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2
현수가 열심히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자 김상우 함장이 한마디 한다.
“김 전무님, 선박 엔진은 처음 보는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재미있겠습니다.”
“네? 재미있다니요? 뭐가 그렇다는 겁니까?”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여기진다는 뜻입니다.”
“아, 그런가요? 음, 잠깐만요. 네, 사령관님! 네, 네.”
김상우 함장이 전화기를 들고 얼른 엔진실 밖으로 나간다.
통화하는 동안에도 엔진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크긴 하지만 비슷한 원리겠지. 일단 설계도가 필요하겠군.’
내친김에 가스터빈도 구경했다. 그러는 사이에 통화를 마친 함장이 들어선다.
“김 전무님, 함대사령관님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아, 그래요? 그럼 뵈러 가야지요.”
싱긋 웃음 짓고는 김상우 대령의 뒤를 따라갔다.
“반갑습니다. 함대사령관 심흥수 소장입니다.”
“저는 김현수입니다. 만나 봬서 영광입니다.”
“자자, 일단 자리에 앉지요.”
심 소장의 손짓에 따라 각자 자리에 앉고 나니 당번병이 얼른 음료를 내온다.
“홍 의원님, 약속을 하고도 지키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국방장관을 통해 오늘 만나기로 약속을 해놓고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한 사과이다.
“아닙니다. 해군참모총장께서 긴급 함대사령관 회의 소집을 하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연히 그게 먼저지요.”
“그렇게 양해하여 주시니 고맙습니다.”
심 소장이 정중히 고개 숙여 사의를 표한다. 그리곤 현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김 전무님은 텔레비전으로 봐서 그런지 익숙합니다.”
“네, 요즘 제가 그런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홍 의원님에게 듣기로 우리 군에 큰 이득이 될 제안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모든 선박은 어렵지만 대양을 누빌 전함의 엔진 효율을 높일 방법을 찾은 것 같아 연락드린 겁니다.”
“결과와 관계없이 좋은 제안을 해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나저나 김 대령, 지금 진행되는 일은 무엇인가?”
심 소장의 시선을 받은 김 대령의 보고가 이어진다.
“현재 고복현 대위와 배영원 상사가 김 전무님이 몰고 온 스포츠카로 연비 측정을 하는 중입니다.”
“호오, 그래?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령관의 시선을 받은 현수는 엔진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에 이어 어떻게 개선하였는지에 대해 간단히 브리핑을 했다.
“그렇다면 양만춘함의 엔진을 개조하는 것만으로도 연료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스포츠카로 해본 실험이지만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합니다.”
“우리 군의 입장에선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군요. 말씀대로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심 소장이 환한 웃음을 짓는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 전력이 상승하는 건 좋은 일이지요. 맡겨주시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참, 김 대령, 고 대위와 배 상사로부터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나?”
“아직… 아, 잠깐만요. 지금 고 대위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습니다. 음, 현재 사령부 차량 정비창에 도착하여 최종 연비 측정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 같이 나가보세. 홍 의원님, 어쩌시겠습니까? 여기 계시겠습니까, 아니면 같이 가실 겁니까?”
“당연히 가봐야지요. 가시죠.”
정비창에 당도하니 스피드 주변에 병사들이 모여 있다.
“일동 차렷! 사령관님께 대하여 경례! 필승!”
“필승!”
“필승!”
함대사령관이 등장하자 모두 동작을 멈추고 경례를 붙인다.
“쉬어.”
“일동 쉬어!”
고 대위의 복창에 모두의 손이 내려간다.
“고 대위, 방금 연비 테스트를 했다고 들었다. 보고하도록!”
“네, 사령관님! 저와 배 상사, 그리고 차량 정비창 이 준위와 최 상사 이렇게 넷이 탑승하여 교대로 운전하여 이 차에 대한 연비를 측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주행한 거리는 총 125㎞이며, 사용된 연료는 1,100㏄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게 무엇을 뜻하지?”
“이 차의 공식 주행 연비는 9.4㎞/ℓ입니다. 그런데 확인된 연비는 112㎞/ℓ입니다. 몸무게 70㎏ 이상인 사람 넷이 탑승한 채 운행했으니 실제 연비는 열두 배 이상 향상된 겁니다.”
“열두 배 이상이나? 정말인가?”
현수로부터 열두 배의 연료 절감 효과가 있다는 말은 들은 바 있지만 긴가민가했다. 약간 과장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이상이다. 하여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이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확실한 사실입니다. 저희 넷은 운전 습관도 다릅니다. 그리고 저희가 운행한 곳은 평택 시내 도로입니다. 고속도로로 올라가면 김 전무님 말씀대로 리터당 166㎞도 가능할 듯싶습니다.”
“흐으음! 정말 대단하군.”
심 소장이 고개를 끄덕일 때 고 대위의 입이 열린다.
“사령관님, 그리고 김 전무님, 허락해 주신다면 테스트를 조금 더 해보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심 소장이 현수에게 시선을 돌린다.
“…김 전무님, 여기까지 오셨으니 연비 테스트를 하는 동안 식사라도 같이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야 좋지요.”
“고 대위, 들었지?”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그런데 김 전무님.”
현수와 시선이 마주치자 고 대위가 슬쩍 계면쩍은 웃음을 짓는다. 어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가!
“몇 시간 후 서울로 출발할 겁니다. 그 안엔 무엇을 해보든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자, 우린 식사하러 갑시다. 횟집 어떻습니까?”
“저야 좋지요. 하하!”
현수는 부러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는 동안 스피드는 정비창으로 모셔진다. 곧이어 기술병들의 손에 의해 엔진 분해가 시작되었다. 대체 어떻게 엔진을 개조했기에 그런 엄청난 연비가 나오는지 너무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복현 대위의 지휘하에 일사불란한 분해 및 재조립 과정이 이루어졌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자신들이 타고 다니는 일반 승용차 엔진과의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이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심 소장과 김 대령, 그리고 현수와 홍진표 의원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를 먹는다.
횟집에 당도하여 술 몇 잔이 오고가는 동안엔 별로 중요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현수는 이브즈드랍 마법으로 주변을 살폈다. 이곳에서 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사령관님, 제가 해군에 대해서는 별반 아는 게 없어서 여쭙는 겁니다.”
현수 일행이 들어간 룸은 횟집 가장 끝에 위치한 방이다. 옆방 손님들이 자리를 비우자 비로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냈다.
“말씀하시게.”
술잔이 몇 번 비워지는 동안 부쩍 가까워졌기에 반쯤 하대하는 것이다. 이는 현수의 요청에 의해서이다.
너무나 깍듯하게 대해 오히려 불편함을 느낀 때문이다.
“어뢰의 사정거리와 적 잠수함에 격중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알고 싶습니다. 또한 적의 기만술에 대해서도요.”
“흐음, 왜 어뢰에 대해 알고 싶은지 모르나 어뢰[Torpedo]는 어형수뢰의 약칭으로서…….”
심 소장의 설명이 잠시 이어진다.
현수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처럼 이를 일일이 메모했다.
양만춘함 좌우 데크에 각기 세 발씩 장착되어 있는 청상어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어뢰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개발한 잠수함 킬러로 불리는 수중 유도 무기 체계이다.
빔 조향 기술을 적용한 능동형 소나의 탐지 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중 선체를 파괴할 수 있는 지향성 탄두는 1.5m의 철판을 관통할 수 있다.
고밀도 알루미늄 산화은 전지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핵심 부품이기도 하다.
청상어는 구축함 등 수상함과 대잠 헬리콥터, 해상초계기(P―3C)에서 발사 가능하며 어뢰에서 직접 음파를 쏘아 목표물을 탐지, 추적, 공격한다.
직경 32㎝, 길이 2.7m, 중량 280㎏, 속도 시속 45노트 이상인 이것의 사거리는 19㎞ 정도이다.
45노트이면 초속 23.15m이다. 19㎞ 떨어진 곳의 잠수함을 겨냥하였다면 820초가량 걸린다. 13.6분이다.
하지만 이 거리에서 발사되는 어뢰는 극히 드물다. 그사이에 충분히 회피기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적 잠수함까지 3㎞ 정도 거리라면 격중되기까지 불과 2분여이다.
어뢰가 발사되면 상대는 이를 기만하기 위한 디코이나 닉시 등을 사용한다. 이에 속지만 않으면 백발백중이다.
현수는 심 소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어뢰에 각종 마법을 적용시키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킨 아이 마법은 어뢰가 보다 예리한 시선을 갖게 한다.
따라서 상대의 기만에 속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50%에 불과하던 명중률을 대폭 상승시킨다.
어뢰 추진기에 적용될 논노이즈 마법은 상대의 음탐관이 공격당하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할 것이다.
헤이스트와 그리스 마법진이 추가되면 훨씬 더 빠른 속력을 갖게 된다.
젊은 시절의 멀린이 외부의 시끄러운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음파 흡수 마법진은 상대의 소나를 모두 흡수한다.
마나 집적진의 원리를 이용한 이것을 조금만 더 손보면 전파까지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상대가 음파 또는 전파로 어뢰를 탐지하려 해도 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오토 리차지 마법은 마법진에 박힌 최하급 마나석을 늘 새것 같도록 해줄 것이다. 어뢰는 일회용이기 때문에 길어야 10분만 작동하면 되기에 최하급이면 충분한 것이다.
마지막은 오토 붐 마법진이다. 불발되거나 잔해를 수거하더라도 상대가 알아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되면 청상어는 완벽한 스텔스 어뢰로 변신된다.
이 세상 어떤 잠수함도 잡아내지 못하기에 청상어는 ‘침묵의 암살자’, 또는 ‘어쌔신 블루샤크’라는 칭호로 불리게 될 것이다.
청상어뿐만이 아니다.
잠수함 탑재용 중어뢰 백상어와 선상에서 발사되는 수직 발사형 대잠 유도탄 홍상어에도 똑같은 마법진이 부여된다.
이들 상어 삼형제는 대한민국 해군을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려놓게 될 것이다.
‘흐음! 일단 전파 흡수 마법진 개발부터 해야겠구나.’
어뢰의 은밀성을 높이기 위해 생각해 낸 이 마법은 대한민국 공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한민국 공군엔 F―15K 60대가 운용되고 있다.
상당히 뛰어난 성능을 가졌지만 이 기체의 부족한 점 중 하나는 스텔스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하여 미국의 F―22 랩터와 맞붙게 되면 모두 격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대는 이쪽을 식별해 내지만 이쪽은 랩터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전은 먼저 발견하고 먼저 쏘는 쪽이 승리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현저히 불리하다.
하지만 음파 및 전파 흡수 마법진이 적용된다면 F―15K는 랩터와 동등한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F―15K에 장착되는 각종 미사일에도 어뢰에 버금갈 마법들이 적용된다면 무적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F―15K에 장착된 엔진을 손보게 되면 작전 반경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뿐만이 아니다. 탑재되는 각종 미사일에 경량화 마법을 걸고 아공간 마법까지 적용하면 수십만 톤에 달하는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굳이 수십만이라 표현한 이유는 아공간 자체는 무게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수억 톤이라도 가능하다.
현수가 만들 수 있는 아공간의 크기는 가로, 세로, 높이 1㎞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공간 마법진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최상급 마나석이 사용되어야 한다.
2장 스텔스 전함이 될까?
미국이 자랑하는 전략 폭격기 B―52가 있다.
1956년 비키니 섬에 수소폭탄을 투하한 것을 시작으로 월남전에서도 활약했다. 최근엔 이라크 전쟁 때 수도 없이 출격했으니 최장수 폭격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