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377화 (377/1,307)

# 377

아무튼 결혼식을 마치고 나면 곧장 스위스로 날아간다.

킨샤사와 융프라우 사이엔 직항로가 없기에 아폰테 사장의 자가용 제트기를 타고 갈 것이다.

결혼식은 적도 인근 저택에서, 신혼 첫날밤은 만년설을 이고 있는 융프라우의 별장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탁월한 선택이 된다.

본인은 잘 모르지만 현수는 현재 월드스타 반열에 오르는 중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때문이다.

이것의 시간당 조회수가 점점 급등하는 중이기에 현수의 이름은 널리 알려지고 있다.

만일 일반적인 신혼여행지로 떠났다면 1대 3 결혼식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그러면 빗발치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천사만큼 아름다운 여인을 혼자서 셋이나 차지했으니 남자들의 질투와 시기의 눈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폰테 사장의 별장은 일반 관광객이 이동하는 경로와 관계없는 절묘한 곳에 위치해 있다. 늘 사람들 틈에서 북적이는 것이 지겨워 일부러 이런 곳을 택한 때문이다.

따라서 피터스 가가바를 비롯한 경호원들 이외엔 어느 누구도 현수와 신부들의 존재를 알지 못하게 된다.

물론 이 일은 조금 더 시간이 흘러야 일어날 일이다.

“아! 시원타!”

샤워를 마치고 나온 현수가 타월로 젖은 머리카락을 문지르는데 이리냐가 빨대 꽂힌 아이스티를 건넨다.

“자기야, 이거 마셔요. 아주 시원해요.”

“아, 고마워.”

쭉 한 모금 빨아들였다. 연한 홍차 맛이다. 이보다는 조금 더 속이 상쾌해지는 음료가 있었다는 생각이 난다.

그건 카이로시아가 권했던 쉐리엔 열매로 만든 주스이다.

‘흐음, 아직 아공간에 있지?’

“이리냐, 알리사 좀 불러줄래?”

“뭐 시킬 일 있어요? 말해요. 제가 할게요.”

“아냐. 알리사가 필요해서 그래.”

“알았어요. 오라고 할게요.”

이리냐가 물러가자 아이스티를 탁자에 내려놓고는 전실로 들어가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곤 아공간에 담겨 있던 쉐리엔 열매를 꺼냈다.

쉐리엔의 열매는 많이 열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양이 아주 많지는 않다. 하여 대한약품으로 하여금 음료 개발을 하라고 내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주인님, 부르셨어요?”

“그래, 이거 가지고 가서 주스로 만들어줄래?”

“네, 주인님.”

“믹서로 갈면 영양소가 파괴된다는 건 알지?”

“그럼요. 짜서 만들어올게요.”

“시원하지 않으니까 시원한 물과 얼음을 조금 넣어줘.”

“네에.”

알리사가 물러가자 연희와 이리냐가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내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주스를 먹여줄 테니 기대해.”

“한 번도 못 먹어본 거요?”

이리냐와 연희 모두 눈을 크게 뜬다.

둘 다 문명 속에서 살았다. 따라서 웬만한 건 다 먹어봤다. 그럼에도 자신있게 못 먹어본 것이라 하니 의아한 것이다.

“그래. 기대해도 돼. 후후후!”

말을 마친 현수가 팔을 펼쳐 양쪽의 여인을 끌어당겼다. 부드러운 여체의 느낌이 양쪽에서 전해진다.

이리냐의 머리에서 향긋한 냄새가 풍긴다.

“흐으음! 냄새 좋은데? 샴푸 바꿨어?”

“네. 언니가 좋은 거 있다면서 줬어요.”

이리냐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연희를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창고에 샴푸랑 린스 같은 것들 넣어둘 테니 꺼내서 써.”

“수입했어요?”

“아니. 내 마법 공간 속에 있지. 생각난 김에 꺼낼까?”

“어머! 정말요?”

둘은 현수의 마법 능력을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환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여인은 정말 궁금했다. 말로는 치유 마법만 안다고 했는데 진짜인가 싶은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현수가 복도를 지나 창고로 들어갔다.

그리 큰 공간은 아니다. 아무튼 양쪽 벽에 물품 비치를 위한 수납장이 있는데 현재는 텅 빈 상태이다.

“자아, 샴푸부터 꺼낼게.”

말을 마친 현수가 낡은 가죽 가방에서 샴푸를 꺼내기 시작했다. 백두마트 서초점에 진열되어 있던 것들이다.

“어머, 어머! 어떻게……!”

“세상에, 맙소사! 헐!”

종류별로 최고 20여 개씩 꺼내 선반을 채워 나가자 두 여인의 입에서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샴푸가 끝난 후엔 린스가 채워졌고, 다음엔 바디클렌저가 나왔다. 곧이어 세안에 필요한 페이셜 폼이 나오기 시작한다.

비누와 치약, 칫솔, 치실과 치간 칫솔도 진열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창고가 가득해진다.

자리를 옮겨 화장품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연희와 이리냐가 쓰는 방의 부속실을 채웠다.

한국의 화장품은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이리냐의 입이 양쪽으로 한껏 벌어진다.

그동안 쓰고 싶었지만 구할 수 없던 듀 닥터와 BB크림 등이 그야말로 트럭으로 하나 가득 나온 때문이다.

연희도 마찬가지이다.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이기만 하고 사지 못했던 화장품들이 쏟아져 나오자 미소 짓는다.

여자로서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다음엔 언더웨어를 꺼내 놓았다. 브래지어, 팬티, 거들, 스타킹, 러닝셔츠 등이다. 이렇게 꺼내 놓은 것들은 모두 마트용 저가 제품들이다.

연희는 서민으로 살았고, 이리냐는 서울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노보로시스크 시민이다. 그렇기에 연희와 이리냐는 탄성을 내며 좋아한다.

마트용이라고 모두가 저품질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편하게 신을 수 있는 각종 운동화와 샌들 등이 나왔고, 생리대도 잔뜩 꺼내 놓았다. 기왕에 꺼내 놓는 것이기에 냉장고와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도 꺼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전기는 220V, 50㎐라 한국산 가전제품을 곧바로 사용할 수 없다. 220V, 60㎐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력 사정이 좋지 못하기에 저택은 자가 발전기를 가동 중이다. 하여 한국산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데 조금의 제약도 없기에 꺼내 놓은 것이다.

식품 창고엔 각종 통조림을 꺼내 놓았다.

한국 음식을 만들기 위한 재료도 적당히 꺼냈다. 많이 꺼내 놓으면 상하기 때문이다.

“현수 씨!”

모든 물품을 꺼내는 동안 곁에서 지켜보던 연희가 와락 품으로 안겨든다.

“왜?”

“현수 씨가 내 남자라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요.”

“허어, 참!”

쪼옥―!

현수가 연희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연희 씨 남자 맞아. 그러니 안심해. 알았지?”

“네에.”

연희는 현수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언니!”

“응? 왜? 아! 너도 안기고 싶어? 그럼 일루 와.”

연희가 현수의 한쪽 가슴을 비우자 기다렸다는 듯 이리냐가 냉큼 안겨든다.

“아, 좋다. 내 남자 품은 참 넓어요.”

어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가!

“으이그!”

“헤헤, 농담이에요.”

이리냐가 혀를 쑥 내민다. 귀엽고 섹시하다. 하여 신체 일부분이 급속한 반응을 보이려 한다. 하여 얼른 떨어졌다.

“참, 해야 할 일이 있다.”

“네? 무슨 일이요?”

“그런 게 있어. 나 잠깐 자리 비울게.”

말을 마친 현수는 서재로 들어갔다.

이곳은 현수만의 공간이다. 들어갈 땐 지문 인식을 해야 문이 열린다. 그리고 들어서면 자동으로 닫힌다.

연희와 이리냐에겐 건드리면 위험할 수도 있는 마법 물품이 있다고 이야기해 두었다.

서재로 들어선 현수는 저택 설계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곤 혹시 있을지 모를 침입, 또는 테러를 대비한 마법진을 구상했다.

저택을 둘러싼 담장 위에는 알람 마법이 설치될 것이다. 누구든 담장을 짚거나 올라서면 모든 경계 초소에 신호가 간다.

늘 CCTV 감시 화면에 시선을 두고 있을 수 없기에 취할 조치이다.

다음은 모든 출입구이다. 각각의 출입구는 전자 제어 도어록과 재래식 잠금장치가 병용될 것이다.

유리창을 깨고 난입할 수도 있으니 모든 창엔 강화 마법을 걸어 웬만한 총탄을 견뎌낼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충격에 의한 파손이 일어나면 재차 알람 마법이 울리게 된다. 그와 동시에 섬광 마법진이 발현된다.

너무도 강한 빛이 구현되기에 침입자는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게 될 것이다. 이때 제압하면 된다.

이것마저도 무용이 될 경우를 예상했다. 메탈 디텍션 마법을 각각의 출입구에 적용하면 될 것이다.

권총 크기 이상, 또는 과도 크기 이상의 금속 물질을 소지했을 경우 경고음이 터져 나오게 하면 된다.

낮에 수시로 사람들이 드나들 것이기에 이 모든 마법진은 천장에 설치된다. 물론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게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마법진도 그려질 것이다.

마법진 구상을 마치고 나오자 마침 알리사가 쉐리엔 주스를 들고 온다.

“주인님, 주스 다 만들었습니다.”

“고마워. 알리사도 앉지.”

“네?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주인님과……. 게다가 마님들도 계시는데. 전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알리사가 쟁반을 챙겨 내려가려는데 이리냐가 잡는다.

“주인님이 앉으라면 앉아야 하는 거 아냐?”

“네? 아, 네. 그, 그럼…….”

알리사가 좌불안석, 엉덩이 한쪽만 소파에 걸치고 앉자 연희가 뭐가 한마디 하고 싶어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콩고어도 모르고 불어도 모르기에 입을 다물고 있다.

피식 웃은 연수가 나직이 중얼거린다.

“랭귀지 트랜스레이션(Language Translation)!”

눈에 보이지 않는 황금빛 마나가 연희에게로 스며든다.

“연희 씨, 이제 한국말로 말해도 알리사가 알아들을 거야.”

“네? 정말요?”

“한번 해봐.”

“흠흠, 좋아요. 알리사!”

“네, 마님.”

“그렇게 앉아 있으면 주인님 마음이 편할까요? 현수 씬 너그러운 사람이니까 그냥 편히 앉아도 될 거예요.”

“네? 아, 네.”

알리사가 제대로 자리 잡고 앉자 현수가 만들어온 주스를 각자의 잔에 따랐다.

“자! 맛을 한번 봐.”

“호호, 네에.”

네 개의 잔에 따라진 주스 빛은 연한 푸른빛을 띠고 있다.

“어머, 향이 너무 달콤해요. 흐음, 냄새만 맡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흐으음! 정말 그래요. 이거 맛도 있을까요?”

주스를 만들어온 알리사는 주방에서 이것을 맛보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었다. 너무나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 때문이다.

“맛을 음미하듯 천천히 마셔봐.”

“호호! 네에.”

주스를 입에 넣은 셋의 눈이 금방 커진다. 입안 전체에 맴도는 상쾌함 때문이다.

사람의 입안에는 약 700여 종의 박테리아가 있다.

이것들은 충치와 입 냄새, 치주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티구리누스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tigurinus)은 뇌수막염과 심내막염, 척추 디스크염 등 심각한 질환을 유발한다.

버지엘라(Bergeyella) 박테리아의 경우엔 충치나 다른 입안 상처를 통해 핏속으로 유입되어 자궁 염증을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구강암의 원인이 되는 박테리아도 있다.

어쨌거나 이들 셋이 느끼는 상쾌함은 쉐리엔 주스가 가진 특별한 효능 때문이다.

쉐리엔 주스를 마시면 입안 박테리아가 박멸된다.

입 냄새는 당연히 사라지고, 충치 또한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 구강암의 원인균 등도 사라진다.

이것이 식도를 통해 위로 들어가면 위암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소멸된다.

쉐리엔 주스가 소화기관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일으켜 노화현상을 저지하고, 세포수 교환을 촉진시켜 피부의 팽팽함을 유지시켜 준다.

다시 말해 여자들에겐 최고의 생명수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쉐리엔 주스를 장복하게 되면 이미 만들어진 주름까지 개선되는 효능이 있다.

다만 현수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아직은 모를 뿐이다.

“어머! 너무 맛있어요. 이건 대체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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