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455화 (455/1,307)

# 455

아폰테 사장이 내민 봉투를 받은 현수는 내용물을 살피지 않았다. 어떤 마음으로 준 건지 알기 때문이다.

“고맙습니다. 뭔진 모르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이건 내 선물이우. 곧 죽을 목숨이었는데 살려줘서 고마워서 준비했어요. 그리고 곧 결혼한다고 들었어요. 감사의 뜻과 결혼 선물을 겸하니 사양하면 안 되는 거라우.”

현수는 똑같이 생긴 봉투를 받으며 환히 웃어주었다.

“네, 사모님. 이것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현수가 두 개의 봉투를 갈무리하자 아폰테 사장이 웃는다.

“자아, 이제 선물 개봉할 시간이네. 자네가 그걸 열어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

아폰테 사장은 잔뜩 기대된다는 듯 두 손을 비비며 개구진 웃음을 짓는다. 엘리자베스 역시 눈빛을 빛내고 있다.

둘 다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현수만 빤히 바라본다.

현수는 안에 담긴 것이 돈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직접적인 선물을 할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수 역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봉투를 개봉했다.

찌이이익―!

“하하! 좋습니다. 먼저 사장님께서 주신 선물을 개봉해 보죠. 자아, 이 안에 뭐가 들어 있을까요? 통이 크신 분이시니 이번 계약을 태백조선소와 하겠다는 내용이 있겠지요? 짜안―!”

말을 마침과 동시에 봉투에서 서류를 꺼냈다. 이것을 펼친 순간 현수의 눈이 더없이 커졌다.

“헉! 이, 이건! 사장님, 이건 말도 안 돼요! 어떻게 이런 걸……. 세상에, 맙소사! 아! 고맙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폰테 사장의 선물은 미국의 Aerion Corporation사에서 제작하는 초음속 비즈니스 비행기 Aerion supersonic business jet(Aerion SBJ)였다.

동체 길이 45m, 날개 폭 19.6m이다.

상승 고도는 16㎞, 최대 항속 거리는 7,800∼8,500㎞이다.

그리고 속력은 마하 1.6까지 낼 수 있다.

선택 사양으로 극장과 욕조 설치가 가능하며 최대 탑승 인원은 12인이다. 바닥에 앉히면 더 태울 수 있다.

가격은 8,000만 달러이다. 한화로 약 960억 원이다.

엄청난 가치를 지닌 선물이다. 그럼에도 현수는 사양하지 않았다. 아폰테 사장에게 있어 엘리자베스는 몇 조, 몇 경을 훌쩍 뛰어넘는 인생의 동반자이다.

그렇기에 두말없이 고개 숙여 감사의 뜻을 받아들인 것이다.

3장 너무 엄청난 선물입니다

“하하! 하하하! 거봐. 내가 이 친구 이럴 거라고 했잖아. 안 그래? 역시 배포가 두둑해.”

“호호, 그러네요. 그런 거 보면 미스터 킴, 통 커요!”

“에구!”

현수는 뭐라 할 말이 없어 계면쩍은 웃음만 지었다.

“자, 이제 내 마누라가 준 선물을 개봉할 차례야. 이 친구 얼굴이 어찌 바뀌는지 보자고.”

“호호, 그래요.”

통 큰 선물을 하면서도 노부부는 몹시 즐거운 표정이다.

“좋습니다. 이번엔 엘리자베스 사모님의 선물을 개봉하죠.”

찌이이익―!

봉투를 열자 이번에도 종이다.

현수는 포커 판에서 패를 쪼듯 천천히 서류를 펼쳤다. 그 과정에서 사진 몇 장이 떨어지기에 그것을 먼저 주워 들었다.

멋진 건축물 사진들이다.

가만히 보니 한 지역의 건물들과 주변 풍광을 찍은 것이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 풍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누가 봐도 상당히 멋진 곳이다.

“여기 정말 좋군요. 시간 나면 여행 한번 가야겠어요.”

“그래, 꼭 가라고. 근데 볼 건 마저 봐야지?”

아폰테 사장이 어서 서류를 마저 펼치라고 손짓한다.

“하하! 네. 조심스럽게 펼쳐 보겠습……. 헉! 이, 이건……!”

현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이 보고 있는 서류엔 아폰테 사장의 스위스 융프라우 소재 별장 단지 전체를 대한민국 김현수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돈으로 따지면 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사, 사모님! 이건……!”

엘리자베스를 바라보았지만 대답은 아폰테 사장이 한다.

“신혼 여행지를 소유하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지. 나도 그래. 근데 자네는 특별하잖아? 새 신부들과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 별장을 자네에게 주겠네. 결혼 축하하네.”

“Congratulation! Mr. Kim!”

“아!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졸지에 융프라우에 있는 별장 단지 전체를 갖게 된 현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러던 중 번뜩이는 상념이 있었다.

“사장님, 제가 콩고민주공화국 비날리아 지역과 반둔두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거 아시죠?”

“그럼! 게서 엄청난 작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을 고대하네. 절반은 우리 MSC사의 배가 실어 나를 테니 말일세.”

“그럼요. 당연히 그래야죠.”

“좋아. 그런데 갑자기 그 이야긴 왜?”

“제가 이 자리에서 약속드립니다. 비날리아와 반둔두 지역에 두 분을 위한 별장을 짓겠습니다. 융프라우 것엔 비하지 못할지라도 경치만은 최고로 고르겠습니다.”

“호오, 그러니까 별장 두 채를 선사하겠다고?”

“네, 거기선 무엇을 하셔도 됩니다. 두 지역 모두 콩고민주공과국의 치외법권 지대거든요.”

“뭐? 치외법권까지 얻었단 말인가?”

“네. 향후 200년간 그곳은 제 통제 아래에 있게 됩니다.”

“세상에, 맙소사!”

큰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다.

“미스터 킴, 고마워요. 이렇게 마음 써줘서. 다 만들어지면 말해요. 꼭 가볼 테니.”

“하하!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말을 하며 현수는 두 지역에 제법 그럴듯한 위락 단지를 만들 생각을 품었다.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을 초청하여 실컷 놀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그나저나 내가 주문하고 태백조선소에서 만들 배의 엔진은 자네가 손보는 건가?”

“네, 이번엔 그럴 생각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을 제가 혼자 할 수는 없어 현재 이실리프엔진이라는 회사를 만드는 중입니다.”

“대단해, 대단해! 정말 대단해!”

“MSC사가 보유한 모든 선박의 엔진부터 개조해 드릴 테니 순차적으로 보내주십시오.”

“그거 하는 데 시간 오래 걸리나?”

“아뇨. 알고 보면 간단해서 하루면 끝납니다.”

“겨우 하루?”

“네. 그러니 순차적으로 보내주시기만 합니다. 참 보내시기 전에 그 배의 엔진 설계도가 필요합니다. 새 엔진을 다는 게 아니라 그 엔진을 손보는 거니까요.”

“알겠네. 우리의 새로운 대리점이 된 신세계마리타임을 통해 확실히 전달되도록 하겠네. 이거 자네 때문에 내가 바쁘게 되었어.”

“어머! 왜요?”

“왜긴, 우리가 보유한 선박들이 언제 시간이 비는지 일일이 다 알아봐야 하잖아.”

아폰테 사장의 말에 엘리자베스는 팔짱을 끼며 웃는다.

“치, 그런 일은 제마일리를 시키면 되잖아요. 사위는 뒀다가 국 끓여 먹을 거유? 녀석이 일하는 동안 우린 이 아름다운 한국을 더 구경해요. 네?”

“아이구, 네. 그래, 이번엔 어디가 가고프십니까?”

“김기덕 감독이 만든 영화 ‘봄, 여름, 겨울, 그리고 봄’의 배경인 주산지요.”

“아! 그 주산지, 정말 절경이죠.”

현수가 먼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새벽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주산지의 모습은 신비스럽다는 느낌까지 주는 곳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흐음, 그래? 미스터 킴까지 칭찬하니 한번 가보긴 해야겠군. 하하! 하하하하!”

이날 늦은 오후, 만세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이 있었다.

“하하하! 만세! 만세! 만세!”

“수고했어! 하하! 정말 수고했어, 강 차장!”

“네? 강 차장이요? 하하! 하하하!”

강남역 뒷골목에 위치한 비즈니스 클럽엔 태백조선소 직원들이 있다. 강전호, 우정훈, 박창민 과장과 권철 전무이다.

“햐! 강 과장, 정말 대단해.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틴 보람이 있어.”

“그보다 김현수 전무님께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야. 우릴 너무 많이 도와준 거잖아. 안 그래?”

“맞아! 엔진 개조 기술도 김 전무님만 아는 거라며? 아폰테 사장과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자리도 만들어줬고.”

“맞아! 김현수 그 친구가 다 해줬어.”

“그래, 그 은혜는 갚아야지. 언젠가는.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니까.”

강전호는 진심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하는 여인 베아트리체와의 결혼은 100% 현수의 공이다.

하여 언젠가 꼭 도움이 되겠다는 결심을 한다.

“하여간 정말 대단해. 뭐든 다 이뤄내는 손이잖아. 그럼 김현수 전무의 손은 미다스의 손인가? 하하! 하하하!”

권철 전무가 너털웃음을 짓고는 단숨에 술잔을 비운다.

“자, 오늘 신나게 한번 놀아보자고. 아가씨들 부를까?”

“아뇨, 아닙니다. 아가씨들 들어오면 괜히 분위기만 깨져요. 오늘은 우리끼리 승리를 만끽해요, 전무님.”

“하하! 그래. 그러자고. 어? 뭐해? 어서 잔을 채워. 다 같이 건배 한 번 더하자고.”

“네, 전무님!”

오늘 오후 강전호와 권철 전무는 아폰테 사장을 대리한 MSC사의 이사 제마일리와 12,000TEU급 컨테이너선 12+18척을 신조해 주는 계약을 체결했다.

12+18이 뭔가 하면, 열두 척은 지금 당장 계약을 하는 것이며 나머지 열여덟 척은 진척 상황을 보아가며 추가로 계약한다는 의미이다. 별다른 변동 사항이 없다면 30척을 수주한 셈이다.

척당 계약 가격은 깔끔하게 1억 달러로 정했다. 아폰테 사장의 사위 중 하나인 제마일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더 깎자고 했으나 그럼 신형 엔진 장착이 어렵다는 말에 손을 들었다.

태백조선소 입장에선 오늘 30억 달러어치를 수주한 셈이다.

“자, 잔들 다 비웠지?”

“네, 전무님!”

“크흐흐, 그럼 지금부터 사장님과 통화를 하겠다. 모두 조용히 하는 거 알지?”

“크크, 그럼요. 우리 짠돌이 사장님이 그동안 전무님과 강 과장을 엄청나게 갈궈댔는데 어떤 대답을 하시는지 한번 들어보죠.”

우정훈 과장이 흰 이를 드러내며 기대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회사라는 게 다 그렇지만 태백조선소의 사장은 CMA 오머런과의 계약 이후 권철 전무를 쪼아댔다.

슬슬 풀어지는 것 같으니까 마침 걸려든 MSC사와의 계약을 걸고넘어졌다. 사실은 오시마조선소가 이번 물량을 가져가게 될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런 것이다.

“자아! 이제 전화를 건다.”

권철 전무는 이미 상당히 많은 알코올을 섭취한 상태인지라 계급도 잊고 마냥 어린애처럼 환한 웃음을 짓는다.

띠, 띠, 띠, 띠띠, 띠띠, 띠띠, 띠띠!

번호를 다 누르자 컬러링이 울려 퍼진다.

차디찬 그라스에∼ 빨간 립스틱∼

음악에 묻혀 굳어버린 밤 깊은 카페의 여인…….

“하여간 이 양반 취향 하곤. 사장이면 사장답게 좀 고상하게 하지. 짜짜짜∼ 짠∼ 같은 베토벤의 운명, 뭐 이런 거로 해야지. 안 그런가?”

“네, 전무님! 사장님은 살짝 수준이 낮습니다.”

“크크크! 맞아, 맞아!”

다들 술이 올라 그러는지 평소엔 하지 못하던 용감한 소리를 막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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