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368화 (368/1,307)

# 368

졸지에 땀을 뚝뚝 흘리며 삽질하게 되었지만 현수는 힘들다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라이세뮤리안과의 대결을 어찌할 것인지를 계산하기에도 바빴기 때문이다.

작업하는 동안 수많은 경우의 수가 떠올랐고, 각각의 해법이 강구되었다. 이번엔 전보다 훨씬 강력한 공격이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휴우! 이제 끝이군.”

고정 틀까지 자리를 잡자 K―6를 꺼내서 올려놓았다. 사용될 탄환은 KM2이다. 풍산에서 만든 철갑탄이다.

곁에는 러시아제 PP―19Бизон(Bizon) 기관단총을 준비했다. 64발 들이 탄창을 가득 채우고 장전까지 마쳤다.

이제 방아쇠만 당기면 준비된 총알이 튀어나갈 것이다.

현수는 라이세뮤리안이 쉽게 찾아낼 수 없도록 위장을 했다. 그리곤 눈빛을 빛내며 레어를 바라보았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놈이 나타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렇기에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흘렀다.

밤이 되고, 새벽이 되었으며, 낮이 지나고 다시 밤이 되었다. 그리고 또 새벽이 되었다.

놈이 나왔다. 그런데 전처럼 몸을 흔드는 게 아니라 대가리만 내놓은 채 사방을 면밀히 살핀다.

현수는 기척을 숨기기 위해 호흡까지 멈췄다. 무려 2㎞나 떨어져 있지만 조심해서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라이세뮤리안은 두 번이나 저격을 당했다.

첫 번째 화살 공격은 촉에 오러가 실려 있었지만 다행히도 위력이 약해서 막아냈다.

두 번째는 처음보다 강력했다. 엄청난 속도였기에 까딱하면 큰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

세 겹의 배리어가 맥없이 뚫렸다. 앱솔루트 배리어가 없었다면 상처가 났을 것이다.

중간계의 조율자, 마법의 생물, 위대한 존재라 일컬어지는 드래곤으로서 체면 상하는 일이다.

그것도 상대는 한낱 인간이다.

다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만일 상처를 입고, 그것이 외부로 소문나면 래드 드래곤 체면은 땅에 떨어진다.

블루, 블랙, 골드, 실버, 화이트, 심지어 순둥이 그린 드래곤까지 놀릴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친 라이세뮤리안은 레어 밖으로 나갈 때 조심스레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세 번째 저격이 두 번째보다 더 강할 것이란 예측을 한 때문이다.

다행히 발견하지 못한 듯 몸체가 레어 밖으로 절반 정도 빠져나왔다. 그러는 동안 현수는 K―6를 정조준했다. 그리곤 지체없이 발사시켰다.

두르르르르르르―!

8조 우선이 파여 있는 총열을 통과하는 동안 총알은 강력한 회전력을 얻었다. 그 즉시 총구를 박차고 나가 놈의 두개골로 쏘아져 갔다.

밑으로 쏟아지는 탄피가 금방 수북해진다.

현수는 최대한 큰 타격을 주기 위해 발사를 멈추지 않았다. 계획한 대로 총알은 줄지어 라이세뮤리안에게 쇄도한다.

총구 속도 930㎧이지만 마법의 힘이 더해져 철갑탄은 1,230㎧의 속도로 놈에게 쏘아져 갔다.

“으읏! 배리어, 배리어, 배리어! 배리어! 앱솔루트 배리어, 앱솔루트 배리어!”

과연 드래곤은 드래곤이다. 입술 몇 번 달싹이는 사이에 4겹 배리어와 2겹 앱솔루트 배리어가 쳐진다.

퍽! 퍼퍼퍼퍼퍼퍽! 까강! 까가가가가가강! 파직! 픽픽픽픽! 타당! 타타타타탕! 텅! 터터터터터터텅!

“크헉! 블링크!”

현수는 3초간 총알을 발사시켰다. 초당 66발씩 198발의 철갑탄이 놈을 노리고 날아간 것이다.

최초의 철갑탄은 배리어를 뚫지 못했다. 하지만 그보다 66분의 1초 늦게 당도한 철갑탄은 배리어에 큰 충격을 주었고, 그 뒤의 철갑탄은 배리어를 뚫었다.

고정된 상태로 발사되었기에 K―6의 총알들은 탄착군을 형성했다. 다시 말해 비슷한 궤도를 비행했다.

그 결과 배리어의 뚫린 구멍을 통해 나머지는 손쉽게 두 번째 배리어에 당도한 것이다.

이것 역시 세 발의 총탄에 의해 파괴되었다.

세 번째 배리어는 네 알의 총탄을 막았을 뿐이다.

나머지 총알을 막아선 것은 앱솔루트 배리어이다. 과연 앱솔루트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강했다.

하지만 철판도 뚫는 철갑탄을 다 버텨내진 못했다.

다섯 발을 막아낸 뒤 앱솔루트 배리어가 해제되었다. 이제 남은 건 딱 하나의 앱솔루트 배리어이다.

이것은 여섯 발을 막아냈다. 그와 동시에 철갑탄이 줄지어 라이세뮤리안의 두개골을 노리고 들어갔다.

적중되기만 하면 뚫고 들어갈 것이다. 아무리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두개골이 철판보다 든든하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막 최초의 탄환이 놈의 머릿속을 파고들려던 순간 라이세뮤리안의 동체가 사라졌다.

블링크 마법에 의해 30m쯤 이동한 때문이다.

“으으으, 이놈! 이 오크 같은 놈!”

마법의 조종인 자신으로 하여금 상대의 공격을 피하게 만든 것에 대한 분노, 그리고 세 번에 걸친 집요한 저격에 분기탱천한 라이세뮤리안은 현수가 있는 곳을 노려보았다.

그와 동시에 워프 마법을 구현시켰다.

한편, 3초간 총탄을 발사한 현수는 즉각 K―6를 떼어내 아공간에 담았다. 그리곤 곁에 있던 러시아제 기관단총을 집어 들었다.

다음 순간 PP―199Бизон(Bizon) 기관단총이 품고 있던 탄환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

현수는 2초간 방아쇠를 당겼다. 이때 라이세뮤리안이 예상했던 곳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텔레포트 내지는 워프, 또는 트랜스퍼 디멘션 마법을 구현시켜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있다는 느낌에 방아쇠를 놓지 않았다.

두두두두두두두!

2초를 더 당겼다. 64발 중 32발쯤 나갔을 것이다.

“텔레포트!”

현수의 입에서 ‘포’ 자가 나올 때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라이세뮤리안은 화염의 브레스를 뿜어내려다 화들짝 놀랐다.

강력한 파공음을 내며 쏘아져 오는 총탄을 느낀 때문이다.

“크윽! 브, 블링크!”

드래곤으로서 창피하게 말까지 더듬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30m쯤 순간이동한 라이세뮤리안은 분노의 노성을 터뜨렸다.

“이놈!”

화아아아아아아―!

화염의 브레스가 뿜어져 온다. 하지만 현수의 신형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분기탱천한 라이세뮤리안은 또 한 번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래 봤자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같은 시각, 현수는 지구에 당도해 있다.

“제기랄! 중기관총으로도 안 되면 다음은 뭐야? 진짜 AT―16을 써야 하나?”

현수는 아공간에서 러시아의 자랑인 KA―52 Alligator Hokum B 공격헬기에 장착되는 AT―16을 꺼냈다.

사거리는 6∼9㎞, 속력은 2,000∼2,175㎞/h(마하2)이다. 더 먼 거리에서 공격 가능하니 더 많이 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런처가 없는데……. 지르코프에게 부탁해야 하나?”

레드 마피아 노보로시스크 지부장인 지르코프라면 전용 런처9)를 구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뭐라고 말하고 구한단 말인가?

곧 조성될 농장의 방어용으로 KA―52 Alligator Hokum B 공격헬기를 구입하겠다고 하면 몰라도 런처만 달라면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레드 마피아가 수출하고 콩고민주공화국 반군이 받기로 한 무기는 모두 사라졌다.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잃어버린 AT―16을 발사할 수 있는 런처를 구해달라는 말은 ‘내가 범인이오!’라며 나서는 것과 같다.

“그럼 뭐로 놈을 잡지? 아, 진짜 엄청 세긴 하네. 그나저나 나만 보면 화염의 브레스를 쏴? 그러니까 우리 둘은 서로를 못 죽이면 안 되는 사이가 된 거란 말이지?”

은근히 화가 난다. 하여 이 방법, 저 방법을 강구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다.

“제기랄!”

나직이 투덜거린 현수는 덕항산 동굴 속에서 이리저리 서성였다. 이때다.

크르르르릉―!

“뭐야? 이건! 헐! 이 산속에 웬 개야?”

느닷없는 소리에 시선을 돌린 현수의 눈이 커졌다.

다 큰 성견 한 마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품종은 진도견 잡종인 듯하다. 웬 개인가 싶어 자세히 살폈다.

그런데 시선이 마주치자 또 한 번 나직한 소리를 낸다.

크르르르릉―!

마치 내 구역에 왜 침범했느냐는 듯하다.

“야, 여긴 원래 내 구역이야. 네가 침범한 거야.”

아르센 대륙에서 호랑이보다 훨씬 큰 샤벨 타이거도 상대해 본 현수이기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크르르르릉―!

놈은 또 한 번 으르렁거린다. 그런데 왠지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때 놈이 엎드려 있는 바닥을 보게 되었다.

검붉은 피가 보인다. 자세히 살피니 놈의 배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박혀 있다. 부상을 당한 모양이다.

크르르릉!

또 나직한 소리를 낸다. 그러면서도 시선을 떼지 않는다.

“아파? 내가 구해줘?”

크르르릉―!

현수는 여차하면 마법을 쓸 준비를 하고 천천히 다가갔다.

놈의 배에 박힌 나뭇가지를 잡으니 움찔거린다. 통증을 느끼는 모양이다.

“조금 아파도 참아.”

말을 함과 동시에 나뭇가지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캬르릉!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듯 펄쩍 튀어 오른다. 그와 동시에 많은 양의 피가 쏟아져 나온다.

“힐!”

현수의 손에서 마나가 뿜어지자 상처가 저절로 닫히며 지혈이 되고 아무는 모습이 보인다.

“……!”

“이제 괜찮냐?”

현수의 물음에 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듯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을 뿐이다.

아파야 하는데 아프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보자.”

공격하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았기에 현수는 조금 더 다가갔다. 상처가 아물고 있지만 손상된 부위의 조직들이 너덜너덜한 느낌이다. 상처 입은 지 꽤 된다는 뜻이다.

“클린! 힐!”

또 한 번 마나가 뿜어졌다. 클린을 외쳤을 땐 하얀 빛이었고, 힐은 초록에 가까운 빛이었다. 너덜너덜했던 부위가 말끔히 정리되고 그곳 역시 아무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 괜찮을 거야. 근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현수가 개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놈은 야생 늑대이다.

본시 DMZ에서 서식했다. 인간의 간섭이 없어 살기 좋았다.

그러다 영역 다툼이 벌어졌다.

며칠을 굶었던 녀석이 졌고, 추방당했다.

이 녀석이 방향을 잡은 것은 남쪽이다. 태백산 줄기를 따라 남하하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찾은 것이다.

먹이가 풍부하고 위험은 적어야 한다. 그런데 만만한 곳이 없다. 그러다 인간이 설치한 각종 장애물을 만나게 되었다.

가드레일이 그것이고, 도로가 그것이다. 중앙분리대도 그중 하나이다.

그러다 늑대도 깜짝 놀라게 할 것을 만났다. 한밤중에도 시속 80㎞ 이상으로 달리는 자동차이다.

늑대 입장에서 보았을 때 헤드라이트는 얼마나 밝은가!

화들짝 놀란 늑대가 저도 모르게 가드레일을 뛰어넘었는데 하필이면 거기에 공사에 쓰던 뾰족한 나무가 있었다.

워낙 다급한 상황이었는지라 피할 겨를 없이 박혀들었다.

통증은 느껴지고, 피는 줄줄이 샌다. 이런 상황이 되니 본능만 남는다. 그러다 늑대는 현수가 차원 이동하면서 흩날리고 간 마나를 우연히 느꼈다. 그렇기에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흐음, 길을 잃고 야생화 된 건가? 이 녀석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되겠지?”

현수는 녀석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곤 내키지 않지만 마법을 구현시켰다.

“마나여, 놈을 복종시켜 줘. 오베이!”

마나가 녀석의 몸으로 스며들었지만 이미 경험한 바 있어 그런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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