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2
다시 말해 마약 밀매, 매춘, 무기 밀매, 밀수 같은 불법적인 일보다는 이실리프 무역상사와의 거래 같은 합법적인 일을 선호한다.
아무튼 요즘 현수는 레드 마피아의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다.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 드미트리는 모스크바의 전갈을 받았다. 앞으로 현수의 안위를 각별히 살피라는 내용이다.
이런 인물과 이처럼 가까이 지낼 수 있으니 기분 좋아 웃는 것이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연락 주신 겁니까?”
“전에 만났던 까차와 선을 대어줄 수 있는지요?”
“까차라면 계약 관계로 만났던 예카테리나 일리치 브레즈네프 변호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하버드 로스쿨을 나왔다는 그 아가씨요.”
“물론 연락됩니다. 법률적인 도움이 필요한가요?”
“아뇨. 까차를 모델로 쓸 일이 있어서 그럽니다.”
“모델이요? 변호사인데……. 그렇다면 직접 연락하시지 왜? 혹시 전에 받았던 명함을 잃으신 겁니까?”
말을 하며 휴대폰을 꺼내 번호 검색을 하려 한다.
“아뇨. 미스터 드미트리가 데려온 사람이니 당연히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에이, 그냥 전화하셔도 되는데……. 그 건은 그렇게 하십시오. 그리고 조금 전 모스크바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
무슨 내용이냐는 표정을 짓자 드미트리가 말을 잇는다.
“대보스께서 보스를 경호하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하여 아이들을 부르려 합니다. 불편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경호요? 끄응!”
선의의 배려이다. 그런데 덩치 큰 외국인 경호원들과 다니면 사람들의 시선이 쏠릴 것이다.
당연히 마뜩치 않다. 그렇기에 나지막한 침음을 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내 경호보다는 부모님과 처가 식구들 경호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미스터 드미트리의 생각은 어때요?”
토탈가드에서 경호를 하고 있다. 여기에 인원이 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 것이다.
드미트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보스의 부모님과 장인, 장모 되실 분이니 당연히 경호를 해야지요. 오면서 이미 지시를 내려두었으니 그분들에 대한 경호는 곧 시작될 겁니다.”
“토탈가드라는 경호 업체에서 경호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원거리 경호 정도면 될 듯합니다.”
“알겠습니다. 저희는 눈에 쉽게 뜨이니 당연히 그래야지요.”
“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 눈에 뜨여 좋을 게 없습니다. 그러니 경호보다는 내 부탁을 들어주십시오.”
“말씀하십시오.”
드미트리는 반론을 내지 않았다. 보스의 말이니 무조건 따르려는 것이다.
“지나에서 누군가 날 대상으로 테러를 명령했습니다. 어제는 소음기 달린 총까지 쏘더군요.”
“……!”
드미트리는 놀랐다는 표정을 짓는다. 한국은 총기 휴대가 불법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삼합회 한국지부장인 정림이라는 자가 지시했다고 합니다. 놈들을 찾아주십시오.”
“흐음, 알겠습니다.”
드미트리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감히 현수를 노렸다는 말 때문이다.
“국정원에서도 놈들의 위치를 파악하려 할 것이니 동선이 부딪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아울러 쓸데없는 충돌은 가급적 자제하세요. 놈들의 소재만 파악되면 국정원에 연락하여 모두 체포할 거니까요.”
“알겠습니다. 참, 조만간 북한에 들어가실 예정이지요?”
“…그렇습니다.”
“저를 동반해 주십시오.”
“……?”
“거기 제가 아는 인물이 있습니다. 저를 데리고 들어가는 것이 여러모로 편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혹시 까차도 데리고 들어갈 생각이십니까?”
“…그래야 할지도 모릅니다.”
까차는 이실리프 어패럴의 모델로 쓸 생각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북한과 접촉할 때 법률적인 부분을 짚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아무튼 까차와 연락을 해보십시오.”
드미트리가 물러간 이후 현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흐음, 북한이라…….’
은근히 떨리면서도 긴장된다.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체제의 국가이다. 그리고 적으로 간주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13년 초엔 전쟁 직전까지 긴장 상태가 고조되기도 했다.
푸틴의 친서가 있기에 신변 위협은 없을 것이다. 간이 아무리 커도 푸틴을 상대로 도발하긴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최대한 얻어내려 하겠지. 군부 강경파들은 반대할 것이고. 흐음, 마법을 써야 하나?’
현수는 잠시 상념에 잠긴 채 시간을 보냈다.
부우우웅! 부우우우웅―!
휴대폰이 진동한다. 번호를 보니 김상우 대령이다.
“흐음, 여보세요.”
“아! 김 전무님, 연락이 잘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바쁜 일이 있어서요. 그나저나 양만춘함에 대한 테스트는 끝났습니까?”
“네, 잘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전화 드렸습니다. 시간을 내주실 수 있는지요?”
“…그러지요. 제가 언제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저희 함대사령부로 오시는 건 어떨까요?”
몹시 조심스런 음성이다. 몇 시간 걸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지요. 지금 출발할까요?”
현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가 강해지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에 계시죠?”
“그렇습니다.”
“네, 지금 오십시오.”
전화를 끊고 차고로 내려가 스피드를 꺼냈다. 그리곤 곧장 평택에 위치한 제2함대 사령부로 직행했다.
“필승! 어서 오십시오.”
함대사령부 정문에 당도하자 위병 대신 고복현 대위가 튀어나온다.
“어떻게 고 대위님이…….”
“윗분들이 상당히 오래 기다렸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러세요. 타시죠.”
“네, 그럼!”
고 대위가 타자 차를 몰아 사령부 본관으로 향했다.
“이 차는 되게 정숙하네요.”
“네? 아, 네.”
오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 위해 논 노이즈 마법을 구현시켰다. 그렇기에 실내 소음은 대략 10데시벨 이하이다.
이 정도면 들릴 듯 말 듯한 숨소리 정도이다.
참고로 자동차 엔진 소음은 대개 75데시벨 정도 된다. 일반 스포츠카는 80데시벨이다.
그리고 20데시벨은 10데시벨보다 열 배 더 시끄러운 것이다.
“으응? 스피드가 원래 이런 건가요? 아주 정숙한데요?”
고 대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렇게 조용한 스포츠카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럴 리가요. 명색이 스포츠카인데요. 제가 손을 좀 봤죠. 조용하죠? 그나저나 양만춘함 테스트 결과는 어때요?”
“참, 그것 때문에 지금 함대사령부는 물론이고 해군사령부까지 난리가 아닙니다.”
“그래요?”
예견했던 일이기에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짓지 않는 현수이다.
“일단 연비는 대략 8분지 1 정도로 줄었습니다. 반면 출력은 20% 정도 늘었지요. 문제는 이게 아닙니다.”
“흠, 연비가 마음에 안 드네요. 뭔가 잘못된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상당히 조용해지지 않았나요?”
“그걸 어떻게……? 측정 결과 29데시벨 이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어떤 잠수함도 잡아내기 힘들 정도입니다.”
“레이더엔 어떻던가요? 잡히지 않는 스텔스 함이 되었나요?”
“설마… 그것도 김 전무님이 손보신 겁니까?”
“네. 어찌 되나 시험해 본 겁니다.”
“엔진과 터빈만 만진 거 아닌가요?”
“세 분이 터빈을 조립하는 동안 추진기도 손을 좀 봤고 선체 표면도 좀 살펴봤죠.”
현수가 사이드미러로 뒤를 살피자 고 대위는 멍한 시선이 되어 있다. 그러다 다시 현수를 바라본다.
“……!”
기적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런데 너무도 태연하다.
“아무튼 연비는 조금 나아졌고 시끄러운 것도 잡힌 거군요. 레이더엔 안 잡히게 되었구요.”
“네.”
“흐음, 엔진은 한 번 더 봐야겠습니다. 뭐가 잘못되지 않곤 그렇게 안 될 테니까요.”
“……!”
고 대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본관 건물에 당도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에도 고 대위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넋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중이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네, 다시 뵈니 반갑네요.”
심흥수 소장이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김상우 대령이 목례를 하기에 고개 숙여 예를 갖췄다.
“자, 일단 앉죠. 할 말이 많습니다.”
“네, 그러죠.”
“오시면서 고 대위에게서 이야기 들었습니까?”
“네, 엔진은 또 손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연비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끄응!”
“헐!”
심 소장과 김 대령이 거의 동시에 침음을 낸다.
연비 여덟 배의 향상은 꿈도 꾸지 않던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된 것처럼 이야기하니 말문이 막힌 것이다.
이때 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추진기 소음이 줄어든 것과 선체에서 음파와 전파를 흡수하도록 한 것은 성공한 듯하군요.”
“대체 어떻게 손보신 건지요?”
“그건 기업 비밀입니다.”
“군 전투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조만간 이실리프 엔진이라는 회사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연비 향상 기술은 극비입니다.”
“……!”
대답은 안 했지만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두 알아듣는 모양이다. 말들이 없다.
“나중에 엔진을 뜯어보시면 알겠지만 어떤 방법으로 연비를 향상시켰는지는 알아내실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 기술은 특허를 내지 않을 예정입니다.”
“네? 그건 왜? 특허를 내는 게 유리한 거 아닙니까?”
상식선에서 생각한 심 소장이 한 말이다.
“누구든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으면 하라는 뜻입니다.”
“그래도…….”
심 소장과 김 대령 둘 다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리고 소음 절감 기술과 음파 및 전파 흡수 기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겠다는 뜻입니까?”
“아마도 그럴 겁니다.”
“만일 작전 중에 고장이라도 나면… 그때마다 와서 손봐주실 수는 없잖습니까?”
“아마 고장 나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제가 다시 이곳에 올 일은 거의 없겠지요.”
“그걸 어떻게 장담하십니까?”
“죄송합니다만 그것 역시 기밀입니다.”
현수의 말이 끝나자 심흥수 소장이 시선을 맞춘다.
“오늘 오전에 참모총장님께만 보고를 드렸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기업에 매인 몸입니다. 그리고 그 기업의 허가가 있어 개인 사업도 하고 있구요.”
“그건 압니다. 하지만 김 전무님이 나서주시기만 하면 우리 해군의 전투력이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현수는 심 소장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세종대왕함급 세 척, 이순신함급 여섯 척, 천지함급 세 척, 그리고 고준봉함급 네 척과 독도함은 손봐 드리겠습니다.”
“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때 또 말을 잇는다.
“참, 장보고함급 아홉 척과 손원일함급 세 척도 손봐 드리지요.”
애초의 계획은 대양작전에 나설 수 있는 스무 척이었다. 그런데 장보고함급 잠수함 아홉 척이 늘어났다.
이는 일본이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일로 대한민국의 국민감정은 강하게 자극되고 있다.
따라서 분쟁 발생 확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만일 일본과 맞붙는다면 해군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 장보고함급 잠수함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래서 추가로 손봐줄 생각을 한 것이다.
어쨌거나 심 소장과 김 대령은 눈만 끔벅이고 있다. 대체 무슨 말이냐는 뜻이다.
“방금 말씀드린 함정의 엔진 개조와 추진기 소음 절감, 그리고 음파 및 전파 흡수 작업은 해드리겠습니다.”
“……?”
아무 말이 없기에 현수는 말을 이었다.
“양만춘함은 시범 케이스니까 공짜지만 나머지는 모두 비용을 청구할 것입니다.”
“비용이요?”
“최첨단 기술입니다. 당연히 공짜로 해드릴 수는 없지요. 참, 대양작전에 투입될 전함이 추가로 건조되면 그것 역시 손봐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