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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492화 (492/1,307)

# 492

“……!”

이를 망설이는 것으로 짐작했는지 대번에 금액을 올린다.

“500이 적다면 600골드는 어떤가?”

“네? 600골드요?”

1억 원이 올라간다. 지구라면 연봉 5,000만 원짜리 봉급쟁이 2년치 급여이다.

“부탁하네. 우리 가문의 명예가 걸린 일이네. 저쪽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이니 자네가 이길 것이네.”

“이쪽엔 사람이 없습니까?”

“으음! 부끄럽게도 그렇다네. 기사단 기사의 50%가 봉검 중이네. 더 이상 검을 꺾으면 영지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이네.”

“검을 꺾다니요?”

“자네에겐 말을 안 했지만 대결에서 패하면 10년간 검을 쥐지 않겠다는 맹세를 해야 하네. 자넨 소드 마스터이니 당연히 이길 것이라 생각하여 말을 안 했네.”

“우리 같은 용병이 나서는 것보다는 이쪽 영지의 검사가 나서는 것이 모양새가 더 좋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럴 수준의 검사가 남아 있지 않네. 최고가 소드 익스퍼트 초급이네.”

“흐으음!”

라세안은 깊은 숨을 내쉰다. 그리곤 시선을 돌린다.

“재미있지 않겠나? 초급을 최상급으로 올리는 거. 가능하지? 며칠이나 걸리겠는가?”

“그거… 가능하기는 하지. 문제는 그게 누구냐는 거지.”

“……?”

둘의 대화를 들은 백작이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대화는 이어진다.

“초급을 최상급으로 올리는 데 이레면 되지?”

“이레? 농담해? 그리고 그런 인재가 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해?”

백작이 끼어든다.

“지, 지금 둘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아! 이 친구가 검사 조련에 일가견이 있거든요.”

“검사를 조련해? 이레 만에?”

백작은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는 표정이다.

“네, 시간만 넉넉하면 초급을 최상급으로 이끌 수 있죠.”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

“다른 사람에겐 어렵지만 이 친구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뭐? 대체 무슨 소리인가? 그리고 C급 용병이 어떻게……?”

몬테규 백작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드래곤을 물리친 게 이 친구거든요.”

“뭐, 뭐?”

현수에게 사실인가를 눈빛으로 묻는다.

“사실입니다. 이 친구가 단독으로 드래곤을 쫓아냈습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C급 용병이……. 인간의 능력으로 어떻게 드래곤을……?”

“거짓말 아닙니다. 그러니 이 영지의 검사들을 만나보게 해주십시오. 그중 가장 가능성 높은 사람을 골라 최상급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

백작은 얼빠진 표정으로 현수와 라세안만 번갈아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드래곤과 일대일로 대결하여 물리친 것이 아니라 괴이한 꾀를 부려 곤란한 상황을 모면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때 라세안이 나선다.

“일단 검을 익힌 사람들을 모두 불러주십시오.”

“정말인가? 정말 가능한가?”

백작이 반문에 현수는 심드렁한 표정이다.

“그냥 자네가 나서! 왜 나까지 끌어들여, 귀찮게?”

“귀찮다니? 나서주시게. 부탁이네.”

백작은 하찮은 C급 용병 하인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묘한 표정을 짓는다. 이때 라세안이 입을 연다.

“한번 해봐. 자네 능력이라면 가능하지 않은가? 내가 뭐든 적극 지원하겠네. 드워프가 만든 아머 풀 세트와 검, 그리고 방패 정도면 되겠나?”

“뭐, 뭐라고? 드워프제 아머?”

공식적으로 아드리안 공국엔 드워프제 아머가 하나도 없다.

검과 방패 역시 없다. 드워프가 만든 거라면 딱 하나, 전투 시 팔뚝을 보호해 주는 완호갑 한쪽이 있을 뿐이다.

“헤르시온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뭐, 뭐, 헤르시온? 헤르시온이라면……. 사, 사, 사실인가?”

백작은 너무나 놀라 말도 잇지 못한다.

헤르시온은 전설로만 전해지는 마도시대 때 마법 갑옷이다.

소드 익스퍼트 초급이라도 이것을 걸치면 단숨에 상급 효과를 갖게 된다. 다시 말해 두 단계쯤 능력치를 올려준다.

대륙의 역사에서 사라진 건 벌써 몇백 년 전이다.

최종적으로 발견된 곳은 누군가의 던전이다.

그나마 너무도 오랜 세월을 견뎌내느라 다 삭아버려 발굴 현장에서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아드리안 공국의 산파인 카이엔 제국은 물론이고 로완 제국, 라이셔 제국, 카시온 제국 등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귀물이다.

모든 검사가 얻기 바라는 물건이고, 모든 마법사는 한 번만이라도 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세상에 내놓으면 최소 100만 골드를 받을 수 있다.

한국 돈으로 치면 1조 원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금액을 기꺼이 내놓을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는 헤르시온을 복제할 수만 있으면 대륙 제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드 마스터는 극히 드물어도 소드 익스퍼트 상급은 제법 많다. 이들에게 헤르시온을 걸치게 하면 모두 소드 마스터의 능력을 보이게 된다.

그런데 최상급이 걸치면 어떤 결과를 빚어내겠는가!

아무튼 소드 마스터 1,000명으로 이루어진 기사단을 가지면 어느 제국이든 무너뜨릴 수 있다.

그렇기에 100만 골드가 아니라 1,000만 골드를 넘겨받을 수도 있다. 어쩌면 1억 골드도 가능할지 모른다.

그런 물건이 있다고 하니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이다.

“사, 사실이냐고 물었네. 저, 정말 헤르시온이 있단 말인가?”

“노코멘트입니다.”

“…1,000골드, 아니 2,000골드를 내겠네. 맡아주시게.”

“아무튼 자네가 하게. 난 헤르시온을 댈 테니.”

“어휴∼!”

현수가 나직한 한숨을 내쉬자 백작이 반색한다. 반쯤 승낙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지, 지금 즉시 부르지. 잠시만 기다리시게.”

백작은 혹시 마음 변할까 싶었는지 후다닥 밖으로 나간다.

“정말 헤르시온이 있어?”

“응, 하나 있어. 너무 오래되어서 제대로 작동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아버지가 내게 남기신 거야.”

“꺼내봐. 작동하는지 확인해 보게.”

“그래, 꺼내지. 잠깐만.”

라세안은 아공간을 열어 헤르시온을 꺼냈다. 빌모아 마을에서 본 것은 제작 중인 것이다.

다시 말해 현수는 완성품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보았던 설계도와는 약간 다른 스타일인 듯싶다.

“이건가?”

“그래. 아주 오래된 거네. 확인해 봐.”

현수는 헤르시온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새겨진 마법진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헤르시온을 허리에 차고 버튼을 눌러 가동시켰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다.

“마나석이 다돼서 그런가? 어디 보자.”

최상급 마나석을 끼우자 푸르스름한 빛이 나는가 싶더니 전체로 번져 간다. 그러더니 조금 전 눌렀던 버튼의 효과 때문인지 현수의 전신이 붉은 갑옷으로 뒤덮인다.

촤르르르르륵―!

“우와! 멋있네. 이게 이런 모양이 되는구나.”

라세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탄성을 지른다.

아버지인 레드 드래곤으로부터 헤르시온을 처음 물려받았을 때 이것을 작동시킨 적이 있다.

당시엔 거울이 없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없었다.

현재 현수의 전신은 붉은빛이 감도는 갑옷으로 뒤덮여 있다. 코와 입, 그리고 귀 부분에만 구멍이 뚫려 있을 뿐이다.

무게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으로 치면 얇은 점퍼 하나를 걸친 듯한 정도이다.

가슴 부분엔 고색창연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구름 속을 노니는 레드 드래곤이 화염의 브레스를 뿜어내는 모습이다.

등에는 어떤 궁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한국으로 치면 경복궁의 조감도 같은 것이다.

팔다리를 움직여 보았지만 불편함이 거의 없다.

살짝 뛰었음에도 신형이 치솟는다.

현수는 이런저런 동작을 취하며 헤르시온의 상태를 점검했다. 팔 안쪽에 파란빛을 내는 게이지 비슷한 것이 있다. 열 칸 중 한 칸만 빛을 발한다.

“이거 전체 수명 중 10분지 1 정도만 남았나 보네.”

“그래? 하긴 굉장히 오래된 물건이니 그럴 만도 하지.”

라세안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다. 지금껏 상당히 많은 유희를 했지만 헤르시온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수명이 얼마나 남든 상관없다 여긴 것이다.

9장 임시 소드 마스터 만들기

“모두 집합시켜 놓았네.”

“아, 그래요? 나가보자.”

“그러지.”

현수와 라세안이 안내되어 간 곳은 기사수련장이다.

영문 모른 채 집합해 있는 사내들은 영주가 나타나자 일제히 군례를 올린다.

“추웅―! 영주님께 영광을!”

“쉬어!”

“전체 쉬어!”

기사단장의 구령에 모두 가슴에 댔던 손을 떼며 일어선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이 사람은 소드 마스터이다.”

“……!”

모두 경악한 시선으로 라세안을 바라본다.

“오늘 제군들의 능력을 평가할 것이다. 가장 괜찮다고 평가되면 소드 마스터로부터 지도받을 특혜를 베풀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이 사람의 지시를 받으라.”

백작의 손짓에 따라 모두의 시선이 현수에게 고정된다.

“흐음, 모두 검을 뽑으시오.”

챙, 쉬잉! 스르륵! 스륵! 쉬익!

현수의 말에 모두 검을 뽑는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최대한 마나를 불어넣으시오. 그걸 보고 선택할 것입니다. 알겠습니까?”

“네!”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현수가 다가가면 기사들은 최대한 쥐어짜는 표정을 짓는다.

기사수련장에 집합해 있는 인물의 수효는 100여 명이다. 천천히 걸어 이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두 번을 살펴보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때 수련장 벽 쪽에 도열해 있는 기사, 또는 기사 후보들이 보인다.

“그쪽도 검을 뽑아 마나를 불어넣어 보시오.”

스릉! 스르릉! 쉐엑! 쉬익! 챙!

기다렸다는 듯 모두 검을 뽑는다.

현수는 천천히 이들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던 중 거의 마지막에 서 있는 작은 체구의 청년이 눈에 띈다.

검에 실린 마나를 보면 소드 익스퍼트 초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냉정히 평가하자면 소드 유저이다.

현수가 발걸음을 멈춘 이유는 마나의 정순함 때문이다. 다른 기사들과 달리 적은 양이지만 균일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자네, 이름이 뭔가?”

“저, 저는 하몬드입니다.”

갓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야리야리한 청년 하몬드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다.

“좋아, 하몬드. 마나 심법을 익혔나?”

“네? 아, 아닙니다. 아직…….”

“알겠네. 일단 나를 따르게.”

“네, 알겠습니다.”

현수는 하몬드를 대동한 채 다시 한 번 기사들을 살폈다. 그리곤 단상으로 올라섰다.

“모두 검을 집어넣게.”

“……!”

기사와 후보들 모두 검을 집어넣자 현수가 백작을 바라본다.

“이 친구로 하겠습니다.”

“뭐? 하몬드를? 아직 기사 서임도 못한 후보생이네.”

“혹시 하몬드를 저쪽 영지에서 압니까?”

“알 것이네. 우린 상대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

“그럼 잘되었네요. 소드 유저인 하몬드가 최상급을 깨면 정신적 충격이 크겠지요?”

“그, 그게 가능한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그 효과가 영구하지 않다는 것뿐이지요.”

“장담할 수 있는가?”

“상대가 정말 최상급이라면 장담하지요.”

“좋네. 믿겠네.”

“하몬드, 나이는 몇이고 검 잡은 지 얼마나 되었는가?”

“나이는 스물, 검을 잡은 지는 9년 되었습니다.”

“마나 심법은 익히지 못했다고?”

“네, 아직 기사 서임을 못해 불사조기사단의 마나 심법을 전수받지 못했습니다.”

하몬드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사성장군 앞에 선 소위 같은 기분이 들어서일 것이다.

“지금부터 움직이지 말게.”

“네?”

“마나 디텍션!”

샤르르르르―!

현수의 손에서 뿜어 나간 마나는 하몬드의 신체 곳곳을 누볐다. 건강 상태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기에 점검은 금방 끝났다.

“흐음, 예상대로군. 좋아, 이제부터 마나 심법을 전수할 것이다. 집중해서 잘 들어라.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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