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459화 (459/1,307)

# 459

“어머! 감사합니다.”

신민아가 먼저 환히 웃는다.

“전무님도 미남이세요.”

차애련의 말이다.

“아무튼 반가워요. 자자,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들어가요.”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룸에 들어간 현수는 일행에게 지현을 소개했다. 모두 굉장한 미인이라며 칭찬이 자자하다.

막 한 잔을 들이켰을 때 웨이터가 들어온다.

“사장님, 말씀하신 분이 또 오셨는데요.”

“아! 그래요? 사수, 여기서 놀아요. 손님이 와서 나가봐야 하니까요. 민우 씨, 오늘 계산은 내가 하니까 마음껏 즐겨. 알았지? 신민아 씨와 차애련 씨도 재미있게 놀구요.”

“네, 전무님!”

두 아가씨 모두 상당한 미인이다. 보아하니 유민우를 사이에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것 같다.

그럼 당연히 지원사격을 해야 한다.

“유민우 씨, 내가 민우 씨 눈여겨보고 있는 거 알지? 파이팅 해! 언젠가는 높은 자리로 끌어줄 테니.”

“핫! 네, 선배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민우의 허리가 직각으로 꺾인다.

“에이, 나도 저 녀석 밑에서 직원 할걸. 괜히 사수를 해가지고 난 쳐다보지도 않네.”

곽 대리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현수는 밖으로 나갔다.

“어! 여기!”

“네, 형!”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한창호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의 뒤에는 대여섯 명의 사내가 있다.

“근데 인원이 좀 많다. 괜찮냐?”

“얼마든지요. 웨이터 아저씨, 이분들 다 들어갈 룸 있죠?”

“네, 따라오십시오.”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간 룸은 엄청 컸다. 40명은 들어가서 놀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왜 이렇게 큰 방이냐고 물었다.

“저분들 말고 화장실에 가신 분들도 꽤 있어요.”

설계사무소 직원 모두를 끌고 온 모양이다.

“요즘 네가 준 일 때문에 모두 야근하고 주말도 반납했다. 건축주가 한잔 산다니까 모두 따라오더군.”

어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가!

“하하, 그럼요, 형! 오늘 계산, 진짜로 내가 할 테니 모두 즐겁게 놀아요.”

“오냐! 넥타이 풀고 진탕 마셔주마! 핫핫핫!”

한창호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이때 웨이터가 또 온다.

“사장님, 한 팀이 더 오셨는데요.”

“아, 그래요? 형, 손님이 왔다네.”

“에구, 여기서도 일이냐?”

“아냐. 우리 회사 직원들 좀 불렀어. 가서 룸 정해주고 올게. 그동안 마셔. 참, 형은 조금 덜 마셔. 조금 있다가 할 말 있으니까.”

“그, 그래? 알았다.”

웨이터를 따라가 보니 민주영과 이은정, 김수진과 이지혜, 그리고 그녀들의 남자친구 둘과 새로 뽑은 직원 넷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복도를 서성이고 있다.

“사장님!”

“왔어요? 아, 두 분은 구면이네요. 잘 지내셨죠? 그리고 이분들이 새로 뽑은 신입사원들인가요?”

“네. 얘는 아시죠? 임소희, 그리고 이쪽은 장은미구요, 얘는 최미애, 그리고 얘는 전혜숙이에요.”

소개할 때마다 여직원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보아하니 모두 이은정 실장의 친구이거나 같은 대학 같은 과 동기들인 듯싶다.

서로 친분이 있다면 나쁠 것도 없다 싶다.

“아!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네, 사장님. 반갑습니다.”

“자자,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방으로 갑시다.”

현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웨이터가 룸의 문을 연다. 이번엔 20명쯤은 놀 수 있을 만한 공간이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주문한 술과 안주의 세팅을 마친 웨이터가 물러나며 한 말이다.

“자, 이제 소개할게요. 이쪽은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 나와 결혼할 권지현 씨입니다.”

“아! 제수씨, 안녕하세요? 민주영이라 합니다. 그건 그렇고, 인터넷에서 봤다. 축하한다. 이러고도 우리가 친구냐?”

주영은 미리 말해주지 않아 살짝 삐친 모양이다.

“미안하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해해라. 이 실장님, 그리고 김수진 씨, 이지혜 씨에게도 미리 말 못해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근데 어디서 식 올려요?”

“저희는 부르실 거죠?”

“그럼요. 광장동 성당 오후 다섯 시입니다.”

“그날 화요일인데 어쩌죠?”

이은정 실장의 말에 주영이 대꾸한다.

“어쩌긴, 오너 결혼식이니 당연히 휴무지. 대신 결혼식 준비를 도와줘야지.”

이은정 실장이 정말 그래도 되느냐고 바라본다.

“특별한 일 없으면 그러세요.”

“네.”

“자, 오늘 이곳엔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 제가 아는 여러 분이 계십니다. 모두 다른 룸에 있어요. 그래서 자주 자리를 비울 겁니다. 양해해 주세요.”

비교적 낯이 선 수진과 지혜의 남친, 그리고 신입사원들에게 한 말이다.

“오냐. 마음대로 드나들어라. 우린 실컷 퍼마셔 주마.”

“하하! 그래, 정말 마음대로 해. 이 실장님, 정말 그래도 되니까 오늘은 마음 안 써도 돼요.”

짠순이의 모델이라 한 말이다.

“네.”

“자아, 그럼 놀아보세.”

민주영이 짐짓 너스레를 떨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때 웨이터가 들어와 술과 음료, 그리고 안주들을 세팅했다.

이윽고 각자의 잔에 술이 채워진다.

“자아, 우리 사랑하는 국민전무 김현수와 권지현 제수씨의 결혼을 축하하며 한잔합시다!”

“두 분 행복하세요!”

모두가 잔을 비우자 현수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

“조 대리님, 지금 뭐하세요?”

“어머, 전무님! 이 시각에 웬일이세요? 술집이에요?”

조인경 대리가 반색하며 전화를 받는다.

“조 대리님,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한번 만나보시겠습니까?”

“네?”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듯 대답이 짧다.

“제가 좋아하는 형이 있어요. 조 대리님과 마찬가지로 S대를 나와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예요.”

“건축사요?”

조 대리의 저도 모르게 한 반문에 현수는 말을 이어갔다.

“네, 아주 전도가 유망한 건축사예요. 집안도 빵빵하구요. 키도 크고, 잘생겼어요.”

“치, 집안도 좋고 키도 크고 잘생긴데다 건축사라구요? 그 사람, 뚱보 아니면 대머리지요?”

“아닌데요. 정말 괜찮은 사람입니다. 제가 소개해 주고 싶은데 한번 만나보실래요?”

“지금요?”

“네, 지금 형이랑 같이 있거든요. 여긴 역삼동에 있는…….”

현수는 재빨리 장소를 설명해 줬다. 그리곤 뭐라 하기 전에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휴우∼! 하마터면… 응…”

전화를 끊고 무심코 돌아서던 현수의 눈에 낯이 익은 사람이 보인다. 그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데 보아하니 아랫사람에게 뭔가를 지시한다.

역삼동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세정파의 유진기이다. 그 앞에 서 있는 자는 한눈에 봐도 조폭이다.

‘저런 자식들이 아직도…….’

현수가 그간 세정파의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 이경천 검사의 이름이 생각난다. 세정캐피탈의 이중장부를 복사해서 보냈는데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다.

“흐음, 내일은 확인해 봐야겠군. 유진기 너, 오늘 운 좋았다. 내가 기분이 좋아서 하루는 봐준다.”

현수는 지현이 있는 룸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곤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5장 진짜 결혼해요?

딩동―!

문자 왔다는 신호음에 화면을 보니 조인경 대리가 보낸 것이다.

―저, 입구에 당도했어요!

“지현 씨,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조금만 기다려.”

“네.”

현우와 경빈이 노는 방에 지현을 남겨둔 현수는 서둘러 입구로 내려갔다.

“여기요!”

“아, 어서 와요.”

“진짜 좋은 사람 소개시켜 주는 거죠?”

“그럼요. 자, 따라오십시오.”

현수는 조인경 대리를 또 다른 룸으로 안내했다. 그곳엔 혹시 얼굴이 붉어졌나 하고 확인하는 한창호 건축사가 있었다.

“자, 이쪽은 제가 좋아하는 형, 한창호 건축사 사무소 소장입니다. 형, 이쪽은 우리 회사 최고 미녀 조인경 대리예요.”

“아!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한창홉니다.”

한창호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다운 조인경 대리를 보는 순간 넋이 나가 버렸다. 다시 말해 뇌쇄되었다.

그래서 평소의 여유를 잃고 이렇게 허둥지둥한다.

“아, 네. 조인경이에요.”

조 대리는 평소의 음성이 아니다.

훤칠하고 잘생긴 미남인데다 음성마저 부드럽다. 본인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한창호는 평소 그녀가 꿈꾸던 이상형이다.

부드럽고 자상하며, 미남에다 성격 좋고, 두뇌 뛰어나고 유머 감각 있는 사내를 만나길 원했다.

키도 조금 컸으면 좋겠고 뚱뚱하진 않았으면 했다.

전엔 현수가 이 조건에 부합되었다. 그런데 눈앞의 사내 또한 아주 괜찮아 보인다. 그 순간 여우 본능이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평소와 다른 가녀린 음성으로 대꾸한 것이다.

“형, 잠깐 있어요. 가서 지현 씨 데리고 올게요.”

“응? 그, 그래!”

말을 마친 현수는 서둘러 지현을 데리고 왔다.

“지현 씨, 이쪽은 우리 회사 사장 비서실에 근무하는 조인경 대리야. 조 대리님, 이쪽은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 저와 결혼하게 될 권지현이에요.”

“반가워요. 권지현이에요.”

“아, 그래요? 조, 조인경입니다.”

조 대리는 저도 모르게 평소의 음성을 냈다.

천지건설의 호프인 김현수 전무이사가 권철현 서울고등검찰청 청장의 외동딸인 권지현과 크리스마스이브에 결혼한다는 인터넷 기사를 보았다.

하여 회사 안에 상당히 많은 루머가 나돌았다.

하지만 조 대리는 이걸 헛소문이라 생각했다. 현수가 강연희 대리와 교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배감에 이를 악물었다. 강연희 대리와 자신을 비교했을 때 조금도 꿇리지 않다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김현수가 다른 여자랑 결혼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엄청난 미인이다.

“전무님, 진짜 이분과 결혼해요?”

“그럼요. 크리스마스이브에 합니다. 제 결혼식에 올 거죠?”

“그, 그럼요. 당연하죠. 사장님도 가실 텐데.”

조인경 대리는 상당히 당황한 듯 말을 빨리한다.

“형, 알다시피 오늘 여기에 내 손님 많은 거 알지?”

“그, 그럼!”

“형한테 우리 조 대리님 맡기고 가도 되지? 이따가 신사답게 집까지 에스코트해 드려야 해. 조 대리님은 우리 회사 최고의 미녀니까 소중하게. 알았지?”

“그럼. 걱정 마라. 알아서 잘 할게.”

“조 대리님, 우리 형 꽤 괜찮은 남자예요. 여기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하여간 대화 좀 나눠봐요.”

“네, 그, 그럴게요.”

어느새 조인경 대리의 시선이 한창호 쪽으로 자주 옮겨간다. 현수는 이제 품절남이다. 하지만 꽤 괜찮아 보이는 한창호는 아직 아니다. 하여 관심을 가져 보려는 것이다.

“지현 씨, 우린 이제 나가요.”

“네.”

현수와 지현이 나가자 조인경 대리와 한창호의 탐색전이 시작되었다. 상대에 대해 최소한만 아는 상황인지라 서로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날 현수는 상당히 많은 지출을 했다. 하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진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시간은 다시 갖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다.

* * *

“아이고, 얘야! 어젯밤에 이웃집에 괴한이 침입해서…….”

밤늦게까지 클럽에서 놀다 들어온 현수는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