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457화 (457/1,307)

# 457

“어라? 너 그 소식 어디서 들었어?”

“어디서 듣긴, 인터넷에 다 떴어. 서울 중앙지검에 근무하는 권지현 형수님과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 결혼한다고.”

“어… 그래?”

“축하해. 난 부를 거지?”

“당연하지. 내가 널 안 부르면 누굴 부르냐? 와서 축가 불러줄 거지?”

“헐! 나 음치라는 거 잊었어? 결혼식 망치고 싶어?”

“맞다. 너 음치다. 하하, 조금 전의 그 말 취소다.”

현수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수정 씨하고는 잘 지내지?”

“그럼. 그쪽 아버님께는 인사드렸어. 우리 쪽엔 적당히 눈치봐서 말씀드리려고.”

“대부분의 재벌가에서는 정략혼을 많이 하는데 괜찮겠어?”

“다행히도 우리 할아버진 별로 신경 안 써. 일생을 함께할 반려를 맞이하는데 계산해서 하는 건 아니라고 하셔.”

“대단하시다. 이 회장님!”

현수는 자신과 수린을 엮으려던 이연서 회장을 떠올리고는 웃음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현우는 희희낙락이다.

“히히, 그래서 수정이와 별일 없으면 결혼하게 될 거야.”

“잘되면 양복 한 벌 알지?”

“그럼. 아르마니로 쫙 빼줄게. 형이 일등공신이니까.”

“하하, 녀석! 농담이다. 난 그냥 아무 브랜드나 괜찮아. 그건 그렇고, 내게 무슨 용무 있냐?”

“응! 나 이번에 천지섬유 상무로 발령 받았어.”

“와! 실전 경험을 꽤 높은 데부터 시작하네.”

“어쩌다 보니. 아무튼 발령 받아서 연구소엘 가보니 김국환 실장이 이상한 걸 들여다보고 있더라고.”

“뭐가 이상한 건데?”

“물어보니까 그거 형이 준 거라며?”

“아! 디오나니아 잎사귀?”

“그래. 연구소장이 말하길, 그걸로 아주 괜찮은 방탄복 제조가 가능하대.”

“그래?”

“현재의 방탄복은 뻣뻣하고 무겁다는 게 문제인데 그걸 완전히 해결한대. 근데 그거 어디서 났어? 대량으로 구할 수 있는 거야? 구할 수 있으면 얼마나 가능해?”

현우는 여러 질문을 한꺼번에 한다.

“자자, 진정하고, 먼저 하나만 묻자. 그걸로 방탄복을 만들었다니?”

“응! 만들어서 시험도 했대.”

“그랬더니?”

“권총 탄환으로부터 100% 안전하대. 그것도 근거리 사격에서. 5m라고 했던 거 같아.”

“그래? 그럼 K―2 같은 걸로도 해봤대?”

“물론이지. 모두 막아낸대. 그래서 그걸 국방부에 납품하려고 하는데 대량 생산할 만큼 잎사귈 구해줄 수 있어? 그거 콩고민주공화국 정글에서 구한 거라며?”

“대량 생산이라면 잎사귀가 몇 장이나 필요한 거냐?”

“김 실장님 말에 따르면 5만 장 정도가 필요하대.”

“휘유! 5만 장이라…….”

“그거 구하기 어려운 거야?”

“당연하지. 그거 서식하는 인근에 얼마나 맹수들이 많다고. 웬만한 사람은 다가서는 순간 잡아먹혀.”

식인 선인장 디오나니아는 실제로도 그렇다.

“김 실장님은 지금 그걸 가공해서 조끼식 방탄복이 아닌 내복식 방탄복을 생각하셔.”

“그게 무슨 소리냐?”

“기존의 방탄복은 상체의 몸통 부분만 보호하는 거잖아. 근데 이건 가볍고 가공하기 쉬워서 내복처럼 전투복 안에 껴입는 걸로 만들 수 있대. 전신 보호가 되는 거지.”

어떤 형태인지 충분히 상상되기에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에도 무게가 얼마 안 나가서 너무 좋다고 하셔.”

“그랬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여름엔 좀 더울 거라는 거야.”

이현우의 이런 고민은 쉽게 해결이 된다. 항온 마법진만 그려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거 잎사귀를 대량으로 구할 수 있는 거지?”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하지는 않아. 그렇다고 쉬운 것도 아니지만.”

현수는 호숫가에 서식하던 디오나니아를 떠올렸다.

그것들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곳을 찾든지 디오나니아가 더 많이 서식하도록 재배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먹이이다.

디오나니아는 식인 선인장이다. 다시 말해 육식을 한다.

호랑이 같으면 우리에 가둬놓고 적당한 먹이를 던져 주면 알아서 먹는다.

그런데 디오나니아는 그런 방식으로 먹이를 줄 수 없다. 일일이 던져 줘야 하는데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흐으음!’

현수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디오나니아를 더 많이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그럼으로써 네 가지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첫째는 더 많은 잎사귀를 채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대한약품에서 생산하는 NOPA의 원료인 열매를 더 많이 얻어낼 수 있다.

셋째는 잎사귀 가시에 있는 독액을 이용하여 식물성 해독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넷째는 디오나니아의 꽃은 직경이 30㎝에 이를 정도로 크다. 이것은 한번 피면 수년간 향기를 뿜어낸다. 향수나 방향제 원료로 아주 좋다.

현수 입장에서는 디오나니아 재배가 해볼 만한 사업 중 하나이다.

‘먹이가 풍부하면 더 많이 번식하겠지? 근데 어떤 먹이를 줘야 하나? 살아 있는 걸 줘야 먹는데. 소처럼 너무 커도 안 되고, 돼지도 그래. 개? 개는 될까? 어휴, 근데 개를 어떻게 먹이로 줘? 그 귀여운 놈들을…….’

현수의 상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렇게 적합한 먹이를 고려하던 중 카페 밖 골목에서 쏜살처럼 이동하는 것이 보인다.

4장 식인 선인장 재배법

‘맞아! 쥐! 쥐라면 가능해. 먹이로 줘도 하나도 아깝지 않으니까. 문제는 쥐를 어떻게 주느냐는 거야.’

현수는 호수 인근 디오나니아 서식지를 떠올렸다.

사방은 사막이다. 쥐를 풀어놓으면 호수 인근을 떠날 수 없다. 며칠 지나지 않아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면 오아시스가 오염된다.

‘할 수 없군. 서식지 인근에 마법진을 써서 쥐들이 일정 범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면 되겠군. 근데 쥐는 어떻게 조달하지? 아, 그것도 마법으로 잡으면 되겠군. 문제는 아공간에 넣으면 모두 죽는다는 거야. 그건 어떻게 해결하지?’

결국 현수는 쥐를 이동시킬 묘안을 만들어냈다.

쇠로 만든 용기를 구한다. 이것은 인라지 마법으로 키우고, 생쥐는 리듀스 마법으로 축소시킨다. 이 용기에 산소를 넣어주고 문을 닫은 뒤 아동간에 넣으면 된다.

‘흐음, 몇 가지 문제가 있군. 용기가 원하는 만큼 커지는지와 쥐들이 축소되는지, 그리고 아공간에 넣었을 때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야 해.’

현수는 다이어리를 꺼내 방금 전의 생각을 정리해서 기록했다. 남들이 보면 이상할 수 있으므로 아르센 대륙어를 사용했다.

“형, 뭘 그렇게 써?”

“아, 이거? 문득 문득 떠오르는 것들을 이렇게 적어놓는 거야. 그게 나중에 아주 중요한 힌트가 되기도 하니까.”

“그래? 그건 좋은 습관이네. 나도 그래봐야겠다. 그나저나 오늘 만난 김에 한잔 어때? 경빈이도 불러서 한잔하자.”

“그러자. 좋은 데 있으면 안내해. 오늘은 내가 낼게.”

“야아! 이거 연봉 많이 받는 형이 있으니까 좋네.”

“녀석, 너도 용돈 많이 받잖아. 참, 네 월급은 얼마냐? 재별 계열사인 천지섬유 상무이사니까 꽤 많지?”

“많기는 개뿔, 직책만 상무이사지 받는 돈은 신입사원이랑 똑같아. 할아버지가 그렇게 하라셨대.”

“그렇게 아낀 건 나중엔 다 네 것 되잖아. 안 그래?”

“내 것은 무슨! 그리고 당장 배고픈데 나중에 진수성찬 차려준다고 하면 뭐해? 아무튼 경빈이 만나서 한잔해.”

“그래. 수정 씨와 수연 씨도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하고. 둘 다 온다고 하면 나도 지현 씨 부를게.”

“형수님도 불러?”

“그래, 인마! 이제 두 달 후면 이 형님도 유부남 된다. 그러니 챙겨줘야지. 얼마 안 남은 처녀 시절이니.”

“알았어, 형. 그럼 우리 처녀도 부를게.”

“하하! 그래라.”

“형, 오랜만입니다.”

조경빈은 약간 마른 듯 보인다.

“오냐, 잘 지냈지? 백두마트는 요즘 잘나가냐?”

“어휴! 말도 말아요. 그놈의 세정파 잔당들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어요.”

농담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왜?”

“내보내려고 하면 노조가 들고일어나서 그래요.”

“일단 나쁜 놈들은 다 나갔잖아. 남은 사람들은 그냥 연줄연줄 해서 들어온 사람들 아냐?”

“그렇긴 해도 찜찜하잖아요.”

“그럼 막무가내로 내보내려 하지 말고 일단 회유를 해. 그래서 네 사람을 만드는 게 낫지 않겠냐?”

“회유요?”

“그래. 그 사람들도 다 가정이 있는데 그냥 나가라고 하면 순순히 나가겠니? 요즘 직장 구하기 힘들잖아. 그런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누가 나가고 싶겠냐?”

“그렇기는 해도…….”

“일대일 면담을 해봐. 해서 웬만하면 네 사람으로 만들어. 정 아니다 싶으면 나한테 이야기하고.”

“형 바쁜데 내 일까지 신경 써줄 수 있어요?”

“그래, 너도 내 동생이니 한 번은 봐줄게.”

“고마워, 형! 참, 아버지가 한번 만났으면 하셔요.”

“왜? 농장이 만들어지면 사료는 백두사료 것 쓸 건데.”

“그게 아니라 형이 콩고민주공화국 건설 사업의 총괄 책임자라면서? 우리 백두화학도 참여하고 싶으신 것 같아요.”

“그래, 알았어. 한번 뵙지. 곧 찾아뵐게.”

“고마워요, 형.”

경빈은 진심을 담아 고개 숙였다.

마약 때문에 세정파로부터 협박 받던 시절엔 죽고만 싶었다. 그런데 그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해 줬다. 그리곤 평생의 로망이었던 이수연과의 만남도 현수 덕분이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현수 덕분에 급상승했다.

실수를 해도 현수와 가까이만 지내면 웬만하면 봐준다니 매일 통화하고 싶은 사람이다.

물론 너무 바쁘거나 외국에 있어서 그럴 순 없겠지만.

아무튼 조경빈은 현수를 무조건 따르기로 했다.

아버지 말대로 가까이만 있어도 그 후광 덕분에 3대는 먹고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쿵쿵쾅쾅! 쿵쾅! 쿵쾅! 빤빠라! 빠라빠라! 빤빤빤! 쿵쿵! 쾅쾅!

항상 느끼는 거지만 클럽의 음악 소리는 너무 크다.

현우와 경빈, 그리고 현수가 찾은 이 클럽은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나이트클럽이다.

이곳의 특징은 정장이 아니면 입장 불가이다.

넥타이는 생략 가능하지만 남자는 재킷을 걸쳐야 하고, 여자들도 심한 노출은 입장 불가이다.

그래놓곤 고품격 놀이 공간이라고 선전한다.

“조금 조용한 룸으로 가자. 너무 시끄럽네.”

“네, 형!”

현우가 다가오던 웨이터에게 뭔가를 이야기하자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한다.

그러는 사이에도 요란한 음악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클럽에 와서 좋은 적 별로 없는데.”

“뭐라고요?”

바로 곁에 걷던 경빈이 귀를 가까이 대며 반문한다. 음악 소리 때문에 안 들린 것이다.

“아냐, 아무것도.”

신경 쓸 것 없다는 뜻으로 손사래를 쳐 주고는 웨이터의 뒤를 부지런히 따라갔다.

그렇게 하여 안내받은 룸은 2층 모서리에 위치해 있었다.

“자아, 여깁니다.”

문을 활짝 열고 허리 숙인 웨이터 옆으로 일행이 들어갔다. ㄷ자형 소파와 탁자가 있고, 노래방 기계가 보인다.

구석엔 화장실도 있다.

셋이 착석하자 경빈이 나서서 주문한다.

“형, 양주랑 맥주 조금 시켰어요.”

“그래, 잘했어. 마시고 싶은 것 있으면 더 주문해도 돼.”

이때 경빈은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하하! 네. 아! 생파하고 처형 왔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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