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483화 (483/1,307)

# 483

흥미를 느낀 국정원은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주요 거래처인 드모비치 상사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레드 마피아의 실질적인 총수로 여겨지는 알렉세이 이바노비치가 주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 대목에서 국정원은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수는 암흑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갑자기 레드 마피아와 일을 한다. 그것도 러시아 정부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두목급만 상대한다.

다행히 하는 일은 전혀 불법적이지 않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큰일을 할 것으로 언론에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이실리프 상사는 세정파라는 폭력 조직으로부터 사들인 건물에 입주해 있다.

여기까진 전부 폭력 조직과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연애는 서울고등검찰청장인 권철현의 하나뿐인 딸 권지현과 한다. 서울중앙지검에 재직 중인 사무관이다.

둘은 크리스마스이브에 결혼한다. 확인해 보니 그날 오후 5시에 혼배미사를 하는 것으로 신청되어 있다.

만나는 사람은 조폭이고, 결혼은 그런 조폭들을 잡아들이는 검찰청 쪽 사람이다.

국내에선 천지그룹 이연서 회장의 장손인 이현우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백두그룹 회장의 손자 조경빈과도 매우 친하다.

가장 놀란 것은 한국 대통령도 쉽게 만날 수 없는 블라디미르 푸틴과 메드베데프를 만났다는 것이다.

국정원 요원들은 뭐가 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현수를 암살하기 위한 누군가가 입국한다는 첩보가 긴급 전문으로 보내왔다. 하여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오라고 했던 것이다.

“누가 노리는 건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삼합회와 척을 진 적도 없고 지나 정부와는 더더욱. 그런데 혹시……?”

현수가 뭔가 생각난 듯 말끝을 흐리자 엄규백 요원이 긴장한다. 알고 싶은 것이 튀어나오리라 짐작한 것이다.

“혹시 뭡니까?”

“제가 수주한 잉가댐 공사는 본래 지나의 건축공정총공사에 발주될 것이었습니다. 그쪽에서 보면 제가 가로챈 것으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킨샤사―비날리아 간 2,432㎞짜리 고속도로 공사 때문에 그쪽으로 갈 일이 여럿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요?”

내친김에 지나의 국안부 3국장이 잉가댐 현장으로 가던 실측 팀을 공격했던 이야기를 하려다 말았다.

그렇게 되면 체이탁으로 저격하던 자들은 어떻게 제압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들은 지나가 침투 목적으로 조직한 특수부대 SAXZC의 요원이다.

아무리 허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엄연히 특수부대원들이다. 국방연구소 사수로 근무했던 평범한 예비역 병장이 그들 둘을 맨손으로 제압했다는 말은 믿지 않을 것이다.

“흐음, 건축공정총공사라면 전 세계 건설사 도급 순위 1위인 건설사인데……. 그 정도면 삼합회와 지나 정부를 동시에 움직일 수도 있겠군요.”

엄 요원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이맛살을 찌푸린다.

건설사 도급 순위를 보면 세계 1위 지나건축공정총공사, 2위 지나철도건축총공사이다. 3위는 지나철로공정총공사이고, 5위 지나교통건설, 7위는 지나야금과공집단공사이다.

세계 10위 안에 무려 다섯 개나 포진해 있다.

참고로 순위권 밖에 있던 천지건설은 현수의 활약 덕분에 세계 13위로 올라섰다.

러시아 가스전 개발공사와 파이프라인 연결 공사가 공식적으로 발표되면 10위나 11위쯤으로 올라서게 될 것이다.

여기에 리우데자네이루 주거 환경 개선사업까지 턴키베이스로 수주하게 되면 10위 이내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지나건축공정총공사는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지닌 회사이다. 아울러 지나 공산당 정부와도 밀월 관계에 있다.

이런 회사의 일을 가로채 피해를 입힌다면 보복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삼합회에 테러를 의뢰할 수 있고, 지나 국안부에 선을 대어 암살자를 보낼 수도 있다.

현수는 현재 이들 둘 모두 동원된 것으로 여겨진다.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는 사람이니 보호해 줘야 한다. 문제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여 생각에 잠긴 것이다.

“참, 어젯밤 우리 집에 괴한이 침입했습니다.”

“아! 그래요?”

“잡고 보니 부모님을 납치하려 했다는군요.”

“어느 경찰서에서 연행했지요?”

“구리 경찰서입니다.”

“그래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엄규백 요원은 서둘러 자리를 비웠다. 현수는 세정파 이야기를 해야 하나 생각해 보았다.

“셋은 세정파 조직원이고 하나는 삼합회 소속이라고 합니다. 세정파와도 갈등이 있습니까? 참고로 세정파는 이실리프 상사가 입주해 있는 빌딩의 전 주인입니다.”

현수는 부러 놀라는 척을 했다.

“아! 그래요? 근데 그쪽과는 갈등이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 건물은 정당한 거래로 매입한 거니까요. 그리고 지금도 지하 1층엔 그쪽이 운영하는 락희라는 룸살롱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흐으음!”

엄규백 요원은 턱을 쓰다듬으며 이맛살을 찌푸린다. 놈들이 현수를 공격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을 하시지요.”

“삼합회와 지나 정부에서 저를 암살하려고 사람을 보냈다는데 경찰이 막아줄 수 있을까요?”

경찰이 무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상대가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라면 무술경관을 배치하여 보호하면 막아줄 수 있다.

하지만 체이탁 같은 암살 병기를 쓸 경우에 경찰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엄 요원은 이를 곡해한 듯하다.

“국정원이 나서긴 조금 곤란합니다.”

“아뇨, 국정원더러 막아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제가 좀 조심하죠. 아니면 당분간 외국에 나가 있던지요.”

“어쩌면 그 편이 더 나으리라 생각됩니다.”

엄규백이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튼 제가 알아서 움직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좋은 정보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기는요. 언제든 저희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국정원을 나서는 현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누군가 암살을 위해 입국했다면 어딘가에서 노리고 있을 것이다. 와이드 센스 마법으로 24시간 경계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주의를 기울이는 게 최선이다. 하여 예리한 시선으로 주변을 살폈다. 누구든 걸리기만 하면 작살낼 생각이다.

나를 죽이러 온 놈에게 베풀 자비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장은 걸리는 것이 없었다.

‘삼합회? 그리고 지나 정부? 흠, 지나 정부라면 국안부 3국장이 보냈겠지. SAXZC라고 했던가? 그래, 어디 한번 해봐라. 그나저나 부모님은 어쩌지? 지현 씨 부모님도 그렇고.’

한 몸 건사하는 건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부모님을 어찌 지켜낼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자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린다.

“흐으음! 부모님은 마법 반지가 있으니 어떻게 되겠지만… 지현 씨 부모님도 만들어 드려야 하나?”

반지엔 면역력 증진 마법인 임프로빙 이뮤너티와 늘 건강한 상태를 유지케 하는 바디 리프레시 마법진을 새긴다.

그리고 위기 상황이 되면 안전한 곳으로 이동케 하는 텔레포트와 앱솔루트 배리어 마법진 정도면 안심이 될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운전을 하다 보니 이실리프 무역상사 쪽으로 향하고 있다.

“허참, 습관이 무섭긴 하구나.”

쓴웃음을 지으며 사무실로 들어가자 이은정 실장 등이 반갑게 맞이한다.

“좋은 아침이에요, 사장님!”

“네, 좋네요. 하하하!”

현수가 사장실로 들어가자 이 실장이 사과 주스를 내온다.

“아침 사과가 몸에 좋대요.”

“고마워요. 늘 신경 써줘서.”

“고맙기는요. 당연한 일인 걸요. 결재 서류 올려도 될까요?”

“네, 주세요. 온 김에 다 해드릴게요.”

“호호, 네.”

잠시 후, 이 실장이 서류를 한 아름 들고 들어온다.

“여기요. 찬찬히 읽어보세요.”

“그래요.”

서류철을 펼친 현수는 꼼꼼하게 읽었다. 현재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업무는 전적으로 이은정 실장의 지휘 아래 움직인다.

드모비치 상사와의 거래가 가장 크고 다음이 천지약품이다. 이밖에 소소한 거래들이 있다. 보아하니 사원 중 누군가 영업하여 거래처를 뚫은 모양이다.

전에 보고받은 대로 드모비치 상사와의 거래는 두 배로 커져 있다. 매달 1억 달러 늘어난 것이다.

생산량을 늘리기 힘든 울림네트워크의 스피드와 엘딕을 제외한 기능성 화장품 듀닥터의 수출량이 상당히 많이 늘었다.

기존의 약품들도 양이 많이 늘어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간 포함되지 않았던 대한약품의 것들도 수출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은 당연히 쉐리엔이다.

주문서에 달려 있는 주석을 보니 쉐리엔은 모든 모스크바 여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중이라고 한다.

현재는 일 인당 하나씩만 팔고 있다. 안 그러면 몽땅 사재기를 할 기세이기 때문이다. 하여 대폭적으로 수출 물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기록되어 있다.

이 대목에서 현수는 피식 실소를 지었다.

날씬한 몸매를 꿈꾸는 모든 여인의 갈망을 단번에 해소해 줄 물건이기에 이런 반응을 당연하다 여긴 것이다.

현재 쉐리엔은 모스크바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드모비치 상사는 대한약품으로부터 유럽 독점 판매권을 받은 바 있다.

하여 모든 유럽 국가에 판매할 수 있도록 대폭적으로 양을 늘려주길 요청했다.

드모비치 상사와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거래량은 월간 1억 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쉐리엔이 추가되면 점점 더 액수가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이득이 발생된다.

하여 현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킨샤사의 천지약품 수출량도 늘어난 상태이다. 소독약, 소염제, 소화제, 진통제 등은 필수 가정상비약으로 인식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각 가정마다 약품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이춘만 사장이 진행 중인 아디스아바바 천지약품이 새롭게 진출하면 당연히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현수는 대한약품 민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링!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네, 김 전무님!”

“민 사장님, 바쁘신가 봐요.”

“하하, 네. 생산 공정을 점검하다 보니 벨 소리를 못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어쩌죠?”

현수의 묘한 말에 민 사장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다. 뭔가 심상치 않은 말이 있을 것이라 예감한 것이다.

“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콜레라와 홍역, 그리고 말라리아 관련 의약품 생산량을 많이 늘려주셔야 할 것 같아서요.”

“네? 어, 얼마나요?”

현수와 통화를 하면 늘 천문학적인 숫자가 나오기에 당황한 듯한 음성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의약품은 최근 다른 제약사 두 곳을 흡수, 합병했다.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데 공장을 지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든 공장이 풀가동 중이다.

이실리프 무역상사에서 발주된 주문량을 채워 넣기 위함이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로 주문이 들어오게 되면 능력 밖이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약간 더듬은 것이다.

“콜레라와 홍역은 최소 5천만 명분이 필요합니다. 말라리아 관련 의약품은 당장 급한 건 아니지만 이것 역시 그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허억―! 오, 오천만 명분이요?”

“네, 동아프리카에 콜레라와 홍역이 창궐 중이니 그 정도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더 만들 수 있으면 더 만드시구요.”

“끄으응! 전무님, 지금으로선 생산 능력 밖입니다. 새로 공장을 짓거나 인수하지 않는 이상은요.”

“그럼 공장을 추가로 매입하세요. 돈은 충분하잖아요.”

공장 하나 인수하는 게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 현수는 알지 못한다. 돈도 돈이지만 관공서 등에 제출할 서류만 몇 박스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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