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07화 (507/1,307)

# 507

“들으셨죠?”

“네, 저희는 저 차를 이용하면 됩니다. 우리 차는 쓰실 만큼 쓰시고 어디에 두었는지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제 차 수리가 필요합니다. 미안하지만 견인차를 불러 울림네트워크 공장까지 부탁합니다.”

“그러지요.”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곤 스피드로 향했다.

“후후! 마법은 역시 위대해.”

홍진표 의원은 여전히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매직 캔슬! 어웨이크!”

“…끄응! 어엉? 뭐야? 차가 왜 이래?”

자동차의 앞뒤 유리창이 모두 깨진 상태이다. 그래서 사방이 깨진 유리조각이다.

보닛은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잔뜩 우그러져 있다. 또한 에어백이 튀어나와 있다. 홍 의원이 어리둥절해한다.

“많이 피곤하셨나 봐요. 사고가 나서 유리창이 다 깨졌는데도 정신없이 주무시더군요.”

“사고? 무슨 사고?”

“주행 중에 뒷바퀴가 터졌습니다.”

“그래서 유리창이 다 깨졌다고?”

타이어가 터진다 해서 유리창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반문한 것이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았잖아요. 그 충격으로 깨진 겁니다.”

총격을 받았다는 소리는 일부러 할 필요가 없다.

“아무튼 차가 이 꼴이니 다른 걸로 갈아타야 합니다.”

“그래, 그래야지.”

홍 의원이 차에서 소지품을 챙길 때 먼저 뒤로 간 현수는 요원들에게 보험회사 직원인 척해 달라고 했다.

당연히 고개를 끄덕인다.

“자, 타시죠.”

“보험회사에서 벌써 온 건가?”

“네. 갈 길이 머니 어서 타세요.”

“그래, 그러세.”

홍 의원은 별 의심 없이 검은색 소나타에 올라탄다.

다시 계룡대로 향하는 동안 홍 의원은 또 잠들었다. 통화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마법으로 재운 것이다.

4장 말이 되는 보고를 해!

엄규백 요원과 다시 통화하였다.

두 녀석을 어떻게 제압했는지를 묻는다. 하여 나무 뒤에 은신한 척한 뒤 도랑으로 다가가 뒤에서 제압했다고 대답했다.

염 요원은 이번엔 운이 좋았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말라면서 근접 경호를 권한다. 이에 현수는 곧 출국할 것이니 번거롭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엄 요원은 어젯밤 제2함대 사령부에서 머물렀던 이유를 말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현수는 비밀 엄수를 조건으로 걸고 양만춘함의 엔진 개조 작업에 조언을 했다고 했다. 목적은 연비 향상이다.

의아해했으나 그것까지 설명해 줄 이유가 없기에 그냥 그런 줄 알라고 했다.

다음은 울림네트워크 박 대표와의 통화이다.

사고가 났다는 소리에 엔진부터 묻는다.

피식 웃고는 적당히 둘러댔다. 다행히 차체엔 총탄에 의한 구멍이 없기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보험을 들어놨으니 사고에 대한 회사 측 피해는 전무하다면서 껄껄 웃는다.

전화를 끊자마자 이실리프 어패럴의 박근홍 사장과 연결되었다. 강철환이 왔다 갔으며 사무실에서 있었던 대화 내용을 녹음하여 이메일로 보냈으니 확인하라는 것이다.

현수가 탄 검정색 소나타가 계룡대 인근에 당도할 즈음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선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령관님, 을지문덕함으로부터 긴급 전문입니다.”

“긴급 전문? 뭔데?”

심흥수 소장의 시선을 받은 부관이 황급히 입을 연다.

“양만춘함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뭐라고?”

“양만춘함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 소장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다. 양만춘함은 길이 135.4m, 너비 14.2m짜리이다.

이 큰 함정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레이더 고장인가 확인해 보라고 해.”

“이미 확인해 보았는데 아무 이상 없답니다.”

“그런데 왜……?”

“을지문덕함에서도 이유를 몰라 사령부로 연락한 겁니다.”

“그럼 청주함과 속초함에 연락해 봐.”

청주함과 속초함은 배수량 2,300톤급 호위함이다.

길이 102m, 폭 11m로 DA―05 대공, 대수상 레이더와 SPS―10C 항법레이더가 장착되어 있다.

“이미 연락해 보았습니다. 그쪽에서도 양만춘함이 레이더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뭐야? 그럼 혹시…….”

뭔가를 떠올린 듯 심흥수 소장의 안색이 급격하게 창백해진다. 수상함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경우는 딱 하나, 침몰뿐이다. 만일 그렇다면 군복을 벗어야 할 것이다.

이를 눈치챈 부관이 얼른 입을 연다.

“아! 양만춘함은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지금 예정된 항로를 따라 순항 중이라는 보고가 잠시 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왜 레이더에 안 잡힌다는 거야?”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 현재 작전 중인 잠수함을 찾아보았습니다만 인근 해역엔 없습니다.”

“흐음, 왜 그런 거지? 다시 시도해 보라고 해.”

심 소장은 침몰이 아니라는 말에 다시 제 안색을 찾고 있다.

“네, 알겠습니다.”

부관이 명령을 하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심 소장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하기 때문이다.

‘세 함정 모두 레이더가 고장 났을 리는 없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부관이 되돌아온다.

“지시하신 대로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사령관님!”

“왜?”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을지문덕함의 레이더엔 속초함과 청주함이 잘 잡힌다고 합니다. 속초함과 청주함에서도 을지문덕함이 나타나고요. 그런데 왜 양만춘함만 안 잡히는 걸까요?”

“글쎄? 양만춘함이 갑자기 스텔스함이라도 된 걸까?”

“스텔스함이요?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그건 그래. 그런데 왜 레이더에 안 잡히지? 참, 양만춘함과 연결해서 상황 보고하라고 해.”

“네, 그렇지 않아도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좋아, 보고해.”

“우선 스크류에서 발생되는 소음이 30데시벨 이하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뭐? 얼마라고?”

심 소장의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네, 30데시벨 이하라고 합니다. 계기가 잘못되었나 싶어 확인해 보았으나 이상이 없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30데시벨 이하가 나온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너무나 이상해서 계속 측정하고 있답니다. 참, 이 측정은 최고 속력일 때라고 합니다.”

“말도 안 돼! 최고 속도에서 어떻게 30데시벨 이하로 내려갈 수 있어?”

심 소장이 부관을 쏘아본다. 이따위 보고를 계속하면 군화 신은 발로 조인트를 한 방 날릴 기세이다.

이를 눈치챈 부관이 슬쩍 한발 물러선다. 괜한 매를 맞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다시 확인해!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보고는 하지 말고. 자네 선에서 거를 것은 다 거른 뒤 보고하란 말이야.”

“죄송합니다. 다시 확인 후 보고 드리겠습니다.”

심 소장의 이런 말은 근거가 있다.

미국 씨울프급,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100∼110데시벨, 러시아 타이푼급은 125데시벨, 대한민국 209급은 100∼110데시벨, 지나 한급 잠수함은 120데시벨이다.

은밀성이 생명인 잠수함이 이런데 수상함인 양만춘함이 겨우 30데시벨 이하라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부관은 자리를 비운 지 불과 5분 만에 다시 왔다.

“사령관님, 양만춘함에 재확인했습니다. 현재 속도 42노트, 스크류 소음 29데시벨입니다.”

“이봐, 부관! 너 진짜 이럴 거야? 양만춘함의 최고 속도가 시속 30노트라는 거 모르나?”

“압니다. 그런데 양만춘함에서 그렇게 보고하였습니다. 이 보고는 김상우 함장님께서 직접 하신 겁니다.”

“뭐? 안 되겠군. 통신실로 가세.”

“네, 사령관님!”

“아! 나 함대사령관이다.”

“필승! 통신 담당 대위 함필완입니다.”

“김상우 함장 옆에 있나?”

“네, 있습니다.”

“그래? 그럼 바꿔!”

심 소장은 평상시엔 매우 차분하지만 가끔 저돌적인 성품으로 변모한다. 하여 ‘서해의 롬멜’이라는 칭호를 듣기도 한다.

독일의 전쟁 영웅 에르빈 롬멜(Erwin Rommel)은 ‘사막의 여우’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아프리카 군단 사령관일 때 붙은 것이다. 전차전과 전격 전술에도 뛰어났지만 결정적으로 기만 전술에 뛰어났기 때문이다.

심흥수 소장이 차분할 때는 최상의 전략 전술을 짜낸다. 여기엔 온갖 기만전술도 포함되어 있다.

반면 저돌적일 때는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해진다.

그럼에도 지금껏 단 한 번도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서해의 롬멜’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의 심 소장은 약간 저돌적인 상태이다.

“필승! 대령 김상우입니다.”

“김 대령, 본관은 잠시 전 부관으로부터 말도 안 되는 보고를 받았네. 뭔지 아나?”

“네, 알고 있습니다.”

“좋아, 자네에게 직접 듣고 싶군. 보고하게.”

“네, 현재 시속 42노트로 항진 중입니다. 엔진을 손본 이후 출력이 상당히 많이 늘어난 때문인 것으로 사료됩니다.”

“뭐? 42노트? 확실한가?”

“네, 42노트 확실합니다.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끄으응! 말도 안 돼. 엔진을 하룻밤 손봤다고 그렇게 늘어날 수 있나?”

“고복현 대위와 배영원 상사 역시 영문을 몰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엔진 가동 중이라 분해를 할 수 없으므로 이유를 알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 추진기 소음이 29데시벨이라는 말 같지 않은 소리를 들은 바 있다. 이것도 사실인가?”

“맞습니다. 방금 전 측정치는 28.2데시벨입니다. 아까보다 조금 더 내려갔습니다.”

“헐!”

심 소장은 저도 모르게 나직한 탄성을 낸다. 방금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를 들은 때문이다.

“배의 진동은?”

“전에 비하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끄으응! 그 친구가 큰일을 해낸 것 같구먼.”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험 운항을 마치고 나면 연비부터 확인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나저나 그쪽에선 을지문덕함이나 청주함, 속초함이 레이더에 잡히나?”

“네, 아주 잘 잡힙니다.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저쪽에선 양만춘함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네.”

“네?”

“아무래도 자네 배가 스텔스 함이 된 듯하이.”

“스텔스 함이라니요. 새로운 도료를 칠한 것도 아닌데.”

“아무튼 돌아와서 보고하게.”

“네, 이만 통신 끊습니다. 필승!”

함대사령부 통신실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

모두 들은 것을 종합해 보면 양만춘함은 최고 속도가 무려 12노트나 늘었다. 40%나 성능 향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소음은 말도 안 되게 줄었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잠수함 중 하나로 인정받는 209급 장보고함이 내는 소음보다도 훨씬 정숙하다.

뿐만이 아니다.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함이 되었다. 전투가 벌어질 경우 가장 강력한 패를 손에 쥔 셈이다.

듣자 하니 연비도 좋아진 모양이다.

환호성이 터져 나와야 정상이다.

그런데 함대사령관이 한참 동안 인상을 쓰고 있다. 그렇기에 눈치만 보고 있느라 조용한 것이다.

“부관, 사령관실로 돌아간다.”

“네, 사령관님!”

사령관이 나가자 사령부 통신장교가 입을 연다.

“귀관들에게 미리 말한다. 오늘 보고 들은 내용은 전부 1급 비밀이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장병들 모두 긴장된 표정을 짓는다.

국방부 군사 비밀의 등급 구분에 관한 세부 기준을 살펴보면 1급 비밀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비밀 군사동맹 추진 계획 또는 비밀 군사동맹 조약

2. 전쟁 계획 또는 정책

3. 전략 무기 개발 계획 또는 운용 계획

4. 극히 보안을 요하는 특수공작 계획

5. 주변국에 대한 아측의 판단과 의도가 포함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군사 전략

통신관은 아직 명령받지 못하였지만 조금 전의 상황이 1급 비밀에 준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렇기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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