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1
기능성 고급 에이러웜 여성 내의인데 발열 효과로 보온성이 뛰어나며, 사방향 신축성과 흡수 속건 기능을 가진 것으로 광고되고 있는 것이다.
박 사장이 복지부에 제안한 것은 이것 이외에 항온 기능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할지라도,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속에서도 체온을 37.5℃로 유지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담당부서 공무원 입장에선 이런 엄청난 기능을 가진 내복을 겨우 7,000원에 납품한다는 반쯤 사기로 여긴 것이다.
회의 끝에 기초생활수급자용은 한 벌당 8만 원에, 차상위 계층용은 9만 원에 납품해 보라는 결론을 내렸다.
기초생활수급자용 310만 벌과 차상위 계층용 400만 벌을 납품하게 되면 이실리프 어패럴은 5,725억 원의 순이익이 남는다. 싸게 줘도 문제라니 어쩌겠는가!
원하지 않던 엄청난 이득을 취하게 생길 판이다.
그렇게 발생된 이득금의 90%는 잘게 쪼개 전국의 고아원과 양로원 등을 후원하는 데 사용토록 하였다.
물론 사전에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양심 고약한 원장이 횡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여 여차하면 아예 고아원과 양로원을 새로 만들어볼 생각을 하라는 의견도 냈다. 가장 투명하게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서 박 사장은 적극적으로 알아보겠다고 했다.
요즘 한가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김주미 여사로 하여금 사회봉사활동을 시킬 생각을 품은 것이다.
다음 안건으로 러시아의 지르코프 상사로 보내는 것과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보내는 것은 이실리프 무역상사를 거친다.
딜이 성사되면 미군엔 직접 납품하는 것으로 정했다.
다음은 내수용이다. 이실리프 어패럴의 전신인 까사일 때 박 사장은 국내 영업을 담당했다.
그때 대형 할인마트와 백화점 바이어들로부터 온갖 홀대와 구박, 그리고 말도 안 될 불편부당한 일들을 당했다.
백화점 및 마트의 입점 업체였던 그때는 몹시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여름용 항온 티셔츠나 겨울용 항온 재킷과 바지는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구할 수 없는 초희귀 아이템이다.
그리고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귀한 물건이다.
그래서 그때의 한을 풀기 위해 박 사장이 직접 영업 일선에 나서기로 했다. 콧대 높은 녀석들이 절절매며 접대하는 걸 받아보겠다며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납품 가격은 이쪽에서 결정하며 마트나 백화점의 마진 또한 이쪽에서 지정하겠다고 한다.
현수는 피식 웃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얼마든지 접대 받으십시오. 돈을 찔러주거든 받으시구요. 아! 그 돈은 회사에 낼 필요 없습니다. 사장님 필요한 데 쓰십시오. 대신 너무 많이 마시진 마십시오. 건강도 건강이지만 그러다 제가 사모님에게 미움 받겠습니다.”
“네? 아하하! 네에, 그러지요. 알겠습니다.”
접대 받으면 찔러주는 돈을 박 사장은 결코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을 알기에 한 말이다.
설사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관계없다. 돈이 없어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빌모아 일족에게 제련해 달라고 남겨놓고 온 황금만 2,000톤이다. 2011년 현재 대한민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황금은 불과 54.4톤이다. 그것의 37배가량이다.
황금 2,000톤은 115조 6,500억 원이 넘는다.
이것 말고도 아공간엔 더 많은 황금이 있다.
그것까지 다 합치면 대한민국 1년 예산인 342조 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따라서 푼돈에 연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마치고 밖에 나가 맛있는 점심도 먹었다.
“참, 전무님 방 하나 만들어놓았습니다.”
“에구, 뭐하러……. 자주 와 있는 것도 아닌데요.”
현수의 반응에 박 사장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표정이다.
“아닙니다. 전무님은 사주이신데 올 때마다 제 방에 잠시 머물다 가시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쓰죠.”
“하하, 네에.”
회사로 되돌아와 보니 사장실 바로 곁에 조금 더 큰 크기로 방을 꾸며놓았다.
“안녕하세요? 비서실 유소라입니다.”
“아! 비서까지 뽑으셨어요?”
어렵던 시절을 잊었느냐는 말로 받아들였는지 박 사장은 한숨까지 쉬며 입을 연다.
“아이구, 아닙니다. 미스 유는 전무님 오실 때만 비서 역할을 합니다. 평시엔 총무부 업무를 보죠. 우리 회사에 꽤 오래 있어서 업무 전반에 아주 밝은 재원입니다.”
“아! 그래요? 근데 사장님도 비서가 없는데 저만……. 이러지 말고 사장님 비서로 발령 내세요. 저야 가끔 오잖아요.”
“아이고, 아닙니다. 저는 비서 없어도 됩니다. 앞으론 밖으로 나돌 건데요. 안 그렇습니까?”
“네, 그렇겠군요. 미스 유,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어머, 무슨 말씀을요. 그나저나 차 드릴까요?”
“좋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아주 정갈하고 반듯하다.
바닥은 우유 빛깔 타일이다. 책상과 소파, 그리고 장식장 등이 놓여 있다. 책상과 소파 아래엔 초록색 양탄자가 깔려 있어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좋군요. 마음에 듭니다.”
“디자인실 직원들에게 공모해서 만든 방입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구요.”
“이렇게 마음 쓰지 않아도 되는데…….”
현수의 눈에 뜨인 것은 책상 위에 마련된 명패이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다.
이실리프 어패럴 회장 김현수.
“에구!”
“제 직책이 사장이니 전무님은 회장님 하셔야죠.”
“네에,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굳이 사양하지 않고 소파에 앉았다. 말려봤자 소용없기 때문이다. 잠시 후, 유 비서가 커피 두 잔을 내어온다.
“유 비서님, 나중엔 꼭 이실리프 커피를 드십시오.”
“호호, 네에.”
유소라 비서가 예쁘게 웃고는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컴이 울린다.
띠리링, 띠리링!
“사장님, 강철환이라는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연결해 드릴까요?”
“강철환이요?”
“네에. 안 계시다고 할까요?”
유 비서가 말을 할 때 박 사장의 시선은 현수에게로 향해 있다. 이때 현수는 책상 위의 컴퓨터로 검색 중이다.
현수가 산막골에서 만난 홍진표 교수는 예상대로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여당인 한심당과 제1야당인 민주실현당에서 공천 받은 인사와의 대결에서 한심당은 11%, 민주실현당은 8% 득표를 했다.
홍 교수는 무려 75.3%라는 득표를 하여 개표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당선을 확정했다고 한다.
아직도 누가 홍 교수에게 테러를 가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심당과 민주실현당 공천 후보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심증만 있을 뿐이다. 그 덕에 동정표까지 얻어 압도적 지지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홍 교수는 국회의원이 된 후 교육과학기술부 쪽의 상임위원회에 들기를 원했으나 자리가 없었다.
하여 비리로 국회의원 자격을 잃은 전임이 속해 있던 국방부와 관련된 국방위원회에 몸담게 되었다.
현수가 홍 교수를 검색하고 있는 이유는 의정 활동 시작과 거의 동시에 국방부 쪽 비리를 강하게 질타하고 나선 때문이다. 해군의 부력방탄복의 경우 무려 97.5%가 불량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품인 홍 교수의 눈에 띄었으니 대갈일성을 터뜨렸고, 그게 기사가 되었다.
물론 네티즌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을 받는 중이다.
“역시 홍 교수님답네.”
현수가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을 때 박 사장이 묻는다.
“전무님, 강철환 씨 전화가 걸려왔는데 어쩌죠?”
“그래요? 제게 돌려주세요.”
현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 비서에게 지시를 내린다.
띠리링―!
“네, 여보세요.”
“아! 그거 통화하기 참 힘듭니다. 나 강철환입니다. 박근홍 사장님이신가요?”
“아뇨. 박근홍 사장님은 외근 중이십니다.”
“뭐요? 근데 왜 전화를 바꿔준 거요?”
유소라와 통화를 하면서 박 사장을 바꿔달라는데 전화를 연결한 듯싶다.
“저는 김현수입니다. 전에 한번 뵈었는데 잊으셨습니까? 그리고 항온 전투복에 관한 기술은 저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박 사장님이 아닌 저와 대화를 하셔야 합니다.”
“아! 그래요? 그럼 잘되었습니다. 한번 만납시다.”
강철환은 상당히 고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고 있고, 이는 현수의 심기를 건드렸다.
“제가 왜 강철환 씨를 뵈어야 하는지요? 전에 말씀드렸습니다. 다시 뵙고 싶지 않습니다.”
“이봐요, 김 전무! 이렇게 나오면 좋지 않습니다. 천지그룹이 제법 잘나가고 있지만…….”
강철환의 말을 중간에 끊겼다.
“기무사에서 예편하신 분들은 다 이렇습니까? 대체 뭘 해먹자고 자꾸 전화하는 겁니까?”
“뭐요?”
강철환 역시 심기가 상했는지 언성을 높였다가 잠시 말을 끊는다. 하지만 침묵은 길지 않았다.
“이봐요, 김 전무! 좋은 말로 할 때 그 기술 넘기시오. 그게 국익을 위한 길이오.”
“국익이라…….”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을 넘기시오. 나머진 우리 쪽에서 완성시키겠소. 완성된 기술로 제품이 만들어지면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불할 것이오.”
강철환이 말을 이으려 할 때 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항온 유지 기술은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미군엔 납품하기로 했구요.”
“뭐요? 그런데 왜 내게 말을 하지 않았소?”
현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것 보세요. 우리가 강철환 씨에게 기술이 완성되었음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겁니까? 여긴 민간 기업입니다. 그리고 강철환 씨는 현역에 있는 분도 아니고요. 수없이 많은 향토예비군 중 하나일 뿐입니다. 아닙니까?”
“뭐라고? 어디서 이런…….”
“더 할 말 없으니 이만 끊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전화하지 마십시오. 강철환 씨처럼 안하무인인 분하고는 대화도 하기 싫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뭐라고? 네놈이 감히…….”
“감히는 무슨……. 이만 전화 끊습니다.”
철커덕―!
현수가 수화기를 내려놓자 박근홍 사장이 웃는다. 속 시원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 사람 전화 때문에 노이로제 걸릴 뻔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문제지요. 앞으로 이런 사람들이 또 나타나면 모두 제게 넘기세요.”
“근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박 사장의 말뜻을 어찌 모르겠는가!
공권력과 결탁한 부정한 세력은 수없이 많다. 시민 단체로 위장한 녀석들도 있고 언론의 모습인 놈들도 있다.
강철환처럼 막후에 머무는 것들도 있다.
현수 입장에선 그러거나 말거나이다.
부당하면 까부수고, 불편하게 하면 그러지 못하도록 훈계 내지는 징치할 힘이 있다. 그렇기에 태연한 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