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04화 (504/1,307)

# 504

“필요한 인원은 얼마든지 차출하셔도 됩니다.”

심 소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 대위와 배 상사, 그리고 최 상사가 시선을 마주치려 애쓴다.

자신을 골라달라는 뜻이다.

“고 대위님과 배 상사님, 그리고 최 상사님을 택하겠습니다. 도와주실 거죠?”

“물론입니다.”

“그럼요! 뭐든 합니다!”

“하하, 시키는 대로 움직일 테니 말씀만 하십시오.”

어쩌면 엔진의 비밀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지 모두 환한 웃음을 짓는다.

‘미안하네요. 아무리 그래도 못 알아낼 겁니다.’

현수는 실소를 머금었다.

“그럼 지금부터 양만춘함의 엔진을 분해해 주십시오.”

“필승! 알겠습니다!”

셋이 거의 동시에 경례를 하고는 황급히 뛰어간다.

“저도 배로 가보겠습니다. 홍 의원님은 어쩌시겠습니까?”

시선을 받은 홍 의원이 심 소장을 바라본다.

“심 소장님이 바둑을 아주 잘 두신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저는 아마 3단쯤 되는데 제가 상대가 될까요?”

“호오, 그렇다면 저와 호선이 되겠습니다. 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김 전무님, 그럼 수고해 주십시오. 뭐든 고 대위에게 말씀하시면 제꺽 이루어질 겁니다.”

“하하, 네. 이따 야식이나 보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부관, 잘 기억했다가 앞으로 두 시간쯤 후 특별 야식을 보내 드리게.”

“네, 알겠습니다.”

심 소장과 부관, 그리고 홍 의원이 사령관실로 향하자 현수는 양만춘함 쪽으로 이동했다. 손에는 그럴듯한 공구함이 들려 있다. 빈손으로 가면 안 될 것 같아서이다.

“우와! 상당히 빠르시네요.”

기관실에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많이 분해되어 있다.

현수는 분해 과정을 지켜보면서 엔진의 구조를 파악했다. 그런 그의 손에는 배 상사가 가져다 준 엔진 설계 도면이 있다.

그런데 배 상사가 말하길, 제조사인 독일의 MTU에서 제공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엔진은 팔지만 도면까지 제공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하여 어떻게 만들었느냐는 말에 분해와 조립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튼 세심히 살펴 스피드 엔진과의 차이점을 파악하고는 마법진 부착 부위 등을 결정지었다.

그러는 동안 추진기도 살펴보았다. 원래는 바닷물 속에 잠긴 부위에 마법진을 부착시켜야 한다.

그런데 현수에겐 물속에서 용접하는 기술이 없다. 하여 마법진을 약간 변형시켜 축에 설치하는 것으로 결정지었다.

아무튼 셋이 열심히 분해 작업을 하는 동안 현수는 옆의 격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양만춘함에 적용할 마법진을 만들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에 앱솔루트 배리어와 타임 딜레이 마법이 시전된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이 일이 이루어지는 동안 양만춘함의 수병은 모두 퇴함하도록 했다. 기밀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앱솔루트 마법진을 거리낌없이 시전한 것이다.

마법진 제작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적당히 분해되어 있다.

“세 분은 이제 잠시 자리를 비워주십시오.”

“네?”

고 대위와 배 상사, 그리고 최 상사는 그게 대체 무슨 망발이냐는 표정이다.

실컷 부려먹고 졸지에 팽 당하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조립도 여러분이 하실 겁니다. 그러니 서운해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조심하기 위함이니 양해 바랍니다.”

“끄으응! 알겠습니다.”

“그러죠. 배 상사, 최 상사, 나갑시다.”

“네, 대위님!”

셋이 기관실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현수가 입을 연다.

“기다리시는 김에 터빈도 분해해 주십시오.”

“……?”

터빈은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기에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터빈의 효율을 조금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수고해 주십시오.”

“끄응! 알겠습니다.”

숨어서라도 지켜볼 요량이었는데 물 건너갔음에 나직한 침음을 내는 고 대위이다.

셋이 물러가자 현수는 생각했던 부위를 한참 동안 신중히 들여다본 후 준비한 마법진을 부착시켰다.

“스트롱 에드히젼(Strong adhesion)!”

SUS304 철판이 단단히 부착되었음을 확인하곤 곧바로 활성화 마법을 구현시켰다.

“매직 바이탈리제이션(Magic vitalization)!”

샤르르르르릉―!

초록빛 마나석에서 미약한 빛이 흘러나오더니 마법진 자체가 스르르 사라진다.

인비저빌러티 마법이 구현되면서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현수는 뭔가 작업하는 듯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한참 동안이나 망치와 스패너 등으로 소리를 냈다.

뿐만 아니라 용접기도 사용했다.

작업 개시 세 시간쯤 되었을 때 기관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쿵, 쿵, 쿵―!

“김 전무님, 야식 왔습니다!”

“네, 나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푹 쉬고 있던 현수는 열심히 일한 척하며 나간다.

“흐음, 냄새가 아주 좋네요.”

“네, 장교 식당 조리병의 솜씨가 괜찮습니다. 자, 이쪽으로 앉으시죠.”

“네, 그러죠.”

자리에 앉자 가져온 음식들을 펼쳐 놓는다.

프라이드치킨도 있고 탕수육도 보인다. 현수와 고 대위, 그리고 배 상사와 최 상사는 신나게 음식을 줄여갔다.

그렇지 않아도 출출했던 참이다.

“소주나 맥주가 없는 게 조금 아쉽네요.”

“그러게요. 술 한잔하면서 해도 되는데.”

현수가 짐짓 장단을 맞춰주자 배 상사가 묻는다.

“참, 엔진 개조 작업은 언제쯤 끝날까요?”

“흐음, 앞으로 다섯 시간쯤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요? 터빈 분해는 다 되어가는데, 그럼 어쩌죠?”

“어쩌긴요, 엔진 손본 다음에 그것도 봐야죠.”

“근데 정말 터빈 효율이 올라가긴 하는 겁니까?”

“그거야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저흰 어쩌죠?”

할 일이 없으니 참관이라도 시켜달라는 뜻이다. 하지만 어찌 빈둥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겠는가.

“귀찮으시겠지만 조금 기다려 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참, 오늘의 이 작업은 극비입니다.”

“네, 압니다.”

군인인지라 보안이 무엇인지를 안다. 양만춘함이 오늘부로 바뀐다 하더라도 이것은 발표되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극소수만 아는 군사 비밀이기 때문이다.

제법 양이 많은 야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끄으윽! 배가 부르네요. 전 작업하러 들어갑니다. 터빈 분해가 다 끝나면 좀 쉬고 계세요.”

“……!”

셋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기관실로 들어간 현수는 적당한 곳을 찾아 팔베개를 하곤 편안히 누웠다.

그리곤 터빈과 관련된 전문 서적을 꺼내 내용을 살핀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 다른 책을 꺼냈다.

대형 선박이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다섯 시간 후 현수는 터빈 앞에 서 있다.

고 대위와 배 상사, 그리고 최 상사는 엔진을 재조립하러 기관실로 가 있다.

“흐음, 이곳의 저항을 적게 하면 조금 더 나아지겠군.”

현수는 준비한 마법진을 꺼내 터빈에 부착시켰다. 그리곤 마법진을 활성화시켰다.

다음은 물살을 헤치는 선수 부분으로 향했다.

그곳에 그리스 마법진을 설치했다. 바닷물의 거센 저항을 상당히 많이 줄여 부드러운 운항이 가능해질 것이다.

“흐음, 연비랑 이런 건 많이 나아지겠지? 참, 하나 빠졌네.”

현수는 양만춘함의 전후좌우에 마법진을 추가로 부착시켰다. 전파와 음향 흡수 마법진이다. 기관실에서 빈둥거리다 결계를 치고 들어가 고심 끝에 고안해 낸 회심의 마법진이다.

이 마법이 반영구적으로 가동되도록 마나 집적진과 오토 리차지, 그리고 인비저빌러티 마법진이 추가로 그려져 있다.

각각의 마법진에는 상급 마나석이 압축된 채 박혀 있다. 선체가 크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유카리안 영지 마나석 광산에서 질 좋은 마나석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마나석을 박던 중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카이로시아와 로잘린, 그리고 로니안 자작이다.

‘잘들 있겠지? 그나저나 백작으로 승작되셨을 텐데 선물은 뭐로 준비하지? 뭐가 좋을까?’

현수는 새로운 고민에 잠겼다.

생각난 김에 아공간을 뒤졌다. 그러던 중 리치의 던전에서 가져온 마법서가 뭉텅이로 잡힌다.

“흐음, 시간이 좀 필요하겠군.”

적당한 곳을 찾아 앱솔루트 배리어와 타임 딜레이 마법을 구현시켰다. 그리곤 천천히 리치가 남긴 네크로맨서 계열 마법서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팔목에 채워져 있는 전능의 팔찌 덕에 현수의 아이큐는 진즉에 200을 넘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분야지만 아주 쉽게 이해된다.

“흐음, 네크로맨서 계열은 마족을 소환하는 흑마법 쪽과는 조금 다르네. 꽤 열심히 생명에 대해 연구했어.”

현수는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초보적이긴 하지만 네크로맨서의 생명 연장 기법 중에는 유전자와 관련된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눈에 뜨이는 부분이 있다. 신체 개조 마법이다. 이것은 수련을 통해 바디 체인지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여인의 신체를 벌모세수시켜 최상의 상태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재료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케이상단에서 구한 만드라고라이다.

지구로 치면 100년 묵은 천종산삼 비슷한 것이다.

한 여인을 벌모세수시키는 데 이런 것이 무려 열 뿌리씩 필요하다.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여러 재료가 필요하다. 모두 다 구하기 어렵고 값이 비싸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튼 각종 재료를 배합하여 만든 환단을 정기적으로 복용한 후 마나 샤워를 하면 일시적이지만 최상의 몸 상태가 구현된다. 유지 기간은 대략 1년이다.

네크로맨서 마법사들이 이런 방법을 연구해 낸 이유는 최상의 후손을 얻기 위함이다.

누가 창안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 마법을 만든 사람은 아마도 바디 체인지를 겪은 모양이다. 그는 신부가 될 여자를 이런 방법으로 벌모세수시킨 후 아기를 잉태하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자식은 탁월한 두뇌를 갖고 태어난다.

뿐만 아니라 평생 잔병치레를 하지 않게 되고 마나에 대한 감응이 뛰어난 마법적 성취를 얻게 해준다. 다시 말해 남들보다 빠르게 서클을 올릴 수 있는 신체를 얻게 된다.

세월이 흐를수록 줄어들기만 하는 네크로맨서 계열을 중흥시키려는 의도에서 이런 방법이 고안된 것이다.

아무튼 아이가 태어나면 산모는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그렇다 하여 효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복용한 환단 덕분에 생명 연장 효과를 얻는다. 기록에 의하면 최소 150년간 생을 유지했다고 되어 있다.

현수는 이 부분을 탐독했다. 그러면서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결혼을 하게 된다. 조만간 자식을 보게 됨을 의미한다. 지구에선 아내가 셋이고 아르센 대륙에선 둘이다.

무정자증만 아니라면 아버지가 될 확률 100%이다.

기왕에 얻을 아이라면 뛰어나길 바라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현수 또한 그러하기에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흐음, 일단 만드라고라 50뿌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확보해야 하는구나. 어디 보자, 얼마나 있는지.”

생각난 김에 아공간의 만드라고라 수효를 파악해 보았다.

얼마 전 케이상단에서 구입한 것이 23뿌리이다.

라수스 협곡을 지나다가 캔 것은 62뿌리이다.

이것 이외에도 13뿌리가 더 있다. 하나는 전에 쓰다 남은 것이고 12뿌리는 아무리안 델로 폰 타지로칸이라는 리치의 던전에서 가져온 것이다.

합계 98뿌리나 있으니 일단 만드라고라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다.

이외에도 1,000뿌리가 더 들어올 예정이다. 라세안이 선불로 브라보콘 1,000개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다프네 역시 현수에게 만드라고라를 캐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브라보콘을 다섯 개나 먹은 때문이다.

하지만 다프네로부터 그걸 받을 생각은 없다.

“좋아, 다른 재료들만 구하면 되는군. 좋아, 이건 카이로시아에게 구해놓으라 하면 되겠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