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371화 (371/1,307)

# 371

“안녕하세요? 저는 천지건설의 김현수라 합니다.”

“네? 김현수 전무님이요?”

“맞습니다.”

“아, 네, 말씀하세요.”

콩고민주공화국의 한국인 직원인 김나라는 유명 인물이 직접 걸어온 전화라 얼른 전화기를 귀에 바싹 댔다.

이때 현수의 음성이 이어진다.

“제가 내일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들어가는데 동반할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분 성함은 어떻게 되시죠?”

김나라는 비자 독촉인 것으로 알고 얼른 명단을 확인했다.

“그게… 아직 비자 신청이 되지 않았습니다. 도착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셨으면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분 성함과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시면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김나라는 천지건설의 김현수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정부에서 보내온 공문의 내용을 보면 김현수는 명예대사 신분이다. 비록 명예라는 글자가 붙어 있지만 현직 대사와 같은 예우로 대하라고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요청을 하더라도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해 줘야 하며, 일체의 비용을 청구하지 말라고 되어 있다.

이 공문을 받았을 때 주한 콩고민주공화국 대사는 전 직원에게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말하길, 언제 어떤 요청이 있을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협조하라고 했다.

대사가 대통령인 조셉 카빌라와 통화한 직후의 일이다. 그렇기에 김나라는 얼른 메모할 준비까지 갖췄다.

“이름은 강연희이고요, 주민등록번호는… 잠깐만요.”

현수는 얼른 연희에게 문자를 넣었다. 잠시 후 주민등록번호와 여권 번호가 메시지로 뜬다.

“네, 주민번호는… 여권 번호는… 방문 목적은…….”

알려달라는 것을 모두 알려주었다.

“네,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이번엔 항공편 티케팅을 했다. 이번에도 파리를 경유하여 입국할 생각이다.

‘거기 가면 당분간 못 올 테니 여기서의 일을 어느 정도 매듭지어야 하는데… 흐음, 가장 먼저 할 일은 미사일 런처를 구하는 거야. 근데 어디서 구하지? 문제네.’

현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끄으응!”

마땅치 않기에 침음을 내는데 전화가 진동한다. 번호를 보니 대한약품 민윤서 사장이다.

“네, 민 사장님.”

“김 전무님, 방금 미라힐과 청향 시제품 나왔습니다.”

현수는 지난 9월 20일 대한약품을 방문했을 때 회복 포션 성분 가운데 합성할 수 없던 두 가지에 대한 유사 효소를 받아온 바 있다.

이 효소 두 가지는 9월 22일 퍼펙트 카피 마법으로 변형되었다. 그것은 두바이로 출발하기 직전에 택배로 보내졌다.

그 결과 의료계에 대혁명을 일으킬 미라힐과 청향의 시제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아, 그래요? 참, 컨테이너는 잘 당도했습니까?”

쉐리엔의 뿌리는 이 세상의 어떤 진통제보다도 탁월한 효과를 보일 NOPA의 원료이다.

잎사귀와 줄기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을 경이적인 다이어트 보조제 쉐리엔의 원료이다.

이것들은 9월 21일에 컨테이너에 담겼다. 뿌리와 줄기, 그리고 잎사귀만 보냈다. 열매들은 여전히 아공간에 담겨 있다.

알베제 마을에서 1차로 수확한 것은 20피트 컨테이너 열 대 분량이다. 이것은 보존 마법진이 부착되어 있는 컨테이너에 담긴 채 발송되었다.

9월 22일에 출발했으니 23일쯤 당도했을 것이다.

“네, 그것도 잘 도착해서 지금 제품화하는 중입니다.”

“저번에 드렸던 진통제는 결과 나왔습니까?”

“쉐리엔의 뿌리와 디오나니아 열매에서 추출한 물질이 다행히도 CRPS로 인한 통증을 어느 정도 제압하는 것 같답니다. 현재 김 실장님이 두 물질의 성분비를 조절하여 최상의 조합점을 찾는다고 합니다.”

“다행이군요.”

“잠시 안 들르실 겁니까?”

“잠시요? 네, 알겠습니다. 가죠.”

뚜렷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스피드를 몰고 대한약품으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민윤서 사장은 현관까지 나와서 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금알을 낳을 거위를 줄줄이 몰고 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에구, 기다리셨어요?”

“하하, 네. 근데 자동차 참 멋집니다.”

“회사에서 준 겁니다.”

“네에? 스포츠카를 업무용으로 줬다고요?”

“아뇨. 차를 고르라고 해서 제가 저걸 골랐습니다. 국산 수제 스포츠카잖아요.”

“아무튼 차 좋습니다.”

“하하, 네.”

“자, 안으로 가시죠.”

민 사장의 방엔 김지우 박사가 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네, 바쁘시죠?”

“바쁘긴요. 주신 과제 때문에 날마다 즐겁습니다.”

“다행이군요.”

“이게 미라힐 시제품입니다. 한번 보시죠.”

“네.”

현수는 김지우 박사가 건넨 미라힐의 용기부터 살폈다.

연구실 분위기 나도록 삼각 플라스크 비슷한 디자인을 골랐다고 한다.

마개를 열고 향을 맡아보았다.

“제가 드렸던 것보다는 향이 조금 덜하네요.”

“네, 의료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요.”

“……?”

“주셨던 원액은 거의 만병통치약에 가깝습니다. 그런 걸 시중에 내놓으면 문제가 발생됩니다. 의사회는 물론이고 약사회까지 공멸해 버릴 확률이 큽니다.”

“하긴… 그건 그렇겠군요.”

회복 포션의 사기적인 효과를 떠올린 현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농도가 덜하도록 비율 조정을 좀 했습니다.”

“잘하셨네요. 어느 정도로 했죠?”

“20%와 30% 두 가지입니다.”

“그럼 효과는요?”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상처가 아물면 문제가 될까 싶어 그보다는 훨씬 덜하도록 조절했습니다.”

“그건 좋은데, 팔릴까요?”

“아마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될 겁니다.”

김지우 박사는 자신있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농도에 따라 제품명이 다른가요?”

“아닙니다. 미라힐Ⅰ과 마라힐Ⅱ로 잠정적으로 결정되어 있습니다.”

“흐음, 그건 그렇게 하십시오. 청향은 어떻죠?”

“여기 이겁니다. 뚜껑을 따자마자 냄새 맡으시면 됩니다.”

딱―!

음료수 캔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소리는 똑같다.

“흐으으음!”

청아한 향이 폐부 가득 채워지자 기분이 상쾌해진다. 글자 그대로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 때문이다.

사람이 호흡할 때 출입하는 공기의 양은 약 0.5L정도이다. 이 양을 호흡량이라고 한다.

한편 사람이 최대로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내뿜을 수 있는 양은 남자가 약 3.5L, 여자는 약 2,5L 인데 이를 폐활량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만히 누워 있을 때는 1분에 약 9L 의 공기가 필요하고, 앉아 있을 때는 18L, 걸어갈 때는 27L, 달릴 때는 55L 의 공기가 필요하다.

현수가 폐부에서 느껴지는 청량감을 만끽하고 있을 때 민윤서 사장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청향은 사람의 평시 호흡량인 0.5L 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요? 근데 이건 뭐라고 광고하실 겁니까?”

“의료용도 생각해 보았는데 그러려면 복잡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일반 소매점에서 파는 것으로 구상 중입니다.”

“광고도 준비되었나요?”

“네. ‘대동강 물은 김선달이, 산속 공기는 대한약품이 판다!’가 광고 카피입니다.”

“좋군요. 촌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할 말은 다 했네요.”

“하하, 네.”

“그런데 용기를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

“청향은 폐세포에 좋은 영향을 줄 겁니다. 그러니 압축하여 용기에 담는 게 좋지 않을까요? 호흡할 때 폐부 깊숙이 스며들도록 해야 하니까요.”

“압축을 가해 쉽게 스며들게 하자는 뜻이지요?”

“맞습니다. 그리고 일반 음료수 캔보다는 콧구멍에 직접 끼워서 흡입할 수 있는 게 낫지 않을까요?”

“…좋은 발상입니다.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현수의 이 의견은 여러 효과를 만들어낸다.

첫째는 전문적인 상품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둘째는 비염과 축농증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셋째는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양을 최소화할 수 있음이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는 민윤서 사장을 보며 말을 이었다.

“오면서 생각해 봤는데 NOPA는 상품명으론 적합지 않은 것 같습니다. No Pain에서 땄다는 건 알지만 발음해 보면 나이 많은 할머니라는 뜻이잖아요?”

“맞습니다. 그래서 NOPA의 광고 카피는 ‘할머니 손은 약손!’입니다.”

“기발하네요. 괜찮은 것 같습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다시 묻는다.

“그럼 CRPS 통증 완화제 이름은 뭡니까?”

“잠정적으로 ‘홍익인간’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흐음, 홍익인간이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뜻인 건 아는데, 이름이 조금 그렇지 않습니까? 차라리 그냥 진통제를 홍익인간이라 이름 붙이고, CRPS 통증 억제제에 NOPA라 이름 붙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 바꾸겠습니다.”

민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지우 박사 역시 동의한다.

“전무님 말씀이 옳은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드렸던 숙제는 얼추 다 끝난 겁니까?”

“네, 쉐리엔 뿌리와 디오나니아의 열매 성분의 황금비율만 찾으면 되니까요. 근데 하나 여쭙겠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제가 백과사전은 물론 인터넷까지 다 뒤져 봤습니다. 그런데 쉐리엔과 디오나니아라는 식물은 어떤 도감에도 없더군요. 이걸 대체 어디서 구한 거죠?”

현수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머리는 쉬지 않았다. 불과 2초도 지나지 않아 현수의 입이 열린다.

“콩고민주공화국 내륙 깊숙한 정글에서만 자생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처에 맹수들이 서식해서 원주민들도 쉽게 채취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

“이것에 대한 효능이 알려진 게 불과 2∼3년 정도 되었다고 하니 도감에 없을 수밖에요.”

현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윤서 사장이 말을 받는다.

“이거 광고할 때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취했다는 말을 넣어도 되겠습니까?”

“아뇨. 가급적이면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원주민의 안내를 받아 그곳에 가보았는데 천혜의 절경이더군요.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보나마나 대규모 환경 파괴가 일어날 겁니다.”

“……!”

민윤서 사장과 김지우 실장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쉐리엔이 그곳에 있다는 소문이 나면 기를 쓰고라도 콩고민주공화국의 온 정글을 헤집을 인간들이 분명히 있다.

그중엔 지나인의 수효가 압도적일 것이다.

돈이라면 가족과 친지도 나 몰라라 하는 인종이 아니던가!

아무튼 인간의 욕심은 무한하기에 환경 파괴가 당연히 일어날 것임을 충분히 짐작하여 둘의 고개가 끄덕여진 것이다.

“근데 원료 공급은 어떻게? 원활하게 받을 수 있는 겁니까?”

민윤서 사장의 안색이 조금 침중하다. 상품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데 원료가 부족하면 문제이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지금도 채취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 당분간은 별 문제 없을 겁니다.”

원주민이라는 말을 하면서 현수는 알베제 마을 사람들을 떠올렸다. 당연히 웃음이 나온다. 하여 피식 실소를 지었다.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런데 그 기간은 어느 정도나……?”

“필요한 물량에 따라 다르겠지요. 민 사장님 생각에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 겁니까?”

“쉐리엔은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충분히 먹힐 다이어트 보조식품입니다. 따라서 다다익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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