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15화 (515/1,307)

# 515

사장실을 나선 현수는 기획영업단으로 향했다.

박진영 과장과 김지윤 대리, 그리고 황만규 주임과 구본홍 사원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정중히 고개 숙인다.

“오셨습니까?”

“아, 네. 수고가 많네요. 근데 무슨 작업을 하던 중이죠?”

박진영 과장이 나서서 설명한다.

“저흰 리우데자네이루 공사를 따기 위한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 중입니다. 매일 취합한 아이디어로 회의는 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은 도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내주세요.”

“네, 전무님!”

전무실로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난다.

똑, 똑, 똑!

“네.”

“저어, 전무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요? 들어오세요.”

조심스럽게 들어선 사람은 김지윤 대리이다.

문을 닫고는 정중히 고개 숙인다.

“제 어머니가 전무님께 무례를 저질렀다고 하더군요.”

“아, 그거요? 어머니께 이미 전화 받았습니다. 착각하셨다고 하더군요. 김 대리가 신경 안 써도 돼요.”

“아닙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김지윤이 허리 숙일 때 현수는 눈빛을 빛냈다.

“김 대리님.”

“네?”

“사내 연애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네에.”

지윤의 음성이 급격히 줄어든다.

“금방 괜찮은 사람 생길 테니 기운 내요.”

“…고맙습니다.”

“아픈 건 잠시니까 잊고 일하세요. 내가 진짜 괜찮은 사람 찾아서 소개해 줄게요.”

“네에, 고맙습니다.”

김지윤 대리가 물러가고 난 이후 현수는 창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34충이라 전망이 꽤 좋은 편이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데…….”

별뜻 없는 말을 나직이 중얼거려 본다.

저 아래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마치 개미처럼 작아 보인다. 자동차는 손톱 크기로 보인다.

작년까지만 해도 현수 역시 수많은 개미 가운데 하나였다.

그때는 잘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내가 운이 좋은 거겠지? 그치?”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한다.

“그럼, 지구 유일의 마법사인데. 기왕에 이렇게 되었으니 정말 멋지게 살아보자. 훗! 그러고 보니 이미 그러네.”

연희, 지현, 이리냐, 카이로시아, 로잘린 다섯 모두 옛말로 표현하자면 경국지색, 화용월태, 해어화, 침어낙안, 폐월수화, 단순호치라 할 수 있다.

절대 권력을 쥔 왕도 아니건만 이런 아름다운 여인들의 사랑을 받으니 이미 멋진 세상을 사는 셈이다.

회사에서도 현수는 특별한 존재이다. 이연서 회장과 신형섭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에 직장인의 신화이다.

이실리프 무역상사, 이실리프 상사, 이실리프 어패럴, 대한약품, 대한동물의약품 등 관여하는 곳마다 승승장구 중이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것을 이미 이룩했다.

“지켜야지. 지켜내야지.”

현수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즉시 책상에 앉아 휴대폰에 녹음된 내용을 재생시켰다. 그리곤 스케치하듯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돈은 있을 만큼 있다. 모르긴 해도 세계 최고의 부자일 것이다. 그러니 더 안 벌어도 된다.

그렇다면 이제 살기 좋은 세상에 있기만 하면 된다.

굳이 다른 나라, 다른 땅을 찾을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면 된다. 그렇기에 나라에 도움이 될 마법진들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양작전을 위한 해군 함선들에 대한 구상은 어느 정도 마쳤다.

연비 향상, 소음 저감, 그리고 스텔스화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주변 국가에 비해 열세인 공군에 대한 생각을 해보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공군력을 검색해 보니 일본과는 해볼 만하지만 지나에 비해선 현저한 열세이다.

이미 우리 군의 낡아빠진 기체를 포함한 전투기 보유 대수보다 지나의 4세대 기체 보유 대수가 더 많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 군 전체 전투기 보유 대수보다 지나의 SU―27 / 30 / 35 / 11의 숫자가 더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지나가 보유한 J―20 스텔스기를 상대할 만한 기체가 대한민국 공군엔 없다.

이런 열세를 단숨에 대등하게, 또는 뒤집는 수준이 되려면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의 F―22 랩터로 모두 바꾸거나 신형 스텔스 전투기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둘 다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학 기술로는 어렵지만 마법으론 어느 정도 가능하다.

모든 전투기의 스텔스화, 레이더 성능의 업그레이드, 미사일의 사거리 증가 및 스텔스화가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투기 엔진의 성능을 개선시켜 항속 거리 증가부터 필요하다 생각하였다.

지나보다는 일본과 먼저 붙을 확률이 높다.

독도를 자국 영토라 여기는 일본 때문에 국민감정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한국을 자극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F―15K는 독도 상공에서 채 30분도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 이것의 항속 거리가 5,700㎞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작전 반경은 1,600∼1,800㎞이다.

스피드와 마찬가지로 연비가 12배 향상된다면 항속 거리는 68,400㎞로 대폭 상승한다.

지구 둘레가 약 40,000㎞이나 한번 출격하면 한 바퀴 반이나 돌고도 남는다. 작전 반경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F―15K에는 AIM―120 암람이 장착된다.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이것의 유효 사거리는 68㎞ 정도 된다.

이것에 전파와 음파 흡수 마법을 적용시키면 스텔스 미사일로 변모된다. 매직 미사일과 킨 아이 마법까지 구현되면 적의 어떠한 회피 기동에도 속지 않고 끝까지 추적할 것이다.

이보다는 워프 마법이 더 쓸모 있을지 모른다. 사거리 개념이라는 것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워프 마법은 레이더에서 발견된 적기가 있는 자리로 미사일을 보내는 것이다. 적기는 갑작스레 출현한 미사일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수는 실현 가능한 워프 거리를 산출해 보았다. 어떤 마나석을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

하급은 대략 100㎞, 중급 200㎞, 상급 400㎞이다.

F―15K에 장착된 레이더의 탐지 거리는 최대 180㎞이다. 따라서 하급과 중급 사이의 것을 쓰면 될 것이다.

F―22 레이더 탐지 거리가 약 240㎞ 정도 된다는 걸 감안하면 레이더에 웹 마법, 또는 와이드 센스 마법을 적용시킬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그 자리를 워프 좌표로 입력하느냐는 것이다.

적 전투기의 3차원 좌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걸 레이더로 잡아낸다 하더라도 워프 마법진에 그 좌표를 입력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8장 수학 6대 난제를 풀어라!

‘흐음, 이건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하는 문제군. 되기만 하면 획기적일 텐데.’

사실 이건 획기적인 정도가 아니다.

예를 들어 핵폭탄을 폭발 10초 전에 맞춰놓고 적의 심장부로 보내면 어떤 일이 빚어질까?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궤멸되고 말 것이다.

핵폭탄뿐만이 아니다. 이 세상의 어떠한 미사일이나 폭탄도 이를 적용시키면 간단한 방법으로 적을 날려 버릴 수 있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얼른 메모했다.

일본 해자대 소속 호위대군들이 위치한 오미나토, 요코스카, 마이즈루, 구레, 사세보 등의 위치는 공개되어 있다.

분쟁이 발생되는 즉시 이곳으로 각종 미사일을 보내 초토화시키면 막대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한반도 전체는 물론이고 주변국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정지 궤도 위성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정지 궤도 위성이라 함은 지구 상공 36,000㎞에서 자전 속도와 같은 시속 11,000㎞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이다.

그 결과 늘 같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아무튼 이것과 레이더가 연계되기만 하면 해자대의 모든 함정을 개전 초기에 박살 낼 수 있다.

그 위치로 하푼이나 어뢰를 보내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랑이자 세계 최고라 일컬어지는 F―22도 무섭지 않다. F―22의 레이더 탐지 거리 밖에서 먼저 탐지하고 워프 마법으로 미사일을 보내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모두 격추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장거리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이 필요 없다.

유효 사거리 22㎞짜리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9X 사이드와인더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워프 마법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공대공뿐만 아니라 공대함, 공대지, 함대함, 함대지, 함대공, 지대공, 지대함, 지대지 미사일에도 두루 적용 가능하다.

물론 잠수함에서 사용되는 어뢰나 폭뢰 역시 마찬가지이다.

적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런 징후도 없다가 갑자기 몇 백 미터, 또는 몇 십 미터 밖에서 나타난 미사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근접 거리 대공 방어 시스템도 소용없다.

문제는 위성 발사이다.

한국은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능력이 없다. 나로호도 러시아의 도움을 받고서야 발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수라면 아무도 모르게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반중력 마법인 8서클 앤티그래비티(Antigravity)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 고도까지만 올라가게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흐음, 이것도 한참 생각해 봐야겠구나. 그나저나 위성을 올리자고 하면 날 미친놈으로 보겠지?’

피식 실소를 짓던 현수의 뇌리로 번개처럼 스치는 상념 하나가 있다.

미국의 부호 랜던 클레이는 지난 2000년에 클레이 수학 연구소를 설립한 바 있다.

이 연구소에서는 7대 난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한 사람에게 100만 달러씩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7대 수학 난제는 P대 NP 문제, 리만 가설, 양―밀스 이론과 질량 간극 가설, 내비어―스톡스 방정식, 푸앵카레 추측, 버치와 스위너톤―다이어 추측, 호지 추측이다.

이 가운데 푸앵카레 추측은 2006년 러시아의 페렐만이라는 수학자가 해결했다. 이제 여섯 문제가 남은 것이다.

현수는 즉시 검색하여 남은 여섯 문제를 살펴보았다.

비약적으로 좋아진 두뇌를 그냥 썩힐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것을 해결해 냄으로써 자신의 말이 결코 허황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천재적인 두뇌가 있으니 무엇을 개발하든 믿고 맡겨 달라고 말할 생각이다.

물론 대상은 군부이다.

문득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생각났다.

17세기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는 자신의 노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남겼다.

그 후 350년간 수학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15만 제곱까지 증명했지만 일반 해법은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다 영국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스가 ‘페르마의 정리를 만족하는 값이 있다면 이들은 타원형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가정하고 이 만약이라는 가정이 오류임이 밝혀지면 이 정리는 성립한다’는 증명 방법을 찾아냈다.

수학과 출신인 현수 역시 학창 시절 이 문제를 접한 적이 있다. 당연히 풀어내지 못했다.

그런데 문득 비교적 간단해 보이는 이 문제가 생각났기에 노트를 꺼내 풀어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문제 풀이에 앞서 맛보기 문제로 선택된 것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된 셈이다. 참고로 현수는 앤드루 와일스의 풀이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여러 가설을 만들어 풀어보다가 구기기를 반복하던 현수의 펜이 빨라진 것은 퇴근 시간 이후이다.

현수는 문제 푸는 데만 집중했다. 하여 박진영 과장 등 기획영업단 소속 직원들은 퇴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후와아! 결국 풀었네.”

현수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기지개를 켠 시각은 새벽 3시 11분이다. 와일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7년이 걸렸다.

그런데 현수는 불과 여덟 시간 만에 끝냈다.

그런데 와일스의 풀이와는 다른 방법의 증명이다. 머리가 진짜 많이 좋아진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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