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42화 (542/1,307)

# 542

룰렛의 경우 이처럼 남들을 압도하는 금액을 베팅한 손님에게 공을 굴리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손님이 공을 굴리시겠습니까?”

“아뇨. 그냥 하십시오.”

현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이 돈을 건다. 이런 판에 끼어들어 추억이라도 만들 속셈인 듯하다.

조금 전에 현수와 같이 돈을 땄던 여자 역시 베팅을 한다. 이번에도 현수를 따라 레드 11에 건다.

조금 전에 땄던 돈 중 1만 달러이다.

이번 베팅에서 이기면 현수는 360만 달러, 한화로 43억 2천만 원을 배당금으로 받는다.

같이 베팅한 여자는 4억 3,200만 원을 받는다.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딜러가 조심스런 손길로 공을 굴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게임에서도 현수가 이긴다.

딜러가 테이블 밑 버튼을 눌러 승부를 조작하려 했지만 매지션스 마나필드라는 마법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수는 마나를 사용하여 공의 움직임을 제어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레드 11에 공이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우와아아! 레드 11이다!”

“헐! 진짜… 어떻게 이런 일이! 대단하다!”

“와아아아아아! 레드 11이다!”

곁에 있던 구경꾼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다.

반면 딜러와 룰렛 플로어의 얼굴은 대번에 찌푸려진다. 이번 게임으로 잃은 돈만 47억이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소연할 데가 없다. 딜러가 직접 공을 굴렸다. 현수는 팔짱을 낀 채 바라본 것밖에 없다.

게임하는 동안 전 세계 초능력자 명단을 뒤졌다. 하지만 어디에도 현수의 얼굴은 없다. 따라서 초능력으로 장난을 친 것은 아니다. 카지노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칩을 수표로 바꿔주십시오.”

“음! 바꿔 드려.”

플로어의 말에 카운터가 수표를 세어 건네준다.

“손님, 또 하시겠습니까?”

“아뇨, 재미없네요. 참, 이건 팁입니다.”

이번에도 1천 달러짜리 칩을 건넸다. 하지만 딜러는 고맙다는 말을 안 한다. 오늘 직장에서 잘릴 것임을 예감한 때문이다. 실제로 블랙잭과 룰렛 딜러는 카지노에서 잘린다.

그것도 그냥 잘리는 것이 아니라 온갖 고통을 다 당하고 쫓겨난다. 엄청난 손실을 입힌 것에 대한 보복이다.

하지만 현수는 개의치 않았다. 두 딜러로 인해 손해 본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개중에 패가망신한 사람도 여럿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조금도 마음 쓰지 않았다. 잠시 후, 현수가 자리를 옮긴 곳은 카지노 게임의 왕이라는 바카라 테이블이다.

“제가 끼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현수의 말에 대답한 이는 와이셔츠 단추를 세 개나 풀고 있는 30대 사나이이다.

자리에 앉자 카드가 온다. 현수는 뱅커에 베팅했다. 어느새 따라온 여자도 현수와 같이 뱅커에 돈을 건다.

첫 판에서 현수는 1,000달러를 땄다.

그렇게 몇 판이 지나는 동안 현수는 10만 달러 정도를 땄다. 같이 베팅한 여자 역시 그만한 금액을 땄다.

“감질 나는데 베팅 상한을 올리는 건 어떨까요?”

계속해서 칩을 내줬던 딜러가 플로어를 바라본다.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손님, 얼마나 올리길 원하시는지요?”

“10만이 좋겠습니다.”

환전해 준 수표를 본 딜러와 플로어의 눈빛이 달라진다.

타짜 아니면 지독하게 운이 좋은 사람이 온 것이다.

“10만 좋습니다. 게임 시작할까요?”

“좋습니다. 이번엔 플레이어에 걸죠.”

돈을 걸면 사람들이 일제히 따라 건다.

현수는 뱅커와 플레이어를 오가며 베팅을 했다.

당연히 그때마다 돈을 땄다. 정말 운이 매우 좋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수가 카드를 섞는 것도 아니고 돌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현수의 앞에 또 칩이 쌓이기 시작했다.

2,000만 달러를 넘어 3,000만 달러가 될 즈음이다. 누군가 현수의 어깨를 두드린다.

톡, 톡!

“누구시죠?”

고개를 돌려보니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서 있다.

“형씨, 우리 보스가 보자는데 같이 가야겠어.”

“보스? 누굴 말하는 겁니까?”

“아까 포커를 같이 했던 분이 우리 보스셔.”

“아, 그래요? 그럼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마지막으로 한 판만 더 하고 갑시다.”

현수의 말에 사내가 알았다는 듯 한 발짝 물러선다.

“딜러, 베팅 상한 조금 더 올립시다.”

지금껏 계속 현수에게 돈을 잃은 딜러가 플로어를 바라본다.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는데 인상이 좋지 않다.

“얼마까지 올려 드릴까요, 손님?”

“흐음, 여기서 지금까지 딴 돈이 1,500만 달러쯤 되니 그걸 걸겠소. 가능합니까?”

딜러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플로어를 바라본다. 이때 그는 누군가로부터 무전으로 지시를 받는 듯 보인다.

“이 손님이 1,500만 달러를 건다는데 어쩌지요?”

“받아들여!”

“네, 알겠습니다.”

딜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수에게 허락이 떨어졌음을 눈짓으로 말한다.

현수는 1,500만 달러를 플레이어에 걸었다.

주위엔 구경꾼들로 인산인해이다.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엄청난 도박이 시작되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딜러는 잔뜩 긴장한 채 딜링을 시작했다. 현수 앞에 펼쳐진 것은 하트 A와 클로버 3이다.

“카드 더 받으시겠습니까?”

“으음! 그러지요.”

딜러가 뒤집은 카드는 스페이드 2이다.

주변에선 탄식이 터져 나온다. 바카라에서 6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숫자이기 때문이다.

“한 장 더 드릴까요?”

“그럽시다. 그런데 까지 말고 주십시오.”

“…그러지요.”

거금이 걸린 판이니 플레이어가 직접 쪼려는 것으로 생각한 딜러가 카드를 준다.

현수는 조심스럽게 받은 카드를 확인하는 척했다. 투시 마법으로 이미 다이아몬드 3임을 알면서 하는 행동이다.

“더 받으시겠습니까?”

“아뇨. 됐습니다.”

현수의 말이 떨어지자 뱅커 카드를 뒤집는다. 처음 숫자가 5였는데 3이 떠서 합이 8이다.

딜러는 이제 이겼다는 표정으로 현수에게 카드를 뒤집어 숫자를 확인시켜 달라는 몸짓을 한다.

이에 현수가 천천히 카드를 뒤집었다.

“우와와! 나인이야! 플레이어가 이겼어!”

“헐! 1,500만 달러를 딴 거야!”

“도박의 신이 강림하셨군. 이건 말도 안 되는 게임이야.”

“9이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여기저기서 탄식과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같은 순간 현수의 곁에 있던 여자는 잔뜩 상기한 표정이다.

이번에도 현수를 따라 베팅을 했다. 하여 8억에 가까운 돈을 딴 때문이다.

“당신 진짜 멋진 사내예요.”

쪼오옥―!

느닷없는 뽀뽀였다. 하지만 피하진 않았다. 너무나 기분이 좋아 무의식적으로 한 것이라 여긴 것이다.

한편, 현수를 기다리던 사내는 넋 나간 표정이다. 아주 잠깐 사이에 180억 원이나 따는 현장을 본 때문이다.

“갑시다. 당신 보스는 어디에 있소?”

“네? 아, 네. 따, 따라오십시오.”

말까지 더듬는 사내이다. 그를 따라가니 밀실이 나온다.

“어서 오시오. 아까 잃은 본전이 생각나 불렀소.”

“불러주시니 저야 고맙지요. 그런데 잃을 때마다 계속 이렇게 부르시면 곤란합니다.”

“물론이오. 이번이 마지막임을 약속하지.”

“좋습니다. 얼마짜리 판을 할까요?”

“1천만 달러!”

“휘유! 좋습니다. 하죠. 게임은 어떤 걸로 할까요?”

“단판 승부! 카드 뒤집어 높은 숫자가 이기는 걸로 하지.”

이건 뒷면을 읽을 수 있는 능력도 소용없는 진짜 도박이다. 그럼에도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셔플은 그쪽에서 하십시오. 커팅은 제가 하죠. 그런데 판돈은 있습니까?”

“통이 크군. 좋아, 마음에 드네.”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곁에 있던 녀석이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딸깍―!

가방이 열리자 100달러짜리 지폐 뭉치가 보인다. 이런 가방 여럿을 열어 보인다.

현수는 말없이 1천만 달러에 달하는 수표를 내놨다.

“셔플 하시죠.”

“좋네. 단판이네.”

“물론입니다. 높은 숫자를 까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숫자가 같으면 비기는 걸로 하세.”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대화를 하는 동안 셔플이 끝났다. 딜러가 현수에게 커팅하겠느냐는 의사를 묻는다. 당연히 커팅을 했다.

그래놓고 상대에게 물었다.

“어떻게, 먼저 까시겠습니까, 아님 제가 먼저 깔까요?”

“배짱 한번 두둑하군. 좋아, 내가 먼저 까지.”

“그럼 그러십시오.”

현수가 물러서는 몸짓을 하자 사내가 맨 위의 카드를 뒤집었다. 클로버 J이다. 이 정도면 엄청 높다.

현수는 다음 카드를 깠다. 하트 J이다.

“헐! 이럴 수가!”

뒤에 있던 삼합회 조직원들이 고개를 흔든다. 보스가 J를 깠을 때 이길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비겼군요. 그냥 할까요, 아님 카드를 다시 섞을까요?”

“그냥 하지.”

“그래요? 그럼 이번엔 누가 먼저 뒤집죠?”

“자네가 먼저 하게.”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현수는 전과 달리 경망스럽게 중얼거렸다.

“카드야, 카드야, 제발 A가 뜨렴! 야압!”

현수가 뒤집은 카드는 하트 3이다. 낮은 카드라곤 2 네 장뿐이다. 확률적으로 이기기 매우 힘든 상황이다.

9장 후원금 5천만 달러

“흐으음! 제기랄!”

현수가 투덜거리는 사이에 사내가 카드를 뒤집는다. 완전히 이겼다는 표정이다.

휘이익! 타악―!

허공에서 뒤집어진 카드가 초록색 융단 위로 떨어진다.

“헐! 세상에 맙소사!”

“이런 세상에……!”

조직원들의 입에서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온다. 뒤집어진 채 놓여 있는 카드가 스페이드 2였기 때문이다.

“휴우! 이번에도 제가 운이 좋았군요. 하하! 하하하!”

부러 너스레를 떤 현수가 1천만 달러가 든 가방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모두 넋이 나간 때문이다.

“이것도 수표로 바꿔주십시오.”

현수의 말에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더니 화들짝 놀라며 밖으로 나간다.

카지노를 나서는 현수의 품에는 약 5,500만 달러에 달하는 수표가 들어 있다. 오늘 하루에 딴 돈이다.

밖으로 나와 보니 어느새 새벽인 듯하다.

“흐음, 이제 슬슬 놀아볼까?”

현수는 큰 길 대신 뒷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뒤를 따르는 녀석들이 있다. 칼침을 놓고 수표를 회수하려는 삼합회 조직원일 것이다.

엿듣기 마법으로 확인한 결과 조금 전 게임을 즐겼던 카지노는 삼합회의 자금줄이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이 있을 것이란 것을 예상한 것이다.

저벅, 저벅, 저벅!

골목을 걷는 현수의 발걸음 소리가 미명을 깨우려는 듯하다. 뒤따르는 녀석들은 소리 나지 않게 걸으며 따르는 중이다.

“어이, 거기!”

골목 안쪽으로 접어들자 누군가의 음성이 들린다. 뒤를 돌아본 현수는 재빨리 사방을 살폈다.

한국과 달리 CCTV가 보이지 않는다.

현수가 멈춰 서자 뒤따르던 녀석들이 재빨리 포위한다.

“나를 부른 건가?”

“그럼! 돈을 따놓고 그렇게 가면 안 되는 거 모르나?”

“글쎄! 그래야 할 의무가 있나? 딴 돈은 다 내 것인데.”

“지금은 네 것이지만 잠시 후엔 아니지. 쳐라!”

사내의 말이 떨어지자 사방에서 에워싸며 다가선다.

“흐음! 드디어 1대 17이군.”

현수를 둘러싼 사내들의 숫자이다. 이럴 경우 제아무리 주먹 센 녀석이라 할지라도 주춤거리게 마련이다. 한 주먹이 두 주먹을 당하기 힘들다는 것은 고금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매스 홀드 퍼슨!”

현수의 입술이 달싹이자 열일곱 명의 깡패가 모두 움찔거린다. 이상하게 몸이 의지를 따르지 않는 것이다.

“일단 맞고 이야기하자.”

퍽! 퍼퍽! 퍼퍼퍼퍽! 파팍! 퍼퍽!

“악! 으윽! 캐액! 끄윽! 아악! 커헉!”

10분 정도 타격음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창문을 열고 밖을 확인하지 않는다.

뒷골목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고 남의 일에 관여하기 싫어하는 지나인 특유의 이기주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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