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06화 (506/1,307)

# 506

그야말로 고요 그 자체이다.

“푸우, 휴우우, 푸우, 휴우우.”

코를 골진 않았지만 숨소리는 들렸기에 살짝 웃음 지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딥 슬립! 바인딩!”

두 마법을 구현시킨 것은 기왕에 자는 것이니 숙면을 취하라는 뜻이고, 자동차가 좌우 회전을 하더라도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배려이다.

내비게이션이 일러주는 대로 운전을 하고 가다 보니 왕복 2차선 국도로 접어든다.

모처럼의 드라이브라 생각한 현수는 창밖 풍광을 즐겼다.

그러고 보니 울긋불긋한 단풍이 한창이다. 옛 시조에 나오듯 만산이 홍엽이다.

‘흐음, 이번 주말엔 지현이와 단풍 구경이라도 가야지. 설악산으로 갈까, 내장산으로 갈까? 계룡산도 괜찮겠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던 중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든다.

국도로 접어든 뒤 뒤에서 세 대나 추월해서 지나갔다. 현수가 규정 속도대로 가는 것이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세 대 모두 바로 뒤차가 아니다. 더 뒤쪽에 있던 차들이 징검다리 추월을 해서 간 것이다.

룸미러로 힐끗 바라보니 바로 뒤는 검은색 밴이다. 자세히 살피니 선글라스를 낀 사내 둘이 앉아 있다.

“흐음, 왜 이상한 기분이 들지?”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기에 고개를 흔들던 현수의 눈빛이 빛난다. 예민한 감각에 이상한 소리가 잡힌 때문이다.

홍 교수를 위해 논 노이즈 마법을 구현시켰기에 스피드의 내부에선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해야 한다.

그렇기에 홍 의원은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수면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현수의 귀는 다르다.

운전을 하는 동안엔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에도 집중해야 한다. 그렇기에 따로 와이드 센스 마법을 구현시켰다. 따라서 아주 미세한 소리지만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푸슝! 뻥! 와드드드드! 끼이이이익―!

이상한 낌새를 느낀 현수가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는 순간 뒷바퀴가 터지면서 갈기갈기 찢겨 나간다.

스피드 아이코닉은 후륜구동이다. 다시 말해 엔진의 동력이 뒷바퀴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그런 바퀴 중 하나가 터져 나간 것이다. 당연히 한쪽으로 급속히 쏠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현수는 핸들을 꽉 잡아 차가 직진하도록 애를 썼다.

이럴 때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돌거나 전복될 수 있다. 그렇기에 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엔진 브레이크를 걸었다.

콰아앙! 우지직! 우지지지직!

차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곁을 살피니 이런 상황에도 홍 의원은 잘도 자고 있다.

“앱솔루트 배리어!”

혹시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막으려 곤히 잠든 홍 교수의 몸에 앱솔루트 배리어를 구현시킨 현수는 운전석 문을 열었다.

딸깍―!

이 순간 조금 전 그 소리가 또 들린다. 바람 새는 소리이다.

푸슝! 채앵! 와장창!

뒤 유리창이 깨지면서 찬바람이 들어온다.

현수는 열린 문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곤 곁의 나무 뒤에 몸을 붙였다.

푸슝! 푸슝! 피잉! 퍽―!

한 발은 허공을 갈랐고, 다른 한 발은 현수의 몸을 가려주고 있는 나무에 박힌다.

이 순간 현수의 몸 주위로 투명한 막 두 개가 생성된다.

하나는 전능의 팔찌가 만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켈레모라니의 비늘이 생성시킨 앱솔루트 배리어이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현수의 입술이 달싹이자 스르르 사라진다.

현수의 몸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사격하려 상대가 가늠자에 시선을 집중시키려는 순간이다.

다시 한 번 현수의 입술이 달싹이다.

“플라이!”

투명 은신 마법과 비행 마법을 더블 캐스팅한 현수는 그 상태 그대로 놈들의 뒤로 날아갔다.

막 착지하려는 순간 지나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놈이 분명 저기에 있지?”

“그래, 잔뜩 웅크리고 있나 봐.”

“빌어먹을! 어서 해치우고 떠나자구.”

“그래. 나도 쏠게.”

“아냐. 그건 소음기가 안 달려 있잖아. 집어넣어.”

“쩝, 알겠네. 자네가 알아서 하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현수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흐음, 짱꼴라들이란 말이지?’

현수의 눈에서 서늘한 안광이 뿜어진다. 자신을 죽이려는 자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렇기에 이놈들을 잡되 어찌할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아이스 애로우! 이런, 매직 캔슬!”

슬쩍 뒤로 물러서며 마법을 구현시켰는데 얼음 화살의 굵기가 어른 팔뚝 굵기이다.

이것에 맞으면 화살이 박히는 게 아니라 구멍이 뚫린다. 당연히 과다한 실혈로 사망에 이를 것이다.

현수의 마법이 이처럼 무지막지해진 이유는 켈레모라니의 비늘 때문이다. 너무나 과한 마나가 공급되기에 말도 안 되는 화살이 만들어진다. 자세히 보면 화살도 아니다. 굵은 창이다. 길이만 조금 짧을 뿐이다.

“혹시 모르니 놈이 도망치면 내게 소리쳐서 알려줘.”

“오케이. 빨리 끝내.”

“알았어.”

두 사내 중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들고 있던 놈이 앞으로 나가려는 순간이다.

“스테츄! 스테츄!”

“윽?”

“헉!”

갑자기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두 놈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온다. 그 순간 권총을 가진 자의 턱이 돌아간다.

퍼억―!

“캐액!”

빠악―!

“끄으윽!”

턱과 정강이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에 비명을 지른다. 그 순간 현수의 발이 운전하던 놈의 복부에 꽂힌다.

퍼억―!

“크으윽!”

“매직 캔슬!”

비명을 지르면서도 갑작스레 나타난 현수를 본 두 놈의 눈이 커진다. 유령을 본 것 같은 표정이다.

“일단 맞자!”

퍽! 우직! 퍼억! 뻐걱!

“캑! 아아악!”

“크으윽! 아아아악!”

이번엔 둘의 넓적다리를 걷어찼다. 뼈가 단번에 부러졌는지 소리가 들린다. 물론 현수의 귀에만 들리는 소리이다.

두 녀석은 스테츄 마법에 걸려 있는지라 어떠한 방어 동작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여 신음만 내고 있을 뿐이다.

“누가 보냈나?”

“크으윽! 마, 말할 수 없다.”

“그래? 그럼 일단 손가락 하나를 분지르지.”

빠각―!

현수의 손에 의해 오른손 둘째손가락이 부러진 놈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견디기 힘든 고통 때문일 것이다.

“이번엔 네게 묻겠다. 누가 보냈지?”

“그, 그건…….”

”대답이 늦다. 너도 그 벌로 손가락 하나.”

빠각―!

“아아아악!”

“자, 이번엔 다시 너다. 이번에도 대답을 하지 않거나 늦으면 왼손 검지가 부러질 것이다. 이제 묻는다. 누가 보냈나?”

“마, 말할 수 없다.”

“호오, 그래? 제법 강한 척하는데, 어디 두고 보지. 손가락 열 개와 발가락 열 개가 모두 부러지면 발목부터 시작하여 모든 뼈를 분질러 주지. 자, 일단 말한 대로. 이잇!”

빠각!

“아아아악!”

비명을 질렀지만 현수의 시선은 이미 옮겨가고 있다.

“이번엔 다시 네 차례야. 대답을 빨리하는 것이 유리할 거야. 누가 보냈나?”

“사, 삼합회요. 삼합회에서 보냈습니다.”

“그래? 이번엔 대답이 빨랐군. 좋아, 네 턴은 끝났다. 다음은 다시 너. 삼합회의 누가 보냈나?”

“으으으, 으으으으……!”

넓적다리뼈에 이어 손가락뼈 두 개가 부러진 놈이 성난 표정으로 노려본다. 이 순간 녀석의 오른손 중지가 부러진다,

빡―!

“크흐으윽!”

“괜찮아, 괜찮아. 아직은 괜찮아. 손가락은 아직도 일곱 개가 남아 있으니. 참고로 말하지만 조금 있다가 네가 가져온 그 권총으로 부러진 부분을 때릴 거야. 그럼 뼈가 으스러지겠지?”

“으으으! 으으으으!”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노려보지만 현수는 시선을 돌린다.

“이번엔 너, 삼합회의 누가 보냈지?”

“하, 한국지부 정 대인이, 정 대인이 보냈습니다.”

“좋아, 너는 협조적이군. 그런데 이 녀석은 무엇을 묻든 대답하지 않을 것 같다. 안 그러냐?”

운전을 한 녀석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다가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물었는데 대답하지 않으면 손가락을 분지른다는 것이 떠오른 것이다.

“네! 아,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치? 내 생각도 그랬어. 그럼 귀찮게 묻고 분지르고 그럴 것 없이 그냥 다 분지르자. 대답 잘해줄 거지?”

말을 하던 현수가 권총을 들고 있는 놈의 약지를 분질렀다.

빡―!

“아아악!”

비명을 지른다. 고통을 참기 힘든지 눈물까지 흘린다. 하지만 용서해 줄 마음은 추호도 없다.

권총을 쏜 녀석이기 때문이다.

빡, 뻑! 빠각! 우지직! 빠각!

“악! 아아악! 크으윽! 캐애액! 아아아악!”

손가락이 분질러질 때마다 비명을 질렀지만 눈 한 번 깜박하지 않고 열 개 모두를 작살내 놨다.

금방 퉁퉁 부어오른다.

손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통증 때문인지 놈은 기절해 있다.

“어때? 대답 잘 할 거지?”

“그럼요. 말씀만 하십시오. 아는 건 모두 다 불겠습니다.”

“좋아, 삼합회 정 대인이라는 놈이 보냈어. 목적은 날 죽이는 건가?”

“네, 정 대인은 우리에게…….”

운전하던 녀석의 설명이 이어진다.

삼합회 한국지부 지부장인 정림(程琳, 청린)은 상부의 지시를 받아 현수를 암살토록 지시했다.

소음기 달린 권총을 가지고 있던 놈은 행동대장급이고 본인은 그 밑의 졸개라고 한다.

정림이 무슨 이유로 암살을 지시했는가를 물었지만 그건 모른다는 대답이다. 하긴 말단 행동대원에게 지부장이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제부터 미행했느냐는 말에 한국에 도착한 이후부터라고 한다. 그간 암살 기회를 노렸는데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일련의 상황이 끝나갈 즈음 검정색 소나타가 달려온다.

끼이이이익―!

텅, 텅, 텅―!

운전석과 조수석, 그리고 뒷좌석의 문이 열린다. 그리곤 네 명의 사내가 다가온다.

“김 전무님,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누구신지요?”

“아! 저희는 국정원에서 왔습니다. 김 전무님의 신변 보호 임무를 맡았습니다.”

말을 하며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준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하나가 두 녀석의 팔목에 수갑을 채운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저희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혹시 있을지 모를 테러에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김 전무님께서 타신 차에는 추적 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주행 중에 멈춰 있기에…….”

무슨 뜻인지 감이 잡힌다.

“몇 차장님의 지시였습니까?”

“저희는 엄규백 팀장님 지휘를 받습니다.”

“흐음, 잠시만요.”

휴대폰을 꺼내 엄규백 요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김 전무님.”

“여기 국정원 요원들과 같이 있습니다. 제 신변을 보호하라고 하셨습니까?”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현수가 요원들의 행적을 잡아냈을 리 없다 생각한 반문이다.

“지나 놈 둘이 저에게 총을 쐈습니다.”

“네? 괘, 괜찮으신 겁니까?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엄규백 요원의 음성에 현수는 내려던 화를 멈췄다.

“상황 설명이 필요합니다.”

“휴우! 알겠습니다. 저희에게 오셨던 날 상부 지시가 있었습니다. 김 전무님의 신변을 보호하라는 것입니다. 다만 김 전무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원거리 경호를 하라 하셨습니다.”

“상부라면 어디죠?”

“정확히는 모르지만 원장님께 지시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알아서 상상하라는 뜻이다.

하긴 국정원장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보나마나 청와대에서 내려온 지시일 것이다.

가스전 개발과 파이프 연결 공사가 가져다줄 국익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조치이다. 그렇기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두 놈을 잡았습니다. 요원들에게 넘길 테니 배후를 캐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다치신 데 없습니까?”

“네, 운이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타고 가던 차가 망가졌습니다. 급히 갈 곳이 있는데 차량 지원 좀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일단 요원들의 차를 쓰십시오.”

“고맙습니다.”

통화는 간결하게 끝났다. 그러는 동안 국정원 요원들은 말없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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