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378화 (378/1,307)

# 378

연희의 물음에 현수는 피식 웃었다.

“정글에서 우연히 얻은 거야. 넉넉하게 있으니 언제든 알리사에게 만들어달라고 해.”

“호호! 고마워요.”

“알리사도 먹고 싶으면 언제든 먹어도 돼.”

“고맙습니다, 주인님.”

알리사는 하녀이긴 하지만 교육을 받았다.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과정까지는 배운 재원이다.

그렇기에 현수가 말하는 의미를 금방 알아차렸다.

2장 단합대회

“아아! 오늘 이렇게 화창한 날씨 가운데 천지약품 관계자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었음을 무한히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이춘만 천지약품 공동대표는 스탠드를 가득 채운 2만여 관계자를 둘러보았다.

오늘은 천지약품의 5,000번째 소매점이 탄생된 기념으로 개최되는 단합대회를 하는 날이다.

이제 당분간 킨샤사에는 새로운 천지약품 소매점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소매점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본사의 업무량 또한 급증한다. 반면 각각의 소매점이 취할 이득은 줄어든다.

소매점이 많아지면 상호간에 윈―윈 되는 게 아니라 둘 다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여 당분간은 소매 약방의 숫자를 늘리지 않기로 내부 결정을 내렸다.

그간 콩고민주공화국 공무원 및 군인, 경찰 등으로부터 참으로 많은 업무 협조 요청을 받았다.

말이 협조 요청이지 실제론 소매점을 개설해 달라는 요구에 가까웠다. 이에 천지약품은 원칙을 준수하였다.

가장 강력한 후원자가 대통령과 내무장관이기에 공무원들도 정도 이상의 강요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별다른 마찰 없이 천지약품의 기준대로 소매점 개설을 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오늘은 킨샤사의 모든 약품 소매점이 문을 닫았다. 지난 7일간 충분히 공지하였기에 의약 대란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약국이 열 개 미만일 때도 그런 일은 없었던 때문이다.

“에… 이 자리엔 저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현수 사장도 나와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김 사장의 개회사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춘만 공동대표가 뒤로 물러나자 현수가 단상 앞에 선다.

“험험, 천지약품 공동대표 김현수입니다.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

“와아아!”

짝짝짝짝짝!

현수가 고개를 꾸벅 숙이는 사이에 함성과 더불어 요란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런데 그동안 돈 많이 버셨습니까?”

“하하하! 네에!”

모두가 웃는 낯이다. 대답처럼 소매 약방 주인들은 제법 많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킨샤사의 면적은 752.63㎢이다. 서울의 약 1.24배나 된다. 여기에 소매 약방은 딱 5,000개이다.

하나당 인구 3,000명을 담당한다. 모두가 적정 수준의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 결과 소매 약방의 주인은 종업원을 두고도 웬만한 공무원보다도 훨씬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렇기에 현수의 말에 모두가 웃음 지으며 화답한 것이다.

“본사에선 여러분 간의 과당 경쟁을 피하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두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는…….”

현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첫째는 천지약품 상조회를 만드는 것이다.

직계 가족에 한하여 결혼과 장례 등 많은 돈이 드는 애경사가 있을 때 돕기 위함이다. 이건 킨샤사를 12개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별로 시행될 일이다.

둘째는 퇴직 연금 제도이다.

매월 일정 금액씩 적립해 두었다가 은퇴할 때 일시불로 되돌려 받는다. 향후 5년간만 적립할 계획이다.

이 돈은 전액 이실리프 농산에 투자된다.

주식 배당처럼 발생될 이득금까지 더해져 지불되니 버는 족족 쓰더라도 노후가 보장되는 셈이다.

소매 약방 주인들은 현수의 말을 들으며 감탄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두레나 십시일반이라는 개념이 없는 동네였기에 신선한 제안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원하는 소매 약방 주인에 한하여 실시된다는 제안에 모두가 찬성의 뜻을 밝혔다.

매월 일정 금액을 상조회비로 내고, 은퇴를 위한 연금 또한 납부하기로 결의하였다.

일련의 설명을 마치자 이춘만 공동대표가 다시 마이크를 쥐었다.

“그럼 지금부터 천지약품 소매점 가족들의 화합을 위한 체육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실시될 종목은 100m 달리기입니다. 선수와 심판은 운동장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와아아아아아!”

열렬한 함성 속에서 고대하던 선수 입장이 시작되었다.

오늘 내걸린 상품은 한국에서 수입한 각종 가전기기이다. 대형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카세트, 헤어드라이어, 전기밥솥 등이 그야말로 수북하게 쌓여 있다.

물론 현지 전기 사정에 맞춰 50㎐ 전류에 사용 가능하도록 조절된 것이다.

상품에 눈이 어두운 소매 약방 가족들은 너도나도 선수를 하겠다며 나섰다. 너무 많아서 원활한 진행을 위한 예비 경선이 진행되는 모습도 보인다.

“정렬, 준비!”

땅―!

출발을 알리는 권총 소리와 함께 선수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간다.

아프리카 사람들이라 그런지 상당히 빠른 느낌이다.

이곳은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프리카 최대 종합운동장이다. 그런데 지나인이 건설을 해서인지 마무리가 엉성하다는 느낌이다.

“참 잘 달리는군요. 세계 육상대회를 보는 기분입니다.”

현수의 이 말은 허투루 하는 접대용 멘트가 아니다. 육상 선수도 아니건만 모두가 100m를 11초 내에 뛰는 느낌이다.

“하하, 그래 보이나?”

“네, 모두 육상 선수 같습니다.”

현수와 내무장관이 담소를 나누는 동안 운동장 한편에선 여러 종목에 대한 예비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원반던지기, 허들, 포환던지기 등이다. 다른 쪽에선 농구, 배구, 축구공을 가진 사람들이 몸을 풀고 있다.

육상은 개인 종목을 제외하면 5,000개 소매 약방을 각기 400여 개씩 나눠 모두 12구역으로 나누었다.

이들이 각기 한 팀을 이루고 본사팀, 공무원팀, 그리고 경찰팀과 군인팀이 각기 한 팀씩 추가로 참여한다.

16개 팀이 참여해야 부전승 없이 토너먼트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들 중 경찰과 군인팀엔 핸디캡이 부가된다. 한쪽이 너무 강력하면 재미없기 때문이다.

“흐음, 이야기 듣기론 김 사장의 축구 솜씨가 대단하다고 하던데 출전할 건가?”

“네, 본사에 워낙 사람이 없어 저도 나가야 합니다.”

“하하! 기대되는군.”

“네, 기대하십시오.”

현수가 환한 웃음을 짓자 가에탄 카구지 역시 환히 웃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운동장의 열기는 점점 더해간다. 모두 자기 팀을 응원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인다.

단체 응원상이 있기 때문이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쏟아지고 있건만 사람 수효는 줄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씩 늘고 있다.

신문과 방송 관계자들이 잔뜩 몰려온 때문이다.

서울 같으면 도시락을 주문하겠으나 이곳엔 그런 게 없다. 그렇기에 각자 먹을 것을 가지고 오도록 했다. 하여 곳곳에서 음식 먹는 모습이 보인다.

“어이, 김 사장, 식사가 준비된 모양이네. 장관님 모시고 일어나지?”

“네, 알겠습니다.”

한국어로 대화를 주고받은 현수는 가에탄 카구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장관님, 점심 식사 하러 가시죠.”

“아, 그래요? 그럼 갑시다.”

현수와 가에탄 카구지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뒤에 있던 공무원들도 일제히 일어난다.

별도의 장소에 마련된 뷔페 음식으로 배를 채운 일행이 다시 귀빈실로 돌아오니 축구 경기가 진행되는 중이다.

오전부터 시작된 경기는 전반 15분, 후반 15분짜리 미니 게임이다. 현수가 속한 본사팀은 거의 교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행히 두 번의 경기 모두 이기고 올라왔다.

“어! 저 친구는……?”

현수의 눈에 뜨인 사내는 셀레마니 무암바이다.

영국의 볼턴 윈들러스 팀에서 경기하던 중 심장마비로 쓰러져 세계적 관심을 받았던 파브리스 무암바의 친동생이다.

지난 8월에 현수는 셀레마니가 소속된 콩고민주공화국 축구 대표팀과 내기 경기를 한 바 있다.

셀레마니와 1군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이 상대방이고, 현수와 2군 선수들로 구성된 팀 간의 경기였다.

지면 1,000달러를 내야 하는 내기였다.

당시 셀레마니는 현수와 한 팀이 된 선수들이 2군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 셀레마니 무암바는 화가 잔뜩 났다.

일생을 오로지 축구에만 관심을 두고 살았다. 그리고 장래 희망은 EPL에서 뛰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무가치한 것처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기에 콧대를 눌러 버리기 위해 그런 선수 구성을 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현수가 속한 팀이 2대 1로 승리했다. 물론 두 골 모두 현수가 넣었다.

아무튼 셀레마니는 현란한 드리블 솜씨로 경기장을 누비는 중이다. 그러다 패스를 하고는 현수를 바라본다. 시선이 마주치자 자신이 속한 팀이 우승할 것이라는 손짓을 한다.

이에 현수는 피식 웃어주었다.

이번 대회에서 축구 우승팀에겐 5,000달러, 준우승 3,000달러, 3∼4위에겐 각기 1,000달러가 상금으로 지급된다.

그때 셀레마니는 내기에서 졌지만 돈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에 꼭 우승해서 그걸 갚겠다는 손짓을 하고 있다.

현수는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곤 우리 팀이 1등을 할 것이니 꿈 깨라는 몸짓을 했다.

셀레마니는 화가 난다는 듯 격한 몸짓을 한다. 그러다 공이 오니 지체없이 슛을 때린다.

출렁∼!

공이 골망을 흔든다. 셀레마니가 득점한 것이다.

그리곤 다시 현수를 바라본다. ‘봐라. 내 실력이 이 정도이다’ 하는 눈빛이다. 현수는 또 피식 웃어주었다.

둘의 눈빛 교환을 본 내무장관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끼어든다.

“저 친구, 우리 국대의 차기 스트라이커라고 하더군.”

“그래요? 제법 하기는 하는데 조금 오만하더군요.”

“하하, 그런가? 그걸 어찌 알지?”

“전에 저 친구와 경기를 해본 적이 있거든요.”

“호오! 그래? 어디서? 언제?”

“좀 되었어요. 내기를 했는데 저 친구가 졌지요.”

“내기를 했어? 설마 축구를……?”

“네, 1,000달러짜리 내기였습니다.”

“흐음, 큰돈이군.”

내무장관이기에 국민들의 소득 수준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렇기에 가에탄 카구지는 눈을 크게 뜬다.

잠시 후, 경기가 끝났다. 셀레마니가 속한 팀이 이겼다.

현황판을 보니 본사팀이 한 번 더 이기면 결승에서 셀레마니 팀과 경기한다. 이때 누군가가 다가와 운동복을 건넨다.

“사장님, 이제 준비하셔야 한다고 합니다.”

“하하, 그래. 알았어.”

교민의 아들인데 중학생 정도 된 아이이다.

“근데 본사팀이 이긴 게 하나도 없으니 축구는 꼭 이기세요.”

“그래, 걱정 마라. 최선을 다할게.”

현수가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자 녀석이 돌아간다. 그의 말대로 하는 경기마다 져서 맥이 빠진 듯 터덜거린다.

“장관님, 저도 선수이니 몸 좀 풀겠습니다.”

“하하, 그러게. 기대되는군. 셀레마니를 상대로 이겼다니.”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가에탄 카구지가 환히 웃는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연희가 음료수를 건네며 웃는다.

“현수 씨, 컨디션 어때요?”

“자기야! 꼭 이겨요! 파이팅!”

얼굴 탈까 봐 챙 넓은 모자를 쓴 이리냐도 환히 웃는다.

“컨디션은 좋아. 그리고 내가 얼마나 축구를 잘하는지 잘 봐. 알았지?”

“호호, 네에. 최소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만큼은 해야 해요?”

“하하, 알았어. 베컴이 울고 갈 정도로 하지.”

농담이라 생각했는지 연희와 이리냐 모두 웃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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