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403화 (403/1,307)

# 403

두루루! 두루루루루! 두루루루루!

요란한 총성이 울려 퍼지는 동안 현수가 탄 차는 또 한 번 후진을 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현수의 중얼거림에 경호 2팀장이 즉각 대답한다.

“반군들에 의한 테러입니다. 보스! 한동안 잠잠했는데 이놈들이 또 미친 거지요.”

이런 테러가 벌어지면 정부로서는 대대적인 수색 및 반격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화력 및 인원이 열세인 반군들의 피해가 커진다.

다시 말해 테러를 할 때마다 자신들도 큰 손해를 입는다. 그럼에도 이런 미친 짓을 한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삐보, 삐보, 삐보!

왜에엥! 왜에엥! 위에엥!

여러 나라로부터 들여와서 그런지 출동하는 경찰차들의 소리가 각자 다르다. 현수는 자신이 끼어들 일이 아니기에 잠자코 앉아 있었다.

“보스, 공항 쪽으로의 이동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길이 꽉 막혀 있다. 원인은 저 멀리서 시행되기 시작한 검문검색 때문이다.

현수는 대꾸하지 않았다. 내무장관과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이럴 땐 협조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길이 꽉 막힌 현재 차를 타고 날아갈 수도 없다.

마법으로 킨샤사 국제공항까지 날아가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워낙 이목이 많이 있는지라 그럴 수 없다.

텔레포트를 하려 해도 좌표를 모르니 그것도 불가능하다. 현수는 안타까웠지만 방법이 없기에 입을 다물었다.

연희와 이리냐가 경호원들에게 방법을 물었으나 그들도 마찬가지이다. 꽉 막힌 도로 한복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사방 골목에서 차들이 밀려 나온다.

점점 더 심한 교통 체증이 진행되는 것이다.

차를 돌려 저택으로 가기에도 많이 늦었다.

2장 바꿔치기!

일행이 공항에 당도한 것은 저택을 떠난 지 4시간 후이다.

지현은 현수가 당도하기 30분 전에 파리행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원래는 이럴 수 없다.

그럼에도 지현이 최단시간 만에 출국할 수 있었던 것은 피터스 가가바가 힘을 쓴 덕분이다.

입국할 때에도 관계기관에 연락하여 지현이 불쾌한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다. 하여 공항으로부터 저택까지 경찰차가 에스코트해 주기도 했다.

아무튼 피터스 가가바의 권력 덕분에 딱 하나 비어 있던 자리를 지현이 차지한 것이다.

허탈했지만 뭐라 할 수도 없다. 배려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현수 씨, 어떻게 해요?”

“할 수 없지. 내가 한국으로 들어갈 때 이야기해 볼게.”

“저도 같이 갈까요?”

연희는 안타깝다는 표정이다.

“아냐. 그냥 여기 있어. 이제 곧 어머니도 오시잖아.”

“그렇군요.”

연희의 모친은 연락을 받는 즉시 주변정리를 했다.

꽃가게를 새로 얻은 게 아닌지라 살고 있던 집을 비우는 게 거의 전부이다. 전세난이 심했는지라 집은 금방 나갔다.

가재도구들은 업자를 불러 아주 헐값에 넘겼다.

버릴 수 없는 짐들은 국제 이삿짐센터에 배송을 의뢰했다.

그리곤 주변정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친척들이 있는 지방으로 이사 간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연희의 모친은 지방에 가서 전입신고를 했다. 꽃집을 하면서 알게 된 화훼농가 사람이 예전에 살던 집이다.

모두 경기도로 이사하고 빈집인 상태로 있기에 그곳에 거주하는 것처럼 꾸민 것이다.

천지화학 사람들이 찾아올까 싶어 연막을 친 것이다.

그리곤 연희가 하라는 대로 이실리프 상사를 찾아 민주영을 만났다. 그곳에서 재직증명서를 발급받고는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하여 현재 비행 중이다. 내일 도착 예정이다.

공항에 당도하면 지현이 그랬던 것처럼 경찰차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저택으로 오게 될 것이다.

이것 역시 피터스 가가바 덕분이다.

이런 상황이니 연희는 귀국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여 연희가 말꼬리를 흐릴 때 이리냐가 끼어든다.

“자기야, 우리 엄마는……? 엄마도 여기 와서 살면 안 돼요?”

“이리냐 어머님도……? 여기 오고 싶어 하셔?”

“우린 친척이 별로 없어요. 친구도 많지 않구요. 그리고 가난해요.”

이리냐는 지르코프의 후원을 받아 글자 그대로 호의호식했다. 하지만 이리냐의 모친은 다르다.

노보로시스크에서 차를 타고 족히 3시간은 가야 할 촌에서 혼자 살고 있다. 남편과 아들을 체첸사태2) 때 잃고 거의 화전민이 되어 사는 중이다.

일가친척 중 사내 대부분이 그때 목숨을 잃었다. 하여 딱히 가깝게 지내는 이들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이리냐는 자신의 어머니도 연희의 모친처럼 킨샤사로 모시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말할 기회가 없어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말한 것이다.

“어머니께서 원하시면 그렇게 해, 방은 많으니까.”

저택에 상주하는 경호 인력과 하녀들은 1층과 지하층을 쓴다. 그렇기에 2층엔 여전히 빈방들이 있다.

그중 창밖 풍광이 그럴듯한 동쪽 끝 방은 현재 연희의 모친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 중이다.

방 하나의 크기만 족히 50평은 되니 가구들을 들여놓아도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 방 건너 쪽도 크기가 비슷한 방이 있다. 그곳을 이리냐의 모친을 위한 방으로 내놓는다면 괜찮겠다 싶다.

연배가 비슷할 터이니 친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어의 장벽이 있지만 통역 아티팩트를 만들어주면 될 것이다.

“어머, 정말이요? 정말 엄마 불러도 돼요?”

“그래! 오시겠다면 모셔와. 지르코프 보스에게 이야기하면 쉽게 성사될 거야. 그러니 전화해.”

“아아! 고마워요.”

이리냐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건만 현수의 목에 매달려 환호작약한다.

“그렇게 좋아?”

“네에.”

이리냐는 기분 좋음을 조금도 감추지 못하는 듯하다.

저택으로 돌아온 현수는 지르코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먼저 이리냐의 모친을 부탁했다. 그 결과 초특급으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본론으로 들어간다.

“미스터 지르코프! 조만간 러시아로 들어갈 겁니다. 총리께 은밀히 전갈해 주시겠습니까?”

직접 전화를 걸어도 된다.

메드베데프의 직통 전화번호를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르코프를 중간에 끼는 이유가 있다. 자신에게 무한한 배려를 하고 있기에 키워주고 싶은 것이다.

아무튼 현수의 말에 지르코프의 음성은 착 가라앉는다.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직감한 때문이다.

“뭐라 전해 드리면 됩니까?”

나직하고 은밀한 음성이다.

“킨샤사로 화물기를 보내달라고 하십시오.”

“네……? 화물기요?”

“화물 적재량이 대략 90톤 정도라면 알아들으실 겁니다.”

“헐……!”

말이 90톤이지 비행기로 실어 나르기엔 무지막지한 양이다.

이쯤 되면 Ruslan3)이란 이름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화물기 AN―124―100기가 와야 할 판이다.

길이 69m, 높이 22m, 날개폭 73m, 화물적재량 120톤, 자체중량 172톤짜리 대형 수송기이다.

대형 컨테이너는 물론 경비행기와 헬리콥터, 불도저 등과 기관차, 심지어는 로켓까지 운송이 가능하다.

90t 화물을 실을 경우 7,125㎞를 비행할 수 있다.

지르코프의 뇌리로 이 수송기가 떠오르고 있을 때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 달라는 말도 해주십시오. 제가 좀 바빠서 그렇다고 하면 그 말도 알아듣습니다.”

“네, 지금 즉시 선을 대어 금방 전갈 드리겠습니다.”

“그럼 수고해 주세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불과 15분 후에 벨이 울린다.

“김현수 사장님! 지르코프입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내일 도착하도록 하겠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빠른 준비에 감사한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가에탄 카구지와 연결을 시도했다. 당연히 반갑다는 음성이 들려온다.

“장관님, 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하! 아닐세. 요즘 깨가 쏟아진다는 소문을 들었네. 계약 체결식에 나왔던 두 미녀를 모두 차지한 걸로도 모자라 한국에서 하나가 더 온다면서? 하하! 젊음이 좋네, 아암, 한창 좋을 때지. 그래, 깨가 쏟아질 텐데 내게 왜 전화했나?”

“에구, 깨가 쏟아지다니요? 그냥 조금 좋을 뿐입니다.”

“하하! 이 사람아 나도 귀가 있네. 두 미녀와 아주 행복해서 죽지? 부럽네. 하하하!”

가에탄 카구지가 격의 없는 너스레를 떤다.

“에구! 네에, 이실직고하죠. 요즘 행복해서 죽습니다.”

“하하! 그래. 그렇게 인정하라고. 참, 자네 결혼식에 나 안 부르면 섭섭해할 거네. 알지?”

“네, 장관님과 대통령님은 꼭 부를 생각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결혼하는 부부에게 하객들이 선물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오! 그래? 그건 이곳도 마찬가지이네.”

“다행입니다. 근데 한국에선 친한 정도에 따라 선물의 규모가 달라집니다. 장관님께선 무얼 주실 건지 기대해도 되죠?”

“하하! 걱정 말게, 아주 큼지막한 걸 준비할 테니. 하하하!”

가에탄 카구지가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웬일인가? 내게 부탁할 일이라도 있나?”

“네에. 제가 한국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는 거 아시죠?”

“알지, 천지약품에 의약품을 보내고 있다는 것도 알지.”

“네, 그 회사가 러시아와도 교역을 합니다.”

“러시아?”

“네, 드모비치 상사라는 곳인데 모스크바에 있는 종합상사입니다.”

“흐음, 그런데?”

가에탄 카구지는 본론이 뭐냐는 듯 나직한 음성을 낸다.

“그곳에서 이곳에서의 산물을 긴급 수송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곳? 우리나라에서 나는 것? 뭘 보내달라는 거지?”

“과일과 채소입니다.”

“과일과 채소가 급히 필요하다고? 그건 왜……?”

“저도 모릅니다. 다만 급히 필요하니 최대한 많이 보내달라는 요청만 받았으니까요.”

“좋아, 어떤 걸 보낼 건데?”

“파파야, 수박, 파인애플, 토마토, 당근 등입니다.”

가에탄 카구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건 러시아에서도 많이 구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문제는 러시아에서 보내질 수송기입니다.”

“수송기? 배가 아니고? 고작 과일과 채소를 가져가면서 수송기를 보낸다고?”

“네, 혹시 루슬란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루슬란이라면 초대형 화물 수송기가 아닌가? 설마 그게 오는가?”

“네, 그걸로 하나 가득 보내달랍니다.”

“끄응! 대체 무슨 일이지?”

“그건 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오는 건 군용기라 합니다.”

“흐음, 러시아 군용기라…….”

“최소한의 승무원만 올 겁니다. 당연히 비무장이고요.”

“좋아, 그렇다 치세. 그거의 입국 허가를 해주면 되는 건가?”

“네, 그리고 잠시 후부터 시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매입할 텐데 혹시라도 매점매석의 의혹이 있을까 싶어 미리 양해를 구하려 합니다.”

“흐음, 알겠네. 참고하지. 근데 그거 수출인 건가?”

“네, 이실리프 농산 이름으로 수출하려 합니다.”

“자네, 약았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가에탄 카구지의 말에 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 뜻 없이 한 말이기 때문이다.

“이실리프 농산과 축산, 그리고 농장은 면세이며 치외법권으로 인정한다는 법안이 통과된 거 모르는가?”

“아! 그거요.”

“이실리프 농산 이름으로 수출을 하면 세금이 면제되기에 한 말이네.”

“그렇다면 그냥 보내고 세금을 내겠습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