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01화 (501/1,307)

# 501

1장 그건 비밀입니다

“정지!”

함대사령부 입구에 당도하자 위병이 정차시킨다.

“필승! 어떤 용무로 오신 겁니까?”

위병의 물음에 현수는 어찌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방문 목적을 밝히기가 애매한 때문이다.

“으음, 여기서 국회의원 홍진표님을 뵙기로 해서 왔습니다.”

“아! 그럼 김현수님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단 저쪽에 차를 대고 하차하셔서 부대 출입증을 받으십시오.”

“알겠습니다.”

위병의 지시대로 차를 세우고 내려서 방문 목적을 기입했다. 다음엔 주민등록증을 꺼내 부대 출입증과 교환했다.

그건 나갈 때 준다고 한다. 일련의 조치를 마칠 즈음 장교 하나가 다가온다.

“필승! 김현수 전무님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반갑습니다. 양만춘함 기관실 통제장교 대위 고복현입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차에 귀중품이 있거나 꼭 가져가야 할 것이 없다면 저희 차로 이동하십시오.”

“아닙니다. 차를 가져가야 할 이유가 있으니 제가 뒤따르겠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잠시 후 노란색 스피드가 함대사령부 건물 앞에 당도한다. 지나치던 사병들은 웬 스포츠카인가 싶어 구경한다.

주차 구역에 차를 세우곤 곧장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현관을 지나 4층에 이르기까지 고 대위는 지나치는 사병들의 경례를 일일이 받아준다.

“아! 어서 오게. 먼 길 오느라 애썼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장교들과 대화하던 홍진표 의원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다.

“먼 길은요…….”

“다들 우리 김 전무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죠?”

“하하, 네. 반갑습니다. 김상우 대령입니다.”

“양만춘함의 함장님이시네.”

“아!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김현숩니다.”

웃는 낯으로 악수한 김 대령이 곁의 인물을 가리킨다.

“이쪽은 기관실 배영원 상사입니다.”

“필승! 상사 배영원입니다.”

“반갑습니다. 김현수라 합니다.”

악수하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홍 의원이 소파를 손짓으로 가리킨다.

“자자, 이럴 게 아니라 일단 자리에 앉읍시다.”

“그러지요. 참, 배 상사, 당번병에게 커피 좀 부탁해 주게. 우리 부대에 모처럼 귀빈이 오셨으니 특별히 맛있는 걸로 가져오라 하게.”

“네, 알겠습니다.”

배 상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거두절미하고, 김 전무님이 고연비 엔진을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건지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처음 개발한 것은 스포츠카의 가솔린 엔진입니다. 국내엔 수제 스포츠카 제작 업체가 있습니다.”

현수의 말에 김상우 대령이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알고 있습니다. 울림네트워크에서 스피드를 만들지요.”

현수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대령은 50대이다. 그런데 젊은이들이나 선호할 스피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 아들 녀석이 자동차 마니아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연히 알게 된 겁니다.”

“그렇군요.”

이 대목에서 배 상사와 당번병이 들어온다. 물론 향긋한 커피를 들고 왔다.

배 상사까지 착석하자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조금 전 함장님께서 말씀하신 그 차의 공식 연비는 리터당 9.4㎞입니다.”

“흐음, 스포츠카치고는 상당히 연비가 좋군요.”

“그런 편입니다. 저는 그 차의 엔진을 개조했습니다.”

“……!”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지금껏 약 30여 회에 걸친 연비 테스트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 테스트는 일반 도로를 주행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연비가 얼마나 개선된 겁니까?”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고 대위가 묻는다.

“시내 도로 주행에선 리터당 112.3㎞, 고속도로에선 166㎞ 정도 나왔습니다.”

“네? 뭐, 뭐라고요?”

엔진에 대해 전문가인 고 대위와 배 상사의 눈이 커진다.

어떻게 손보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경유 1리터로 최대 111㎞를 달리는 디젤 하이브리드 XL―1을 발표했다.

도요타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연비(40㎞/L)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세계 최고 연비였다. 한국의 소나타급 중형차의 연비가 리터당 10㎞라 감안하면 11배가 넘는다.

이 XL―1은 48마력 800㏄ 디젤 엔진에 27마력 전기 모터가 결합된 방식이다.

차체 중량은 800㎏으로 일반 중형차의 절반이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 합금과 탄소섬유를 적용한 결과이다.

고 대위와 배 상사의 공통 목표는 잘빠진 스포츠카를 갖고 싶다는 것이다. 하여 일반적인 내용은 꿰고 있다.

조금 전 현수가 끌고 온 스피드는 아이코닉이라는 모델이다.

이 차엔 2,656㏄ V6 DOHC 가솔린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최대 출력은 175마력이며, 공차 중량은 1,320㎏이다.

폴크스바겐의 자랑인 XL―1보다 배기량이 훨씬 크며 마력수도 높고 차체 중량도 훨씬 무겁다. 그런데 그 차의 엔진을 개조하여 리터당 112.3㎞를 달렸다 하니 매우 놀란 것이다.

“정말입니까? 정말 일반 가솔린 엔진을 개조하여 그런 연비가 나온 겁니까?”

“그렇습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고 대위가 묻는다.

“아까 시내 주행이라고 하셨는데, 혹시 정속 주행인 겁니까?”

“아닙니다. 제가 직접 테스트한 것은 아니지만 주간에 서울 시내 일반 도로를 돌아다니며 측정한 겁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전함 엔진도 그렇지만 자동차 엔진도 그만한 효율은 낼 수 없습니다.”

배영원 상사가 핏대를 세운다.

어디서 거짓말을 하느냐는 표정이다. 현수는 슬며시 미소 지었다. 이럴 때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 알기 때문이다.

한편, 김상우 대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셋을 바라본다. 어느 쪽이 진실이냐는 듯한 눈빛이다.

이때 홍진표 의원이 끼어든다.

“김 전무, 혹시 그 차 가져왔나?”

“물론입니다. 지금 주차장에 있지요. 고 대위님과 배 상사님이 못 믿으시는 것 같은데, 직접 주행 테스트를 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네? 정말입니까?”

배 상사의 물음에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에 할 거면 제대로 해주십시오.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우고 주행한 뒤 소모량을 체크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좋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고 대위가 나서자 배 상사는 아쉬운 눈빛이다.

평소 탐내던 국산 스포츠카를 한번 몰아보나 싶었는데 계급에 밀린 때문이다.

“운전자의 운전 습관에 따라 연비의 변화가 발생하니 중간에 배 상사님도 운전을 해보시죠. 스피드는 4인승입니다. 그러니 두 분을 더 태우시고 운전자를 바꿔가며 해도 됩니다.”

“정말, 정말 그래도 됩니까?”

“그럼요! 얼마든지 그러셔도 됩니다. 참, 이곳 기지 안에서만 운전하지 마시고 평택 시내를 돌아다니다 오셔도 됩니다.”

“……!”

너무도 자신만만하기에 고 대위와 배 상사는 혹시 속는 건 아닌가 하는 표정이다. 그러다 고개를 흔든다.

차를 본인들이 몰고 연료도 본인들이 채운다. 주행 후 소모량 체크도 본인들이 할 것이다.

따라서 속이고 자시고 할 게 없는 상황이다.

“공차 중량도 달아보겠습니다.”

“물론입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무엇이든 해보셔도 됩니다. 단, 엔진을 뜯어보지는 마십시오.”

말을 마치며 스피드의 키를 건네주었다.

“…그러지요.”

고 대위가 고개를 끄덕이자 홍진표 의원이 김상우 대령에게 시선을 돌린다.

“흐으음, 함장님, 시간이 제법 걸릴 텐데 양만춘함 견학 좀 시켜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하, 물론입니다. 자, 가실까요?”

“기왕에 구경하는 거라면 기관실도 보여주십시오.”

“물론입니다. 고 대위, 배 상사, 자네들은 연비 테스트를 하고 오도록.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고 연비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만 갔다 오게.”

“네, 알겠습니다.”

사무실을 나선 일행은 두 패로 나뉘었다.

고 대위와 배 상사는 주차장으로 향했고, 현수와 홍진표 의원, 그리고 김상우 함장은 양만춘함 쪽으로 이동했다.

“와아!”

현수는 세상에 태어나 이보다 큰 배는 타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저도 모르게 탄성을 냈다.

그 모습에 기분이 좋은지 김상우 대령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적의 미사일을 교란시키는 다가이 채프 발사대가 보인다.

SPS―49 2차원 레이더와 오토브레다 127㎜ 함포도 구경했다. 다음은 최대 사거리 124㎞ 블록 1C형 RGM―84 하푼 대함 미사일을 보았다.

사정거리 15㎞짜리 RIM―7P 씨―스패로 대공미사일이 발사되는 MK48 수직발사기도 보인다. 324㎜ KMK 32 3연장 어뢰발사기도 보았으며, 3차원 레이더인 MW―08도 있다.

STIR 1.8 조사기와 골키퍼에 관한 설명도 들었다.

조타실에 이어 어뢰기만 시스템(TACM) 발사대와 헬기통제실 구경을 했다.

“이 배엔 헬기도 내려앉나 봅니다.”

“네, 두 대까지 탑재 가능합니다. 저건 MK 99A 슈퍼링스라고 하는 건데, 적의 잠수함을 잡아내는 겁니다.”

“흐음, 항속 거리는 얼마나 되죠?”

“최대 590㎞입니다.”

“흐음, 그 거리가 늘면 좋은 건가요?”

“그럼요. 현재는 어뢰와 스모크마커(Smoke marker)를 탑재하고 60마일까지 잠수함 탐색을 합니다. 그리고 두 시간 동안 탐색 장소 위에서 체류하고 귀환할 수 있습니다. 그게 늘어난다면 당연히 좋은 거지요.”

현수의 생각대로라면 작전 운용이 훨씬 유리해지기에 환한 웃음을 짓는다.

슈퍼링스에 탑재되는 연료의 양은 730㎏이다.

1리터가 1㎏이라 감안하면 리터당 0.8㎞도 못 간다는 뜻이다.

‘슈퍼링스는 경량화 마법으로 동체 무게는 줄이고 엔진 효율을 높이면 괜찮겠군.’

현수는 눈앞의 슈퍼링스를 마치 먹이를 노려보는 표범처럼 바라보고 있다.

“자, 다음은 기관실을 보러 갈까요?”

“네, 그러죠.”

함장을 따라 들어가니 가스터빈실과 디젤엔진실이 나온다.

정박 중이라 엔진은 멈춰 있는 상황이다. 하여 여기저기를 만져 보며 자세히 살폈다. 그러던 중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그러고 보니 추진기 변동 압력에 관한 이야길 안 했군.”

선박의 추진기가 회전을 하게 되면 캐비테이션(Cavitation) 현상이라는 것이 발생된다.

추진기 날개가 회전을 하면 앞뒤 면의 압력 차가 매우 커진다.

압력을 받는 면은 압력이 크게 상승하지만 흡입을 받는 면은 압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물은 온도 변화가 없더라도 일정 이상 압력이 떨어지면 더 이상 액체로 존재하지 못하고 기체가 된다.

그래서 추진기 면에서 물이 순간적으로 수증기로 변했다가 다시 압력이 회복되어 물로 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이 바로 캐비테이션 현상이다.

액체가 기체화되었다가 다시 액화되는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갑작스런 부피 변화는 추진기 날개면 손상을 유발한다. 하여 날개가 부분적으로 파손되거나 전체가 유실되기도 한다.

그리고 추진기 회전에 따라 날개 위에서 주기적으로 발생되는 캐비테이션 발생과 소멸은 가까이 있는 선체 표면에 변동 압력을 가한다.

이것이 바로 선체 진동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전함의 경우엔 심한 진동으로 인한 조준 성능 저하 등 전술적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그리고 전함에서 발생되는 캐비테이션은 수중 방사 소음을 유발한다. 이는 적 잠수함이 쉽게 음탐(音探)하여 어뢰 공격을 가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변동 압력을 낮추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흐음, 추진기엔 논노이즈 마법진을 새기고, 날개면엔 스트렝스와 그리스 마법진을 적용하면 좀 줄어들겠지.’

생각을 정리해 가며 계속해서 엔진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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