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347화 (347/1,307)

# 347

라이세뮤리안은 현수를 확인함과 동시에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시동어 없이도 발현되는 용언 마법을 구현시킨 것이다.

목표는 현수 전면 10m이다.

도착과 동시에 현수라는 존재 자체를 말살할 생각으로 프로미넌스 마법의 마나 배열을 떠올렸다.

프로미넌스는 초고온, 고압의 화염구를 폭사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구현되면 웬만한 산은 단번에 박살 난다.

그것만 갖고 안 된다 생각하였기에 화염의 브레스를 준비했다. 혹시라도 놈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 하는 순간 아예 말살시키기 위함이다.

같은 순간, 현수는 라이세뮤리안에게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했음을 인식했다. 또한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해 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기에 지체없이 마법을 구현시키려 했다.

그런데 눈앞에서 마나가 요동을 친다. 그리곤 라이세뮤리안의 동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위기를 느낀 현수는 저도 모르게 전능의 팔찌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리곤 외쳤다.

“마나여, 나를 보호해 줘! 앱솔루드 배……!”

현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라이세뮤리안이 무지막지한 화염의 브레스부터 뿜어낸다.

후와아아아아악―!

앱솔루트 배리어가 완성되기 직전이었기에 화염의 브레스로 인한 엄청난 열기가 느껴진다. 살이 익는 것 같다.

그 순간 현수는 또 다른 마법을 구현시켰다.

“마나여, 나를 이동시켜 줘! 텔…….”

텔레포트라는 말의 ‘텔’ 자가 나왔을 때 라이세뮤리안의 또 다른 용언 마법 또한 구현되었다.

“안티 매직 필드!”

혹시라도 화염의 브레스를 견딜 경우 마법을 써서 도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나름의 조치이다.

11장 이런 빌어먹을 놈!

하지만 현수가 빨랐다. 텔레포트의 ‘트’ 자를 발음할 때 라이세뮤리안은 매직의 ‘직’을 발음했다.

당연히 현수의 마법 구현이 더 빠르다. 굳이 시차를 계산하자면 0.3초 차이이다.

샤르르르르릉―!

현수의 신형이 안개처럼 스러지는 것을 바라본 라이세뮤리안이 분하다는 듯 발을 구른다.

“이런 빌어먹을……!”

현수의 신형이 사라짐과 동시에 라이세뮤리안의 육중한 동체가 다가섰다. 마나를 느끼기 위함이다.

“텔레포트 좌표는……? 좋아, 텔레포트!”

라이세뮤리안은 현수가 텔레포트한 좌표를 파악함과 동시에 그의 뒤를 따랐다.

샤르르르릉―!

라이세뮤리안의 동체 역시 사라진다.

현수는 계획했던 대로 도착 즉시 이곳저곳으로 텔레포트를 했다. 그런데 라이세뮤리안이 너무 빨리 쫓아온다.

추적 마법을 쓰는 모양이다. 하여 체내 마나량이 거의 다하도록 수십 번이나 텔레포트를 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다.

“이런 빌어먹을……! 더럽게 끈질기네. 트랜스퍼 디멘션!”

샤르르르르르릉―!

현수의 신형이 안개처럼 스러졌다.

그 순간 라이세뮤리안이 당도한다. 폴리모프까지 한 걸 보면 확실히 마법은 한 수 위이다.

“이 자식이……! 또? 좋아, 누가 이기나 보자.”

라이세뮤리안은 캐러나네 사막에서 즉시 마물의 숲으로 텔레포트했다. 그런데 방금 이동했는지 마나가 느껴진다.

워낙 빨리 텔레포트해서 아까의 흔적이 남은 것이다.

“좋아, 누가 이기나 두고 보자고, 텔레포트!”

샤르르르릉―!

라이세뮤리안이 나타난 곳은 다프네가 사는 마을 인근이다. 이곳에서도 마나의 향기가 느껴진다. 워낙 빨리 이동했기에 아직도 마나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이다.

“좋아, 또 텔레포트!”

라이세뮤리안은 자식인 드래고니안 마을 쪽으로 텔레포트했다. 그리곤 곧장 손자들이 사는 마을로 이동했다.

라이세뮤리안의 이런 움직임은 같은 곳을 반복해서 거의 100바퀴나 된다. 나중엔 자신이 텔레포트하느라 소모된 마나의 뒤를 쫓기 때문이다.

물론 분기탱천하여 펄펄 뛴다.

그러던 어느 순간, 현수의 신형은 이실리프 무역상사 건물 옥상에 있다. 라이세뮤리안이 죽을 때까지 노력해도 영원히 쫓을 수 없는 차원이동을 한 결과이다.

“뭐 그런 자식이 있어? 흐음, 활로는 안 된다는 말이지? 좋아, 그렇다면 총으로 끝내주지. 부드득!”

현수는 앱솔루트 배리어가 완성되기 직전까지 느껴지던 어마어마한 열기를 떠올리고는 나직이 이를 갈았다.

주위를 확인하고는 저격소총 체이탁을 꺼냈다. 최대 유효 사거리가 2,270m짜리이다.

일단 총신에 사거리 연장을 위한 마법진을 그렸다.

그리곤 총알을 꺼내 샤프니스와 스트렝스, 그리고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마법진을 일일이 그려 넣었다.

물론 인라지 마법으로 크게 확대한 상태였다.

일련의 작업이 끝나자 총알을 따로 보관했다. 실험해 보지 않아 모르지만 사거리가 최소 3,000m 이상으로 늘었을 것이다.

“흐음, 총알도 오러가 실릴 수 있나? 제기랄, 시험해 볼 장소가 없으니…….”

나직이 투덜거린 현수는 아공간에 담긴 병기 하나를 더 꺼냈다. 한국군에서 사용하는 K―6 중기관총이다.

체이탁으로도 안 되면 사용할 것이다.

이놈은 중량이 무려 38㎏으로 아주 무겁다. 하지만 현수는 이를 돌격소총처럼 다룰 근력이 있다.

분당 450∼600발이 발사되고, 총구 속도는 930㎧이다. 놈에게 쏘았던 화살보다 무려 6.2배쯤 더 빠르다.

유효사거리는 체이탁보다 떨어지는 1,830m지만 최대사거리가 무려 6,765m나 되는 괴물이다.

“흐음, 총알마다 플라이와 헤이스트, 그리고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마법을 걸고, 오러까지 실으면……. 내가 치사한 것 같아 현대 무기는 안 쓰려고 했지만 할 수 없군.”

차원이동을 하지 않았다면 라이세뮤리안은 분명 화염의 브레스로 본인을 말살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쪽에서 자비를 베풀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내친김에 현수는 아공간에 담긴 무기들을 점검했다.

러시아의 자랑인 KA―52 Alligator Hokum B 공격헬기에 장착되는 AT―16을 꺼냈다.

사거리는 6∼9㎞, 속력은 2,000∼2,175㎞/h(마하2)이다.

“좋았어! 안 되면 이걸로라도…….”

은근히 뒤끝 작렬이다.

현수는 이를 갈았다. 그리곤 곧장 아르센 대륙으로 차원이동하려 했다. 그런데 전능의 팔찌에 박힌 마나석 색깔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한다.

“이그, 이건 어떻게 좀 하던지 해야지. 성가시네.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없지. 좋아! 어디 가는 거 아니니까.”

현수는 마나석에 마나가 충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함을 알기에 무기들을 다시 아공간에 담았다.

들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곤 앱솔루트 배리어 마법진을 구현시켰고, 타임 딜레이 마법까지 실행시켰다. 다음은 수순에 따라 마나를 모았다.

팔찌에 마나가 모이는 동안 현수는 엔진과 관련된 제반 서적들을 뒤지며 시간을 보냈다.

* * *

“어서 오세요.”

늘 그렇듯 민윤서 사장은 환한 웃음을 짓는다. 요즘 사업이 번창 일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네, 별일 없죠?”

“그럼요. 콩고민주공화국으로 갈 백신 제조에 정신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쉐리엔 원료는 언제쯤 공급됩니까?”

“왜요? 급한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네! 급해도 보통 급한 게 아닙니다.”

“뭐라고요?”

“그거 빨리 출시 안 한다고 완전 난리입니다.”

“……!”

농담인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다. 민윤서 사장이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누라 친지들 등살 때문에 못 살겠습니다.”

“네? 그게 무슨……?”

현수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민 사장이 입을 뗀 때문이다.

“전에 김 전무님이 주셨던 쉐리엔 분말을 마누라가 처제에게 건넨 모양입니다.”

현수는 윤영지에게 쉐리엔 분말을 캡슐에 담은 것을 주었다. 아기를 낳은 후 혹시 살이 안 빠지면 쓰라는 의도였다.

윤영지는 현재 임신 중이기에 쉐리엔을 쓸 수 없다. 태아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영지에겐 여동생이 있다.

언니의 후광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연기력으로 인정받아 일약 톱스타가 된 윤미지이다.

윤미지는 자꾸 굵어지는 허리 때문에 고민 중이었다. 다이어트를 해도, 격렬한 운동을 해도 좀처럼 살이 빠지지 않았다.

이는 뚱뚱해서가 아니라 워낙 말라서이다. 다시 말해 더 이상 빠질 게 없어 체중이 줄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다 운동을 지속하니 근육만 생긴다. 이를 살찌는 것으로 오인한 것이다.

어쨌거나 윤미지는 언니네 집에 갔다가 쉐리엔 분말을 얻었다. 먹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니 허무맹랑했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 생각하던 윤미지는 언니의 말을 믿지 않았다.

먹기만 하면 운동도 할 필요가 없고, 음식의 양을 줄이거나 가려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세상에 그런 다이어트 보조제가 어디에 있겠는가!

하여 동료 배우 뽀순이에게 쉐리엔 분말을 주었다.

조연 전문인 뽀순이는 뚱뚱한 것이 트레이드 마크이다. 그래서 본명이 있음에도 뽀순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아무튼 뽀순이는 오래 전 뽀뽀뽀라는 아이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뽀식이 아저씨 같은 몸매이다.

그리고 윤미지는 쉐리엔 분말을 주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몰라보게 날씬해진 뽀순이를 보게 되었다.

이전엔 허리둘레가 거의 40인치에 육박했다.

그런데 불과 2주 만에 32인치짜리 허리의 소유자가 되어 돌아다니는 것이다.

“어머! 언니, 되게 날씬해졌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미지구나. 고마워. 네 덕에 날씬해졌어. 정말 고마워.”

“네……? 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윤미지는 대체 무슨 영문인지를 물었다. 쉐리엔 분말을 줬다는 사실조차 잊은 때문이다.

“그때 네가 준 그 약… 그거 더 살 수 있지?”

“네……? 무슨 약이요? 제가 언제 약을 드렸어요?”

“그래, 그때 네가 줬던 캡슐 있잖아. 쉐… 뭐라고 했지? 아무튼 그거 더 못 사니?”

윤미지는 무얼 말하는 건지 깨달았다.

“아……! 그거요? 근데 그건 왜요?”

“왜긴, 그거 대박이야. 나 그거 먹고 살 빠진 거야. 내 몸 좀 봐. 날씬해진 거 보이지? 그치?”

뽀순이의 몸매는 한눈에 보기에도 확연히 달라진 상태이다. 이에 윤미지는 어찌된 영문인지 알려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언니! 근데 진짜 그거 먹고 살 빠진 거예요?”

“그래. 그거 먹는 동안엔 다른 건 일체 안 했어. 근데 너무 신기하지 않니? 운동도 안 했는데 살이 저절로 빠져.”

“에이, 거짓말!”

“아냐, 진짜야! 게다가 대박인 건 내가 지난 2주 동안 음식 관련 방송을 했잖아. ‘세상에 이런 맛이!’라는 프로그램 알지? 그거 하면서 얼마나 먹었는지 몰라. 정말 맛이 있었거든.”

“그래서요?”

“운동 안 하고 그렇게 먹었는데도 허리가 8인치나 줄었어.”

“헉……! 저, 정말이에요?”

“그럼, 정말 고맙다. 근데 그거 더 못 사냐? 그거 어디서 구한 거야? 그거 너네 형부가 사장인 제약회사에서 만든 거지? 그치? 아무리 비싸도 그건 사야 하는 거야.”

윤미지는 공짜로 쉐리엔을 준 것이 후회되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뽀순이는 선배배우이다.

비록 조연만 맡고 있지만 주연의 연기력이 시원치 않으면 대놓고 까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그 말은 모두 맞다.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받는 조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돌려달라는 말을 할 수 없다.

문제는 뽀순이가 마당발이라는 것이다.

여자들은 자기보다 예쁘면 일단 경계한다. 그리고 같이 다니려 하지 않는다. 비교될까 싶어서이다.

그런데 뽀순이는 살이 뒤룩뒤룩 찐 돼지다. 뽀순이와 다니면 당연히 비교 우위가 되기에 상당히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문제는 뽀순이의 다른 별명이 ‘따발총’이라는 것이다.

연예계의 비밀 가운데 절반이 그녀의 입을 통해 세간에 알려진다. 다시 말해 수다의 여왕이다. 그리고 뽀순이에게는 비밀이라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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