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09화 (509/1,307)

# 509

“아무래도 전투복에 비하면 그렇습니다.”

“그거 우리에게도 납품해 줄 수 있나? 가격은 그대로 하고.”

국방장관은 속내를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장병들에게 항온 내복을 입히면 겨울철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

이미 확보된 예산에서 난방비가 줄어들면 전력 강화에 예산을 전용할 수 있다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현수의 눈을 빤히 바라본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국가를 위해 이만한 희생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지요. 그런데 내복은 그렇게 하지만 체육복까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운동을 하면 몸에서 땀이 나기에 한 말이다.

“그렇군. 좋네, 그럼 이렇게 하세. 동복과 하복, 그리고 내복을 납품토록 해주겠네. 대신 납품가는 좀 깎아주시게.”

“제가 사장이 아니라 뭐라 확답은 드릴 수 없지만 상의한 후 말씀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다만 일이 잘되게 설득 부탁하네.”

“물론입니다.”

현수와 국방장관은 납품 관련 이야기를 조금 더 했다.

문제는 기존에 납품받은 물량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생각보다 당장의 공급 물량은 많지 않다.

법규에 의하면 전투복은 경쟁 계약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항온 전투복은 경쟁 상대가 없다. 이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아직 미정이지만 기존 전투복보다 비쌀 것이다. 예산이 발목을 잡는다고 한다.

이런 여러 문제들이 차근차근 해결되어야 함을 주지시킨다.

다시 말해 계약을 한다 하더라도 금방 납품하지는 못할 것이란 뜻이다.

장관은 현수가 실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특별 물량은 수의계약을 통해 하겠다고 한다.

가장 절실하게 항온 전투복이 필요한 곳은 당연히 최전방 지역이다. 이들에게 지급할 물량만큼은 빠른 시일 내에 제작해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차츰 물량을 늘려가겠다고 한다. 납품일로부터 3년간 효능이 유지된다는 말에 한숨을 쉰다.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잠시 대화가 끊겼을 때 현수는 차에 가서 준비해 온 전투복 샘플을 가지고 올라오는 척했다. 아공간에서 꺼내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필승! 국방장관님을 뵙습니다.”

“오! 한영호 사령관, 어서 오십시오.”

“필승! 국방장관님의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김동수 사령관도 어서 오시오.”

기무사령관 한영호 소장과 군수사령부 김동수 중장은 국방장관과 경례를 주고받았다.

“부관들은 밖에서 대기하게.”

“네, 알겠습니다.”

송지호 참모총장의 말에 따라왔던 부관들이 물러난다.

“자, 자리에 앉읍시다. 참, 이쪽은 국회의원 홍진표님이고 이쪽은 천지건설 김현수 전무입니다. 인사를 나누십시오.”

5장 IQ검사 결과는?

“안녕하세요? 김현수입니다.”

“홍진표 의원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한영호 소장입니다.”

“김동수 중장입니다. 반갑습니다.”

가볍게 악수를 주고받고는 자리를 잡았다.

“우선 두 사령관님을 이 자리에 부른 것은 상의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전에 먼저 김 전무가 주는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오십시오.”

“……?”

계급장도 없는 전투복을 받아 든 송지호 참모총장은 뭔지 알기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한영호 기무사령관과 김동수 군수사령관은 의아하다는 눈빛이다.

“갈아입고 오면 뭔지 알게 될 테니 번거롭더라도 잠깐 가세. 옷 갈아입을 곳은 저곳이네.”

참모총장의 뒤를 따라 경의실로 들어갔던 세 장성이 나와 자리를 잡았다.

“김 전무, 갈아입고 온 전투복에 대한 설명 부탁하네.”

“네, 지금 입고 계신 것은 항온 전투복이라는 것으로…….”

현수의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말미엔 주한미군 19전구지원 사령부에 10만 벌 납품 계약이 이루어졌음도 이야기했다.

“이게 정말 그런 기능이 있는 겁니까?”

실내에 있기에 온도 변화를 느끼지 못한 한영호 소장과 김동수 중장이 미심쩍다는 표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였으니 우리 잠깐 밖으로 나가봅시다. 김 전무와 홍 의원님은 여기서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장관을 비롯한 장성 셋이 나갔다 들어온 것은 10여 분 후이다. 그사이에 당번병이 들어와 커피를 또 내놨다.

“흐음, 이거 정말 괜찮은데요?”

김동수 군수사령관이 항온 전투복을 쓰다듬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기상청에서 개발한 체감온도지수(Wind Chill Temperature Index)를 이용하고 있다. 이것은 풍속과 습도, 일사량, 그리고 실제 온도 등을 통해 산정된다.

예를 들어, 실제 기온이 4.5℃, 풍속이 초속 4.1m일 때 실제로 우리 피부에 와 닿는 추위는 6.2℃이다.

넷이 밖으로 나갔을 때 마침 거센 바람이 불었다. 초속 30m 이상이다. 삽시간에 체온이 떨어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바람에 노출된 얼굴과 손은 차가움을 느꼈지만 몸에선 그런 것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하여 일부러 바람 센 곳을 찾아갔다. 서 있으면 계속해서 체온이 떨어지면서 소름이 돋아야 한다.

소름이 돋는 이유는 추울 때 털구멍으로 몸의 열이 새는 것을 막아주려는 것이다. 입모근(立毛筋)이라는 근육이 수축해서 돋는 것이다. 그런데 소름이 돋지 않았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얼굴과 손에서 느껴지던 차가움이 서서히 사라진다. 따뜻한 혈액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겨울에 목욕을 하고 나서면 처음엔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 체온이 올라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상황이기에 세 장성은 별다른 한기를 느끼지 못하고 들어왔다.

같은 시각, 부관들도 같은 장소에 있었다. 언제 어떤 지시가 내려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항온 전투복을 걸치지 않는 그들은 부르르 떨었다. 체감온도가 한꺼번에 확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자리에 앉읍시다. 김 전무, 아까 그거 다시 한 번 재생해 주겠소?”

“네, 장관님!”

MP3 파일이 다시 한 번 재생되는 동안 한영호 기무사령관과 김동수 군수사령관의 얼굴이 붉어진다.

이윽고 재생이 끝났다. 모두의 시선이 장관에게 향한다.

“흐음! 김 전무님과 홍 의원님, 미안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워주시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오갈 말은 현수와 홍 의원과는 관련 없는 말이라는 뜻이기에 얼른 일어나 자리를 비켜주었다.

둘이 자리를 비우자 장관이 참모총장을 바라본다.

“총장님.”

“네, 장관님.”

“제가 볼 때 강철환 예비역 대령은 적절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십니까?”

“물론입니다.”

“듣자 하니 선진식 소령은 현역임에도 이 일과 연루되어 있습니다. 확실히 조사해서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다음은 군수사령부 보급처 최세창 대령의 건입니다.”

말은 참모총장에게 하면서 시선은 김동수 군수사령관을 바라본다. 위계질서가 있기에 계통에 따른 명령을 내리지만 잘 들으라는 뜻이다.

“항온 전투복은 우리 군의 전력 강화에 상당히 요긴할 것이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그럼에도 대령이라는 자가 국가 비밀이 될 것을 타국에 넘겼습니다.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 또한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즉각 소환하여 납득하실 만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모두의 시선이 또 한 번 오정섭 국방장관에게 향한다.

“기무사 예비역 가운데 극히 일부가 바른 길을 걷는 것 같지 않습니다. 아울러 예편 후 조직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조사를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확실히 조사하여 다시는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군은 많은 부분이 쇄신되어야 합니다. 관행이라 해서 미룰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고칩시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참모총장이 부하들을 대신하여 정중히 고개 숙인다.

“이건 총장께서 죄송해할 일이 아닙니다. 뿌리 깊은 부정과 부패, 그리고 무능과 협잡이 빚어낸 일이지요. 국민들에게 떳떳한 군이 되도록 모두가 노력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현수와 홍 의원이 계룡대를 떠난 것은 오후 4시 경이다.

“어디라고 하셨죠?”

“조금 있다가 우회전하게. 그리로 쭉 가면 심리연구소 간판이 나온다는군.”

홍 의원이 인터넷 화면에 나타난 지도를 보며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흐음, 다 왔군. 저기네. 주차장은 건물 뒤편에 있다는군.”

“네, 알겠습니다.”

차를 대고 연구소로 들어가 예약했음을 알렸다.

잠시 후 일대일 지능 검사가 시작되었다.

묻고 답하는 가운데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검사가 끝났다.

비용이 무려 30만 원이라지만 흔쾌히 지불했다. 본인의 지능이 얼마인지 정말 궁금했던 때문이다.

원래는 최소 하루가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떼를 써서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점수는 매기는 동안 둘은 나가서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결과를 듣는 시간만 한 시간이 넘었다.

현수의 두뇌는 상위 0.000000001%에 해당되며 IQ 점수는 255 정도 된다며 흥분한다.

곁에서 같이 설명을 듣던 홍 의원이 혀를 내두른다. 세계 최고의 지능일 것이라는 검사원의 설명이 있은 직후이다.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니 호주 출신 테렌스 타오가 IQ 230으로 세계 1위로 기록되어 있다.

여덟 살 때 대학 입학 자격시험(SAT)에서 760점을 받았다. 스물네 살에 UCLA 최연소 교수가 되었다.

2위는 크리스토퍼 히라타이다. IQ 225 판정을 받은 그는 16세 때 NASA의 화성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3위는 한국의 김응용이다. IQ 210이다.

다섯 살 때 네 개 국어를 했고, 여섯 살엔 방정식과 적분 문제를 풀어냈다. 미국항공우주국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살아 있는 사람 중 가장 높은 IQ가 230이다. 그런데 현수는 그보다 10% 이상 높은 255라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세계 순위에 변동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검사원은 계속해서 뭔가 잘못 계산했을 수도 있다면서 서류를 뒤적인다. 이런 결과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잘못된 점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연락해 주겠다는 말을 듣고 심리연구소를 나섰다.

“하긴 세계 최고의 두뇌이니 전공하지도 않은 엔진을 그렇게 주물럭거릴 수 있었겠군.”

“에구…….”

대놓고 하는 칭찬이라 낯이 붉어진다. 하지만 굳이 아니라곤 하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믿어주는 편이 좋기 때문이다.

‘전능의 팔찌 안쪽에 새겨진 브레인 리프레시 마법이 이렇게 효과가 좋은 건가? 흐음, 이담에 애들 태어나면 꼭 만들어줘야겠군.’

평범하던 현수의 두뇌가 이토록 비약적인 발전을 이를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브레인 리프레시 마법진인 것만은 분명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바로 켈레모라니가 선물로 준 비늘이다. 정제된 순수 마나를 막대하게 품고 있기에 끊임없이 뇌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전 세계 최고의 IQ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자, 이제 서울로 올라가실 거죠?”

“그럼 가야지. 내일 본회의가 있어 참석해야 하네.”

“네, 그럼 서울로 모시겠습니다.”

대전을 떠나 서울로 가는 동안 둘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홍진표 의원은 현수보다 훨씬 연장자이기는 하지만 생각하는 것이 상당히 진취적이다. 그렇기에 여러 면에서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다.

“내가 국방위원회에 몸담고 있는 동안 열심히 밀어주겠네, 그러니 우리 국방을 위해 애써주시게.”

“네, 그래야지요. 그게 국민 된 도리니까요.”

양만춘함으로부터의 연락은 아직 없다.

현재 데이터를 뽑느라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하여 성능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홍 의원은 현수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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