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376화 (376/1,307)

# 376

1장 나 사실은 마법사야!

2013년 10월 7일 월요일 오전 8시.

콩고민주공화국 영토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수도 킨샤사.

인구 1,500만인 이 도시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내 연회장엔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차 있다.

이곳은 한국의 무영건축이 지난 2011년에 설계를 맡아 얼마 전에 준공된 현대적인 건물이다.

연면적 87,300㎡짜리 이 건축물은 상원의원 120명과 하원의원 500명, 국회사무처 직원 300명이 사용하고 있다.

톡, 톡!

“아, 아―!”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슬쩍 두들겨 본 사회자는 장내를 가득 채운 내, 외빈에게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내, 외빈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콩고민주공화국 내무부 건설국장 조셉 투윙크입니다.”

허리를 펴고는 다시 한 번 장내를 둘러보고 입을 연다.

“그럼 지금부터 킨샤사―비날리아 간 총연장 2,432㎞짜리 4차선 고속도로 건설 공사 계약 체결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짝, 짝, 짝, 짝……!

조셉 투윙크가 잠시 말을 끊자 일제히 박수를 친다.

참고로 이 정부엔 건설부가 없다. 내무부 산하 건설국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만큼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뜻이다.

“아시다시피 이 공사는 향후 우리 콩고민주공화국의 식량 생산 기지가 될 이실리프 농산과 수도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토의 대동맥이 되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중요한 도로가 될 것입니다.”

조셉 투윙크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뒤쪽 스크린에는 여러 화면이 명멸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지도에 붉은 선으로 신설될 고속도로의 노선이 가장 먼저 표시되었다.

그것이 이어지는 동안 곳곳으로 잔가지 같은 도로들이 그려진다. 그리곤 그곳의 풍경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아직은 개발되지 않은 곳이지만 장차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상상한 그래픽이 나타날 때마다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화면만 보면 후진국인 콩고민주공화국이 금방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것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나타난 화면은 이실리프 농산의 향후 모습이다. 완전히 개발이 끝난 모습으로써 각종 곡물이 성장하는 모습, 그리고 그것이 수확되어 수도 킨샤사로 이송되는 모습 등이 보인다.

아울러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질 주거지 모습 등도 보인다. 서울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방 중소 도시 규모 정도 되는 모습이다.

끝도 없이 이어진 연립주택과 빌라, 그리고 아파트가 보인다. 그리곤 병원, 도서관, 극장, 마트 등도 보인다.

이것들은 서울의 그것과 거의 다를 바 없다. 당연히 탄성이 터져 나온다. 킨샤사의 그것보다 더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마지막 모습에서 화면이 멈췄다.

완전히 개발된 이실리프 농산의 조감도가 그것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질 계획도시의 모습이다.

“험험, 이제 천지건설 신형섭 사장님과 주무부서 장관인 내무부장관님께서는 단상으로 올라와 주십시오.”

사회자의 발언에 따라 계약식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현장엔 한국에서 급파된 많은 기자들이 있다.

국내 건설업계의 판도를 단숨에 뒤집은 역사상 최고 금액 계약 체결식을 생생하게 보도하기 위함이다.

찰칵! 찰칵! 찰칵……!

신형섭 사장이 자리에 앉자 사진 찍는 소리가 요란하다.

단상 바로 아래 귀빈석에는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과 각부 장관급 관계자들이 배석해 있다.

곁에는 천지건설 이창진 회장이 자리해 있다. 바로 뒷줄엔 박준태 전무, 이춘만 본부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현수가 앉아 있는 자리이다.

천지건설 전무이사임에도 불구하고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과 이창진 회장 사이에 앉아 있다.

뒷줄에 앉겠다고 했음에도 강권한 결과이다.

기자들이 어찌 이걸 놓치겠는가!

박준태 전무는 뒷전으로 밀린 느낌인지 떫은 감이라도 씹은 듯한 표정이다. 반면 회장인 이창진은 덤덤하고, 이춘만 본부장은 싱글벙글하고 있다.

기자들은 이들 셋을 배경으로 현수가 대통령 곁에 앉은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그러다 셋째 줄에 앉아 있는 강연희와 이리냐를 발견한 듯하다. 갑자기 플래시 세례가 쏟아진다.

둘은 피터스 가가바를 비롯한 경호팀에 둘러싸여 있다.

신문엔 이런 제호로 둘의 사진이 올라온다.

계약식을 빛낸 동양과 서양의 대표 미녀!

오늘 킨샤사에서는 콩고민주공화국 정부가 발주한 총연장 2,432㎞짜리 4차선 고속도로 공사 계약 체결식이 진행되었다.

천지건설이 수주한 이 공사는 무려 437억 5천만 달러짜리이다. 한화로 환산하면 48조 8,740억 원에 달한다.

단일 공사 수주액으론 유사 이래 최고액이다.

이 공사에 대한 대금은 전액 콩고민주공화국의 지하자원인 구리, 콜탄, 원유 등으로 지불되므로 천지그룹은 2중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천지건설, 천지전자, 천지통신 및 천지화학의 회장단과 임원들 역시 이 자리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편, 킨샤사―비날리아 간 4차선 고속도로 건설 본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의 서열 변동이 일어났다.

지금껏 굳건하게 1위를 지키던 H건설이 2위로 밀려난 것이다. 1위와 2위의 격차가 워낙 크기에 H건설의 1위 탈환은 당분간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자리엔 동양을 대표하는 미인으로 천지건설 강연희 대리가 배석해 있었다.

서양을 대표하는 미인은 이리냐 파블로비치 체홉이다.

강연희 대리는 천지건설 CF의 메인 모델이자 김현수 전무의 비서이며, 이리냐 양은 대한약품이 최근 출시한 다이어트 보조제 쉐리엔의 전속 모델이다.

이리냐 양은 김현수 전무가 대한약품의 대주주이기에 자리를 빛낸 것으로 추측된다.

둘은 시종일관 김현수 전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국민전무에게 지극한 호감을 품은 듯하다.

이 공사로 일약 국민전무가 된 김현수 전무는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을 마다하고 일찌감치 자리를 빠져나갔다.

한편,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신문마다 현장에서 얻은 사소한 일까지 시시콜콜 보도되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탓이다.

한편, 강연희 대리의 친부인 이강혁 회장은 여식이 현장에 있었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 워낙 사람이 많은 탓이다.

계약식이 끝난 이후에도 공식 행사는 줄줄이 이어졌다.

먼저 베풀어진 것은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이 주최하는 리셉션이다. 이 자리엔 고위 관료 거의 전원과 각국 공관 대표들이 참석했다. 물론 천지그룹 임직원도 모두 자리했다.

당연히 방송국 카메라가 총출동했고, 현장을 샅샅이 누볐다.

이것은 콩고민주공화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쇼이기 때문이다.

오늘 체결된 공사 대금은 애초엔 30% 현금, 70% 지하자원으로 지불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공식 계약서엔 100% 지하자원 지불로 되어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정부가 제안하고 천지그룹이 합의해 준 결과이다.

천지그룹은 구리, 콜탄, 원유 등을 가져오기로 했다. 그렇기에 계약 체결과 동시에 천지정유는 비날리아 인근 지역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원유 채굴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비날리아 지역으로부터 마타디항까지 연결될 송유관 신설 공사도 천지건설로 떨어진다.

콜탄과 구리는 천지통신에서 협상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천지통신은 휘하에 천지자원이라는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회담의 결과로 천지건설은 신설되는 철도 공사까지 따게 된다. 천지그룹 입장에서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이다.

아무튼 이 모든 것은 현수가 중간에 나서서 화기애애한 자리를 마련해 준 결과이다.

반면 천지화학 이강혁 회장은 주변을 겉돌고 있다. 마땅한 협상 상대를 소개받지 못한 결과이다.

오찬 리셉션이 끝난 후 잠시 티타임이 있었다.

그리곤 산회하였다가 천지건설에서 주최하는 만찬 리셉션장으로 모두 자리를 이동했다.

킨샤사에 소재한 최고급 호텔인 그랜드 호텔 칸사이홀이다.

천지그룹 계열사 회장단 전원이 참석하고 가에탄 카구지 내무장관과 네제다자 조아스 재무장관 및 휘하 고위 관료 대부분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 자리엔 교민과 각국 공관 외교관들도 초빙되어 있다. 다만 일본과 지나대사관 사람들은 없었다.

초청장을 보냈지만 배가 아픈지 오지 않은 것이다.

이 자리에서도 현수가 주인공이다. 계열사 회장단은 협상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현수는 결코 편파적일 수 없음을 주지시켰다.

독점적인 협상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데 너무 욕심을 부린 탓이다.

천지화학의 이강혁 회장 역시 얼씬거렸지만 미리 얼굴을 알아낸 현수가 슬쩍슬쩍 자리를 비켰다. 사랑하는 연희의 마음을 상하게 한 사람과 대면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연희는 부친인 이강혁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긴 태어난 이래 단 한 번도 들여다보거나 관심 가져 주지 않은 사람을 어찌 아버지라 칭하겠는가!

게다가 이강혁은 모친의 단물만 쏙 빼먹고 일생을 짓밟아 버린 냉혈한이다. 그렇기에 친자 관계를 거부한 것이다.

아무튼 현수는 이강혁이 다가올 때마다 가에탄 카구지와 이야기하러 가는 척하며 자리를 옮겨 버렸다.

이강혁은 우연의 일치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다가갔다가 입맛을 다시고 되돌아오곤 했다.

행사가 끝난 후 이창진 천지건설 회장과 신형섭 사장을 비롯한 사람들은 뒤풀이를 하러 자리를 옮겼다.

현수는 이때 슬쩍 자리를 비웠다. 그리곤 곧장 귀가했다.

줄곧 현수와 다섯 발짝 이상 떨어지지 않았던 피터스 가가바는 대통령 및 내무장관이 어떤 대접을 해주는지 보았다.

그렇기에 현수를 대함에 있어 조금의 소홀함도 없었다.

어쨌거나 귀가를 하니 꽃보다도 예쁜 여인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맞이한다.

“현수 씨, 오늘 되게 힘드셨죠?”

“조금.”

먼저 다가온 것은 연희이다. 현수가 상의를 벗자 얼른 받아 들고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넥타이를 풀어준다.

신혼부부 같은 그림이다. 이때 이리냐가 욕실을 나선다.

“자기야, 샤워 준비 다 했다요.”

이리냐의 한국어는 아직 완전하지 않다. 하긴 익히기 어렵기로 세계 3위인 언어이다. 아무튼 문법에 맞지는 않지만 나름 귀엽다 느낀 현수는 피식 웃음 지었다.

“후후, 고마워.”

지난 금요일, 이리냐가 연희에게 권총을 발사하는 불의의 사고가 있었다.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셋의 관계는 단번에 정리되었다.

그리고 지난 사흘간 셋은 참으로 행복하고 편한 시간을 보냈다. 현수의 한쪽엔 늘 연희가 있었고, 다른 한쪽은 이리냐 차지였다. 그렇다 하여 잠자리까지 같이한 것은 아니다.

연희와 이리냐는 지현을 큰언니라 부르기로 했다.

아직 지현과의 합의는 없었지만 연희와 이리냐는 반드시 셋의 관계를 성사시키겠다고 했다.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이며, 곧 엄청난 부자가 될 것이고, 지구 유일의 마법사인데 어찌 놓치고 싶겠는가!

급속하게 상처가 아무는 것을 설명할 길이 없기에 치유 능력을 지닌 마법사라는 것을 이야기했던 것이다.

아무튼 권지현과 아직 혼례를 올리지 않은 상황이다.

지현과의 결혼식은 날짜가 잡히는 대로 서울에서 거행될 것이다.

신혼여행지는 유럽으로 알려질 것이지만 실제론 곧장 킨샤사로 향한다. 이때 사용될 비행기는 MSC 사의 지앙뤼지 아폰테 사장의 전용 제트기가 될 것이다.

그 정도 신세는 질 수 있다 생각한 것이다.

아무튼 킨샤사에 당도하면 신부가 셋인 합동결혼식이 비공식적으로 거행될 것이다.

주례 없는 주인공들만의 결혼식이다.

물론 배석자는 있을 것이다. 신랑신부 양가 부모님과 이춘만 본부장, 가에탄 카구지 내무장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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