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458화 (458/1,307)

# 458

“그래, 내려가서 잘 모시고 와.”

“네, 형!”

경빈과 현우가 나간 사이에 웨이터가 들어와 깔끔하게 세팅해 놓는다. 나가려는 걸 불러 팁을 줬다.

전부 파트너가 있으니 부킹 염려는 하지 말라고 했다.

대신 일행 중 누구라도 밖에 나가면 잘 보고 있다가 문제 발생 시 즉각 연락해 달라고 했다.

웨이터는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간다.

“휴우! 오늘은 별일 없어야 할 텐데. 클럽에만 오면 문제가 생겨서. 그나저나 주영이 이 녀석도 이런 데 올까? 가만, 전화 한번 해보자.”

생각난 김에 민주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나다. 이 시각에 웬일로 전화를 다 했냐?”

“이 실장님과 데이트 중이냐?”

“그래, 지금 팔짱 끼고 오붓한 시간 보내는 중이다.”

“그래? 근데 너네는 나이트클럽 뭐 이런 데 안 다니냐?”

“나이트? 그런덴 잘……. 난 춤을 잘 못 추거든.”

“나 지금 나이트클럽에 있다. 이 실장님이랑 놀러 올래?”

“지금? 정말?”

“그래. 김수진 씨랑 이지혜 씨도 남자친구 데리고 오라고 해. 비용은 내가 낼 테니.”

“정말이냐?”

“내가 언제 농담만 했냐?”

“오케이! 너 지금 어디 있는데?”

“응, 여긴…….”

현수가 위치를 설명하자 주영이 열심히 따라서 말을 한다. 곁에 있는 이은정 실장이 메모하고 있는 모양이다.

“새로 뽑은 직원들도 전화해서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해.”

“오케이! 다 연락해 보고 전화해 줄게.”

“아냐. 전화하지 마. 여기 시끄러워서 못 들을 수도 있으니까 문자로 넣어줘.”

“그래. 오늘 네 덕에 나이트클럽이란 델 구경하게 됐구나.”

주영과의 통화가 끝나도록 현우와 경빈은 올라오지 않았다.

“흐음, 곽 대리님하고 유민우 씨도 오라고 할까? 좋아, 생각난 김에 전화해 보자.”

“어! 김 전무, 이 시각에 웬일이야?”

“지금 어디서 뭐하세요?”

“나 지금 회사. 아직 업무가 남아서.”

“에구! 고생하시네요. 근데 사수, 여기 역삼동에 있는 나이트클럽인데 유민우 씨랑 놀러 올래요?”

“나이트? 커어! 그거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소리네. 잠깐만! 어이, 민우 씨! 현수가, 아니, 김 전무님이 역삼동 나이트클럽에 있다고 놀러 오라는데 갈 거야?”

“……!”

“환영이라네. 알았어. 여기 금방 정리하고 갈게.”

“올 때 더 데려올 사람 있으면 데리고 와도 돼요.”

“정말? 그렇지 않아도 우리 자재과에 이번에 두 명 충원되었는데 물어봐서 간다고 하면 데리고 갈게.”

“하하, 네.”

사수였던 곽인만 대리와의 통화가 끝났지만 현우와 경빈은 여전히 들어오지 않는다.

“참, 창호 형도 봐야 하는데. 전화 한번 해보자.”

번호를 찾아 누르니 호쾌한 음성이 들린다.

“여어! 국민전무께서 이 시각에 웬일로 전화를 다 주십니까?”

“왜긴요. 형 얼굴 보고 싶어서지. 형, 뭐해?”

“뭐하긴 국민전무께서 주신 일감 마무리 작업하는 중이시다. 왜? 일이 얼마나 진척되었나 궁금해서?”

“아뇨, 형. 나 지금 나이트클럽에 있는데 머리 식히러 오실래요? 형네 사무실 직원들도 온다고 하면 다 데리고 오세요. 오늘은 제가 쏠게요.”

“정말? 오우,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나이트클럽이라니… 대학 졸업하고 처음 들어보는 소리다. 좋아, 어디에 있는 클럽인데?”

“네, 여긴…….”

현수는 상세히 장소를 알려주었다. 통화를 마칠 무렵 문이 열리고 현우 일행이 들어선다.

“어머! 김 전무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가장 먼저 허리를 숙인 이는 이수연이다.

“하하, 네. 수연 씨도 잘 있었지요? 경빈이 저 녀석이 잘해줘요? 만일 못되게 굴면 말씀만 하세요. 아주 흠씬 패드릴 테니까요.”

“호호! 네. 든든한 오빠 같네요.”

수연이 입을 가리고 교소를 터뜨릴 때 수정이 다가온다.

“그동안 안녕하셨지요?”

“그럼요. 수정 씨는 요즘 어때요? 요즘도 비행하면서 아무것도 못 먹어요?”

“아뇨. 웬일인지 요즘은 먹어도 별 지장이 없어요.”

“자자, 이럴 게 아니라 일단 자리에 앉읍시다.”

현수의 말에 따라 자리에 앉는다. 현수가 중앙에, 현우 커플은 오른쪽에, 경빈과 수연은 왼쪽에 앉게 되었다.

각기 원하는 술을 한 잔씩 따르고는 오랜만에 뭉쳤다며 다 같이 원샷을 했다.

현수는 양해를 구하곤 밖으로 나와 웨이터를 찾았다. 마침 주문을 받고 어디론가 바쁘게 하는 모습이 보인다.

“저기요.”

“네, 사장님!”

“일행이 더 올 거예요. 그래서 룸이 더 필요해요.”

“아, 그래요? 몇 분이나 더 오시는지요?”

“지금 저희가 쓰는 방만 한 걸로 세 개 더 부탁드릴게요.”

“세 개씩이나 더 필요하신 겁니까?”

“네, 가까운 곳으로 부탁드리고요, 그 방에서 무엇을 먹고 마시던 모든 계산은 제가 할게요.”

“알겠습니다. 방 세 개 더 준비하고 계산은 사장님이 하시는 걸로 접수되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웨이터는 기분 좋게 웃으며 물러났다.

다시 룸으로 되돌아와 몇 잔의 술을 더 마실 즈음 문이 열린다. 그리곤 투피스 정장을 곱게 차려입은 권지현이 들어섰다.

“누구……? 아, 형수님이시구나! 어서 오십시오, 형수님! 이현우라 합니다.”

“아, 네.”

“형수님, 저는 조경빈이라 합니다. 정말 미인이시네요.”

“호호! 고마워요.”

“이쪽은 제 여자친구 이수연입니다. 아시죠?”

“어머! 이수연 씨요? 텔레비전에서 많이 뵙는 분이네요. 반가워요. 권지현이에요.”

“네, 앞으로 언니라 부를게요. 근데 정말 미인이세요.”

“호호! 고마워요.”

“저는 수연이 언니인 이수정이에요. 여기 있는 현우 씨 여친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네, 반가워요.”

앞에 있는 네 명을 뚫고 들어온 지현을 맞이한 현수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어서 와. 찾느라 힘들었지?”

“아뇨. 이 방 찾는다니까 웨이터가 친절하게 문 앞까지 안내해 줘서 어려움 없었어요.”

지현은 다소곳한 모습으로 현수 곁에 앉았다.

“우와! 형님, 그리고 형수님, 두 분 정말 잘 어울려요.”

경빈의 말에 모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하, 녀석들! 입에 침이나 발라라.”

“어머, 아니에요. 정말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 한 쌍이에요. 근데 결혼은 언제 하세요?”

수연이 무심코 물은 말이다. 방송 활동 하느라 바빠서 아직 인터넷에 뜬 현수와 지현의 결혼 소식을 모르는 모양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 우리 결혼합니다.”

“어머! 정말요? 와, 크리스마스이브가 결혼기념일이 되는 거네요? 정말 로맨틱하다.”

수정이 가장 먼저 감탄사를 터뜨린다.

“형, 정말이에요?”

“그래. 광장동 성당에서 한다. 오후 다섯 시에 하니까 꼭 와라.”

“아유! 당근이지, 형! 진짜 축하해.”

“형님, 저도 진심으로 감축드립니다.”

“에구, 진심으로 감축이 뭐냐? 너 요즘 사극 보지? 인마, 그것 좀 그만 봐. 감축이 뭐냐, 우리 나이에?”

“크크! 형, 그건 아마 처제가 사극에 출연해서 그럴 거예요. 요즘 시청률이 두 번째로 높은 세종실록지리지에 출연하거든요. 저 녀석 그걸 보고 또 보고 그러고 있어요.”

현우의 말에 현수는 얼른 수연에게 사과했다.

“아, 그래? 에구, 미안합니다, 제수씨. 제가 주로 외국에 있어서 거기 출연하는지 몰랐습니다.”

“어머, 아니에요. 제가 경빈 씨에게 모니터링을 부탁해서 그래요. 현우 오빠, 아니, 형부! 나중에 두고 봐요.”

“에쿠, 무셔라! 수정 씨, 집에 가면 처제 좀 어떻게 해줘.”

“호호, 알았어요. 어이, 거기 요즘 잘나가는 무수리!”

“어허, 무수리라니? 무엄하다.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나는 세종대왕의 부인인 신빈 김씨가 될 사람이네.”

“하하! 하하하하!”

수연의 사극 톤 대꾸에 모두 박장대소한다.

“저도 그 드라마 즐겨 봐요. 수연 씨, 연기 정말 잘해요. 어쩜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죠? 평상시 쓰는 말투도 아닌데.”

지현의 말에 수연이 얼른 고개를 조아리며 사극 톤으로 말을 한다.

“에구, 여기서 연기 이야길 하시면 어찌하옵니까? 제 연기는 현수 오라버니 연기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이옵니다, 마마! 그리고 아니 그렇사옵니까, 국민배우 전하?”

“에구!”

어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가! 현수는 남세스러워 당혹성을 냈다. 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박장대소한다.

“하하! 하하하하!”

“말 나온 김에 여쭙겠사옵니다. 제 소속사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국민배우 김현수 전무 전하를 잡는다면 천금을 희롱할 수 있다 하셨사옵니다. 하여 혹시 계약하실 마음이 있느냐고 여쭤보라 하셨는데 의향이 있으신지요?”

“에구!

현수는 또 한 번 남세스런 마음에 당혹성을 낸다. 하지만 나머진 여전히 재미있는지 모두 환히 웃고 있다.

“형님, 사극 톤으로 대사를 하십시오. 그래야 맞습니다.”

여전히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수연을 본 경빈의 말이다.

“허험! 그럼 말씀드리겠소이다. 본인은 연기에 뜻이 전혀 없으니 계약은 어렵겠다고 전해주시오.”

“하면 그렇게 보고 드리겠사옵니다, 전하.”

“크크크! 크크크크!”

모두 또 한 번 자지러진다. 수연의 천연덕스런 연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꿰다 놓은 보릿자루같이 동떨어질 것만 같던 지현까지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었다.

“자자! 모두 한잔하자!”

“네, 형님!”

모두의 잔이 채워지자 현우가 입을 연다.

“현수 형과 권지현 형수님의 원만한 성생활을 위하여!”

“호호! 위하여!”

“크크! 위하여!”

“키킥! 원만한 성생활이래. 뭐가 원만인데? 아무튼 위하여!”

“……!”

지현은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두 원샷한다.

“너희도 내년쯤엔 결혼해라.”

“네, 형. 하루라도 빨리 해서 애기 낳을게요. 나중에 우리 사돈 맺어요.”

현우의 말에 경빈도 끼어든다.

“형, 나랑도 나중에 사돈 맺어요. 우리 모두 신부들이 꽃처럼 예쁘니까 애들도 예쁠 거예요. 안 그래요?”

“어머! 난 아직 시집도 안 갔는데 벌써 우리 애가 결혼을 해요? 치, 난 결혼 안 할래요. 아직 꽃다운 날 할망구로 만들다니. 쳇!”

수연이 짐짓 토라진 척하자 현우가 웃는다.

“헐! 큰일이다, 경빈아. 너 노총각으로 죽을 모양이다. 크으! 축하한다. 하하하!”

또 한 번 웃음소리가 진동한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찌지이잉―! 찌이이잉―!

“여보세요.”

소파와 소파 사이 탁자에 있던 전화기에서 소리가 나자 현수가 이를 받았다.

“사장님, 아까 말씀하셨던 일행 분들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아! 알았어요. 금방 나갈게요.”

“응? 어디 가요?”

“회사 사람들 불렀어. 여기서 놀라고. 나 잠시 나갔다 올게. 지현 씨는 나랑 같이 나가.”

“네.”

지현은 찍소리 않고 현수의 뒤를 따랐다.

“어이구, 이게 누구신가! 반가워.”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래, 민우 씨도 잘 있었지?”

“그럼요. 참, 여긴 우리 자재과 신입들이에요. 이쪽은 신민아 씨고, 여긴 차애련 씨예요.”

“자재과에선 인물 위주로 뽑은 모양이네요. 두 분 모두 굉장한 미인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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