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5
05. 세 번째 이후 출산의 고통
06. 만성 요통
07. 초기 및 중기 암 발생에 의한 고통
08. 잘려 나가 없어진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
09. 타박상
10. 골절상
11. 신경통
12. 칼이나 날에 베임
13. 이빨이 아픈 치통
14. 관절염 통증
15. 자궁경부 열상
16. 팔이나 다리가 삐는 것
CRPS는 사람이 느끼는 고통 중 가장 큰 고통인 작열통과 같은 수준의 고통을 느끼게 되는 질병이다. 이 병은 현재 완전한 치료법이 없다. 진통제를 투여해도 완전하게 통증을 제어하지 못한다.
“테스트해 봐서 효과가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물론입니다.”
김지우 박사의 고개가 크게 끄덕여진다.
쉐리엔의 뿌리가 그 통증마저 잠재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진통 효과를 가진다면 대한민국에 신약 하나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는 문자메시지로 알려주십시오.”
“네, 그러지요.”
현수가 대한약품을 떠난 것은 늦은 오후이다. 저녁을 먹고 가자고 했지만, 대화 도중 걸려온 전화를 받고 급히 떠난 것이다.
* * *
“어서 오십시오. 김 전무님!”
윤강혁 소령도 전무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네에. 안녕하셨죠?”
“그럼요. 우리 팀장님은 조금 늦으십니다. 갑작스런 팀장회의가 소집되어 출발 시각이 조금 지체되었거든요.”
“네에. 알겠습니다.”
이곳은 김포공항 입구에 자리 잡은 커피숍이다. 둘러보니 사람들이 별로 없다.
“차는 뭘로……?”
지난번 만남 이후 윤 소령은 상당히 살가워졌다.
“팀장님 오시면 그때 마시지요.”
“뭐 그럽시다. 그나저나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천지건설 전무이사가 된 일을 이야기하는 모양이다.
“네에, 감사합니다.”
현수는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다.
“김 전무님이 치료해 준 윤준이는 요즘 재활훈련 중입니다. 고맙다면서 김 전무님을 꼭 한번 뵙고 싶다고 합니다.”
“아, 네에. 그러지요. 저도 보고 싶네요.”
의례적인 이야기이다. 그런데 윤 소령은 의례적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금방 수첩을 꺼내 든다.
“다음 주 주말쯤 어떠십니까?”
“네? 그날은… 어! 저기 최 팀장님 오십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현수는 최희문 팀장과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였다. 최 팀장은 가볍게 목례를 한다.
“윤 소령님, 항공·유도 무기체계 팀장님도 오시는데…….”
현수는 다소 비밀스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자꾸 사람이 모이는 것 같아 우려 섞인 목소리였다.
“김 전무님!”
“네.”
“오늘 항공·유도 무기체계 팀장님 소개해 준다고 했죠?”
“네, 근데 최 팀장님도 오시면…….”
“최 팀장님이 항공·유도 무기체계 팀장님이십니다.”
“네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이 딱 그렇다.
최희문 팀장이 항공·유도 무기체계 팀장일 것이라곤 전혀 상상치 못했기에 현수의 입은 딱 벌어졌다.
“놀랐어요?”
“네에. 조금요.”
“제가 자신 있게 항공·유도 무기체계 팀장님 소개해 드린다고 장담했잖습니까? 잊으셨습니까?”
“아이고, 참!”
현수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최 팀장이 다가왔다.
“김 전무님! 축하합니다.”
“아! 네에. 반갑습니다. 윤준이는 재활 훈련 중이라고요?”
“네, 모든 게 김 전무님 덕분입니다. 아내가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 네에. 윤준이가 나아져서 정말 다행입니다.”
“자, 자리에 앉읍시다.”
“네에.”
자리에 앉자 막상 할 말이 없어졌다. 무어라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이다. 하여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 침묵을 깬 사람은 윤 소령이다.
“김 전무님! 팀장님 만나게 해달래 놓고 왜 말이 없습니까?”
“아, 네에. 그게…….”
“그게 뭐요?”
“그게…….”
“허어, 답답하네요. 김 전무님. 하실 말씀이 뭔지 이야길 해야…….”
“시간도 늦었는데 맥주 한잔 어때요?”
“네?”
윤 소령과 최 팀장은 뜻밖의 말에 벙 찐 표정을 짓는다.
“설마 우리 팀장님과 술을 마시고 싶어서……?”
윤 소령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유도 무기체계 팀장을 만나는 것을 철없는 어린아이의 호기심 정도인 것으로 여긴 것이다.
“아뇨. 그건 아니고…….”
현수는 얼른 손사래를 쳤다. 그리곤 말을 잇는다.
“아무튼, 시원한 맥주나 한잔하시죠.”
“……!”
둘은 진짜 어이없음이란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무어라 하지는 않았다. 현수가 윤준이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기 때문이다.
“맥주 안 하실 거예요?”
“뭐, 그럽시다. 날씨도 후텁지근하니 맥주가 좋겠네요. 윤 소령! 자네도 맥주 괜찮지?”
“네……? 아, 네에. 그럼요. 맥주 좋습니다. 가시죠. 이 근처에 괜찮은 맥주집 있습니다.”
윤 소령이 먼저 일어났기에 일행은 그의 안내를 받아 좋다는 맥주집으로 들어갔다.
“여기 좋네요. 칸막이가 있어서 남들 시선 신경 안 써도 되고.”
최 팀장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손님은 딱 한 팀뿐이다. 그 손님들은 동네 아주머니 둘인 듯하다.
셋은 말없이 잔을 비웠다. 각기 1,000㏄씩 마셨지만 어느 누구도 취한 이는 없었다. 다시 술을 주문했다.
또 1,000㏄씩 비우니 얼굴이 붉어진다. 윤 소령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팀장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느냐고 여러 번 물었지만 현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또 1,000㏄씩 마시자 연장자인 최 팀장이 약간 취한 듯하다.
“김 전무님, 대체 왜 날 만나자고 한 겁니까?”
“항공·유도 무기에 관심이 있어서요.”
“무기에? 건설회사 직원인데. 참, 직원이 아니라 임원이지.”
최 팀장이 약간 혀 말린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거나 현수가 입을 연다.
“전에 일본 놈들이 독도가 자기네 거라면서 호위대군인지 뭔지를 보낸 적 있죠?”
“있었죠.”
“그때 우리나라 무기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그런데요?”
“공군과 해군이 열세더군요.”
“……!”
이 대목에서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는지 최 팀장은 입을 다물었다.
“미사일은 우리나라가 조금 더 나은 것 같더군요.”
“많이 낫지요.”
“그래도 사거리가 짧아 일본을 직접 공격할 수는 없더군요.”
“현무 3―C의 사정거리는 1,500㎞입니다.”
“그게 얼마나 많이 실전에 배치되었는지요? 일본 전역을 강타하여 항복을 받을 만큼 많은가요?”
“네?”
“그때 그 뉴스를 보면서 피가 끓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셨거든요.”
“……!”
“저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사수로 근무한 거 알고 계시죠?”
“네, 그건 전에 들어서…….”
윤 소령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튼, 우리나라 미사일들의 사거리를 늘릴 방법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사거리 늘리는 건 연구원들만으로도 충분…….”
윤 소령의 말은 중간에 끊겼다. 최 팀장 때문이다.
“맞습니다. 여기 있는 윤 소령도 사거리 연장과 관련된 유능한 연구원입니다.”
“그럼 미사일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게 하는 방법도 연구원들의 능력으로 충분합니까?”
“네? 그게 무슨……?”
둘 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스텔스란 개념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가 말을 이었다.
“저는 지금 일본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만큼 사거리가 길면서 스텔스 기능까지 있는 미사일에 관한 이야길 하는 겁니다.”
“장거리 스텔스 미사일이요?”
윤 소령은 하던 말을 계속해 보라는 표정이다. 이에 현수는 단호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네,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미사일 말입니다.”
현수는 부러 술에 취한 모습을 보였다.
조금 흐트러져서 감추고 있던 비밀을 털어놓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이에 윤 소령이 피식 웃는다.
“그런 미사일은 이미 있습니다.”
윤 소령의 말처럼 스텔스 미사일은 이미 개발된 상태이다.
유럽 컨소시엄이 만든 ‘스톰 쉐도우(Storm Shadow)’가 그중 하나이다.
미제로는 AGM―129가 있다. 사정거리가 3,000㎞이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스텔스 미사일이다.
이란도 ‘파지르 3’라는 스텔스 미사일을 개발한 바 있다.
“그건 모두 공대지 미사일이죠? 지대지, 지대공, 지대함, 또는 함대지, 함대함, 함대공 미사일 중 스텔스가 있나요?”
“네?”
“기존에 이미 만들어진 미사일들을 스텔스로 바꾸는 기술이 있느냐는 뜻입니다.”
“그야, 스텔스 도료를 개발하면…….”
“윤 소령님도 연구원이라 하셨는데 그거 만들 자신 있습니까? 스텔스 도료요.”
“네……?”
이 대목에서 윤 소령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솔직히 요즘 그거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계속 실패 중이기 때문이다.
이때 최 팀장이 끼어든다.
“그러는 김 전무님은 이미 개발된 미사일을 스텔스 도료 없이 레이더에 안 잡히게 하는 기술이 있습니까?”
“있다고 하면 시험해 보시겠습니까?”
“네……? 뭐라고요?”
당연히 아니라고 할 대목인데 너무 쉽게 대꾸하자 최 팀장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반문한다.
“그 실험을 해보고 싶어서 팀장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한 겁니다.”
“좋습니다. 그럼, 어떤 원리로 그렇게 되는 건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적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가 나게 만들면 일단 교란은 되겠죠?”
“그것만으론 적의 레이더망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미사일이 보이지 않게 만들면…….”
“네? 그게 무슨…….”
“바로 곁에 있어도 눈에 안 보이게 하는 기술이 있습니다.”
“네? 말도 안 되는…….”
“비대칭 금속 나노입자는 대칭인 금속 나노입자에 비해서 우수한 광학특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투명망토와 같은 스텔스 기술로도 이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헐……!”
전문가 수준에서나 이해될 법한 소리가 느닷없이 튀어나왔기에 놀란 표정이 역력하다.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기술이라면 레이더도 못 잡지 않을까요?”
이 대목에서 윤 소령은 한마디 하려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회를 놓쳤다. 현수가 빠르게 말을 이은 때문이다.
“그런 미사일이 있다면 우리나라 전력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일본이나 지나와 한판 해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현수가 느닷없이 열변을 토하자 윤 소령과 최 팀장은 대꾸나 대답 대신 멍하니 바라만 본다.
“아무튼, 기존 미사일에 제가 생각하는 기술이 접목 가능한지 시험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가능할까요?”
“……!”
윤 소령은 대꾸가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때문이다. 하지만 최 팀장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일단 국방과학연구소 내 실험실에서의 시험은 가능합니다. 그런데 방금 말한 그거 진짜입니까?”
“네.”
“제가 알기론 김현수 전무님 전공은 수학입니다. 그리고 졸업 후 연구기관에 근무한 경력도 없구요. 맞죠?”
“그건 그렇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비대칭 나노 금속 이야길 하시니…….”
“팀장님, 저 의대나 한의대 안 나왔습니다. 그런데 아드님은 고쳐 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 그야…….”
윤 소령과 최 팀장은 찍소리도 보탤 수 없었다.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때 현수의 열변이 이어진다.
“관련학과 나왔다고 다 그거 만들 수 있다면 우리나란 진즉 스텔스 전투기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
“어쨌든 절 한 번만 믿어봐 주십시오. 국가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요.”
“……!”
둘은 여전히 대답이 없다. 현수의 말이 모두 틀렸다고 부인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안 된다면 나중에라도 기회를 주십시오. 제 이론대로라면 분명히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