틈을 타 현수는 원하는 바를 이야기했다.
“아주 강력한 활로 주문해 주십시오. 사정거리가 길수록 좋습니다. 아마 500파운드까지는 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화살도 100발 정도 부탁드립니다.”
“그러세요.”
로빈훗은 현수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버렸다. 콩고민주공화국 정글에서 사용하려는 것으로 생각한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어떤 화살촉을 보았는데 브로드 헤드(Broad Head)라는 것이 있더군요.”
“아! 그건 사냥용 화살촉입니다. 뾰족한 촉 사이드에 칼날이 3∼4개 달려 있는 거죠. 이거에 맞으면 주변 조직까지 끊어버려 심한 출혈이 유발됩니다. 제대로 맞으면 살아서 움직이는 시간이 5초 남짓이라고 하더군요.”
“네, 그거요. 그거로 만들어주세요.”
현수가 가장 살상력이 큰 촉을 요구한 이유는 하마터면 라이세뮤리안의 브레스에 죽을 뻔한 것을 잊지 않은 때문이다.
내가 죽을 뻔했으니 넌 죽어라 하는 심정이었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빈훗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렴요. 코끼리나 악어, 또는 하마를 상대하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할 겁니다.”
“네, 그리고 깃은 천연 재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최고로 알아봐 드리지요.”
보너스로만 100억을 받은 사람이고 월급이 5억 원이나 되는 초특급 샐러리맨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로빈훗은 본인이 궁금해하던 바를 해소할 기회로 삼았다.
주문을 하면서 컴파운드 보우에 대한 공부를 조금 더 해볼 생각을 한 것이다.
현수는 자신이 주문한 컴파운드 보우 한 세트가 최소 1,000만 원을 상회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평범한 화살 하나 값이 8만 원이다. 그거 100발이면 화살 값만 800만 원이다.
그런데 자신이 주문한 것은 보나마나 특수할 것이다. 어쩌면 한 발에 20만 원씩 총 2,000만 원이 들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주문이 완료되면 로빈훗에게 총액의 10%를 수고비로 주기로 했다. 그래야 발 벗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로빈훗은 수고비는 필요 없다면서 고사한다. 현수를 만난 것만으로도 영광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어찌 그렇게 하겠는가!
현수는 일단 알겠다고 했다. 그리곤 잠시 더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컴파운드 보우에 관한 것이다. 덕분에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시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300파운드 이상의 장력을 버텨낼 재료가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현수는 아공간 속에 있던 오우거의 힘줄을 꺼내놓았다. 멀린이 수집해 놓은 것 가운데 하나이다. 그것만으론 혹시 약할까 싶어 강력함과 질김을 추가할 스트렝스와 터네이셔스(Tenacious) 마법을 인챈트했다. 덕분에 500파운드는 넉넉하게 버틸 정도가 되었다.
로빈훗과 헤어진 현수는 각궁 장인을 만났다.
그는 12대째 활만 만들어온 가문의 궁장이다. 그리고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은 분이다.
한민족 고유의 활인 각궁은 놀랍게도 아르센 대륙의 그것과 형태가 닮았다. 물론 사정거리 등은 각궁이 월등하다.
기왕에 활을 쏘려면 강력한 것이 좋을 듯싶어 주문하려 만나자 했던 것이다.
현수는 아주 강력한 각궁을 주문했다. 당연히 당기는 힘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또 검은 헤라클레스를 팔아먹었다.
그랬더니 시위가 견딜 수 있을까 고심한다.
하여 아공간에 있던 오우거의 힘줄을 주었다. 물론 또 마법을 걸었다. 뭐냐고 묻기에 아프리카에서 시위로 쓰는 것이라 둘러대었다.
장인은 오우거의 힘줄을 몇 번 당겨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정도면 아주 강력한 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이때 아르센 대륙에서 사용하던 화살 하나를 보여주었다.
그걸 본 장인이 깜짝 놀란다. 이런 화살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다행인 것은 장인이 만들 각궁으로도 쏠 수 있는 것이라 한다. 적지 않은 돈이 든다지만 아끼지 않았다.
* * *
“지현 씨!”
“네에, 현수 씨!”
지현이 환히 웃으며 커피숍으로 들어선다. 너무도 예뻐 사방으로 아우라를 뿜어내는 듯하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뇨. 지현 씨가 금방 오셔서 얼마 안 기다렸습니다.”
“다행이에요. 전화 받고 최대한 빨리 나온다고 온 건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것은 아닌가 하여 한 걱정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