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13화 (513/1,307)

# 513

“좋습니다. 비용은 얼마를 청구하실 생각입니까?”

“연비 향상 작업은 엔진 하나당 1,000만 원, 추진기 소음 제거 작업은 추진기 하나당 500만 원, 음파 및 전파 흡수 작업은 척당 1,000만 원씩 받겠습니다.”

“네?”

엔진 연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주고 평범한 구축함을 하루 사이에 무적의 스텔스 함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그런데 너무 적은 비용을 부르기에 놀란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 국가에 봉사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부른 겁니다. 실제로는 그것의 1,000배를 받아야 하는 겁니다.”

“……!”

이 대목에서 모두 말이 없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고개는 끄덕이고 있다. 현수의 말처럼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일이라는 것을 공감한 때문이다.

“참고로 이 기술은 국내 전함에만 적용시킬 겁니다. 외국에 소문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 제가 납치되면 어찌 되는지 아시지요?”

“그, 그럼요.”

김 대령은 생각만으로도 진땀이 난다는 듯 이마를 훔친다.

“당연하지요. 그게 어떤 기술인데…….”

심 소장도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을 빛낸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을 잇는다.

“양만춘호에는 두 대의 슈퍼링스가 있다는 거 아시지요?”

“좋아요. 그건 연비 향상 작업과 음파 및 전파 흡수 작업을 해드리죠. 양만춘호는 무료지만 나머지는 돈을 받을 겁니다.”

“당연합니다. 받으셔야지요. 그런데 정말 그 금액에 작업을 해주실 수 있는 겁니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국가에 대한 봉사 차원입니다. 그리고 제가 있어 대한민국 해군의 전투력이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해군을 대표하여 김 전무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필승!”

느닷없는 심 소장의 경례에 현수는 당황했다. 예비역 병장이 현역 투 스타로부터 경례를 받았으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사령관님……!”

“해군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뜻입니다.”

심 소장의 눈빛이 빛난다.

2012년 전 세계 해군 순위를 보면 1위는 미국이다.

2위 러시아, 3위 영국, 4위 일본, 5위 프랑스, 6위 지나, 그리고 10위가 대한민국이다.

200개가 넘는 나라에서 10위라면 분명 상위이다. 하지만 이웃한 두 나라가 각기 4위와 6위이다.

4위인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해군은 40% 수준도 안 된다. 이런 나라와 해묵은 감정이 깊다.

그렇기에 모든 스포츠 경기에 있어 대 일본전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치러진다. 그리고 다른 나라와의 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일본전에서 패하면 욕을 먹는다.

한 번쯤 붙어서 완전히 깨버리고 싶은 나라가 일본이다. 하지만 해군력 열세 때문에 늘 분루를 삼켜야 했다.

만일 현수가 나서서 앞에 언급했던 전함들에 대한 개조 작업을 해준다면 맞장 떠도 지지 않을 것이다.

2013년 현재 대한민국은 장보고함급 아홉 척, 손원일함급 세 척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소류급 아홉 척, 오야시오급 열 척, 그리고 신형 잠수함 여섯 척을 보유하고 있다.

숫자로만 따지면 12대 24이고 배수량 기준으로 따지면 더 큰 격차로 벌어진다.

그런데 현수가 손봐주기만 하면 일본의 모든 잠수함은 장보고함급 잠수함 아홉 척만으로도 작살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장보고함은 약 14,000㎞를 항주할 수 있으며 추진기 소음은 100∼110데시벨 정도 된다.

이를 손본 결과가 예상대로라면 항주 거리 168,000㎞가 되니 지구를 네 바퀴쯤 돌 수 있게 된다.

추진기 소음은 30데시벨 이하로 뚝 떨어질 것이다.

참고로 바다 속은 생각보다 시끄럽다.

수심 40m 소음은 약 63.7dB, 100m는 약 35dB 정도 된다. 파도와 해류가 내는 소리 때문이다.

잠수함 탐지에는 소나라는 수중 음향 탐지 장치가 사용된다. 그런데 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정숙한 잠수함이 지난다.

여기에 음파 및 전파까지 모두 흡수당한다. 당연히 일본 해자대는 장보고함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슬그머니 다가가 어뢰를 한 방씩 먹여준다면 얼마나 통쾌할까?

아마도 일본의 최신 이지스함 중 하나인 아타고함(7,700톤급)이라 할지라도 단숨에 침몰될 것이다.

수중 배수량 5,200톤급 소류급 신형 잠수함 역시 어뢰의 밥이 되어 압궤되는 비운을 맞이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했기에 눈빛을 빛내며 현수를 바라보는 것이다.

“오늘 온 김에 슈퍼링스를 손봐 드리죠. 저번처럼 엔진을 분해해 주십시오.”

“……?”

“저, 조만간 출국해야 합니다. 언제 들어올지 모릅니다. 그러니 가급적 빨리 일이 진행되도록 조치를 취해주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김 대령, 어서 움직이게.”

“네, 함대사령관님!”

김상우 대령이 벌떡 일어나 밖으로 향한다.

7장 좋은 사람 소개해 줄게

“일이 끝날 때쯤 참모총장님을 모시려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그러세요. 다만 보안이 매우 중요하니 꼭 필요한 사람만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입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럼 전 이만…….”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심 소장도 따라서 일어난다.

“부관, 김 전무님을 모시게.”

“네, 알겠습니다. 필승!”

보안을 위해 슈퍼링스 두 대는 정비창으로 옮겨졌다. 필수 작업자 세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모두 밖으로 소개되었다.

엔진 분해 작업이 끝나자 작업자들도 밖으로 내보냈다.

현수는 스피드의 트렁크에서 여러 공구를 꺼내는 시늉을 했다. 물론 아공간에 담겨 있는 것들이다.

그리곤 아무도 보지 않는 가운데 일련의 작업을 했다. 그 결과 슈퍼링스는 놀라운 변신을 이룬다.

첫째는 소음이 확연하게 줄어들게 된다. 110dB에서 30dB 이하로 확 떨어진 것이다.

둘째는 엔진 연비가 열두 배 이상 향상된다. 엔진을 손볼 뿐만 아니라 동체 자체에 경량화 마법진을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046㎞에 불과하던 항주 거리가 15,700㎞로 대폭 늘어난다. 작전 반경도 늘고 시간 또한 대폭 늘어난 것이다.

셋째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헬리콥터가 된다.

물론 음파 및 전파 흡수 마법진 덕분이다.

생각 같아서는 퍼팩트 트랜스페어런시 마법진까지 적용시켜 주고 싶다. 하지만 이건 심각한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어 제외시켰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비행 물체는 이미 있으므로 사람들이 용납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헬리콥터를 어찌 이해하겠는가!

모르긴 해도 현수를 납치해서 이 기술을 빼내려는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다. 어쩌면 이 때문에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마음만 먹고 뜻은 접은 것이다.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현수는 김 대령의 마지막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뢰의 항주 소음도 줄어들면 좋겠다는 말이다.

불가능하지는 않다. 어뢰 추진기에 논 노이즈 마법진을 그려 넣으면 된다.

문제는 마법진 발동 시기이다. 평상시엔 대기만 하고 있다가 발사되는 순간부터 작동되게 하는 것이 까다로운 것이다.

‘흐음! 불가능한 건 아닌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참모총장과의 만남이 떠오른다.

이 자리에서 현수는 몇 가지 요구를 했다.

첫째는 가급적이면 아는 사람이 적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본인의 존재를 감춰 달라는 요구를 했다.

당연히 받아들인다.

둘째는 대폭적으로 향상된 성능 등을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참모총장은 이번에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적이 모를수록 좋다면서 당연히 그러겠노라고 맹세까지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웃는 낯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세 번째 요구 사항을 들었을 때 참모총장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본인의 능력으론 한계가 있는 요구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대체 왜 자신에게 그런 요구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쓴웃음을 지은 채이다.

현수의 요구는 뜬금없는 여성가족부의 폐지였다.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우연히 읽게 된 여러 게시물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생긴 이래 사용된 예산 총액은 3조 원이 넘는다. 그런데 2006년 기록을 보면 여성가족부는 예산 사용 내역 제출을 거부했다. 그때 사용된 일부 용처가 밝혀졌다.

여성부장관 화분 구입비 1,577만 원, 직원 생일 축하비 330만 원 등이다.

2005년엔 송년 파티로 966만 4,548원이나 썼다고 한다.

청문회에서 예산을 어디에 썼느냐고 물었더니 여자라고 무시하느냐며 발끈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호텔에서 80명이 참석한 여남평등시상식을 한 바 있다. 이때 사용된 비용만 40억 원이다.

비용이 1인당 5천만 원이나 드는 호화 시상식을 한 것이다.

여성가족부 직원 회식비 및 가족 경조사비 지출만 14억 원이다.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경비 지출이기에 국정감사 때 이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런데 거부했다.

국정감사 때 남성의 군복무 기간을 5년으로 늘리자는 여성부국장의 주장을 본 순간 현수는 뻗치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죠리퐁이 여성의 성기와 닮았다면서 판매 금지를 추진했다.

테트리스 게임은 긴 것을 움푹한 곳에 끼우는 것인데 성관계의 모습과 비슷하다며 금지를 추진했다.

현대자동차의 소나타3는 전조등이 남성의 성기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불매 운동을 했다.

강릉시 주문진에 위치한 아들바위가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긴다고 판단되어 소원바위로 바꾸라고 압력을 넣었다.

목욕탕 수건 사건도 있다.

남자는 수건을 마음껏 쓰게 하면서 여자는 그러지 않는다며 트집을 잡아 소송을 걸었다.

이에 재판부는 서울시내 5개소 목욕탕에서 남탕과 여탕의 수건 분실율을 한 달간 조사했다.

여탕 분실율은 89%, 남탕 분실율은 17%이다. 하여 여탕이 남탕의 다섯 배가 넘었다며 목욕탕의 손을 들어주었다.

마지막으로 여성부는 회식비로 600억 원을 지출했다.

“이보시게, 여성가족부의 폐지는 내 힘으론 안 되는 일이네.”

“그럼 저도 해군 전력 강화에 도움을 드릴 수 없습니다.”

현수는 딱 잘라 말하곤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참모총장은 이건 말도 안 되는 요구라면서 차라리 다른 것으로 바꾸라는 말까지 했지만 현수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조만간 공군참모총장도 만날 것이다. 그에게도 같은 요구를 할 생각이다.

물론 국방장관과 홍진표 의원도 곤혹스러워할 것이다.

러시아 가스전 개발 공사 및 파이프라인 연결 공사의 수주가 확정되면 대통령과 국무총리에게도 이야기할 생각이다.

되면 좋고 안 되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속내지만 그래도 끝까지 밀고 나가볼 생각이다.

현수는 잔뜩 일그러진 해군참모총장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피식 실소를 지었다.

그리곤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여러 가지를 구상했다. 운전 중인지라 메모할 수 없어 휴대폰의 녹음 기능을 사용했다.

* * *

“제가 좀 늦었나요?”

“아닐세. 나도 이제 막 들어왔네. 바쁘지?”

“아뇨, 바쁘긴요. 제가 바쁠 일이 뭐 있겠습니까.”

“말은 그리해도 바쁜 거 다 아네.”

신형섭 사장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말하겠네. 이거… 북한 내 친 러시아파 인사들 명단이네.”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받아 든 종이엔 직책과 성명이 기록되어 있다. 그 곁에는 전화번호도 쓰여 있다.

이런 걸 어떻게 구했는지 신기하다는 느낌이다.

“고맙긴, 이것도 회사 일인데. 이제 곧 들어갈 건가?”

“그래야죠.”

“어떻게? 지나나 러시아를 통해서 들어갈 건가, 아니면 휴전선을 넘어 곧장 갈 건가?”

“저는 지나를 통해 들어갈 생각입니다.”

굳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목을 피하려는 것이다.

국민전무가 된 현수가 휴전선을 넘는다는 것은 뉴스가 될 일이다. 따라서 많은 기자가 따라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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