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461화 (461/1,307)

# 461

이것은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주인공의 이름이다. 1974년에 아르헨티나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이다.

아르헨티나의 전설을 영화화한 이것은 사랑에 빠지면 늑대가 되는 저주를 안고 태어난 청년 나자리노의 이야기이다.

[주인님이 지어주신 이름, 마음에 들어요.]

잘 길들여진 강아지처럼 꼬리를 살랑거리며 현수를 바라보는 두 마리 늑대이다.

[좋아, 일단은 목욕부터 하자.]

현수는 아공간에서 아기 목욕통을 꺼냈다. 그리곤 물을 담아 히팅 마법으로 데웠다.

다음엔 개 샴푸로 두 녀석을 목욕시켰다.

현수는 어린 시절에 개를 기른 적이 있다. 그때 이후 잊고 있던 즐거움이 떠올랐기에 입가 가득 미소 지었다.

그렇게 두 녀석을 목욕시키곤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일러주었다. 복종 마법으로 길들여진 이상 현수의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할 지상명제가 될 것이다.

“좋아, 이제 가자. 텔레포트!”

덕항산에서 곧장 우미내 집 옥상으로 이동했다. 이 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어머니가 깜짝 놀란다.

“에구머니나! 현수야, 그 녀석들은 웬 거냐?”

“아, 이놈이요? 오늘부터 우리 집을 지켜줄 녀석들이에요. 동물병원에 가서 예방주사 맞히고 올게요.”

“그래, 그러렴! 에효, 깜짝 놀랐네.”

차를 몰아 광장동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딸랑딸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작은 종소리가 들린다.

왕왕! 왕왕왕왕! 왕왕! 왕왕왕왕!

새까만 치와와 한 마리가 시끄럽게 짖는다.

크르르릉―!

나자리노가 조용히 하라는 듯 소리를 내자 금방 잦아든다.

깨앵! 끄으응!

“어서 오십시오. 헉! 이 녀석들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오던 수의사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선다. 전문가답게 한눈에 늑대임을 알아본 것이다.

“늑대 맞습니다. 근데 길들여진 녀석들이에요.”

현수가 두 녀석의 털을 손으로 흐트러뜨렸지만 녀석들은 꼬리만 살랑거릴 뿐이다.

“어떻게 늑대를……? 야생 늑대는 길들이기 쉽지 않거든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참, 이 녀석들, 지금껏 한 번도 접종이란 걸 안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알아서 접종해 주십시오. 기생충도 있을 겁니다.”

“그, 그래요? 이, 이쪽으로…….”

수의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망설이는 듯하다. 늑대에 물리고 싶은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이 녀석들, 절대 사람을 물거나 하지 않아요. 걱정 많으셔도 됩니다. 안 그래, 나자리노, 그리셀다?”

컹컹!

워우―!

그렇다는 듯 펄쩍 뛰며 반응을 보이지만 역시 개하곤 짖는 소리 자체가 다르다.

할 수 없이 현수가 나섰다. 먼저 나자리노이다. 녀석을 진찰대에 올려놓자 수의사가 이모저모를 살핀다.

“옴과 이, 그리고 벼룩이 좀 있네요. 이 정도면 기생충도 있다고 봐야 합니다.”

“네, 수의사님이 알아서 조치를 취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다른 녀석도 올려주시죠.”

“네.”

그리셀다는 겁먹은 듯 눈의 흰자위가 많아져 있다. 현수가 붙잡고 있는 동안 수의사가 재빨리 살핀다.

“이 녀석도 비슷해요. 근데 둘 다 영양이 좀 안 좋습니다.”

“좋은 거 있으면 알아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이 녀석들 털도 다듬을 수 있는 거죠?”

“그럼요. 알아서 해드릴게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말을 마친 현수는 접대용 소파에 앉아 신문을 펼쳤다.

[너희, 발작하면 안 돼. 알았지? 얌전히 굴어라.]

[알았어요, 주인님!]

두 녀석 모두 현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심하게 짖던 치와와 녀석이 조용하다.

하여 바라보니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겁에 질려 오줌을 싼 모양이다.

‘하하, 녀석! 그러게 왜 짖었어?’

현수는 동물병원에 거의 세 시간을 머물렀다. 목욕은 시켰지만 야생이라 그렇다. 수의사가 꼼꼼히 살펴보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이다.

“다녀왔습니다.”

“오, 그래, 예방주사는 다 맞혔어?”

“네, 어머니. 이제 우리 집은 이 녀석들이 지켜줄 거예요.”

“그래? 먹이는 뭐로 주지? 사료 사와야 하나?”

“사료를 주셔도 되고 먹다 남은 밥을 주셔도 되지만 가급적이면 생닭이나 생고기를 주세요. 이 녀석들, 늑대거든요.”

“뭐, 늑대? 어머,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 맞아! 동물의 왕국에서 많이 봤다.”

“늑대 맞아요. 얼마 전까진 야생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아니에요. 제가 마법으로 길들였거든요.”

“그, 그래? 마법으로 그런 것도 가능하니?”

“네. 그래서 그냥 풀어놔도 돼요. 길을 들었지만 야생으로 살던 습관이 어디 간 건 아니니까 땅을 팔 수도 있어요.”

“……!”

“그래도 그냥 놔두세요. 집이 좁아 녀석들이 답답해할 테니 하루에 한 번씩은 대문 열고 풀어주시구요. 지들이 알아서 들어오게 할게요.”

“그, 그래.”

“결혼하면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갈 거예요. 그땐 안 그러셔도 되게 할게요.”

“그, 그래.”

현수는 나자리노와 그리셀다를 단단히 교육시켰다.

하루에 한 번쯤 밖으로 나가더라도 절대 동네 개들을 물어 죽이는 일이 없도록 했다. 민원이 발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차산으로 들어가더라도 산책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공격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야간에 허락 없이 침입하는 자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물어뜯어도 된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두 녀석이 이빨을 드러낸다. 기대된다는 표정이다.

교육을 마치곤 집안을 돌아보았다. 괴한들이 침입할 만한 곳엔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담장을 짚고 마당으로 뛰어내릴 만한 곳의 바닥엔 섬광 마법진을 설치했다. 바닥을 딛는 순간 두 눈의 시력을 앗아갈 만큼 환한 빛이 일시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그러면 괴한들이 눈을 비비는 사이에 나자리노와 그리셀다가 달려들게 될 것이다.

늑대를 피해 집으로 침입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유리창을 깨는 것이다. 하여 모든 유리창에 강화 마법진을 붙여놓았다.

겉보기엔 스티커 한 장 붙여놓은 듯 보일 것이다.

신문 배달원, 우편집배원, 택배원, 우유 배달원, 가스 검침원, 전기 계량기 검침원 등을 가장하여 들어올 수도 있다.

집주인이 문을 열어주었으므로 나자리노와 그리셀다는 꼼짝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대비하는 방법이 문제였다. 하지만 쉽게 해결되었다. 일전에 부모님께 드렸던 반지를 회수하여 정신 감응 마법진과 라이트닝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부모님이 심적으로 위기를 느끼면 번개가 뿜어져 나가도록 만든 것이다. 다만 아르센 대륙과 달리 사람을 살상해선 안 되기에 그 정도를 조절하여 테이저건6) 수준이 되도록 했다.

“흐음, 이 정도면 되겠지?”

모든 준비를 마친 현수는 나자리노와 그리셀다에게 생닭 세 마리씩을 주었다. 그리곤 스피드를 몰고 나섰다.

“어서 와라!”

“형, 성과가 있는 거지?”

“그래, 고맙다. 잘해보마.”

“치, 언제는 장가 안 간다고 하더니. 조 대리님 예쁘지?”

“그래. 진짜 예쁘더라.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이 더 예뻐.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양복 한 벌 해주마.”

“하하! 그래.”

한창호 건축사의 입가엔 만족에 찬 미소가 어려 있다. 그토록 꿈꾸던 반려를 이제야 만났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그나저나 웬일이냐? 일 진척 상황 때문에? 그거라면 거의 다 끝났다. 지금 영문 시방서 작성 중이야.”

“빨리 했네. 그 공사 감리도 형이 맡아야 해.”

“그래. 근데 그쪽 사람들이 우리가 설계한 대로 모든 걸 다 맞출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거야. 그러니까 감리할 직원을 먼저 현지로 보내. 거기서 필요한 건축 자재가 뭔지 리스트를 작성해서 보내면 이쪽에서 배로 실어가야 할 거야.”

“그래, 그게 맞는 말이다. 그렇게 하지. 근데 장기 해외 출장이라 비용이 꽤 많이 든다.”

6장 옆에만 있어도 대박!

한창호 건축사는 오랫동안 일감이 없어서 생돈으로 사무실을 유지했다. 하여 전에 벌어놨던 돈을 거의 다 쓴 상태이다.

만일 현수가 설계 의뢰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사무실을 대폭 축소하고 있을 것이다.

현수는 설계를 의뢰하면서 이런 사정을 꿰뚫어 보았다.

하여 계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설계비 전액을 이미 지불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한창호의 상태는 별로이다.

그렇기에 우려 섞인 음성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감리비도 줄 거고 장기 해외 출장비도 당연히 줄 거야. 그러니 돈 걱정은 하지 마.”

“그래, 네가 그렇게 해준다니 나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나저나 형한테 또 일을 맡기려고 해.”

“그래? 뭔데?”

“나 곧 결혼하잖아. 그래서 신혼집이 필요해.”

“오, 그래? 그럼 내게 맡겨. 내가 아주 멋지게 뽑아줄게. 근데 부지는 어디에 있는데?”

“아직 부지 마련을 못했어. 그래서 형한테 부탁하려고.”

“뭘?”

“서울은 땅값이 너무 비싸고 사람들 눈도 많으니 경기도 쪽에 땅 좀 알아봐 줘. 조금 넓었으면 해.”

“얼마나?”

“흐음! 한 2만 평 정도?”

“뭐? 뭔 집이 그렇게 커?”

“집이 아니라 하나의 단지라고 보면 돼. 부모님 집, 장인어른 집, 그리고 지현이와 내가 살 집이 필요하니까.”

“겨우 세 집이잖아. 근데 2만 평씩이나 필요해?”

“세 집 모두 도우미가 필요하니까 그분들이 머물 숙소도 있어야 해. 손님이 오면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어야 하고.”

“뭐야? 안에 호텔이라도 지으라고?”

“호텔처럼 객실이 많을 필요는 없으니까 각 층마다 독립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한 4층까지만 지으면 될 거야.”

“헐!”

“참, 될 수 있으면 자연 그대로를 살려서 아늑한 공간이 되도록 해줘. 형 실력은 내가 아니까 멋지게 뽑아줘.”

“오냐. 알았다. 내게 맡겨라. 알아서 해줄게.”

“필요한 돈은 언제든 연락하면 보내줄게.”

“돈 많이 들 건 알지?”

“걱정 마. 그 정도는 되니까.”

“하긴 보너스로 받은 돈만 100억이고 연봉이 60억인데. 하여간 너만 보면 위화감 느껴진다.”

“형도 곧 부자 될 텐데, 뭘.”

“내가? 무슨 수로? 이 건축사 사무소로는 큰돈 벌기 힘든 거 같다.”

한창호는 짐짓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그의 말대로 깊은 불황을 겪느라 신축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당연히 설계사무소들은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하여 건축사 면허를 딴 동기 중 여럿이 폐업했다. 불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당장을 견뎌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형은 부자 될 거야. 걱정 마.”

“얌마, 뜬구름 잡는 소리 그만해. 네가 준 일감 말고는 일이 없어서 이거 끝나면 또 게임이나 하고 살아야 한다.”

“형, 내가 조 대리님을 형한테 소개시켜 줬는데 형이 거지가 되면 나중에 무슨 소릴 듣겠어?”

“무슨 소리야?”

“조 대리님은 우리 천지건설 양대 미녀 중 하나야. 사장 비서실에 근무하고 있어 실세 중의 실세이고. 그런 사람을 형에게 소개해 줬어. 근데 형이 가난해지면 내 체면이 구겨지잖아.”

“……?”

“불황이지만 우리 회사에서 아파트 많이 짓는 거 알지?”

“그, 그래. 다른 건설사들은 미분양 물량이 쌓여서 도산 위기에 있지만 천지건설만 무풍지대라는 기사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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