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346화 (346/1,307)

# 346

첫 번째 텔레포트할 장소는 다프네가 사는 마을이다. 그곳에 당도하는 즉시 드래고니안들이 살던 마을로 옮겨갈 것이다.

그 다음은 드래고니안의 자식들이 사는 마을이다.

이곳에서 곧장 캐러나데 사막으로 이동한 다음 마물의 숲으로 또 한 번 이동한다. 다음은 이곳 레어 앞이다.

그리고 다시 다프네 마을이다. 다음엔 드래고니안의 마을, 그들의 자식이 사는 마을, 캐러나데 사막, 마물의 숲, 이곳 레어, 다프네의 마을 순으로 몇 바퀴를 빙빙 돈다.

이러다 보면 놈이 헷갈려 추적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쫓아온다면 지구로 차원이동을 한다.

드래곤 아니라 드래곤의 할애비라 할지라도 쫓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리는 것이다.

지구에서 적당히 지내는 동안 라이세뮤리안은 같은 곳을 빙빙 돌며 분노를 삭여야 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이다.

아무튼 기다리는 것을 몹시 무료하다. 하여 현수는 아공간 속의 책들을 탐독했다.

레어 인근에 무언가가 어른거리면 즉시 신호가 오도록 망원경에 무음 알람을 걸어놓았으니 그곳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흐음, 엔진 효율이 낮은 이유가 이렇게 여러 가지였나?”

현수가 읽은 부분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내연기관은 연료의 점화에 의해 에너지가 생성될 때 부피의 팽창력으로 실린더를 밀어주는 힘 말고도, 소음 및 열에너지로 에너지가 방출된다.

그러나 엔진이 적정온도를 얻어서 열에너지로 빼앗기는 양이 적어지면 엔진 힘이 다시 좋아지는 걸 느끼게 된다.

한겨울에 엔진 시동 후 한동안 차가 힘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승용차 엔진은 대부분 수냉식이며, 냉각수의 온도 조절을 통해 엔진 온도를 제어한다.

보통은 냉각수 온도가 70℃일 때 효율이 가장 좋다.

“흐음, 이건 항온 마법진을 적용하면 되겠구나.”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엔진의 연소 효율이 좋으려면 이전에 연소한 배기가스는 최대한 배출되고, 깨끗한 공기만 연소실 내로 유입되어 순수 공기만 압축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것을 위해 배기밸브의 각도와 형상이 매우 중요하다.

“흐음, 이건 흡입 마법진을 양쪽에 정반으로 그려 넣으면 해결되겠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음으로 시선을 옮겼다.

엔진이 가동되는 동안 디젤 및 가솔린 엔진에서 2∼22 마이크론의 가변 클리어런스(틈새)가 발생된다. 이 의미는 미립자가 엔진 부품을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엔진의 성능을 향상시키려면 엔진실 내 쇳가루들을 제거하여야 한다.

“이건 뭘로 해결하지? 걸러낸다는 의미로 해결하면 될 것 같은데……. 흐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야 할 문제군.”

현수는 해결하지 못한 것과 해결한 것을 구분하여 노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밤하늘에 별빛이 반짝이건만 라이세뮤리안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현수는 꼬박 밤을 샜다.

덕분에 엔진 개량에 필요한 여러 마법들을 구상하는 알찬 시간을 보냈다. 생각했던 것의 90% 이상 해결된 기분이다.

다음 날 아침, 현수는 우유와 빵으로 식사를 해결하면서 엔진 관련 서적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여겨지던 고효율 엔진 개발과 관련된 문제점들이 거의 해결되고 있었기에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다.

피리리리링―!

알람신호가 와도 놓칠까 싶어 엄지발가락에 묶어놓은 실이 바르르 떠는 느낌이 든다. 이에 시선을 들던 순간 현수의 모든 움직임은 멈췄다.

“……!”

밤새 기다리던 놈이 드디어 보인다. 그런데 폴리모프한 모습이 아니라 본체의 모습이다.

거대한 레드 드래곤이란 말이 딱 맞다.

시뻘건 비늘로 뒤덮인 놈은 거대한 몸체를 이리저리 흔든다. 마치 기지개를 켜는 듯한 모습이다.

눈대중으로 짐작컨대 본체의 길이가 150m는 넘는 듯하다. 몸집에 비해 작아 보이기는 해도 커다란 날개가 달려 있다.

지구의 바다에서 가장 몸집이 큰 동물은 흰수염고래 암컷으로 몸길이 23∼27m에 160t이나 된다.

육지에서는 이미 멸종당한 공룡 중 아르젠티노 사우루스라는 놈이 있다. 몸길이 22∼28m에 60∼80t 정도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것들이 애들 장난감처럼 여겨지게 할 정도로 커대한 몸집에 현수는 입을 딱 벌렸다.

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클 것이라곤 생각지 못한 때문이다.

라이세뮤리안이 체조하듯 몸을 비틀 때 현수는 먹던 빵과 우유를 살그머니 내려놓았다.

무려 2,000m나 떨어져 있기에 그냥 내던져도 소리가 들리지 않겠지만 조심해야 한다 느낀 때문이다.

그리곤 컴파운드 보우에 화살을 싣고 시위를 잡아당겼다.

고장력을 견디기 위해 다른 활에 비해 크다. 당연히 화살도 더 무겁고 길다. 이 긴 화살의 끝이 현수의 입가로 다가간다.

빠드드드드드―!

활의 본체에서 소리가 난다. 하지만 현수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목표물에 시선을 집중시킨 때문이다.

현수는 놈의 심장을 노렸다.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이이이이잉―!

시위를 놓자 화살이 진저리를 치며 쏘아져 간다.

양궁의 화살 속도는 240㎞/h 정도 된다. 이를 환산해 보면 66.7㎧이다.

방금 현수가 쏜 화살은 150㎧ 정도의 속력으로 공간을 가르고 있다. 놈과의 거리가 2,000m쯤 되니 13.3초 정도 걸린다.

화살이 공간을 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라이세뮤리안이 흠칫한다. 그리곤 현수가 있는 쪽을 바라본다.

다프네의 말대로 엄청나게 감각이 예민한 듯하다.

같은 순간, 화살은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비행을 하는 중이다. 그러는 동안 현수는 다음 화살을 시위에 얹었다.

그리곤 힘껏 당긴 후 지체없이 놓았다. 그리곤 또 한 발, 또 한 발을 쏘았다.

네 발의 화살 모두 플라이와 헤이스트 이외에 퍼펙트 트렌스페어런시 마법이 인챈트되어 있다. 또한 목표에 격중하면 뒤이어 폭발하도록 오토믹 붐 마법도 걸려 있다.

현수는 놈이 움직이는 것을 감안하여 네 발의 화살을 쏘곤 다섯 번째를 시위에 얹은 채 결과를 기다렸다.

피이이잉! 쒜에에에엑! 쑤아아아앙! 쉬이이이익!

네 발의 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동안 내는 파공음은 거리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한편, 찌뿌드한 몸에 활력을 부어넣기 위해 기지개를 켜던 라이세뮤리안은 좌측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에 시력을 돋궈 살폈지만 보이는 것은 없다. 그러던 중 네 개의 각기 다른 파공음이 들린다.

무언가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이다.

즉시 경계태세를 갖춘 채 살폈지만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다.

다른 드래곤이 몰래 들어와 장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괜히 배리어나 실드를 펼치면 개망신이다.

어린 시절을 같이 보냈던 블랙 드래곤 콜카러스리안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1,200년 전에도 이런 장난을 했다. 그때는 커다란 바위를 하늘에서 떨어뜨렸다. 지름이 100m는 족히 될 바위 4개였다.

당시 라이세뮤리안은 코웃음을 치곤 곧장 튀어 올라 4개 모두 박살을 냈다.

이번엔 하늘이 아닌 듯하다. 하지만 여유있는 표정으로 그래 뭔가 한번 보기나 하자는 듯 바라보았다.

그러다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듯하다. 화살의 촉엔 마나로 발현된 오러가 어려 있다. 이를 느낀 것이다.

“미친 깜둥이 같으니……! 아무리 장난이라 해도 오러는 너무하잖아. 좋아, 너 오늘 한번 뒈져 봐라.”

라이세뮤리안은 경각심을 가지고 전면을 주시했다. 그러는 사이에 다가오는 오러가 심상치 않다 느꼈다.

“빌어먹을……! 실드!”

파아아앙―!

쒜에에에에엑―!

첫 번째 화살이 실드를 뚫었다. 워낙 날카로운데다 오러까지 실려 있었기에 실드가 맥없이 파괴된 것이다.

“뭐야, 이건……! 배리어!”

황급히 마나 장막을 펼쳤다. 그 순간 화살이 그것마저 관통했다.

퍼어억!

쑤아아앙!

“이런! 실드, 실드, 실드!”

파아앙! 파앙! 팡―!

쿠와아아아앙―!

화살이 실드를 뚫는 충격을 적중한 것으로 오인했는지 오토믹 붐 마법이 구현되면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두 번째 화살이 당도했다. 이번 것은 약해진 실드를 뚫은 것이기에 비행속도가 별로 줄지 않았다.

쒜에에에에엑―!

“이런……! 실드! 실드! 실드! 배리어! 배리어!”

파앙! 퍼어억! 피잉! 퍼어억! 퍼억!

콰아아아앙―!

또 한 번 거대한 폭발음이 터져 나온다. 먼지구름이 이는 사이에 세 번째 화살이 당도했다.

라이세뮤리안은 이를 갈았다.

“부드득! 으으, 빌어먹을 콜카러스리안! 갈아 마시겠어! 배리어! 배리어! 배리어! 배리어!”

퍼억! 퍼억! 퍽! 퍼억!

쿠와아아앙―!

세 발의 화살이 근접해서 터진 결과 라이세뮤리안의 몸체는 폭발로 인한 먼지로 뒤덮였다.

드디어 마지막 화살이 당도했다.

“배리어! 배리어! 배리어! 이런 빌어먹을……! 아이언 스킨!”

퍼어억! 파악! 퍼억! 빠악!

쿠와아아아앙―!

네 번째 화살은 두 개의 배리어를 뚫고 목표물의 지척에 당도했다. 촉의 예리함에 오러가 더해지자 드래곤의 배리어마저 뚫린 것이다.

자존심 강한 드래곤이기에 배리어보다도 훨씬 강력한 앱솔루트 배리어 마법을 알면서도 쓰지 않은 결과이다.

이제 라이세뮤리안의 몸통에 틀어박히기만 하면 품고 있던 화마를 마음껏 풀어놓을 상황이다.

위기감을 느낀 라이세뮤리안은 오른쪽 발바닥에 아이언 스킬 마법을 구현시킴과 동시에 화살을 막았다.

그 결과 지금까지와 다른 소리가 났다. 곧이어 지근거리에서 오토믹 붐 마법이 구현된 것이다.

뿌연 흙먼지가 휘날려 시야가 가려진 현수는 시위를 당긴 채 라이세뮤이안을 노려보았다.

비틀거리기만 하면 곧바로 다음 화살들을 날리려는 것이다.

잠시 후, 라이세뮤리안의 모습이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찾는 모습이다. 그런데 움직임이 크다. 몹시 분노했다는 뜻이다.

“제기랄! 활로는 안 되는 모양이군.”

눈에 보이지도 않고, 적중되면 폭파되는 마법까지 작용하는 강력한 화살을 날렸음에도 결과가 없다.

놈만 분노하게 만든 것이다.

한편, 라이세뮤리안은 너무도 화가 나 열통이 터질 지경이다.

드래곤 로드조차 자신을 조심스럽게 대하는데 웬 미친놈이 공격을 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분노해서 펄펄 뛸 지경이다.

하지만 이성까지 잃은 것은 아니다.

화살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오토믹 붐이 발현되었다.

퍼펙트 트렌스페어런시과 오토믹 붐은 5써클 마법이다.

이것은 블랙 드래곤 콜카러스리안의 장난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의미이다.

콜카러스리안은 9써클 마법을 능수능란하게 쓴다.

만일 그의 장난이라면 최소가 8써클 마법인 헬 파이어일 것이다. 별로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더 심하면 파이어 퍼니쉬먼트, 또는 미티어 스크라이크 같은 9써클 마법을 썼을 것이다.

이렇듯 더 강한 마법을 쓸 수 있으므로 굳이 저써클 마법을 쓸 이유가 없다.

“그럼, 대체 어떤 개자식이지?”

라이세뮤리안은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격렬한 통증을 떨치려는 듯 오른쪽 앞발을 흔들며 사위를 살폈다.

그러던 중 1,998m 앞에 있는 인간을 보았다. 얼마 전 자신의 브레스에 죽을 위기를 처했던 바로 그 인간이다.

인간의 시력은 대체적으로 2.0을 최대로 친다. 물론 이보다 훨씬 더 먼 거리를 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어쨌거나 시력 2.0이면 2㎞ 밖까지 볼 수 있다는 뜻이다. 1.5는 1.5㎞, 1.2는 1.2㎞까지 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드래곤인 라이세뮤리안의 시력은 30.0이다. 다시 말해 30㎞ 밖의 문자까지 또렷하게 식별 가능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