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405화 (405/1,307)

# 405

“신호를 보내요?”

“네, 전기적 자극 비슷한 걸 보낸다고 합니다.”

“호오……! 그래요?”

푸틴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는다.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혹시 동양에서 사용되는 부적이라는 걸 아십니까?”

“부적이요? 그게 뭐죠?”

“잡귀를 쫓고 재앙을 물리치기 위하여 붉은색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몸에 지니거나 집에 붙이는 종이입니다.”

“겨우 종이에 글씨나 그림을 쓴 건데 그렇다는 겁니까? 효과가 신뢰 되지 않는군요.”

“저도 그렇습니다만 한국에선 아직도 많은 사람이 부적을 지니고 다닙니다.”

“……!”

“제가 방금 말씀드린 그것 역시 과학과는 거리가 먼 겁니다. 그래도 흥미롭다면 하나 얻어다 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래요? 좋습니다. 하나 부탁합니다.”

푸틴 입장에선 밑져야 본전이다. 현수의 말처럼 효과가 있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아니라도 관계없다.

오늘은 러시아의 가스 관련 이권을 통째로 먹어치우려던 로스차일드의 야욕을 꺾은 날이기 때문이다.

현수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그게 로스차일드의 요구였다. 채무를 조기 상환하든지 1년 6개월 후 전액을 상환하라 하였다.

그것을 지키지 못할 경우 러시아 최고의 국영 천연가스 회사인 가즈프롬의 경영권을 넘기라고 했었던 것이다.

칼만 안 들었지 거의 강도나 다름없는 요구이다. 가즈프롬은 러시아의 부족한 재원을 채워주는 화수분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현수는 푸틴의 말에 가벼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3장 잘 될 놈은 잘 돼!

“전화해서 크렘린궁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공보실장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앞으로 보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참, 사용법은 그것을 착용하고만 있으면 된답니다. 유효기간은 대략 5년 정도 될 거구요.”

“알겠습니다. 참고하죠.”

푸틴은 예의상 한 말이다. 하지만 나중에 후회한다. 한국의 누구에게서 얻은 건지 묻지 않은 것을……!

오늘 밤 현수가 만들 것은 미스릴로 만든 반지이다.

겉보기엔 평범한 은반지처럼 보이겠지만 안쪽엔 독물 탐지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아울러 독물이 있을 경우 소지자의 손목에 전기충격을 주는 라이트닝 마법진도 있다.

충격이 너무 강하면 안 되기에 약 5년 정도 유효할 작은 마나석이 박혀 있다. 하지만 보이진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보이지 않도록 또 다른 마법진이 그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아,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시베리아 가스전에서 생산될 가스관과 관련된 의중을 알고 싶습니다.”

“네,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현수는 의중에 담고 있던 이야길 꺼냈다.

가스관 공사는 국영 기업인 가즈프롬에서 발주한다. 거의 러시아 정부가 내는 것과 다름없다.

논의된 것은 동시베리아 야쿠티야 자치공화국에 위치한 ‘차얀다’ 가스전이다. 이곳엔 약 1조 2천억㎥의 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가스전과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만 약 3,200㎞이다.

러시아 정부 추산으론 차얀다 가스전 개발만 4,300억 루블(약 15조 원), 가스관 건설은 7,700억 루블(약 26조 8천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현수가 맡기로 한 것은 이뿐만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을 거쳐 남한까지 이르는 구간의 공사이다.

당연히 어마어마한 액수가 된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수주한 2,432㎞짜리 4차선 고속도로 공사보다도 더 큰 금액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전에 언급했던 대로 북한이 구소련에서 차입한 채무 110억 달러에 대한 이자 90%를 탕감해 주기로 했다. 물론 채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수는 어차피 못 받을 것이니 이자 전액을 탕감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가스관이 북한 영토를 통과할 경우 최대 2억 5천만 달러 정도의 비용을 지급해야 함을 설명했다.

계산상으론 44년만 지나면 모든 부채가 탕감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44년이 아니라 24년간 무상으로 사용함으로써 소련과 북한 간의 모든 채권 채무가 사라지는 것으로 하자 한 것이다.

러시아보다는 같은 동포가 사는 북한 편을 든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 난관을 겪기에 도움을 주고자 한 말이다.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한 말인데 푸틴이 즉각 찬성한다. 거의 망해가는 나라 북한을 상대로 빚을 받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북한 영토를 통과하는 것에 대한 모든 책무를 현수에게 떠넘겼다.

이전에도 러시아는 한국 정부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그때 협상이 결렬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한이다.

북한이 중간에서 가스를 훔쳐 쓰면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 남한과 러시아의 공권력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수는 북한과의 관계를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 협상은 현수에게 많이 유리해졌다. 가장 골치 아픈 문제를 떠맡았기에 많은 양보를 받은 것이다.

아무튼 공사는 현수가 지정하는 건설 회사에서 한다. 현재로선 천지건설이 가장 유력하다. 직원 하나 잘 뽑은 덕에 아주 노다지를 캐는 셈이다.

아무튼 가스관 연결 공사가 끝나면 러시아의 국영기업 가즈프롬은 대한민국에 매년 1,000만 톤씩 50년간 천연가스를 공급한다.

이것에 대한 대가는 한국 정부가 이실리프 상사에게 지급한다. 가즈프롬이 지정한 브로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범한 중개인인 것만은 아니다.

이실리프 상사는 가스관 연결 공사의 지분 절반을 가진 브로커이다. 나머지 절반은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나눠 갖게 된다. 이들은 가스관 사용료를 별도로 지급받게 된다.

아무튼 한국정부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절반만 가즈프롬에 지급한다. 나머지 반은 이실리프 무역상사가 받는데 이는 황금 89톤에 대한 원금 상환 개념이다.

조금 더 정리하자면 현수가 맡은 가스관 연결 공사는 러시아에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일 뿐이다.

아무튼 모든 빚이 갚아지면 그때부터는 가즈프롬이 한국 정부로부터 직접 가스값을 받기로 했다.

물론 먼 훗날의 이야기이다.

푸틴과 메드베데프, 그리고 데니소프는 까탈스럽지 않았다. 현재 현수가 러시아에 베풀어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협의가 끝난 후 푸틴은 이례적으로 현수와 깊은 포옹을 했다. 위기를 모면하게 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다.

뿐만 아니라 유대인들과 달리 집요한 요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이기도 하다.

크렘린궁을 나서는 현수의 곁에는 이리냐가 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장소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이전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고 좋아했다.

예전엔 단순한 견학생 대접이었다면 이번엔 완전한 VIP 취급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좋았어?”

“그럼요. 얼마나 정중한지 일국의 공주가 된 기분이었어요. 고마워요. 이 모든 게 현수 씨, 아니, 자기야 덕분이에요.”

“그래? 그렇게 생각해 주니 내가 오히려 고맙군.”

“어머, 아니에요. 제가 한 게 뭐 있어요? 전부 자기야 덕분이에요. 앞으로 잘할게요.”

이리냐의 눈빛엔 사랑뿐만 아니라 존경의 빛도 어려 있다. 위대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린 결과이다.

“온 김에 어머니도 모시고 갈 거지?”

“그래주면 저야 좋지요.”

“그래, 그럼! 그나저나 오랜만에 놀러 갈까?”

“어머! 정말요?”

이리냐의 얼굴이 급격하게 환해진다. 아직 어리기에 놀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에 갔던 거기는 어떨까?”

“전에 갔던 데요? 아! 메트로요?”

“그래! 가기 싫어?”

“아뇨. 당근 가고 싶죠. 가요.”

“하하. 좋아!”

현수와 이리냐는 대통령이 내준 리무진을 타고 모스크바 최고의 클럽이라 칭해지는 메트로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미스트르 킴!”

메트로 입구엔 세르게이 블라디미르 사장이 나와 있었다.

현수와 이리냐가 탄 대통령궁 소속 리무진이 당도하자 더 이상 정중할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허리를 숙인다.

주변에 관리인의 허락을 맡기 위해 줄 서 있던 러시아 청년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미스트르 킴, 그리고 미스 이리냐! 저희 업소에 와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제가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현수의 말에 세르게이는 또 한 번 허리를 꺾는다.

“어이구, 무슨 말씀을……. 이렇게 모시는 것만으로도 황송합니다. 자, 저를 따라오시지요.”

한편, 이 장면을 바라보는 사내가 있다. 소위 나이트클럽의 수질 관리를 위해 채용한 관리인이다.

먼저 있던 친구가 잘리고 난 뒤 채용된 젊은 친구에게 세르게이가 한 말이 있다.

메트로엔 모든 동양인과 유색인종의 출입을 금한다. 다만 미스트르 킴과 그 일행만은 예외이다.

관리인은 당연히 현수의 얼굴을 모른다.

그럼에도 세르게이는 미스트르 킴에게 무례할 경우 그 즉시 파면될 것임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부언하기를 미스트르 킴은 메트로 클럽의 최고 VVIP라 했다. 다른 어떤 고객보다도 우선하니 결코 실수하지 말 것을 거듭해서 강조했다.

이에 신입 관리인이 물었다.

“보스! 방금 ‘다른 어떤’이라 말씀하셨는데 만일 우리 클럽에 푸틴이 방문할 경우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당연히 푸틴이 우선이라는 대답을 기대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세르게이의 대답은 예상을 깼다.

“푸틴보다 우선이다. 절대 결례치 마라. 그랬다간 알렉세이 이바노비치 보스의 분노를 산다. 무슨 뜻인지 알지?”

“헉……! 예 알겠습니다.”

신입 관리인은 저도 모르게 차렷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세르게이의 말이 무슨 뜻인지 그제야 단번에 이해한 것이다.

아무튼 그날 이후 대체 미스트르 킴이 누군가라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조금 전 대통령궁 깃발을 단 리무진들이 당도했다.

모두 일곱 대이다.

하나만 귀빈용이고 나머지 여섯은 경호 차량이다. 이어폰을 낀 덩치들이 본인의 신분을 단번에 드러낸 것이다.

중앙의 차에서 내린 사람은 20대 중반 동양인이다. 그의 곁에는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절세미녀가 있다.

관리인은 드디어 말로만 듣던 인물이 출현했다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쐐기는 사장이 박아준다. 세르게이는 지금껏 보여주지 않던 정중한 예로 동양인 청년을 맞이했다.

그리곤 더없이 공손한 자세로 직접 안내까지 한다. 이쯤 되었는데도 눈치 못 채면 바보 멍청이이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업소를 방문해 주셔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안으로 드셔도 됩니다.”

관리인이 현수와 이리냐에게 한 말이다.

이에 현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었다. 이곳이 알렉세이 보스가 운영하는 곳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입장료와 팁을 잊지 않았다. 수질 관리인은 엉겁결에 받아 든 것이 지폐임을 보고 사장의 눈치를 살폈다.

이걸 받아야 하는지 여부를 눈빛으로 물은 것이다. 세르게이의 시선이 미친 곳은 수질 관리인의 손이다.

1,000루블짜리 지폐 열 장이다. 일 인당 입장료가 400루블이니 나머지 9,200루블은 팁이다. 한화로 321,908원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다.

아무튼 세르게이는 돈 때문에 귀빈을 귀찮게 해서는 안 되기에 얼른 물러나라는 손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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