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399화 (399/1,307)

# 399

이밖에 울림네트워크에서 스피드와 엘딕의 납품 물량을 못 채운다고 했다. 이건 직접 통화하여 해결하겠다고 했다.

다행히도 듀 닥터는 원하는 만큼 잘 수급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태을제약 판촉실장에서 판촉이사로 승진한 이예원 이사가 안부를 물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현수 덕에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뀐 것이다. 물론 좋은 방향이다.

대한약품에서 생산하는 다이어트 보조제인 쉐리엔과 광범위 진통제 홍익인간, 그리고 CRPS 환자에게 꼭 필요한 NOPA 역시 정상 납품된다고 한다. 다만 쉐리엔의 경우 원료가 부족할 수 있다는 엄살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은정 실장과의 통화를 끝낸 현수는 곧장 울림네트워크 박동현 대표와 연결했다. 그런데 통화가 되지 않는다.

어딜 갔는지 물었더니 콩고민주공화국으로 출국했다는 대답을 들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어쩌겠는가!

다음은 한창호 설계사무소이다.

아디스아바바에 지어질 천지약품 관련 건물에 대한 설계가 거의 끝나가는 중이라고 한다.

에티오피아에 없는 건축 자재 목록을 따로 뽑아주기로 했다.

천지섬유 김국환 연구실장과도 통화했다.

연구에 진척이 있어 획기적인 방탄, 방검복이 만들어질 것 같다는 희소식을 전해준다.

12장 본격적인 사업 시작

다음은 주윤우 사장의 극동솔라파워와 통화했다. 본격적으로 기술진을 보내줘야 하는 상황임을 알렸다.

또한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도 공사가 있음을 알렸다. 주 사장은 갈수록 태산이라면서도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면서 말하길, 국내에 있는 모든 태양광발전 인력을 다 포섭해서라도 반드시 공사를 완수하겠다며 걱정 말라고 한다.

다음은 이실리프 어패럴 박근홍 사장과 통화이다.

최세창 대령은 샘플로 가져간 군복을 아직도 돌려주지 않았다. 미군도 반환에 난색을 표한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샘플이 미국에 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고도 최 대령은 뻔뻔스럽게 수시로 전화를 건다.

납품 비용은 약간 상향되어도 좋으니 계통을 밟아 납품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에 무시하라고 하였다.

콩고민주공화국으로 수출할 물량은 현재 제작 중에 있다. 모두 티셔츠와 사파리 반바지 모양이다.

이것들은 곧 이실리프 무역상사를 통해 보내질 것이다.

추운 겨울이 곧 다가오므로 러시아 수출용도 제작하라 지시했다. 얇고 가볍고 따뜻하여 등산복에 많이 쓰이던 폴라폴리스 원단으로 만든 셔츠, 또는 재킷을 제작 중에 있다고 한다.

바지는 기모 안감을 넣어 만들고 있다.

몇 군데 더 전화를 걸고 메모를 하고 있을 때 지르코프가 도착했다는 전갈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하하! 네에, 자주 들릅니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이젠 척하면 척이다. 둘이 자리에 앉자 경호팀과 레드 마피아 단원들은 밖으로 물러간다.

알리사가 시원한 음료를 가져올 때까진 별말 없었다.

“먼저 김 사장님의 용무부터 보죠.”

“좋습니다. 러시아제 전투화를 구해주십시오.”

“전투화를 구해요? 얼마나요?”

“일단 6만 족 정도가 필요합니다.”

현수가 국산 전투화가 아닌 러시아 전투화를 택한 것엔 이유가 있다.

아드리안 공국은 사계절이 분명하다. 그런데 추운 겨울을 견뎌내기엔 모든 것이 부족하다.

러시아제 전투화는 한국산과 달리 끈이 없다.

대신 옆에 지퍼가 달려 있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 사용하는 보온 내피가 별도로 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군화는 현재에도 양말을 신고 착용하지 않는다. 헝겊으로 발을 감싼 뒤 신게 되어 있다.

양말이 없는 아드리안 공국에 적합하다. 그렇기에 러시아 산으로 결정한 것이다.

“사이즈 별로 수량을 적어주면 구해 드리겠습니다.”

“동절기를 대비한 보온 내피도 있어야 하고, 러시아 군인들이 사용하는 헝겊도 넉넉히 구해주십시오.”

지르코프는 어디에서 쓸 건지 전혀 묻지 않아서 좋았다.

“그럽시다. 이밖에 또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이제 이실리프 농산 및 이실리프 농장과 이실리프 축산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겁니다. 맹수 및 반군으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한 무기가 필요합니다.”

“말씀하십시오.”

비즈니스가 되자 지르코프는 지체없이 노트북을 꺼내 메모하고 있다.

“우선은 AK―47 같은 개인 화기가 필요합니다. 10,000정을 구해주십시오. 총알도 넉넉히 준비해 주시고요. 공격용 헬기도 구할 수 있으면 구해주십시오. 호쿰B 정도면 만족합니다.”

“……!”

엘리게이터 호쿰B는 세계 최강 공격 헬기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 정도면 만족한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대꾸가 없다.

“에구, 농담입니다.”

“하하, 하하하하!”

지르코프가 파안대소한다.

“맥주도 구해주십시오. 러시아 산도 괜찮지만 가능하다면 체코의 부디요비체에서 제조한 부드바이저(Budweiser) 180만 병을 구해주십시오. 아니, 아예 200만 병을 구해주십시오.”

한국에서 구하려면 여러 모로 번거롭기에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값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참고로 체코산 부드바이저는 미국산 버드와이저의 원산지이다.

“헐! 술장사하려 합니까?”

“하하! 물론 아니지요. 아무튼 급히 구해주십시오.”

엄청난 규모에 지르코프가 입을 딱 벌린다.

“참, 이번 거래는 마피아가 아닌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하는 걸로 해주십시오.”

“어려운 일 아닙니다.”

지르코프의 손에 메드베데프가 보낸 서찰이 왔다.

정부와 얼마든지 협조할 수 있다는 뜻이기에 한 말이다. 그리고 중간에서 이득만 취하면 되기에 어렵지 않다 한 것이다.

“다음은 조만간 수출하게 될 보온 셔츠에 관한 내용입니다. 제가 관여되어 있는 이실리프 어패럴이라는 회사에서 이번에 신개념 의복을…….”

지르코프는 현수의 설명을 들으면서 줄기차게 메모를 한다.

“이건 지르코프 보스와 거래를 했으면 합니다.”

“……!”

“아! 이건 제 개인적인 선물이라 하죠. 지르코프 보스도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고맙습니다. 노보로시스크로 돌아가는 즉시 의류회사를 설립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목도 있으니 OEM4) 방식으로 주문하겠습니다.”

“하하! 이제 돈방석에 앉게 될 겁니다.”

“김현수 사장님이 신경을 써주시니 당연히 그래야지요. 우리 노보로시스크 지부를 대표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에구, 무슨 말씀을……. 이렇듯 좋은 저택도 선물하셨으니 당연한 보답입니다.”

둘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실리프 어패럴로부터 항온 의류를 수입하면 지르코프는 위상이 달라진다.

1억 4천만 명에 달하는 러시아 사람 거의 모두에게 몇 벌씩 옷을 팔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옷은 비교 대상조차 없는 물건이다.

심지어 흉내조차 낼 수 없다. 특허를 내지 않았으니 기술은 영원한 비밀이 될 것이다.

당연히 부르는 게 값이고, 없어서 못 팔 물건이 된다.

가볍고, 따뜻하며, 활동성이 좋으며,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을 것이다. 어찌 안 사겠는가!

그 결과 단숨에 거부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다.

얼핏 보기엔 모스크바를 장악한 알렉세이 이바노비치 보스를 배반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코 해될 일이 아니다.

노보로시스크 지부에서 발생되는 이익 가운데 일부가 상납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에 강력한 금권을 가진 존재가 뒷받침되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장악하고 있는 보리스 유리 칼리니첸코에 대한 견제가 된다.

레드 마피아는 현재 2강 3약이다.

물론 지르코프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막강한 금력을 쥐게 되면 2강 4약, 또는 단숨에 3강 3약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르코프는 알렉세이 보스를 지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판도가 바뀌게 된다. 알렉세이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현수가 드모비치 상사가 있음에도 지르코프를 선택한 것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드모비치 상사는 대한약품에서 만든 일반 의약품 이외에 스피드와 엘딕, 그리고 듀 닥터 등으로 많은 이익을 보고 있다.

여기에 강력한 다이어트 보조제 쉐리엔과 홍익인간, 그리고 NOPA까지 추가된다면 어쩌겠는가!

다른 건 몰라도 쉐리엔 하나만으로도 돈을 갈퀴로 긁게 될 것이다. 러시아 여자들 대부분 처녀 땐 날씬했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뚱뚱해진다.

적당한 햇볕을 쬐지 않으면 각기병, 구루병 등이 생기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해 심장병이 발생하기 쉽다.

또한 일조량이 부족해지면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새드(Sad)라는 계절병에 걸리게 된다.

새드는 햇볕이 부족한 경우 인체의 리듬이 깨져 뇌에서 생산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의 비정상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새드는 여자가 남자보다 네 배 이상 걸릴 확률이 높다.

그리고 여자들은 먹는 것으로 우울증을 해소하려 한다. 그렇기에 여성 비만이 많은 것이다.

북유럽이나 러시아 등 춥고 일조량이 적은 지역의 여자들이 뚱뚱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그렇기에 쉐리엔은 없어서 못 팔 물건이 될 것이다.

여기에 항온 기능 셔츠, 재킷, 그리고 바지까지 팔게 된다면 다른 조직으로부터 견제당할 우려가 크다.

부의 독점을 시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드모비치 상사가 궤멸되면 이실리프 무역상사도 손해가 막심하다. 현수는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판매처를 분산시키려는 것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기에 지르코프는 물론이고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도 환영할 일이다.

“이제 제 용무는 모두 끝났습니다. 지르코프 보스의 용무는 뭡니까?”

“네, 모스크바의 보스께서 드모비치 상사와 이실리프 상사 간의 교역 범위 및 규모를 확장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하라는 지시를 하셨습니다.”

“…가스관 공사에 대한 인력 관리는 이제 전적으로 레드 마피아에 드려야겠군요.”

“아! 정말 눈치가 빠르십니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려면 마피아를 끼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순조로운 사업이 어렵다.

레드 마피아에 가스관 연결 공사와 관련된 인력을 공급받으면 여러 모로 이득이다.

첫째는 안전이다.

정부에서 발주한 공사이고 레드 마피아가 관련되어 있다. 체첸마피아가 감히 덤벼들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둘째는 믿을 수 있다.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는 어펜시브 참 마법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따라서 뒤에서 딴 수작을 부리지 못한다.

“그쪽도 정보가 매우 빠르군요.”

“마피아가 없는 곳은 없으니까요.”

지르코프가 흰 이를 드러낸다.

“환영한다고 전해주십시오. 어차피 그러려고 했던 거라는 것도 전해주시구요.”

“물론입니다. 역시 김현수 사장님과의 거래는 시원시원해서 좋습니다.”

“하하,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고맙지요. 보스께 조만간 찾아뵙겠다는 말씀도 전해주십시오.”

“네에, 그렇게 전하지요. 참, 군화와 무기 등은 어디로 가져다 드려야 합니까?”

“이곳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무기 수량 등을 알려주면 콩고민주공화국 정부의 허락은 제가 받아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참, 에티오피아에도 진출하십니까?”

“헐! 소문 한번 빠르군요.”

“에티오피아의 중앙 일간지인 에티오피아 데일리에 대서특필되었는데 어찌 모르겠습니까?”

“아! 그랬습니까?”

“며칠 동안 시리즈 기사가 떴다고 하더군요. 천지약품에 대한 기대가 큰 모양입니다. 근데 천지약품만 진출하는 건가요?”

“우선은 그렇습니다. 차츰 커피 농장 등을 해볼 생각도 하고 있구요. 세계적인 산지니까요.”

“언제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십시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