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44화 (544/1,307)

# 544

“까차요?”

“네. 미스터 드미트리와 계약할 때 동행했던 변호사요.”

“아! 예카테리나 변호사요?”

“오시는 대로 통화하자고 하네요. 연결해 드릴까요?”

“흠! 5분 후에 통화하죠.”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 실장이 금방 따라 들어온다. 뒤돌아보니 예상대로 결재할 것이 잔뜩 들려 있다.

“이 실장님,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니면 전결로 하세요. 알다시피 내가 너무 바빠서 일일이 확인할 시간이 없잖아요.”

“네, 그런 건 다 뺐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많아요?”

“네, 이번에 거래처가 많이 변경되어서 사장님 재가가 필요해요. 그러니 꼭 보세요.”

“끄응! 알겠습니다. 근데 거래처가 많이 변경되다니 왜 그런 거죠? 우린 물건 받는 즉시 현금으로 결제하는데.”

“다국적 제약사 중 일부가 더 이상 의약품 공급을 못하겠다는 통보를 해와서 그래요.”

“다국적 제약사들이요? 흐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대체할 의약품들은 있는 거죠?”

“그럼요. 여기저기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약효가 거의 같으니 안심해도 된다네요.”

“알겠습니다. 이 서류에 납품 포기한 제약사 명단 있죠?”

“네, 맨 마지막에 목록으로 끼워놨습니다.”

“으음!”

현수가 나직한 침음을 내자 이 실장이 생긋 웃는다.

“사장님, 사과주스 괜찮죠? 많이 드릴게요.”

“에구, 병 주고 약 주고네요. 아무튼 사과주스는 좋습니다.”

이 실장이 나간 후 현수는 가장 아래에 있는 결재판을 꺼내 제약사 명단을 확인했다.

“흐음, 이런단 말이지? 좋아, 어디 누가 이기나 두고 보지.”

의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상당히 많은 판매량을 포기하면서 하는 납품 거절이다.

대체할 의약품이 없다면 사정사정해야 했으나 다행히 다국적 제약사들로부터 납품 받던 약들은 특허가 풀려 복제 약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별 타격 없이 수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먹는 유방암 치료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항당뇨제, 황반변성 치료제, 설사 예방 백신, 백혈병 치료제 등이 비싼 신약에 속한다.

현수는 포션을 이용한 신약 개발을 해볼 생각을 품었다.

품목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이라면서 비싸게 팔고 있는 것과 일치한다. 성분만 조금씩 다르게 하면 만병통치에 가까운 효능이 있다는 걸 감출 수 있을 것이다.

결정적인 것은 포션은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합성이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약을 쏟아내기만 하면 부작용 없는 약효에 모두가 환호하게 될 것이다.

“흐음, 그런데 이상하네. 미라힐 등의 발매를 늦췄는데 왜 이런 반응을 보인 거지?”

현수는 민윤서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김현숩니다.”

“아, 네.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네, 조금요. 그나저나 뭐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최근에 회사를 그만둔 직원이 있습니까?”

“어라? 그걸 김 전무님이 어찌 아십니까? 얼마 전 연구소 직원 하나가 그만뒀습니다. 육아 때문에 그만둔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그 뒤로 진짜 육아에만 전념하는지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그건 왜 그러죠?”

“뭔가 이상한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 직원 혹시 다국적 제약사로 자리를 옮긴 게 아닌지 확인 부탁합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확인 후 곧바로 전화 드리죠.”

전화를 끊고 잠시 상념에 잠기려는데 인터컴이 울린다.

“사장님, 말씀하셨던 예카테리나 변호사와 연결되었습니다. 3번 전화입니다.”

“아, 그래요? 알았습니다.”

현수는 숫자 버튼을 누른 후 러시아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변호사님, 오랜만입니다.”

“호호, 네. 저도 반갑네요. 사업 잘 되시죠?”

“네, 염려 덕분에 번창하는 중입니다.”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저를 왜 찾으셨는지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만나 뵙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시간이 어떠신지요?”

“오늘 저녁 어떨까요? 괜찮으시다면 8시쯤 R사이드 호텔 커피숍에서 어때요?”

“8시면 좀 늦지 않나요? 같이 식사라도 하려면…….”

“어머, 미안해요. 오늘 업무 때문에 미팅이 있어서 그래요.”

“아! 그렇다면, 네. 그러죠. 오후 8시 R사이드 호텔 커피숍이요.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호호! 네, 이따 봬요.”

전화기를 내려놓는데 핸드폰이 진동한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잉―!

“아, 지현 씨.”

“칫, 너무해요. 연락도 안 주시구. 그렇게 바빴어요?”

“미안해. 요즘 내가 너무 바빠서. 좀 뜸했지? 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고 했어.”

“쳇! 할 수 없죠, 뭐. 바쁘시다는데. 근데 오늘은 시간 있어요? 우리 얼굴 좀 봐요.”

“이따 8시쯤 강남에서 약속이 있어. 그전에 만나서 저녁 같이할까? 내가 그리로 갈게.”

“좋아요. 6시쯤 오세요.”

“그래, 이따 봐.”

현수는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간 권지현에게 무심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마음 풀어주려면 준비 좀 해야겠지?”

아공간에 넣어둔 다이아몬드 세트를 꺼냈다.

반지는 5캐럿짜리 최상급 블루다이아몬드가 박힌 것이다. 굳이 가격을 매기자면 약 2억 원 정도 할 것이다.

목걸이엔 약 1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매달려 있다. 330억 원의 가치를 지닌 것이다.

귀고리 역시 블루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한쪽에 1캐럿이 조금 넘으니 1천만 원 정도 할 것이다.

팔찌는 미스릴이 주재료이고 스물네 개의 1캐럿짜리 블루다이아몬드와 여섯 개의 오렌지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있다.

다이아몬드의 값만 따져도 3억 원은 가뿐히 넘긴다.

마지막은 브로치이다.

다이아몬드 이외에도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것의 가치는 100억 원 정도이다.

모두 빌모아 일족의 세공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실제로 이보다 훨씬 더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현수는 이것에 마법진 몇 개를 그려 넣었다.

반지엔 면역력 증진 마법인 임프로빙 이뮤너티와 늘 건강한 상태를 유지케 하는 바디 리프레시 마법진을 새겼다.

그리고 위기 상황이 되면 안전한 곳으로 이동케 하는 텔레포트와 앱솔루트 배리어 마법진 또한 그려져 있다.

이 밖에 위기에 처했을 때를 대비한 체인 라이트닝 마법진도 있다. 마지막은 혹시 있을지 모를 도난에 대비한 귀환 마법이다. 현수가 주문만 외우면 언제든 아공간으로 회수될 것이다.

나머지 패물에도 귀환 마법진이 그려졌다.

권철현 고검장 부부와 안준환 옹을 위한 반지도 꺼냈다.

혼인에 앞서 납폐(納幣) 때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보내는 예물인 채단(采緞)에 넣을 것이다.

백금으로 만들어진 이것들의 안쪽에도 마법진이 그려졌다.

아직은 실물을 보여줄 것이 아니기에 융단 위에 이것들을 올려놓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 정도면 만족하겠지?”

모르긴 해도 왕과 결혼하는 왕비도 이 정도 예물은 받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나름 뿌듯한 마음을 품었다.

“흐음, 빨리 마치고 나가볼까?”

재빨리 결재판 서류들을 살펴보았다.

이은정 실장은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회사 일을 본인의 일로 여기며 매우 꼼꼼하다. 그렇기에 모두 승인해 주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휴대폰이 또 몸살을 앓는다.

지이이잉―! 지이이이잉―!

“전호 씨, 웬일이야?”

“에구, 이제야 통화가 되는군. 지금 통화 가능해?”

“괜찮아. 뭔 일 있어?”

“시간 좀 내줘!”

“뭔 일인데?”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하고, 내일 오전에 시간 좀 내줘.”

“내일 오전에? 그러지. 몇 시에 어디로 가면 돼?”

“우리 회사 어디에 있는지 알지? 오전 10시쯤 와줘.”

“그래, 알았어.”

“오케이! 그럼 내일 봐.”

전화를 마친 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일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용무를 말하지 않으니 이상한 것이다.

전화를 내려놓는데 또 진동을 한다.

지이이잉―!

“아, 민 사장님, 벌써 알아본 겁니까?”

“네, 퇴직한 그 연구원, 다국적 제약사인 B사로 옮겨갔더군요. 개발팀 팀장으로 스카웃된 거라고 합니다.”

“으음!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람 관리 잘못하여…….”

민 사장의 음성이 어둡게 느껴진다.

“괜찮습니다. 강제로 회사를 다니게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마음 쓰지 마십시오.”

“네.”

“현재 재직 중인 분들에게 더 잘해주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민 사장과의 통화를 마친 현수는 어떻게 해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거래를 끊었는지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해볼 테면 해보지. 후후! 후후후!”

나직이 실소를 터뜨렸다.

“참, 주영이가 보자고 했지? 그보다 이실리프 어패럴 먼저.”

잔무를 보고 회사를 나온 현수는 노란색 스피드를 몰아 이실리프 어패럴로 향했다.

“아이쿠, 바쁘실 텐데 어떻게……. 아무튼 어서 오십시오.”

“하하, 네.”

박근홍 사장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사모님은 안녕하시죠?”

“네, 그럼요!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참, 이번에 아파트 얻은 게 있어서 곧 이사합니다.”

“그래요? 이사 가면 집들이하셔야겠네요. 그나저나 이사한다는데 뭘 사드릴까요? 필요한 거 말씀하세요.”

“네에? 아, 아닙니다. 아파트 얻을 돈을 빌려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선물이라니요. 괜찮습니다.”

박근홍 사장이 손사래를 친다.

“참, 새 아파트인가요?”

“아뇨. 지어진 지 20년쯤 된 겁니다. 전에 살던 집 근처에 있는 건데 튼튼하게 지어진 거라고 하더군요.”

“전세죠?”

“그럼요! 빌린 돈으로 어찌 집을 사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총무부 소속이면서 사장 비서실 업무까지 보는 유소라가 차를 가져온다.

“안녕하셨어요?”

“네, 유 비서님. 점점 예뻐지네요. 연애하나 봐요?”

“어머!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유소라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힌다.

까사가 이실리프 어패럴로 이름을 바꾼 이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월급은 제 날짜에 나오고 근무 여건도 확실히 좋아졌다.

게다가 끝까지 의리를 지킨 공로를 인정받아 혜택도 많다.

마음이 편해지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홍보과 김 대리가 눈에 들어와 연애 중이다. 그래서 얼굴이 훤해진 것이다.

“커피 잘 마실게요.”

“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어머!”

유소라는 자신이 한 말을 깨닫고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주워 담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얼른 밖으로 나간다.

“하하! 하하하!”

“하하! 재미있네요. 하하하!”

유소라 덕분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전투복도 제조하고 있는 중이죠?”

“그럼요. 미군용과 국군용 두 가지 모두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랍 쪽 의상 견본도 다 만들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것들은 이실리프 무역상사로 보내세요.”

“네, 그러지요. 그나저나 칼라 안에 들어가는 걸 더 주셔야겠습니다. 보건복지부에 1차로 납품할 물량이 필요합니다.”

“그건 택배로 보냈으니 내일 중에 당도할 겁니다.”

10장 모델 해볼 생각 없어요?

현수는 영등포를 또 다녀와야 함을 느꼈다.

지난번에 제작한 SUS304 0.35T 스테인리스 철판 1,000만 장 중 남은 게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마나석도 다 떨어져 가니 유카리안 영지에도 다녀와야겠군. 근데 물량이 있을까?’

마법을 익힌 이래 처음으로 마나석이 부족할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참, 최세창 대령이나 강철환, 선진식 소령은 이제 속 안 썩히죠?”

“네, 연락이 딱 끊겼습니다. 전무님이 조치하신 거죠?”

“박 사장님이 녹음해서 보내준 파일 덕분입니다. 아마 다시는 집적거리지 못할 겁니다.”

“그거 앓던 이 빠진 것보다도 시원한 일이군요. 이제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 그나저나 항온 의류 내수 판매는 어떻게 가닥을 잡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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