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45화 (545/1,307)

# 545

“그건 본사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백화점이나 마트 판매는 안 합니까?”

“네.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홍보 없이 인터넷 쇼핑몰만 운영한다구요?”

브랜드가 전혀 알려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기에 한 질문이다.

“아뇨. 직영 판매장도 개설할 생각입니다.”

“……!”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우리 이실리프 어패럴의…….”

잠시 박 사장의 의견이 피력되었다. 다음이 그 내용이다.

마트나 백화점을 통한 판매를 시작하려면 그쪽에 마진을 보장해 줘야 하고, 별도의 홍보 직원을 고용하여 파견해야 한다.

판매가 잘되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매출이 적으면 마트나 백화점 매니저들에 의해 압박을 받는다. 그럴 경우 돈도 많이 못 벌면서 마트나 백화점의 배만 불려주는 일이 되어버린다.

직원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당장은 몰라도 조금만 입소문이 나면 없어서 못 팔 물건이다. 그런 걸 가지고 이런 꼴을 왜 당하겠는가!

하여 직영 판매장을 생각한 것이다.

전국 요소에 매장을 개설하고 점장을 고용한다. 아울러 매장 직원도 뽑을 생각이다.

이들에겐 수습 기간이 있다. 3개월간 근무를 평가하여 판매에 적합하지 않으면 일반 사무직으로 전환시킬 것이다.

극심한 경제 침체로 인한 청년 백수가 많다. 이들에게 취업 기회를 주기 위함도 있다.

박 사장이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주먹구구식으로 계산을 해봐도 이실리프 어패럴이 얻을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영점 개설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찬성합니다. 사장님 생각대로 해보세요.”

회사는 경영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현재의 박 사장은 현수가 지향하는 바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고개를 끄덕여 승인해 준 것이다.

“그럼 그건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광고 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리냐와 나는 출연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명 더 섭외할 것입니다. 참, 모델료는 얼마나 주는지요?”

“전무님은 안 받으실 거죠?”

박 사장이 눈웃음을 친다.

“아뇨! 당연히 받아야죠. 근데 현재 이실리프 어패럴의 직원 수가 얼마나 되죠?”

“저를 포함하여 열아홉 명입니다.”

“그럼 모델료는 200만 원만 주세요. 한 푼도 안 받으면 그렇잖아요.”

“200만 원이요?”

무엇을 하려는 액수냐는 표정이다.

“저도 직원들이랑 회식 한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결국 현수의 모델료는 0원인 셈이다.

“대신 여자 모델들에겐 제대로 된 모델료를 책정하세요.”

“물론입니다. 이리냐 양은 대한약품 모델로 이미 인지도가 있습니다. 저희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A급입니다. 따라서 그에 걸맞은 개런티를 책정할 생각입니다.”

“추가로 섭외될 모델도 뛰어난 미모를 지닌 재원입니다.”

“재원이요? 그럼 전문 모델은 아닌가 보죠?”

박 사장은 단번에 알아차린다.

“하버드대학 로스쿨 출신 국제변호사예요.”

“네에? 하버드대학 출신 변호사라구요?”

박 사장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하버드대학 출신이 뭐가 부족하여 조그만 의류 회사 광고를 찍겠는가 하는 표정이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괜찮아서 홍보 효과가 있을 겁니다.”

“아이구, 그럼 모델료 책정은 전무님이 하십시오.”

“전권을 주신다면 그러죠.”

현수가 환히 웃자 박 사장 또한 웃는다.

* * *

“흐음, 어디 보자. 많이 잡혔나?”

이실리프 어패럴을 떠난 현수는 그 근처 하수도로 텔레포트했다. 그곳엔 지난번에 설치한 쥐틀이 있다.

영등포에서 제작한 철로 만들어진 것이다.

가로, 세로 1m, 높이 0.5m짜리 이 틀엔 20㎝짜리 문이 있고 좌우엔 투명한 창이 있다.

“우와! 엄청나게 많군.”

투명한 창을 통해보니 쥐들이 우글거린다. 적게 잡아도 1만여 마리는 되는 듯하다. 이 녀석들은 틀 안쪽에서 진하게 풍기는 생선 비린내에 유인되어 모여든 것이다.

작은 틀에 이렇게 많은 쥐가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내부에 공간 확장 마법이 걸린 때문이다.

“흐음, 이 실험이 성공해야 하는데.”

현수는 문을 닫아 밀폐시키고는 틀의 뒤쪽에 장착된 산소 탱크 밸브를 열었다.

“아공간 오픈! 입고!”

틀을 담고는 곧장 차원이동을 실시했다.

“마나여, 나를 아르센으로! 트랜스퍼 디멘션!”

샤르르르르르르릉―!

* * *

“흐음, 여긴 오랜만이군.”

호수 두 개와 그 주변을 둘러싸다시피 한 디오나니아들이 보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잎사귀가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 대체 뭐지?”

조금 더 가까이 가서 살펴보고야 디오나니아가 어떻게 생존하는지를 깨달았다.

이곳은 캐러나데 사막 한가운데이다. 당연히 디오나니아의 식량이 될 동물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살 수 있는 이유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식량이 있기 때문이다.

디오나니아에게 생포되어 몸부림치는 것들은 하늘을 나는 새이다. 오아시스에 내려와 물을 마시곤 잠시 쉬러 디오나니아에 앉았다가 잡아먹히는 중이다.

현수는 아공간에 있는 생선을 꺼냈다. 오징어, 주꾸미, 문어 같은 종류들이다. 한곳에 모아놓고는 보존 마법을 걸었다. 그래야 쉬 썩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플라잉 브랜켓!”

마법 담요를 만들어 올려놓고는 디오나니아 서식지 곳곳에 내려놓았다.

이미 죽은 것이기에 녀석들의 잎사귀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도 생물체 특유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나포하는 듯싶다.

“아공간 오픈!”

쥐틀을 꺼내 안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아공간에 담겼음에도 죽지 않고 모두 살아 있다.

“으음! 이렇게 하면 된단 말이지?”

지금껏 매번 혼자서 차원이동을 했다.

만일 사람을 커다란 틀 속에 넣고 지금과 같은 방법을 쓴다면 같이 이동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은 길지 않았다. 당장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호수가 디오나니아 뒤쪽이 되는 장소를 찾아 쥐틀을 내려놓고 입구를 열었다.

지독한 냄새가 풍겼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다.

갇혀 있던 쥐들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놈들은 갈 데가 없다. 넓고 넓은 사막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이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자 쥐들이 일제히 움직인다.

조금 전 오징어 등을 내려놓은 곳이다.

잠시 후, 디오나니아 잎사귀들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싱싱한 먹이를 잡기 위함이다. 가만히 서서 살펴보니 오징어에 당도하는 쥐는 별로 없다.

틀에 갇혀 있는 쥐들이 다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기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곤 삼합회 깡패의 시신을 꺼내 디오나니아에게 주었다. 살아 있으면 폭력이나 휘두를 놈들이다.

디오나니아 입장에선 자다가 생긴 떡이다. 금방 잎사귀로 시신들을 감싸 버린다.

“흐음,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쥐틀은 더 만들어야겠군.”

잠시 상황을 지켜보던 현수는 다시 차원이동을 실시했다.

“트랜스퍼 디멘션!”

샤르르르르릉―!

“정말 편하군.”

전능의 팔찌를 살펴본 현수의 입가에 웃음이 밴다.

마나를 모으기 위해 결계 치고 들어앉아 길고 긴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 여보세요.”

“네, 말씀하십시오.”

“전에 작은 철판 주문했던 김현숩니다. 기억하시죠?”

“아이고, 그럼요! 당연하죠. 오늘은 무슨 일이십니까?”

“주문할 게 있어서요. SUS 철판 1,000만 장 더 만들어주시구요, 전에 만들었던 틀 있잖아요. 그거…….”

잠시 현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갇힌 쥐들이 다 나오도록 하려면 시간이 걸리기에 따로 넓은 출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네, 그렇게 20개만 만들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즉시 제작하지요. 납품은 어디로 할까요?”

“이실리프 상사 지하 차고로 해주세요. 제가 문자로 주소 찍어드릴게요. 참,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송금해 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등포 공작소와의 통화를 마친 현수는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이제 피앙세를 만날 시간인 것이다.

가기 전에 적당한 데이트 장소를 물색했다. 갈릭 앤 페퍼라는 곳이 적당할 듯싶어 예약도 했다.

“지현 씨, 여기……!”

현수가 손을 흔들자 두리번거리며 나서던 지현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선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또 웃는다.

‘미인의 웃음 짓는 얼굴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확 스친다. 보는 눈만 없으면 와락 끌어안고 키스라도 하고 싶다.

“잘 있었지?”

“피이, 멋 되게 없네요. 첫 말이 겨우 그거예요?”

“응? 그럼 뭘 바랐는데?”

“사랑해, 이러면 안 돼요?”

“그걸 꼭 말로 해야 해? 그러면 지현 씨 금방 과부 돼.”

“왜요?”

“숨 쉴 때마다 그래야 하는데 그럼 어떻게 살아?”

“쳇! 하여간 말은 정말 잘해요. 그간 현수 씬 어땠어요?”

“어떻긴, 바빴지. 지현 씨에게 전화를 걸지 못할 만큼.”

“알았어요. 용서해 줄게요. 대신 맛있는 거 사주세요.”

지현이 혀를 내밀어 메롱 하고는 팔짱을 낀다.

“그렇지 않아도 예약해 뒀어. 차에 타.”

“네.”

노란색 스피드가 미끄러지듯 출발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국산 스포츠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은 웬 외제차인가 하는 표정이다.

“여기 어때?”

“흠, 좋네요.”

자리를 잡고 앉아 먹물 루꼴라 피자와 버섯 크림 파스타를 주문했다.

“참, 결혼 예물 준비했는데, 볼래?”

“어머, 그런 건 원래 신부랑 같이 다니면서 고르는 거 아닌가요? 그냥 결정한 거예요?”

“내 마음엔 드는데 지현이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어.”

“치이, 독재자. 결혼 전에 신랑이랑 그런 거 보러 다니는 것도 여자들에겐 로망이라는 거 몰라요?”

“그런 거였어? 내가 이번에 처음 해보는 결혼이라 그래. 몇 번 더 해보면 그땐 안 그럴 테니 이번만 봐줘.”

“뭐라고요? 쳇, 놀려먹으니 좋아요?”

“놀리긴, 처음이라 몰랐다는 거지. 아무튼 내가 사진으로 찍어왔으니까 한번 봐봐.”

“좋아요. 어디 봐요.”

현수가 휴대폰을 꺼내 반지, 목걸이, 귀고리, 브로치, 팔찌, 티아라 사진을 보여주었다. 여러 각도에서 찍은 것들이다.

“어머! 이거 예뻐요. 디자인 참 독특해요. 근데 알이 큰 거예요, 아님 줄이 가느다란 거예요?”

목걸이의 100여 캐럿짜리 다이아몬드만 찍은 사진을 보고 묻는 말이다.

“글쎄, 그건 받아보면 알겠지.”

“현수 씨, 알 크다고 다 좋은 거 아니란 거 아시죠? 뭐, 디자인이 훌륭해서 이건 패스할게요.”

지현은 100캐럿짜리 최상급 블루다이아몬드가 가짜라고 생각한 듯싶다.

“이건 팔찌인데 어때? 디자인이 괜찮아서 골랐어.”

“어머∼! 이것도 예뻐요. 여기 박힌 이것들은 뭐죠?”

“그야 다이아몬드지.”

“정말요? 실물로 보면 참 예쁠 것 같아요. 이것도 패스!”

모두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인데 지현은 1부 정도로 여겼다.

다음으로 보여준 것은 반지이다. 이것도 합격했다. 귀고리와 브로치도 모두 합격이다.

지현은 박힌 보석이 크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반지는 1캐럿, 귀걸이는 3부 정도로 인식했다. 목걸이와 브로치의 보석은 큐빅이나 모이사나이트이라 생각했다.

사진만 봐서는 실물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마지막 사진은 티아라이다. 작은 보석이 깨알처럼 박힌 이것은 정말 아름다운 디자인이다.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가 결혼식 날 쓰게 될 티아라는 약 300여 년 전 라이셔 제국 동쪽에 위치한 노스크 왕국 공주들을 위해 제작된 것이다.

불행히도 세 공주는 티아라를 써보지 못했다. 당시 주문자인 국왕이 시해당하는 불상사가 벌어진 때문이다.

“어머! 이거 정말 예뻐요. 디자인이 정말……. 이거 어디에서 파는 거예요?”

지현은 너무나 예뻐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