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474화 (474/1,307)

# 474

하인스 킴 마법사가 마을을 방문한 이후 알베제 마을을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하는 중이다.

마을 곳곳에 위치한 우물과 각종 농기구 덕이다.

“일단 이것들을 갈무리하지. 아공간 오픈!”

아공간을 열어 모든 쉐리엔을 담았다.

“이제 새로운 창고를 주겠네. 앞으론 그곳에 모으게. 참, 엘베른.”

“네, 마법사님.”

“몬스터의 습격은 없었나?”

“샤벨이가 있어 뜸하긴 하지만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며칠 전엔 오우거 한 마리가 왔었습죠.”

“그래? 그나저나 쉐리엔은 주로 어디에서 채취하나?”

“그야 마을 외곽 전부지요. 지천으로 널려 있거든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이다.

“흐음, 알겠네. 내 잠시 마을을 살펴보겠네. 플라이!”

“어어! 어어어!”

“헐! 역시 대단한 마법사님이셔!”

하늘로 훌훌 떨고 올라가는 현수는 본 마레바 촌장과 엘베른은 존경과 감탄의 빛을 띤 시선이다.

잠시 후, 지상으로 내려온 현수는 둘을 데리고 마을 외곽으로 나갔다. 그리곤 아공간에 담긴 컨테이너를 꺼냈다.

꺼낸 것들은 40피트 규격이다.

가로 11.9m, 세로 2.3m, 높이 2.57m짜리이다.

이것들을 4층으로 쌓았다. 몬스터들이 오기 쉬운 곳만 골라 에워싸듯 놓고 보니 상당히 많다.

세어보니 372개이다

한 컨테이너당 약 20톤의 쉐리엔을 담을 수 있으니 가득 채운다면 7,440톤이란 어마어마한 물량이 된다.

각각의 컨테이너엔 보존 마법진이 부착되었다. 이제 웬만한 세월 정도는 시들지 않고 거뜬히 버텨낼 것이다.

“이 정도면 웬만한 몬스터들은 넘지 못하겠지?”

“아이고, 그럼요. 번번이 저희를 위해 신경 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어느새 모여든 주민 모두 깊숙이 허리를 숙인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이 담겨 있기에 기분이 좋았다.

마을로 되돌아온 현수는 고장 난 펌프의 부품을 교체해 주었다. 아직 익숙지 않아 무리하게 힘을 준 탓에 손잡이가 여러 개 부러져 있었다.

기분 난 김에 이곳에서도 거나한 만두 파티가 열렸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 맛에 모두 환장한다.

“앞으로도 쉐리엔을 많이 모아주게.”

“아이고, 물론입니다. 힘닿는 대로 모아놓겠습니다. 언제든 또 오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마법사님! 그리고 또 오세요!”

꼬맹이들이 일제히 합창을 한다.

“하하! 그래, 잘들 있거라.”

녀석들의 손에는 큼지막한 사탕이 들려 있다. 각종 과일 맛 사탕을 한 움큼씩 안겨준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눈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당도한 현수는 의복을 갈아입었다.

이곳에 와서 아무리안 델로 폰 타지로칸이라는 네크로맨서 계열 리치와 혈투를 벌였다.

다음 날엔 골드 드래곤 제니스와의 대결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래 머문 기분이 든 것이다.

“후후, 이제 지구로 가볼까? 마나여, 나를 지구로 데려다 줘. 트랜스퍼 디멘션!”

샤르르르르릉!

또 한 번의 차원 이동이 실시되었다.

12장 니들이 감히 나를 막아?

“흐으음! 아침인데도 덥군.”

적도 인근이라 킨샤사는 늘 덥다. 이곳에 계속 머물고 있었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조금 전까진 공기 신선한 아르센 대륙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 더운 것 같다.

하늘을 보니 아직 새벽인 듯하다.

현수는 천천히 걸으며 저택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부지도 넓고 집도 잘 지어져 있다. 잘 정리되어 있기는 하지만 주변이 다소 휑하다는 느낌이다.

“이제 식구들이 늘어날 테니 건물을 조금 더 지어야겠구나.”

이전엔 혼자였지만 이젠 연희와 이리냐, 그리고 두 분 장모가 계시다. 따라서 경호원의 숫자도 늘어야 한다. 보호해야 할 인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각자의 스케줄이 다르므로 외출에 필요한 자동차도 더 구입해야 하고, 하녀들도 늘려야 한다.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

“끄응! 몇 명을 어떻게 뽑지? 신문에 광고해야 하나? 근데 광고한다고 올까?”

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나든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콩고민주공화국의 풍습을 완전히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집사를 고용해야겠군. 그래, 그러면 돼. 후후!”

모스크바의 안톤을 떠올린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집안일을 도맡아줄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하나하나 생각해 보지 않아도 된다.

흡족한 생각에 미소를 짓고는 저택으로 향했다. 현관 옆 초소엔 기관단총을 든 경호원이 서 있다.

현수를 보자 경례를 붙인다.

“충―! 보스, 산책하셨습니까?”

“그래, 어젯밤엔 잘 쉬었나?”

“물론입니다. 아주 편안했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근데 잠자리나 식사에는 불편한 점 없나?”

“네, 없습니다.

“좋아, 뭐든 부족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말하게. 자네들은 내 식구니까.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보스!”

현관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는 현수의 뒷모습을 보며 경호원은 허리를 반으로 접는다.

그런 그의 눈에는 깊은 감사의 뜻이 담겨 있다. 현수가 자신들도 모르게 베풀어준 것에 대한 감동을 받은 때문이다.

‘보스! 충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자기야! 언제 일어나서 나갔다 왔어요?”

이리냐가 얇은 잠옷 차림으로 다가온다. 언제 보아도 여신 포스가 난다. 현수는 싱긋 웃으며 살짝 포옹해 주었다.

“응, 조금 전에. 그러는 이리냐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자기야랑 이러고 싶어서. 헤에.”

현수의 품에 안겨 혀를 내민다.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든 때문이다.

“그랬어? 배는 안 고파?”

“아직은 안 고파요. 자기 커피 만들어줄까요?”

“그러면 고맙지. 참, 내려갈 땐 그렇게 입고 내려가면 안 되는 거 알지?”

“넹.”

이리랴는 코맹맹이 소리를 하고는 제 방으로 쑥 들어간다. 잠옷 위에 걸칠 가운을 가지러 가는 것이다.

‘흠, 우리 집인데 우리가 불편하군. 조금 개선되어야겠어.’

보통의 가정에선 편한 복장으로 집안을 돌아다닌다.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여긴 경호원들이 있어 이리냐와 연희가 편한 차림을 할 수가 없다.

‘집사는 여자로 뽑고 경호원들은 옥외 경호를 하게 해야겠군.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하니까. 흐음, 이건 가가바와 상의해 볼 일이야.’

방으로 들어간 현수는 노트북을 부팅시키곤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했다. 극악하다 할 정도로 느린 회선 때문에 클릭해 놓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몹시 불편했지만 어쩌겠는가!

이건 마법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한 일이다.

“쩝! 어떻게 좀 빠르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화면이 바뀌더니 뉴스 목록이 뜬다. 유독 눈에 뜨이는 문자들이 있다.

홍진표 교수, 아니, 국회의원 홍진표가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국방부 관계자들을 심하게 질타했다는 내용이다.

클릭해 놓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지난 2012년 여름, 훈련소에 있는 신병 7,400여 명이 운동화를 지급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하여 훈련이 없는 일요일에도 두꺼운 군화를 신고 생활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국방부는 운동화 구입 단가가 예산보다 5,300원이 비싸 일부 치수의 재고량이 부족하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훈련병들이 신는 운동화의 값은 16,000원으로 전원에게 지급해도 1억 원 정도면 해결된다.

같은 기간, 국방부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켤레당 64,000원짜리 외국 브랜드 운동화를 지급했다.

예산이 부족하다면서 벌어진 일이다.

다 같은 국민의 자식인데 가격 차이가 너무 심한 처사였기에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런 일은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또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훈련병들에게 또다시 운동화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방송에서는 전년도의 사례가 있어 사관학교를 찾았고, 여전히 고가의 외국 브랜드 운동화가 지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고쳐진 것이 없는 것이다.

홍진표 의원이 이를 강하게 질타하고 나선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국방부에선 면, 폴리에스터 혼방 기능성 소재로 만들어진 신형 디지털 전투복을 도입하였다.

장병들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여름엔 땀 배출과 통풍이 안 돼 너무 덥고 겨울엔 춥다고 한다.

많은 돈을 들여 새로 도입한 신형 전투복이 이렇다는 것은 군납 비리가 개입된 것 아니냐며 따지고 들었다.

그러자 신형 전투복은 이전에 비해 위장 효과가 뛰어나고 착용감과 활동성이 개선되었다고 떠벌였다.

홍 의원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였다. 그런데 아무것도 내놓고 있지 못한다고 한다.

‘흐음, 홍 교수님을 만나봐야겠군.’

최세창 대령의 농간 때문에 군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뇌물 써가며 납품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기 때문이다.

현수는 귀국하는 대로 홍진표 의원과의 자리를 가져야겠다고 메모해 놓았다.

또 다른 뉴스를 검색하던 중 눈에 번쩍 뜨이는 것이 있다.

케냐, 소말리아, 우간다, 에티오피아, 지부티, 에리트리아 등 동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콜레라와 홍역이 창궐했다는 내용이다.

“흐음, 대한약품에 백신이 충분히 있을까? 많이 만들어놓으라고 이야긴 했는데. 참, 주사기도 많이 필요하겠군. 전에 주사길 구입한 데가 성심의료기였지? 전화번호가… 그래, 여기 있군. 귀국하면 이것도 알아봐야겠네.”

현수는 꼼꼼하게 내용을 메모해 두었다. 워낙 벌려놓은 일이 많아 깜박 잊을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흐음, 기근으로 인한 전염병 창궐이라면 면역력이 약해져서 그런 것인데… 흐음, 면역력이라… 면역력……. 이걸 끌어올리려면 충분한 영양과 청결한 환경이 우선인데 쉽지 않겠군.’

보도 자료를 보니 어느 곳엔 식수가 없어 땅에 고인 흙탕물을 마신다고 되어 있다.

“쯧쯧! 같은 인간인데… 어디선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고 어디선 먹을 게 없어 굶으니… 에구, 속상한다.”

현수는 얼른 노트북을 껐다. 피골이 상접한 아이들 사진이 눈에 어른거려서이다.

“자기야, 커피 만들어왔어요. 어디서 드실래요?”

“응, 저기. 창가 소파에 앉자.”

“호호! 네.”

이리냐의 뒤를 따르던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얇은 잠옷 속으로 보이는 몸매가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현수가 먼저 자리에 앉자 커피 잔을 내려놓은 이리냐가 찰싹 달라붙는다. 은은한 샴푸 냄새가 나고 살결도 촉촉하다.

커피 내리는 동안 샤워를 한 모양이다.

후르릅! 흐으으음!

천천히 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켰다. 갓 내린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이 느껴진다.

“좋은데?”

“어머, 정말요? 호호, 어제 언니한테 배운 보람이 있네요.”

이리냐가 환히 웃으며 좋아한다. 사랑하는 이로부터 칭찬을 받은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분을 깨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그런데 이 언니 건 없는 거야?”

“어머! 연희 언니 왔어요?”

“어! 깼어? 이리 와.”

현수의 손짓에 연희는 두말 않고 오른쪽에 앉는다. 현수는 팔을 벌려 두 미녀를 안으며 환히 웃었다.

“아침부터 이런 미녀들을 끼고 있으니 난 행복한 놈이지?”

“치, 그걸 이제 아셨어요?”

연희가 하얗게 눈을 흘긴다. 이리냐는 마냥 좋다는 듯 웃고 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