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452화 (452/1,307)

# 452

잠시 시간이 흘렀다.

맥문을 짚어 상태를 파악한 현수가 입을 열었다.

“누워 계시면서 듣기만 하세요. 장모님 역시 20년 정도 젊어진 신체를 갖게 되실 겁니다. 두 분 모두 적당한 운동을 통해 그걸 잃지 않도록 노력하십시오.”

“그러겠네.”

“……!”

이번엔 안 여사가 대답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약기운이 빠질까 싶어 그러는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말은 이어졌다.

“오늘 복용하신 회복 포션은 다시 복용하셔도 같은 결과를 내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이번만 젊음을 되찾으시는 겁니다.”

“으으음!”

“……!”

권 고검장은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만일 마실 때마다 20년씩 몸이 젊어진다면 누가 늙어서 죽겠는가!

“어린 제가 어른이신 두 분께 이런 말씀 드리는 건 뭐하지만, 혹시 부작용이 생길까 싶어 한 말씀 드리자면 젊음을 과도하게 소비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

젊음을 찾았다고 과도한 밤일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것을 조금 돌려 말했는데 머리 좋은 권 고검장도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은 모양이다.

“아무튼 조금 있다가 제가 두 분께 드리는 말씀을 들으시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실 겁니다. 자, 이제 일어나셔도 됩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두 분은 이제 제 부모님과 마찬가지입니다. 자식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겁니다. 그러니 마음 쓰지 마세요.”

“고맙네. 자네 덕을 아주 톡톡히 보는군.”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두 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 말해보게.”

무엇을 원하든 기꺼이 주겠다는 마음으로 한 말이다. 안 여사 역시 같은 심정이기에 얼른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우연한 기회에 마법을…….”

현수는 그럴듯하게 이야길 풀어냈다.

마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회복 포션을 제조하게 되었다. 그걸 많이 먹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여 과하게 복용하였다.

그 결과 나이에 비해 젊은 얼굴은 얻었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너무 강한 정력이 그것이다.

지금은 수련으로 그 고통을 견뎌내고 있지만 이제 곧 결혼을 하게 된다. 문제는 지현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짐승처럼 매일 밤마다 달려들어 밤새 괴롭히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러면 기력이 쇠하여 시름시름 앓게 될 것이다.

정력이 세졌다는 말에 웃던 부부는 이 대목에선 안색을 굳힌다. 하나뿐인 딸이 과도한 방사로 인한 체력 소진으로 병을 앓게 된다는데 어찌 멀쩡하겠는가!

이쯤 해서 현수는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한 설명을 했다.

이실리프 무역과 드모비치 상사, 지르코프 상사에 관한 이야길 먼저 했다.

먼저 드모비치 상사이다.

매월 1억 불에 달하는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이익이 1천만 달러 정도 된다고 했다. 물론 깜짝 놀란다.

천만 달러면 한화로 약 120억 원이기 때문이다.

지르코프 상사와도 교역이 개시될 터인데 그로 인한 이득은 드모비치 상사를 능가할 것이라 이야기했다.

둘은 침만 꿀꺽 삼킨다. 상상 이상의 수입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킨샤사와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천지약품에 관한 이야기이다. 두 곳에서 벌어들이는 돈 역시 엄청나다고 하니 입을 딱 벌린다.

평생을 법원 공무원으로 살아온 고검장으로선 실감나지 않는 액수이다.

그다음은 이실리프 어패럴이다.

항온 티셔츠와 항온 재킷, 군복 납품 이야길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항온 마법이 사용되었다는 말에 금방 납득한 것이다.

그다음은 대한약품 이야기이다.

다이어트 보조제 쉐리엔과 청향, 그리고 미라힐Ⅰ과 미라힐Ⅱ에 관한 이야길 했다. 이것 역시 금방 알아듣는다.

안 여사도 쉐리엔을 사려던 중이기 때문이다.

현수는 마지막 결정타를 먹였다.

비날리아 지역에 조성될 3,000㎢짜리 이실리프 농산과 반둔두 지역에 만들어질 1,500㎢짜리 이실리프 축산 & 농장에 관한 내용이다.

턱이 빠지도록 입을 벌린다.

두 지역에 조성되는 규모도 규모지만 조성될 때까지 들어갈 엄청난 돈과 다 만들어진 후 수확할 각종 산물의 양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지금껏 말씀드린 대로 저는 서울과 킨샤사, 그리고 모스크바를 수시로 드나들며 살게 될 겁니다.”

“그래, 그렇겠지.”

권 고검장은 한 편의 활극 드라마를 보면서 긴장한 나머지 손에 땀을 쥐었다는 듯 바지에 닦아낸다.

“지현이와는 서울에서 결혼하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걸리겠지만 신혼집을 지을 생각입니다.”

“그래, 그러게.”

“두 분께는 지현이 하나뿐이니 저희와 같이 살아주십시오.”

“아이고, 아닐세. 사돈어른도 계신데 어찌 우리가……. 그건 안 될 말이네.”

“제가 생각하는 집은 평범한 것이 아닙니다. 조금 넉넉한 땅에 제 부모님께서 머무실 공간을 마련해 드리고 두 분과 할아버지께서 머무실 집을 지을 생각입니다.”

“……!”

“물론 저희 부부가 머물 공간도 지을 겁니다. 그러니까 한 울타리에 같이 계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딸을 잃었다는 느낌이 안 드실 테니까요.”

“그, 그래도 되겠는가?”

안 여사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방금 현수의 제안을 찬성한다는 뜻이다.

“제가 서울을 떠나 있는 동안 지현이 혼자 있으면 안 되잖아요.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곁에 계시면 지현이도 좋을 겁니다.”

“그, 그야 그렇지.”

고검장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현수는 이제 두 사람 모두 자신의 페이스에 들어왔다 생각하여 미루었던 말을 꺼낸다.

“지현이와는 별도로 콩고민주공화국과 모스크바에서 머물러 줄 아내들을 맞을 생각입니다.”

“뭐?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잘못 들은 게 아니냐는 표정이다. 현수는 입술을 굳게 닫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현이와도 상의를 했습니다. 지현이 혼자서는 저를 감당해 낼 수 없습니다. 하여 두 여자를 더 거두기로 했습니다.”

“……?”

“콩고민주공화국에 머물 사람은 천지그룹 이연서 회장님의 손녀입니다. 천지화학 이강혁 회장님의 따님 중 하나지요.”

“천지그룹 회장님의 친손녀?”

“네, 회장님의 친손녀 맞습니다. 회장님께는 이미 말씀을 드렸고, 허락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비밀을 지켜주십시오.”

“그, 그러지.”

권 고검장과 안 여사는 상대가 너무나 쟁쟁하여 질린 표정이다. 서울 고등검찰청 청장이 대단한 자리이기는 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재벌 그룹 회장에는 비할 바 못 된다. 그런 재벌 집에서 친손녀를 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슬쩍 꿇리는 느낌을 받는 중이다.

“근데 이 회장님이 우리 지현이를 아는 거예요?”

안 여사의 물음이다.

“그렇습니다. 사실은 두 분 어른과 먼저 상의하려고 했습니다. 서울에서 결혼하는 신부는 지현 씨니까요.”

“그, 그래요? 그런데요?”

“그런데 그분이 저를 너무 높이 평가하셨는지 자꾸 다른 손녀와 만나게 하려 하셨습니다. 하여 먼저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물론 지현 씨에 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 그래요?”

안 여사는 약간 떨떠름하지만 궁금한 게 있어 넘어갔다.

“그럼 나머지 한 여인은 누군가?”

“러시아 레드 마피아의 보스 알렉세이 이바노비치의 딸인 이리냐입니다. 쉐리엔 광고에 나오는 그 모델입니다.”

“헐! 레드 마피아 보스의 딸이라니!”

천지그룹 회장도 대단한 인물이지만 레드 마피아의 보스는 그보다 더한 인물이다.

고검장은 레드 마피아의 보스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졌는지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렇기에 나지막한 탄성을 냈다.

그러고 보니 다들 쟁쟁하다.

천지그룹 회장의 친손녀라고 하니 나중에 계열사 하나나 둘쯤은 뚝 떼어줄 것이다. 레드 마피아 보스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면 이보다 더한 이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고검장인 자신은 사위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한심하다.

“끄으응!”

“장인어른, 그리고 장모님, 서울에서는 지현이와 결혼합니다. 우리나라는 일부일처제이기에 혼인신고는 지현이와 할 겁니다.”

“그럼 두 아가씨는 어찌할 건가?”

“말씀 안 드렸습니다만 저는 콩고민주공화국과 러시아의 시민권자이기도 합니다.”

“……!”

“각각의 나라에서 연희와 이리냐를 아내로 맞이하겠습니다.”

“흐으음!”

권 고검장은 잠시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긴, 어찌 공짜로 이만한 인물을 사위로 얻겠어?’

안 여사는 남편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지현이만 좋다면 찬성할 거예요. 여보, 너무 괜찮은 사윗감이잖아요. 안 그래요?’

부부가 각기 다른 생각을 할 때 현수의 말이 이어졌다.

“두 분, 제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어여삐 여겨주십시오. 지현이가 섭섭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휴우! 이제 와 어쩌겠나. 그래, 그렇게 하게.”

고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안 여사가 거든다.

“대신 우리 지현이, 아껴줘야 해요.”

“물론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현수는 얼른 일어나 넙죽 절을 했다.

“그나저나 지현이 이 계집애는 어딜 쏘다니기에 아직도 안 들어오죠? 여보, 전화 한번 해봐요.”

“응? 그, 그래. 그러지.”

고검장이 통화하기 위해 자리를 뜨자 안 여사가 정색한다.

“이봐요, 사위!”

“네, 장모님!”

“우리 지현일 마법으로 꾀인 건 아니죠?”

“그럼요!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란 게 어디 마법으로 되는 겁니까? 지현이와 저는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 좋아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결혼식은 어떻게 할 거예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현이 말고 두 아가씨와 더 결혼한다고 했잖아요.”

“아, 그거요?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고 나면 곧장 콩고민주공화국으로 갈 겁니다.”

“신혼여행을 그리로 가는 거예요?”

“아닙니다. 신혼여행은 스위스 융프라우에 있는 제가 아는 어떤 분의 별장으로 갈 겁니다.”

“융프라우? 별장? 신혼여행을 별장으로 간다고요?”

경기도 양평에 많이 있는 그런 별장을 상상하는 모양이다.

“장모님, 컨테이너선사 세계 2위인 MSC사의 리앙리쥐 아폰테 사장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저는…….”

현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서울에서의 결혼식을 마치고 우미내 부모님과 권 고검장 부부, 그리고 천지그룹 이연서 회장 일행과 더불어 킨샤사로 날아간다.

이때 사용될 비행기는 아폰테 사장의 자가용 제트기이다.

킨샤사에는 레드 마피아의 보스 중 하나인 지르코프가 선사한 저택이 있다. 이 저택의 크기도 설명했다. 물론 입을 딱 벌리고 놀란다. 어마어마한 크기이기 때문이다.

이 저택에서 합동결혼식이 거행됨을 설명했다.

결혼식엔 리앙리쥐 아폰테 사장은 물론이고 컨테이너 선사 세계 3위인 CMA 오머런의 세바스티앙도 참석할 예정이다.

결혼식이 끝나면 아폰테 사장의 융프라우 별장으로 날아가 허니문을 보낼 것이라 이야기했다.

이 별장은 일반적인 별장이 아니라 일종의 힐링 센터이다.

아주 뛰어난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곳엔 호젓하게 즐길 스키 슬로프가 두 개나 있고, 온천이 솟기에 스파와 사우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동반한 아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와 각종 오락 기구도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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