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49화 (549/1,307)

# 549

12장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어이, 형씨! 나 좀 잠깐 보지.”

“어이, 형씨? 당신, 나 알아?”

“알긴 개뿔을! 내가 네깟 놈을 알아서 뭐하는데? 아무튼 형씨한테 용무 있으니 나 좀 봐.”

“관심 없으니 꺼져!”

살짝 솟은 노화 때문에 현수의 얼굴은 굳어 있다.

“이 자식이 지금의 상황을 파악 못하는구만. 어떻게 할래? 여기서 맞을래, 아님 저쪽 조용한 데 가서 빌래?”

“뭐라고?”

보아하니 25세 정도 된 녀석들이다. 하는 짓거리와 말투, 그리고 입성을 보아하니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놈들 같다.

예전에도 이런 녀석이 있었다.

전 국회부의장 전의화의 아들 전병도가 이런 부류였다. 지금은 교도소에 있지만 나와도 별 볼 일 없을 것이다.

서슬 시퍼렇던 전의화는 의원직을 상실해 야인이 되었다. 그간 받은 뇌물을 모두 토하느라 재산도 거덜났다.

전병도는 퍼머넌트 플라토닉 커스 마법에 걸려 고자 아닌 고자가 되었다. 또한 올웨이즈 시리어스 마법이 구현되었으니 평생 웃음기 없는 심각한 표정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전병도를 떠올린 현수는 이 녀석들도 같은 부류라 여기고 피식 웃었다.

“조용한 데서 보자고? 좋지. 앞장서!”

“오오! 이 짜식, 깡다구 좋은데? 크흐흐, 예쁜 백마 앞에서 폼 잡고 싶다 이거지? 좋아, 따라와!”

녀석이 앞장서고 현수가 뒤를 따르자 나머지 녀석들은 혹시 도망이라도 가면 큰일이라는 듯 우르르 에워싼다.

까차는 재빨리 현수의 뒤쪽에 따라붙었다.

우르르 나가려 하자 웨이터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술값 안 내고 튀려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나야! 나 몰라? 잠깐 나갔다 올 테니 비켜!”

선두에 있던 녀석의 말에 웨이터들이 길을 튼다. 이곳에 얼마나 자주 왔으면 이럴까 싶다.

일행이 당도한 곳은 지하주차장이다.

놈들은 현수를 가장 구석진 곳으로 안내했다. 인테리어 공사할 때 썼던 각종 자재가 한쪽에 잘 정리되어 있는 곳이다.

“한번 해보자고 부른 거지?”

“그래, 이 새꺄! 힘 좀 세다고 나대는데 오늘 한번 맞아봐.”

“맞아? 내가 왜 맞아야 하지?”

“재수 없으니까. 기분 나쁘니까. 너 같은 놈은 좀 맞아야 고분고분해지지. 죽엇!”

말을 하다 말고 느닷없이 주먹을 휘두른다. 슬쩍 반보 옆으로 이동한 현수가 피식 웃었다.

“지금 그걸 주먹이라고 휘두른 거야? 그래 가지고 파리라도 잡겠어?”

“이 새끼가! 좋아, 어디 한번 제대로 맞아봐. 얘들아! 뭐해? 저 싸가지 없는 새끼, 조져!”

“알았어. 야! 이 새끼 오늘 죽여 버리자.”

나머지 다섯이 흉흉한 기세로 현수를 에워싼다.

“죽엇!”

누군가를 필두로 여섯 녀석의 주먹과 발이 현수에게 쏟아진다. 현수는 교묘히 피하면서 이 녀석들을 어쩔까 생각했다.

그러는 동안 녀석들의 주먹과 발이 스친다. 어찌 보면 맞은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죽여!”

“그래, 죽여!”

자신들의 주먹과 발길질을 모두 피하자 흥분한 듯 누군가 소리쳤고, 녀석들은 더 가까이 다가서며 현수를 두들겨 팬다.

아니,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냥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현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먹엔 적당한 힘만 주었다. 전력을 다하면 뼈가 부러지는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신체가 뻥뻥 뚫릴 것이기 때문이다.

파팍! 파파파팍!

“큭! 으윽! 캑! 아악! 커억! 아악!”

와당탕, 와당탕탕―!

“어쭈, 이 새끼가!”

녀석들 중 두목 격인 놈이 정리되어 있는 건축자재 중 각목을 집어 든다.

“좋아, 이 새끼! 얼마나 피하자 보자! 죽엇!”

휘이잉―!

슬쩍 허리를 굽혀 각목을 피했다. 그 순간 다른 각목이 쇄도한다. 어느새 여섯 녀석 모두 각목으로 무장한 것이다.

녀석 중 하나의 공격을 피한 현수는 가까이 다가가 명치에 한 방을 먹였다.

“커억!”

와당탕―!

“으으으윽……!”

한 녀석의 전투력이 제로가 되었다. 녀석이 쓰러지는 순간 쇄도한 각목을 피하면서 그놈의 팔목을 걷어찼다.

퍽! 빠각!

“아아아악! 내 손, 내 손……! 아아악!”

단숨에 팔목을 부러뜨리곤 다음 녀석의 옆구리에 한 방을 먹였다.

퍼억―!

“크으윽!”

와당탕탕―!

또 하나의 전투력이 사라졌다.

오른쪽 옆구리 부근 갈비뼈가 두 대나 부러졌기 때문이다. 아마 움직일 때마다 격렬한 통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새끼가! 죽엇!”

또 한 녀석이 덤벼든다. 자세를 낮춰 녀석이 휘두른 각목을 피하면서 오른 다리로 바닥을 쓸었다. 느닷없는 장딴지 공격을 받은 놈은 균형을 잃고 뒤로 자빠진다.

퍽―!

“아악!”

와당탕―!

쓰러진 녀석은 여전히 각목을 쥐고 있다. 재빨리 다가가 각목을 쥐고 있는 손을 밟았다.

빠드드득!

“아악! 아아아악!”

손가락뼈가 일제히 부러지자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녀석에게 신경 쓸 겨를은 없다. 또 다른 각목이 현수의 뒤통수를 노리고 쇄도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아악! 현수 씨!”

까차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빙글 돌아서면서 녀석의 턱을 걷어찼다.

빠각―!

“크에에엑!”

와당탕탕! 우르르! 와당탕탕―!

쓰러지면서 정리되어 있던 건축자재들을 건드리자 녀석의 위로 무너져 내린다.

다음 순간, 현수는 풀쩍 뛰어오르며 뒤돌려 차기를 시도했다.

현수의 허리를 공격하려 각목을 휘두르던 순간이기에 녀석은 방어 자세를 취할 수 없다.

퍼억―!

“캐액!”

와당탕탕!

삐융! 삐융! 삐융! 삐융!

나가떨어지던 녀석이 차에 부딪치자 요란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이제 남은 녀석은 하나뿐이다.

현수 혼자 다섯을 상대한 것을 본 녀석은 상대가 안 된다고 느꼈는지 도망치려 눈치를 보고 있다.

“덤벼!”

현수가 말을 하며 한 발짝 다가서자 잭나이프를 꺼내 든다. 날 길이만 10㎝ 정도 되는 이것은 흉기이다.

“그거 버려!”

“웃기는 소리! 덤벼! 죽여 버릴 테다!”

“그거 버리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현수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녀석이 악에 받친 듯 반문한 때문이다.

“안 버리면? 짜식이, 날 물로 보나? 덤벼!”

위협적으로 칼을 뻗어냈던 녀석이 까차에게 시선을 준다. 다음 순간 재빨리 그녀에게 달려든다.

까차를 잡고 인질극이라도 벌일 셈이다.

어찌 그냥 놔두겠는가!

“홀드 퍼슨!”

입술을 달싹이자 녀석이 멈칫거린다. 그 순간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어 이단옆차기로 놈을 날렸다.

퍼억―!

“아아악!”

와당탕! 삐요! 삐요! 삐요! 삐요!

녀석이 쓰러지면서 건드린 차에서도 경보음이 터져 나온다.

현수가 쓰러진 녀석들을 둘러보며 뭐라 하려는 순간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온다.

그들 가운데에는 정복을 걸친 경찰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저 사람들이 공격하여 정당방위로 물리친 겁니다.”

“혼자서 여섯을 이렇게 만들었다고요?”

경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때 누군가 소리친다.

“이 경사님, 이 사람 팔목 뼈가 부러졌습니다.”

“이 사람은 손가락뼈가 모두 으스러진 모양입니다.”

현수 앞에 있던 이 경사가 고개를 돌리자 누군가의 말이 이어진다.

“여기 이 두 사람은 기절했습니다.”

“저 사람은 갈비뼈가 부러진 모양입니다.”

이번에 말한 사람들은 웨이터들이다.

현수가 여섯에게 둘러싸여 나가는 것을 보고 아무래도 큰일 날 것 같아 신고한 모양이다.

“정말 이 사람들이 먼저 공격한 것 맞습니까?”

“맞습니다. 보십시오. 전 혼자고 이놈들은 여섯입니다.”

이 경사는 현수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김 순경, 일단 119에 신고부터 해.”

“네, 알겠습니다.”

김 순경이 휴대전화로 신고하는 동안 웨이터들이 뭐라고 이야기한다. 못 받은 술값 때문인 듯하다.

“우리 게 얼마죠?”

“네, 18만 원입니다.”

현수는 지갑에서 20만 원을 꺼내 건넸다.

“나머진 팁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웨이터가 물러가자 이 경사가 입을 연다.

“흐음, 일단 서까지 동행하셔야겠습니다.”

“그러죠!”

폭행 사건이 벌어졌으니 진술서를 작성해야 함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119 구급차량이 당도하여 부상자들을 실어갔다.

손목 부러진 놈, 손가락뼈가 으스러진 놈, 그리고 갈비뼈가 부러진 놈만 실려 갔다. 나머지 셋은 정신을 차린 것이다.

경찰서에 당도하여 진술서 작성을 시작했다.

현수는 있는 그대로를 진술했다. 녀석들은 다른 경찰관이 진술서를 받고 있다.

힐끔 바라보니 분통이 터지는지 계속해서 뭐라 떠든다.

이브즈드랍 마법으로 엿들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분위기를 보니 일이 어찌 흘러갈지 훤히 짐작되기 때문이다.

진술서 작성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 죄가 없으니 가려는 것이다. 이때 뒤쪽에 앉아 있던 경찰관이 입을 연다.

“어이, 거기! 지금 어디 갑니까?”

“저요? 이 시각에 어딜 가겠습니까? 집에 가죠.”

“근데 누가 가라고 했어요? 사람들 뼈를 분질러 놓고.”

“전 정당방위입니다.”

“그러니까 누가 정당방위를 인정했느냐는 겁니다. 이 경사, 방금 작성한 진술서 가져와 봐요.”

“네, 박 경위님!”

이 경사가 진술서를 가져다주자 쓱 훑어본다. 그리곤 마땅치 않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어이, 거기! 이게 진짜야?”

어느새 반말이다. 하지만 감정을 드러내진 않았다. 이런 식이 될 거라 예상한 때문이다.

“당연히 진짜지요.”

“혼자서 여섯을 팼다고? 당신 일당은 어디로 튀었어?”

“뭐라고요?”

“당신 말고 열은 더 있었다며? 그 사람들이 붙잡고 있는 사이에 이 사람들을 팼다며. 당신 조폭이야?”

박 경위라는 사람은 전혀 우호적이지 않은 표정으로 현수를 노려본다.

“뭐요? 누가 더 있었다고요? 그 주차장 입구의 CCTV를 확인해 보십시오. 우리가 들어갈 때 찍혔을 테니까요.”

“그건 당연히 확인하지. 근데 들어가기 전에 이미 당신 패거리가 있지 않았다는 건 어떻게 증명할 건데?”

현수는 박 경위라는 사람의 태도로 미루어 짐작컨대 누군가의 전화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일방적일 수 없다. 따라서 고분고분해질 이유가 없다.

“그걸 내가 왜 증명해야 하는 겁니까? 그건 경찰이 해야 될 일 아닌가요? 그리고 정당방위라는데 왜 이러십니까?”

“내가 볼 때 전혀 정당방위 같지 않아서 그래. 이 경사, 이 사람 일단 유치장에 가둬.”

“네?”

“조사해 볼 필요가 있으니까 일단 가두라고.”

박 경위는 볼일 다 봤다는 듯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다.

“가시죠.”

“내가 왜 유치장에 들어가야 합니까? 그렇게는 못합니다.”

경험상 잠시도 있기 싫은 곳이기에 한 말이다.

“순순히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협조한 겁니다.”

“아무튼 저쪽 변호사가 올 때까지 들어가 있으세요.”

“그렇게는 못합니다.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내가 왜 들어갑니까?”

“어허, 이 사람이……!”

전혀 협조적이지 않다 여기는지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현수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이런 현수를 본 이 경사가 할 수 없다는 듯 벤치를 가리킨다.

“그럼 저기 앉아 있으세요.”

“좋습니다. 저놈들의 변호사가 올 때까지만 있을 겁니다.”

현수가 앉자 이 경사도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곤 서류 작성을 시작한다.

약 40여 분 정도 흘렀을 때 40대 중반의 사내가 들어선다. 곧장 조서 작성에 여념이 없는 이 경사에게 다가간다.

“무슨 일 때문에 오셨습니까?”

“최민기 씨 변호사 강을석입니다. 제 의뢰인은 어디에 있죠?”

“최민기 씨요? 아, 최민기. 저기 저쪽에 있습니다.”

이 경사가 가리킨 곳에는 늑대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녀석이 뭔가 열변을 토하고 있다. 그곳으로 갔던 변호사가 이 경사 앞으로 되돌아온 것은 대략 10분쯤 지난 후였다.

“가해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저 사람이 가해잡니다.”

이 경사가 손짓으로 현수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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