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41화 (541/1,307)

# 541

결국 리야는 이실리프 농산 중 커피 생산 부문 책임자가 된다. 재배에 관한 거의 모든 전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 * *

“여기가 지나군.”

이곳은 홍콩. 광동성 남쪽에 위치한 특별 행정구이다.

이곳은 지나의 폭력조직을 총칭하는 흑사회 중 가장 규모가 큰 삼합회가 설치고 있다.

마역 밀매, 사채, 청부 살인, 돈 세탁, 도박, 매춘, 차량 절도, 강탈, 인신매매가 주요 업무인 깡패 집단이다.

이 밖에도 홍콩의 연예계를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 외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음악 CD, 그리고 영화 DVD 같은 지적 재산을 불법 복제해서 판매하고 있다.

한마디로 법과는 거리가 먼 집단이다.

“흐음, 기왕에 왔으니 알아볼 건 알아봐야지.”

눈빛을 빛낸 현수는 거리의 사람들과 간판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왔기에 누가 누군지 어찌 알겠는가!

처음 온 홍콩을 구경하고는 마카오로 건너가는 배를 탔다.

가는 동안 노트북으로 검색하여 호텔 카지노를 찾아냈다. 정식 입국 절차를 밟은 것이 아니기에 객실 예약은 하지 않았다.

카지노에 발을 들여놓으니 매캐한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살짝 인상을 찌푸린 현수는 미리 준비했던 달러를 꺼내 환전했다. 이때 현수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이전에 장근평 일당에게서 빼앗은 여권 사진과 같은 얼굴이다. 현수를 공격했다가 꼭두각시 마법에 걸려 지난 9월에 차이나타운에서 발가벗은 채 난동을 부린 녀석이다.

아무튼 신화창조 티저 영상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얼굴이 알려져 있는 상태이다. 그렇기에 신분을 감추기 위함이다.

바꾼 돈은 5만 달러이다. 일반적인 환전 금액보다 크기에 칩을 받아 드는 순간부터 카지노의 은밀한 시선이 쏠렸다.

의도적인 것이기에 개의치 않고 블랙잭 테이블에 앉았다.

현수가 자리에 앉자 딜러가 힐끔 바라본다. 모르긴 해도 무선 송신을 받은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연한 기색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투시 마법으로 카드 뒷면을 모두 보고 하는 게임이니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다.

차츰 현수 앞에 칩이 쌓이기 시작한다. 다른 손님에게선 따는데 현수에게만 계속해서 잃자 딜러가 안절부절못한다.

5만 달러였던 칩은 어느새 20만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거의 매번 따기만 하였기에 현수를 따라 베팅하는 사람도 있다.

실내이지만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20대인지 30대인지 나이를 구분하기 힘든 여자이다.

“손님, 베팅하십시오.”

“딜러, 베팅 상한을 올려도 됩니까?”

“올려요? 얼마나…….”

하도 잃어서 그런지 딜러의 말끝이 흔들린다.

“1만 달러 어떻습니까?”

“네?”

블랙잭은 한 게임을 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한 판에 1,200만 원짜리 게임을 하자니 눈을 크게 뜬다.

“안 되면 할 수 없구요.”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설 듯하자 딜러는 약간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사내에게 시선을 준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한다.

“하, 하세요.”

“고맙군요.”

딜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현수는 앞에 놓은 클로버 7 앞에 칩을 쌓았다.

본래 이 테이블의 베팅 상한은 1,000달러였다. 그런데 그것보다 열 배나 많은 칩이 쌓이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현수를 따라 세 판이나 재미를 본 여자가 힐끔 바라본다. 너무도 태연한 얼굴을 보고는 본인도 따라서 베팅한다.

“이제 그만! 딜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른손을 펴서 테이블 위로 흔든 딜러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카드를 돌린다.

현수의 카드 옆에 다이아몬드 2가 떨어졌다.

딜러는 스페이드 J를 가지고 있었는데 하트 Q가 들어가 합계 20이 되었다.

이때 하트 Q는 엎어져 있기에 사람들은 알 수 없다.

워낙 큰 판인지라 게임은 딜러와 현수, 그리고 현수를 따라서 돈을 건 여자 셋만 하고 있다.

“카드 더 드릴까요?”

“물론입니다.”

현수의 카드에 추가된 것은 스페이드 9이다. 합쳐서 18이 만들어졌다. 이대로 멈추면 현수가 지는 게임이다.

물론 이를 아는 사람은 현수뿐이다.

딜러가 다시 묻는다.

“카드 더 드릴까요?”

같이 돈을 건 여자는 합계가 18이나 멈출 것이라 예상했다. 3보다 큰 수가 나오면 오버가 되어 돈을 모두 잃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오케이! 원 모어!”

딜러가 카드를 깐다. 클로버 1이다. 이제 합계 19이다.

“와아아!”

사람들의 시선이 현수에게 쏠린다. 이 사나이의 다음 행보가 궁금한 것이다.

“카드를 더 드릴까요?”

이제 2보다 큰 수가 나오면 오버가 된다.

카드는 1부터 10까지와 J, Q, K가 있다.

열세 장 중 1이나 2가 나오지 않으면 몽땅 잃는다.

52장의 카드 중에서 1과 2는 여덟 장뿐이다. 그런데 바닥에 깔린 것만 벌써 여섯 장이다.

딜러와 현수의 카드 이외에 아무도 돈을 걸지 않은 카드가 셋이나 있다. 클로버 2, 하트 1, 그리고 스페이드 1이다.

남은 카드는 마흔두 장이니 1, 또는 2가 나올 확률은 4.7%이다.

이쯤 되면 대부분 스테이를 외친다. 하지만 현수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다.

“원 모어, 플리즈!”

딜러가 조심스럽게 카드를 뒤집는다. 하트 2이다. 합계 21이 완성된 것이다.

“와아아아아!”

구경꾼들의 탄성이 흘러나온다. 딜러가 엎어놓은 카드를 뒤집으니 합계 20이다. 현수가 21이니 당연히 한 장을 더 깐다.

클로버 6이다. 오버가 되어 현수의 승리이다.

“손님의 승리입니다!”

딜러가 칩을 헤아리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은 현수에게 쏠려 있다. 그 낮은 확률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머뭇거림 없이 카드를 더 달라고 해서 끝내 승리한 것이 대단해 보인 것이다.

“덕분에 돈을 땄네요. 고마워요.”

약간은 어색한 영어 발음이다.

“뭘요. 그냥 내 게임을 하는 건데요.”

현수는 칩을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1,000달러짜리 칩을 딜러에게 주었다.

“잘 놀았습니다.”

“고맙습니다.”

1천 달러짜리 칩을 받았지만 딜러는 기분이 별로인 듯하다.

현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이번엔 포커 테이블로 걸음을 옮겼다.

“제가 끼어도 되겠습니까?”

테이블엔 다섯이 게임 중이다.

금목걸이에 금팔찌, 롤렉스시계를 찬 40대 초반 사내, 대머리가 훌렁 벗겨진 50대 중반, 제법 잘생긴 40대 후반, 키가 상당히 큰 50대 초반, 그리고 어디선가 본 듯한 사내이다.

“이 테이블은 팟 리미트인데 감당할 수 있겠소?”

팟 리미트(Pot Limit)는 한국에서 풀 베팅이라 하는 것이다.

“끼워만 주신다면 기꺼이 감당하지요.”

“호오! 젊은 친구가 기백이 좋군.”

“좋아, 끼게.”

현수가 자리를 잡자 딜러가 카드를 돌린다. 큰돈이 오가는 판답게 말이 없다.

첫 판에서 현수는 5,000달러쯤을 잃었다. 둘째 판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현수는 본격적으로 마법을 이용한 도박을 했다.

딜러가 들고 있는 카드를 모두 읽어 딸 때는 최대한 당겨서 땄고, 잃은 판엔 일찍 다이하여 피해를 최소화했다.

두 시간이 지났을 때 현수는 500만 달러에 달하는 칩을 갖게 되었다. 저명한 의사라 하는 대머리사나이는 다 잃고 빠졌다.

잠시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데 금 목걸이, 금팔찌에 롤렉스시계를 찬 40대가 담배를 권한다.

“아뇨. 담배 안 피웁니다.”

“자네, 굉장하더군! 어디서 놀다 왔나?”

“네? 놀다니요? 그냥 관광객인데요?”

“…정말인가? 그렇담 대단하군.”

사내는 별말 없이 화장실로 향한다. 가장 많은 돈을 잃었음에도 제법 쿨한 척한다.

“이브즈드랍!”

엿듣기 마법을 써보니 역시나이다. 화장실에서 부하들에게 현수에 대해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이다. 현수는 지금 평범한 지나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판이 재개되었다. 그사이에 돈을 잃은 사람들은 추가로 칩을 바꿔왔다.

다시 게임이 시작되었지만 어찌 현수를 당하겠는가!

두 시간이 지났을 무렵 판돈 대부분이 현수 앞에 쌓였다.

“오늘 제가 재수가 좋은 모양입니다.”

마지막 판은 그야말로 플러시의 잔치였다.

상대 모두 높은 플러시를 잡았다. 현수만 풀 하우스였다. 하지만 바닥에 깔린 패는 10탑 플러시로 읽혔다.

A플러시가 셋이나 있었는데 모두 히든에 떴다. AKQ, AKJ, AQJ 플러시가 뜬 것이다.

당연히 광분을 했고, 대부분이 올인했다.

하지만 현수가 카드를 까자 모두가 탄식을 내뱉는다.

셋 중 가장 높은 A, K, Q, 10, 8 플러시라도 5, 5, 5, 10, 10은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는 동안 상대의 신분은 웬만큼 짐작되었다.

예상대로 금목걸이는 삼합회 조직원이다.

제법 잘생긴 40대 후반은 고위 관리이고, 키가 상당히 큰 50대 초반은 상당히 큰 기업을 운영하는 자이다.

마지막 어디선가 본 듯한 사내는 영화배우라고 한다.

현수가 이들에게서 딴 돈은 약 1,000만 달러 정도 된다.

“오늘 제가 재수가 좋은가 봅니다. 하지만 따고 일어설 수 없으니 게임을 또 하신다면 기다리지요. 어떠십니까?”

“안 해! 오늘 내 일진이 꽝인가 봐.”

“나도 그만하겠네. 자네의 기를 이길 수가 없어.”

“잘 놀았습니다. 근데 꽤 출혈이 심하군요.”

영화배우가 쿨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현수의 시선이 삼합회 깡패에게 향했다.

“어쩌시겠습니까? 일대일도 괜찮은데.”

“그만하지. 내 일진도 젬병인 모양이네. 잘 놀았네.”

현수는 딜러에게 환전을 부탁했다. 그리곤 휘휘 고개를 돌리다 룰렛을 보게 되었다.

연희와 즐거운 한때를 보냈던 게임이다.

자리를 옮기자 구경꾼들이 따라나선다.

판이 커지면서 많은 구경꾼이 생겼던 것이다. 그중엔 블랙잭에서 현수와 같이 게임을 하던 여자도 있다.

“이 테이블의 베팅 상한이 얼마나 되죠?”

테이블 가에 있던 사내가 현수를 바라본다.

“500달러입니다.”

“흠, 그래요? 좋습니다. 레드 5에 500달러 걸죠.”

현수가 칩을 던지자 아까 그 여자가 따라서 건다. 제법 돈을 땄는지 현수와 같은 500달러짜리 칩이다.

룰렛을 해본 사람들은 이 게임의 승률이 불과 0.1%라고 말한다. 실제로는 이보다 높지만 게임을 계속하는 동안 확률이 누적되어 결국은 잃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룰렛 테이블에선 상한인 500달러짜리 칩을 보는 게 매우 드물다.

대신 한 번 이기면 36배를 받으므로 작은 금액을 여러 개로 나누어 베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현수와 여자는 딸랑 한 번호에만 상한 베팅을 했다.

지금껏 게임하던 사람들은 여기저기 돈을 걸면서도 둘의 번호를 유심히 보았다. 이윽고 딜러가 공을 굴린다.

그리고 그 공은 한참을 굴러 레드 5에 안착된다. 물론 매지션스 마나필드라는 고차원 마법의 결과이다.

“우와! 500달러의 36배면 18,000달러 아냐?”

“쩌업, 부럽네.”

사람들은 우연한 승리로 치부하곤 부럽다는 시선을 보낼 뿐이다. 이때 현수가 딜러에게 물었다.

“베팅 상한을 올리죠?”

“네? 손님?”

“베팅 상한을 1만 내지 10만으로 높여달라는 뜻입니다.”

카지노에선 각 테이블마다 베팅 상한이 정해져 있다.

손님들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테이블을 선택하여 도박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곳이든 예외는 있다.

지금 현수처럼 딜러에게 베팅 상한을 올리자는 의사를 표하고 카지노에서 받아들이면 그대로 진행이 된다.

딜러는 현수의 제안을 받고 시선을 돌린다. 룰렛 플로어인 듯한 사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룰렛은 절대적으로 딜러에게 유리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손님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좋군요. 레드 11에 10만 달러 겁니다.”

현수가 칩을 밀어놓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거금 1억 2천만 원을 단 하나의 번호에 건 때문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