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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534화 (534/1,307)

# 534

이것은 설사를 유발할 것이다.

전투 중인데 그럴 수는 없다.

하여 우유 대신 다른 것을 꺼냈다.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상황이므로 달착지근한 식혜를 선택했다.

이 와중에도 환경오염을 피하기 위해 PET 병에 든 것을 커다란 주전자로 옮겨 담았다.

“백작, 다 되었으니 가져가서 먹이게. 이것만으론 모자랄 터이니 더 만들겠네.”

“네, 감사합니다.”

얼른 고개를 숙인 백작의 명에 따라 시종들이 햄버거와 핫도그를 밖으로 운반해 나갔다.

그러는 사이에 또 만들기 시작하였다. 혼자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시녀들이 동원되자 훨씬 빨라진다. 이렇게 하여 성내의 모든 병사와 영지민들의 한 끼 식사가 만들어졌다.

마지막으로 식사를 한 사람들은 누마 백작과 헤센 공작, 그리고 베르나 마법사이다.

가장 먼저 영지민들에게 음식이 전해졌고, 다음이 병사, 그리고 그다음이 기사의 순이었다. 귀족은 맨 마지막이다.

아르센 대륙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하지만 현수는 이것을 보지 못하였다.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로드의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진미를 맛보게 해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맛있게 먹어주니 다행입니다. 자, 이제 슬슬 날이 어두워지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네, 그래야지요.”

누마 백작이 힘 있게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곧 재개될 전투 준비를 위한 지시를 내리러 나간다.

성벽에 다시 올라보니 어느새 사위는 어두워지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병사와 기사, 그리고 이들을 돕기 위한 영지민들의 표정이 어둡다. 이제부턴 밤새도록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싸움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성벽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 여기고 놔두게 되면 큰일이 난다. 흑마법사들의 조종에 의해 성벽을 넘을 수 있는 커다란 경사로를 밀고 오기 때문이다.

끄르르르르릉! 끄르르르르르릉! 끄르르르르릉!

공격을 준비하고 있음을 감출 이유가 없다는 듯 마찰음이 들려온다. 오십여 개의 경사로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계단 뒤에는 좀비나 구울이 있다. 하나당 최소 1,000씩은 되는 듯하다. 총인원 오만이 동원된 것이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으으윽!”

모두가 천으로 입과 코를 감싼다. 견딜 수 없는 악취 때문이다. 이 냄새에 현수의 이마가 찌푸려진다.

“에어 퓨리파잉!”

마법이 구현되자 주변 공기가 정화되었지만 잠시뿐이다.

“크으윽!”

잠시라도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가 다시 악취가 나자 나직한 침음이 절로 난다. 그러는 사이에도 경사로는 다가오고 있다.

끄르르르르릉! 끄르르르르르릉! 끄르르르르릉!

헤센 공작의 고함이 터져 나온다.

“궁병! 불화살 조준! 발사!”

쉬익! 휘이익! 휘익! 휙! 쉭! 휘익!

화염을 머금은 화살이 허공으로 솟아올라 경사로에 꽂힌다.

퍽! 팍! 퍼퍽! 파팍! 퍼퍼퍼퍽!

활 쏘는 솜씨들이 좋아 그런지 상당히 많이 꽂혔다. 곧이어 화염이 충천하면서 목재 경사로가 하나둘 망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런 현상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 흑마법사들이 아쿠아 계열 마법으로 화살의 화염을 꺼버리기 때문이다.

“궁병! 재조준! 준비된 사수로부터 자유 발사!”

쉬익! 휘이익! 휘익! 휙! 쉭! 휘익!

화염을 머금은 화살이 허공으로 솟아올라 경사로에 꽂힌다.

퍽! 팍! 퍼퍽! 파팍! 퍼퍼퍼퍽!

이번에도 많이 박혔다. 하지만 불타오르는 경사로는 하나도 없다. 그러는 사이에 상당히 가까워졌다.

현수는 어떤 마법을 쓸까 고심하다 성벽 중심부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곳엔 지휘자를 보호하기 위한 한쪽이 터진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번뜩이는 생각이 있기에 얼른 그곳으로 향했다. 헤센 공작과 누마 백작은 좌우 성벽에 있기에 그곳은 비어 있었다.

아공간에서 일전에 만든 구조물을 꺼내놓았다. 라이세뮤리안을 쏴 죽이기 위해 만들었던 K―6 거치대이다.

아래쪽엔 벤치프레스용 바벨을 충분히 넣었다. 반동에 버티기 위함이다. 곧바로 K―6를 장착하곤 가장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경사로를 겨냥했다. 그리곤 방아쇠를 당긴다.

두두! 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갑자기 튀어나온 엄청난 총격음에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린다. 그리곤 목표가 된 경사로가 산산이 부서져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허억!”

“우와! 세상에!”

하나의 경사로가 기능을 잃는 데 불과 1∼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곧바로 다음 목표를 산산이 부숴 버렸다.

같은 순간 브론테 왕국군의 시선 또한 쏠려 있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신병기의 출현에 충격을 받은 듯하다.

하지만 후퇴하지는 않았다. 경사로만 집중해서 부숴 버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K―6는 쉼없이 총알을 토해놓는다. 마법으로 무한 공급 시스템을 만들어놓은 때문이다.

총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면 즉각 교체했다. 불과 5초면 되는 일이다.

두두! 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파팍! 파파파팍! 퍼퍽! 퍼퍼퍼퍽! 우르르르! 우르르르!

경사로 30여 개가 박살 나서 기능을 잃자 뒤따르던 좀비와 구울들이 멈춰 선다. 뭔가 이상하다 여긴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K―6는 총탄을 토했다.

예광탄이 포함되어 있기에 어느새 어두워진 어둠을 배경으로 자신의 목적지를 나타냈다.

불화살을 쏘라고 지시하던 누마 백작은 물론 헤센 공작과 베르나 마법사까지 넋을 잃은 듯한 표정이다.

잠시 후 모든 경사로가 파괴되었다. 구조재는 목재로서의 기능은 완전히 잃고 불쏘시개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후퇴할 마음이 없는지 좀비와 구울들이 전진하기 시작한다.

5장 어마어마한 위력

“모두 준비!”

이쪽에서 준비한 것은 따뜻하게 데워진 기름이다. 좀비와 구울이 가까이 오면 그것을 뿌리고 불화살을 쏠 생각이다.

“잠깐!”

“네?”

“잠깐만 기다리게.”

명령을 내리려던 누마 백작이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누마 백작, 내게 잠시 지휘통제권을 주겠나?”

“네? 그게 무슨…….”

누마 백작의 뒷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헤센 공작이 끼어든 때문이다.

“백작, 탑주님께 복안이 있으신 모양이네. 지휘권을 넘기게.”

“아! 네, 물론입니다. 지금부터 지휘해 주십시오.”

“고맙군. 먼저 마법사들을 전부 불러주게.”

“네, 알겠습니다. 하몬 경, 마법사들 전원 집합이다.”

“네, 영주님!”

하몬이라는 기사가 뛰어가는 동안에도 좀비와 구울의 전진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움직임에 시선을 주고 있는 사이에 마법사들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영주님, 마법사 전원 집합했습니다.”

“수고했다.”

고개를 끄덕인 누마 백작이 현수에게 시선을 준다.

“마탑주님, 마법사 전원 집합했습니다. 1서클 일곱 명, 2서클 다섯 명, 3서클 두 명, 4서클 한 명입니다.”

누마 백작의 보고가 이어지는 동안 마법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있다. 이제 겨우 25세로 보이는 현수를 마탑주라 부른 때문이다.

“허흠! 수고했네.”

“네.”

얼른 고개를 조아리곤 하실 말씀 있으면 하라는 듯 뒤로 물러난다. 마법사들은 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서로를 바라보며 너는 혹시 아느냐는 눈빛을 주고받는다.

“베르나, 자네는 이들을 이끌고 저쪽으로 가게. 가거든 일열 횡대로 서서 사정거리 안의 좀비와 구울에게 파이어 애로우를 난사하게.”

“네?”

“내가 신호하기 전까진 절대 2서클 이상의 화염계 마법은 쓰지 말게. 알겠는가?”

“네, 모두 1서클 파이어 애로우만 쓰라는 말씀이시지요?”

“그렇다네. 나중 일은 내가 알려줄 테니 절대 흩어지지 말고 파이어 애로우만 난사하게.”

“알겠습니다.”

명령을 이해한 베르나가 마법사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방금 마탑주님께서 말씀하셨듯이 1서클 파이어 애로우 이외의 마법은 금지이다. 알겠는가?”

“저… 죄송한데, 뉘신지요?”

마법사 가운데 하나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대답 대신 물은 말이다.

“나? 궁정마법사 베르나다.”

“네? 베르나 대마법사님은 연세가 아흔이 되신 분인데 그분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때 헤센 공작이 나선다.

“허험! 나는 헤센 공작이다.”

“헉!”

“고, 공작님을 뵙습니다.”

즉시 모든 마법사들이 눈을 내리깐다. 권력의 두 실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헤센이 말을 잇는다.

“베르나 마법사는 깨달음을 얻어 7서클에 이르렀다. 바디체인지 덕에 젊음을 되찾았으니 그리 알도록!”

“허억! 가, 감축드립니다, 대마법사님!”

“경하드리옵니다.”

“저도 축하드립니다, 대마법사님! 바디체인지라니…….”

마법사들이 한마디씩 하자 베르나가 손을 든다.

“지금부터 내게 대마법사라 칭하는 놈은 그게 누구든 엉덩이를 걷어차일 것이다. 지금 감히 누구 앞에서 나를 대마법사라 부르는 것이냐?”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 옆에 계신 분은 이실리프 마탑의 마탑주이시다. 9서클 마스터에 이르신 매지션 로드이기도 하시다. 그런데 감히 이분 앞에서 나를 대마법사라 칭하다니!”

“헤엑!”

“네에? 이, 이, 이실리프 마탑의 탑주님이시라고요?”

“크윽! 이, 이실리프! 9서클 마스터!”

모두의 시선이 현수에게 쏠렸지만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이런 반응에 일희일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마법사들, 위치로!”

“네, 알겠습니다. 모두 위치로!”

“전원 위치로!”

현수의 명을 베르나가 복창한다.

이를 마법사들이 다시 복창하고는 우르르 달려간다. 마법사에게 있어 매지션 로드의 명은 국왕의 명에 우선한다.

어떠한 명령이 내려지든 반문하지도 않고 따져서도 안 된다. 설사 절벽에서 뛰어내리라는 명이라 할지라도 들어야 하는 절대 명령이다. 그렇기에 땀이 나든 말든 뛴다.

그 안에는 베르나도 포함되어 있다.

평소 땀나는 일은 질색하였지만 감히 매지션 로드의 명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때문이다.

“일열 횡대로 늘어서라. 마나가 모두 소진되더라도 파이어 애로우를 난사해라. 목표는 좀비와 구울이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주의를 주고는 전방을 주시한다.

어느새 어둠이 짙어져 체내 비타민 A가 부족한 사람은 사물을 식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누마 백작은 기름을 최대한 준비하게.”

“네, 알겠습니다.”

“헤센 공작님은 성문이 열리면 기병들을 이끌고 잔당을 제거하도록 하세요.”

일국의 공작이기에 말을 낮추지 않는 현수이다.

그럴 때마다 공작은 안절부절못한다. 자신에게도 누마 백작처럼 반말을 해줬으면 해서이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베르나, 지금이다. 공격 개시!”

현수의 전음을 받은 베르나가 룬어를 영창한다.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베르나가 마법을 구현시키자 곁에 있던 마법사들도 일제히 룬어를 영창하고는 파이어 애로우를 발사시킨다.

“파이어 애로우! 파, 파이어 애로우! 파, 파, 파이어 애로우!”

쒜에엑! 쉬이익!! 쒸잉! 쌔에엥!

새끼손가락 굵기에 길이 30㎝짜리 불화살들이 다가오는 좀비들에게 쏘아져 간다.

4서클 이하 15명의 마법사와 베르나뿐이지만 허공을 가르는 파이어 애로우의 숫자는 제법 많다.

1서클 마법은 마나 소모량이 별로 많지 않아 베르나 같은 경우는 끊임없이 구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쏘아져 간 파이어 애로우는 거의 모두 좀비와 구울에게 박혔다. 하지만 생각보다 불타는 놈들은 드물다.

화염 공격에 약한 것을 극복시키기 위해 좀비를 만들면서 항 화염 마법진을 그려 넣은 때문이다.

사실 좀비와 구울은 상당히 유용한 병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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