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367화 (367/1,307)

# 367

설명은 길었지만 상황은 순식간이다.

여섯 겹의 배리어와 두 겹의 앱솔루트 배리어로 408 체이탁 탄환 두 발의 비행을 저지시킨 라이세뮤리안은 분기탱천하여 현수 앞으로 워프했다. 도착과 동시에 화염의 브레스를 뿜어낼 만반의 준비를 갖춘 뒤이다.

막 현수 앞에 당도한 순간 브레스를 뿜기 위해 입을 열던 라이세뮤리안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느낌과 동시에 블링크 마법을 썼다.

아무리 8써클 마스터에 이른 마법사이며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헬 파이어는 결코 만만한 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기에서 벗어난 라이세뮤리안은 현수를 찾았다.

준비했던 화염의 브레스를 뿜어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 순간 현수는 ‘텔레포트’의 ‘포’ 자를 발음하고 있었다.

라이세뮤리안은 저도 모르게 욕을 했다.

“이런 빌어먹을!”

이 순간 현수의 신형이 사라졌다. 라이세뮤리안은 곧바로 좌표를 확인하곤 현수의 뒤를 따랐다.

현수는 지난번엔 순서에 입각하여 피신했다. 이번에도 그러하다면 현수보다 앞서 있다 잡으면 된다.

그렇기에 다다음 장소인 드래고니안 마을로 텔레포트했다. 그런데 나타나지 않는다. 하여 캐러나데 사막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도 없다. 하여 막 텔레포트하려는 순간 라이세뮤리안은 현수의 신형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마법을 정지할 수는 없다. 아무리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구현되던 마법을 되돌리면 심각한 내상을 입기 때문이다.

현수 역시 사라지려는 라이세뮤리안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잘못 텔레포트하면 놈의 브레스에 녹는 불상사가 발생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럼 할 수 없지! 트랜스퍼 디멘션!”

샤르르르르르릉―!

현수의 신형이 스러지려 한다.

이때 근처에 대규모 마나 유동 현상이 발생된다. 다른 데로 갔던 라이세뮤리안이 급거 되돌아온 것이다.

라이세뮤리안은 사라지는 현수를 보았지만 브레스를 뿜을 수 없었다. 몸 전체가 당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 시선이 마주친 현수는 왼 주먹을 든다. 그리곤 셋째 손가락만 가볍게 펼쳐 주었다.

라이세뮤리안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현수의 입가엔 비웃음만 가득했다.

오래전, 어떤 가수 하나가 인터넷 회선을 광고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현수의 표정이 바로 이랬다.

라이세뮤리안은 현수가 사라지자 곧바로 다가와 좌표를 확인했다. 그리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좌표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 *

“쓰벌 놈! 총알도 안 먹히네. 그게 어떤 총인데…….”

덕항산 동굴에 당도한 현수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이다.

“할 수 없지. 더 강력해야 하니까. 아공간 오픈!”

시커먼 공간이 발생되자 손을 넣으며 K―6를 떠올렸다.

중량 38㎏, 분당 450∼660발 발사, 총구 속도 930㎧이다.

유효 사거리는 체이탁보다 떨어지는 1,830m지만 이건 마법으로 해결된다. 최대 사거리는 무려 6,765m나 되는 놈이다.

미군이 대전차용으로 개발한 M―2를 한국에서 개조한 중기관총의 이름이 바로 K―6이다.

미국의 M―2는 나사 회전식 총열 교환 방식이다. 반면 K―6는 잠금턱 방식이기에 총열 교환에 불과 5초밖에 안 걸린다.

라이세뮤리안이 워낙 빠르기에 총열 교환까지는 못할 것이다. 어쨌거나 대전차용으로 개발되었던 놈이니 위력은 무시무시할 것이다.

“이건 효과가 있겠지.”

분당 최고 660발을 발사할 수 있는 놈이다. 라이세뮤리안에게 이것을 사용할 경우 대략 2∼3초간 발사할 수 있다.

1초에 66발이니 2초면 132발이고, 3초간 공격할 수 있다면 198발까지 쏠 수 있다.

“배리어와 앱솔루트 배리어가 막강하긴 하지. 하지만 쉴 새 없이 공격한다면……?”

K―6는 반동이 강해 손으로 들고 쏠 수는 없다. 그럴 경우 화망이 흩어져 버린다. 따라서 어딘가에 고정시킬 필요가 있다.

문제는 웬만해선 못 버틴다는 것이다.

“흐음, 그렇다면 고정 틀을 하나 만들어야겠군.”

현수는 아공간에 담긴 것들을 꺼내 K―6를 고정할 틀을 만들었다. 라면 공장을 털면서 영선반에 있던 것들까지 싹 쓸어 왔기에 철판으로 틀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용접기가 있지만 사용 방법을 몰라 한참을 헤맸다.

어쨌거나 틀을 만들었다. 서서 조준하고 발사하기 좋은 높이이다. 다음엔 K―6의 반동을 견뎌낼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건 마트 헬스코너에서 팔던 10㎏짜리 원반을 틀 안쪽에 차곡차곡 쌓는 것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쌓아놓고 보니 대략 300㎏ 정도 된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반동이 얼마나 강할지 알지 못한다. 그렇다 하여 덕항산에서 쏴볼 수는 없다.

그랬다간 즉각 인근 군부대에 비상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반동이 문제이다.

그러던 중 틀 아래에 땅을 파고 쇠기둥을 박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하면 충분히 버텨낼 것이다.

문제는 유사시 총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르센 대륙엔 현대식 무기를 남겨선 안 된다. 호기심 많은 드래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하여 한참을 고심한 결과 K―6 총열 교환 방식인 잠금턱을 만들기로 했다.

아공간에 있는 여러 기술 서적을 뒤져 적합한 방법을 찾아냈고, 그대로 만들어냈다.

이제 아르센 대륙으로 돌아가면 저격에 적합한 장소를 먼저 찾을 것이다. 다음엔 디그와 논 노이즈 마법을 더블 캐스팅하여 조용히 땅을 파야 한다.

이게 여의치 않으면 직접 땅을 팔 생각이다.

그렇게 판 땅속에 사각 기둥 위에 쇠기둥을 용접한 베이스를 묻을 것이다.

되메우기가 끝나면 고정 틀 위에 K―6를 안착시킨다. 그리곤 놈이 나오길 기다리면 된다.

놈을 공격했음에도 효과가 없다면 즉각 K―6를 떼어내 아공간에 담은 뒤 텔레포트, 또는 트랜스퍼 디멘션 마법으로 현장을 떠난다.

라이세뮤리안이 눈앞에 모습을 나타낼 쯤 발현되는 헬 파이어 마법을 쓰지 않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대신 사라지기 직전 곁에 놓인 PP―19Бизон(Bizon) 기관단총을 집어 들 것이다.

러시아 국영 조병창에서 만든 이것은 64발 들이 원통형 탄창이 적용되어 있다. 탄알은 모두 철갑탄8)을 쓸 것이다.

분당 500발을 발사하니 1초면 8.3발을 쏠 수 있다. 사라지기까지 2초 걸린다 치면 최소 16발은 나갈 것이다.

준비를 마친 현수는 다시 결계를 치고 마나를 모았다.

차원 이동을 할 때마다 의례적으로 해야 하는 이 일이 이제는 지겹다. 그래서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 느낌이다.

물론 타임 딜레이 마법진 안에 있으니 현수의 이런 느낌은 당연한 것이다.

“마나여, 다시 아르센으로 데려다줘. 트랜스퍼 디멘션!”

샤르르르르릉―!

현수가 사라진 덕항산 동굴에는 옅은 안개 같은 것이 감돌았다. 하지만 이곳은 현수 이외엔 아는 사람조차 없는 오지이다. 그렇기에 마나는 고요히 가라앉게 되었다.

“으드득! 기다려라, 라이세뮤리안! 오늘은 끝장내 주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현수는 주위를 세심히 살폈다. 일대일로는 라이세뮤리안이라는 파충류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엔 텔레포트 마법을 쓰지 않았다. 놈이 마나 유동을 잡아내려 감시 중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이세뮤리안은 눈에 불을 켜고 사방을 훑고 있다. 그럼에도 대규모 마나 유동 현상이 일어나는 드랜스퍼 디멘션 마법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생전의 멀린은 합리적이며 영리한 사람이었다.

멀린은 어떤 마법을 시전하든 쓸데없는 마나 소모를 지극히 싫어했다. 그렇기에 용언 마법과 비견될 정도로 마법 영창이 짧은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창안해 놓은 마법 가운데 가장 간결하면서도 가장 위력이 강하다.

아무튼 멀린은 차원 이동 마법이 구현되는 동안 상당히 많은 마나가 소모되는 것을 어떻게 하면 줄일까를 고심했다.

자동차를 예로 들자면, 사람이 엔진 위에 올라타 사람만 이동하진 못한다. 자동차의 모든 골격이 함께 움직인다.

직접적인 운행과 관련 없는 트렁크에 실린 예비 타이어까지도 함께 이동하도록 되어 있다.

트랜스퍼 디멘션도 그러하다. 현수만 이동하는 게 아니라 현수가 입은 의복 및 주변 공기까지 한꺼번에 움직인다.

그리고 마법도 자동차처럼 효율이라는 것이 있다.

다시 말해 마나가 100이 있다고 마법의 위력 또한 100이 되는 것이 아니다. 멀린은 이렇게 사라지는 마나가 아까웠다.

하여 차원 이동 마법이 끝남과 동시에 주변 마나를 전능의 팔찌에 재흡수되도록 마법진을 새겨놓았다.

이렇게 함으로써 마나석에 마나가 충진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고, 무의미하게 흩어져야 할 마나를 효용있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현수가 차원 이동을 한 직후 주변의 마나는 아주 빠른 시간에 전능의 팔찌로 흡수되었다.

하필 그때 라이세뮤리안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아무튼 현수는 천천히 걸어 먼젓번 저격 장소로 향했다. 거기만큼 저격하기 좋은 장소가 드물기 때문이다.

“헐! 세상에! 맙소사!”

현장에 당도한 현수는 입을 딱 벌렸다.

자신이 저격했던 장소 인근 500m가 또 초토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분노한 라이세뮤리안이 분풀이를 한 결과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실제로 풀 한 포기, 개미 한 마리 없다.

화염의 브레스는 뒤쪽의 모든 수목을 증발시켰다. 아울러 암석들을 녹여 버렸다.

우주로부터 날아온 운석이 행성과 충돌하면 크레이터(Impact crater)가 만들어진다.

그 결과 텍타이트(Tektite)가 곳곳에 널린다.

텍타이트란 고열에 기화되었던 암석이 다시 응결되면서 유리질로 된 물방울 모양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텍타이트는 기원이 불분명한 천연 유리로 여기고 있다.

“무식한 도마뱀 새끼!”

절로 욕이 나온다. 이렇듯 뜨거운 열기로 자신을 공격했다는 것이 새삼 상기된 때문이다.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고.”

나직이 중얼거린 현수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다. 그런데 너무 눈에 뜨인다. 위장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

하여 장소를 바꾸었다. 울창한 수림 속에 마침 괜찮은 곳이 보인다. 현수는 삽을 꺼내 땅을 팠다.

가로세로 2m에 깊이 3m짜리 구덩이가 목표이다.

비약적으로 좋아진 체력을 가지고 있지만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럼에도 디그 마법은 쓰지 않았다.

놈이 눈치채면 만사휴의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9장 어떻게 해야 잡을까?

“휴우! 드디어 다 팠군.”

이마의 땀을 닦아낸 현수는 아공간 속의 고정 틀을 꺼냈다.

밑 부분은 가로세로 1m, 높이 50㎝짜리 직육면체이다. 안에는 철판 쪼가리를 가득 채웠다.

당연히 엄청나게 무겁다. 그럼에도 가뿐히 들어 올려 구덩이에 안착시켰다. 그리곤 위쪽에 붙어 있던 경량화 마법진을 떼어냈다. 이것이 있었기에 들 수 있었던 것이다.

직육면체 박스 중앙에는 쇠기둥이 고정되어 있다. 이것의 밑에는 사각형 철판이 붙어 있는데 직육면체와 용접되어 있다.

현수는 아공간에서 K―6 고정 틀의 나머지 부분을 꺼냈다. 그리곤 쇠기둥 위에 그것을 끼웠다.

다음엔 퍼냈던 흙을 되메우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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