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410화 (410/1,307)

# 410

“흐으음!”

내용을 확인한 바 오시마조선소가 제시한 조건은 태백조선소에서는 불가능하다. 가격과 인도시기 모두 열세이다.

“남은 건 기술뿐이라는 건데……. 조선에 관련된 신기술이 뭐라고?”

현수는 나머지 이메일들도 차례로 열어보았다. 그 결과 선박에 관한 신기술이 어떤 것들인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을 현수가 개발할 방법은 없다.

“흐음, 마법진을 쓰면 해결이 될까?”

첫 번째로 구상한 것은 스피드에 적용한 마법이다. 출력을 얻기 위해 가동되는 엔진의 효율을 올리면 디젤 소모량이 줄어들 것이다.

컨테이너 운반선이나 자동차 운반선은 평균 24∼26노트(44∼48㎞/h)로 운행된다.

그런데 선박은 물이라는 유체(流體)를 헤치고 가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마찰 저항을 받게 된다.

그래서 10노트5)를 가속할 경우 물의 저항은 세 배로 늘어나고, 이에 따른 연료 소모량은 속력의 세제곱에 비례하므로 여덟 배가 늘어난다.

예를 들어, 32만 톤의 원유를 싣고 16노트로 달리는 초대형 탱커의 하루 연료(중유) 소모량은 111톤이다.

10만 톤의 컨테이너를 싣고 26노트로 달릴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8,500TEU급)의 연료 소모량은 원유운반선의 갑절이 넘는 245톤이나 된다.

그런데 선박의 총 운항 비용 중 연료비 비율이 50∼60%나 된다. 따라서 엔진 효율이 좋아짐은 경제성과 직결된다.

“흐음, 엔진을 손봐주면 좀 나아질까?”

현수의 이런 상념은 조선에 관한 일대 혁명이 된다.

MSC 사에서 건조 의뢰하려는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은 하루 연료 소모량이 대략 346톤 정도가 된다.

이것에 현수의 마법진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획기적인 결과가 나타난다.

첫째는 연료 소모량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이다. 하루 소모량이 12분의 1로 줄어 일일 소모량이 29톤 정도로 줄어든다.

장기적으로 계산해 보면 태백조선소가 제값을 받아도 오시마조선소에서 제공하려던 것보다 이득이다.

둘째는 대형선박의 골치 아픈 문제점인 진동과 소음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는 STX조선해양의 신기술에서 착안한 것이다.

현수는 선박 진동 원인 중 하나인 추진기 변동 압력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마법진을 스크류에 그려 넣을 생각이다.

그러면 국제 관련규정(ISO 6954)에서 명시하는 허용치 9㎜/sec보다 훨씬 적은 0.42㎜/sec로 줄어든다.

진동과 소음 모두 제거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급 마나석을 사용해야 하는 마법진 하나가 더 그려질 것이다. 물론 마나 집적진까지 같이 그려질 것이기에 상급 마나석은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된다.

여기에 새겨질 것은 웨이트 라이트닝(Weight Lightening)과 그리스(Grease) 마법이다.

경량화 마법과 마찰계수를 줄여주는 마법이다.

이것이 구현되면 배 전체 무게가 줄어든다. 또한 헤치고 나가는 물의 저항이 확연히 떨어진다.

둘 다 연소 소모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마법이다.

현수는 메일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해 두었다.

이런 생각들은 훗날 엄청난 부담이 된다.

MSC 사와 CMA 오머런이 보유한 모든 선박의 엔진 개조 작업이 의뢰되기 때문이다. 하긴 개조만 하면 연료비가 12분의 1 이하로 떨어지는데 어찌 그냥 놔두겠는가!

경제성은 국제시장을 장악하느냐 못하느냐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니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소문이 번지자 삼성, 현대, STX, 대우 등 국내 굴지의 조선소들에게서 기술 제휴를 요청받는다.

하지만 어찌 기술, 아니, 마법을 전수해 줄 수 있는가!

현수는 정중한 거절을 한다.

대신 선박 엔진을 만드는 현대중공업, STX엔진, 두산엔진 등과 손을 잡는다. 방식은 이실리프 기술이라는 회사가 엔진 설치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했다.

물론 이실리프 기술의 사주는 김현수이다.

그 결과 이 회사들은 넘쳐나는 일감 때문에 몸살을 앓게 된다. 하긴 전 세계 거의 모든 대형 선박의 엔진이 한꺼번에 교체되니 어찌 쉴 틈이 생기겠는가!

그 결과 천지그룹엔 천지엔진이라는 회사가, 백두그룹과 태백그룹엔 백두엔진과 태백엔진이라는 회사들이 생겨난다.

넘쳐나는 일감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의 조선업계는 승승장구한다.

반면 일본과 지나, 그리고 유럽과 여타 국가의 조선 사업은 그야말로 완전한 사양길로 접어든다.

한국 조선소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의 조선소들은 규모를 열 배 이상 확장시킨다. 물론 상당히 많은 고용 효과가 발생된다.

“흐음, 이 정도면 될까?”

메모를 다시 한 번 간추린 현수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흡족하다는 표정이다. 그러다 문득 권지현과 어머니 생각이 난다.

“에효, 미치겠네. 어쩌지?”

화를 내고 돌아가 버린 권지현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하면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끄으응!”

현수는 나직한 침음을 냈다. 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권지현이 너그럽게 모든 것을 받아주지 않는 한 우미내 근처엔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되려면 뭔가 실마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다.

“에구, 에구……!”

현수는 속이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청량한 공기 오염되지 않는 자연으로 그득한 아르센 대륙이 떠올랐다.

“그래! 머리 아플 땐 조금 쉬는 게 상책이야. 가자. 마나여, 나를 아르센으로 데려다 줘. 트랜스퍼 디멘션!”

샤르르르르릉―!

현수의 신형이 또 안개처럼 스러진다.

* * *

“흐음, 돌아왔군.”

주위를 휘휘 둘러보니 예상했던 대로 케발로 영지이다. 이곳은 여행자를 위한 시냇물이란 여관 뒤쪽에 있는 커다란 바위 뒤쪽이다. 물론 사람들이 없는 곳이다.

현수는 얼른 의복부터 갈아입었다. 이제부턴 다시 C급 용병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이곳에서의 기억을 점검한 현수는 여관 아래층 주점으로 들어갔다. 그래야 2층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서 옵… 어라, 손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의례적인 인사를 하던 꼬맹이가 얼른 입을 닫는다. 그 순간 앉아 있던 사내들이 일제히 일어선다.

대부분이 병사이지만 마법사의 로브도 보인다.

“……!”

현수가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 순간 익숙한 음성이 들린다.

“하인스, 어디에 갔다 왔는가?”

고개를 들어보니 라세안이다.

“잠깐 산책을……. 근데 왜 이래?”

“흐음, 잠깐 올라오게.”

“……!”

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리곤 계단을 딛고 올랐다. 그에 따라 사람들의 시선도 이동했다.

“대체 왜 이래?”

“자네 마법을 썼나?”

“마법……? 그래. 그랬지.”

“아래층에 있던 녀석들, 이곳 영주가 보낸 자들이네.”

“케발로 영주? 그럼 하렌 자작이? 왜?”

현수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어제 들었던 대로 영지전이 벌어질 모양이네. 하여 신경들이 날카로운 모양이야.”

“대체 무슨 소리야?”

“그건 말이지. 어제 자네가…….”

라세안의 설명이 이어졌다.

현수는 어제 이곳 영지에 당도한 이후 사슴 스테이크로 식사를 하고 2층에 올라 목욕을 했다.

그때 워싱과 클린, 그리고 데시케이션 마법을 구현시켜 의복을 세탁하고 건조했다. 그리고 영지의 기사단장인 죠반니 남작의 방문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얼마 후 텔레포트 마법으로 빌모아 일족이 사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이곳 케발로 영지의 영주는 영지전 조짐이 보이자 곧장 비상령을 선포했다.

이전에는 용병들의 출입이 자유로웠다. 하지만 현재는 아니다. 들어오는 건 마음대로지만 나가는 것은 금한다.

상대방 진영 쪽에 붙으면 적의 전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용병은 이번 영지전에 반드시 참여하라는 명을 내렸다. 전력을 조금이라도 키우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라 영지에 있는 모든 외부인에게 감시원을 붙였다. 누가 첩자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감시원들 가운데에는 영지 마법사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곳 케발로 영지의 영주 하렌 자작은 4써클 마법사이다.

그렇기에 여타 영지에 비해 마법사들이 많은 편이다. 이들로 하여금 영지 전역의 마나 유동을 감시토록 했다.

적의 마법사가 농간을 부리더라도 즉각 알아내기 위함이다.

현수는 어제 목욕을 마치고 세탁과 건조 마법을 구현시켰다. 불과 1∼2써클 마법인지라 마나 유동이 적었다. 하지만 영지 마법사의 감시를 피하진 못했다.

그런데 텔레포트 마법까지 썼다. 당연히 비상이 걸렸고, 상당히 많은 병사와 기사, 그리고 마법사들까지 동원되었다.

여행자를 위한 시냇물이란 여관은 즉각 포위되었다. 그리고 내부에 있는 사람 모두 조사를 받았다.

그중엔 라세안도 포함된다. 하지만 마법사로 의심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세안을 제외하곤 어느 누구도 마법을 쓸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라세안이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탁월한 마법 능력 때문이다. 미혹의 숲에서처럼 마나를 감추었기에 영지 마법사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하긴 8써클 마스터이니 영주인 하렌 자작이 와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모든 사람이 조사를 받았지만 용의자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현수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주목되었다.

동행인 라세안에게 행방을 물었으나 어찌 알겠는가!

방에 없으니 혼자서 산책이라도 나갔나 보다는 말만 했다.

이 대목에서 라세안이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것은 이번 기회에 유희를 나설 생각을 한 때문이다.

아무튼 여행자를 위한 시냇물이라는 여관은 영주가 파견한 병사와 마법사들로 채워졌다. 현수를 잡기 위함이다.

“그러니 자네가 나서야겠네.”

“귀찮은데 그냥 여기를 뜨는 건 어떻겠나?”

“나는 괜찮지. 나도 귀찮은 건 질색이니까.”

라세안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때이다.

쿵, 쿵, 쿵!

“거기 누구슈?”

“죠반니 남작님께서 오셨다. 문을 열어라.”

“누구요?”

“이곳 케발로 영지의 기사단장님이신 죠반니 남작님이시다. 어서 문을 열지 못할까?”

“……!”

영지전이 벌어지려는데 군사들을 지휘할 지휘관이 이곳에 왔다는 뜻이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는 사이에 라세안이 문을 연다. 그러자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40대 중반의 죠반니 남작이 들어선다.

물론 번쩍이는 갑옷을 걸친 기사들이 대동해 있다.

죠반니 남작의 시선은 곧바로 현수에게 쏠린다.

“C급 용병인 자네, 마법사였는가?”

“그렇습니다만 그건 왜 물으십니까?”

현수의 물음에 죠반니 남작은 안광을 형형히 빛낸다.

“어제, 무슨 마법을 썼으며 어디에 갔었는지를 말해라.”

“그걸 꼭 밝혀야 합니까?”

“적의 첩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면 그래야 한다.”

“첩자요? 좋습니다. 대답하기 전에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대체 어느 영지와 영지전을 벌인다는 겁니까?”

“……!”

현수의 물음은 이번 영지전과 전혀 관련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자넨 우리 영지가 어떤 영지에 둘러싸여 있는지도 모르나?”

“당연히 모르지요. 이곳에 처음 왔으니.”

죠반니 남작은 현수의 표정을 보고 거짓이 아님을 짐작했는지 딱딱했던 표정을 푼다.

“좋아, 모른다니 대답해 주지. 우리 케발로 영지와 인접한 영지는 딱 하나뿐이다. 츠로쉐 영지이지.”

“츠로쉐 영지요? 근데 왜 영지전을 거는 거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